처음부터 절대무적 5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9화
59화. 오랜만에 발동되는 육감
인의단의 단주를 만나기 위해 남궁과 함께 황보세가의 장원에 갔다. 격론 끝에 황보세가에 넘어간 모양이다. 특이할 점은 단주가 여자라는 점이었다.
급격히 여단주에게 흥미가 생겼지만 지나가는 어조로 물었다.
“화매, 황보진진 단주는 어떤 여자야?”
“진진언니는 전대 중원제일미로 불렸을 만큼 정말 아름다운 분이에요.”
점점 더 흥미가 일었다.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전대 중원제일미?”
“예, 십 년을 주기로 바뀌는 칠룡오봉 중에 전대 미봉이었어요.”
“아, 그렇군. 남편은 뭐하는데 이번에 황보세가 대표로 출전했지?”
세가의 여식은 대부분 정략결혼을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결혼과 동시에 세가의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제외된다. 그런데 황보진진이 황보의 성을 그대로 썼다는 것은 미혼이거나 돌싱이라는 뜻이었다.
“언니는 혼인한지 얼마 안 돼, 혈왕지겁으로 부군을 잃고 세가로 돌아왔어요.”
또 혈왕지겁이다.
‘쩝! 다른 무공을 익히던지 해야지. 이거야 원.’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혈왕지겁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나완 상관없는 일이지만, 혈왕의 무공을 쓰는 이상 당사자들 생각은 그렇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 역시 찝찝했고.
“남편이 누구였는데?”
“당시 칠룡 중에 패룡으로 불리시던 모용기 대협이었어요.”
“황보세가로 돌아올 때, 모용세가에선 아무 말도 안했어?”
“두분 사이에 자식도 없었고 아직 젊은 나이의 언니가 안타까웠던 거겠죠.”
“근데 왜 아직 혼자야?”
“글쎄요. 아마 무공에 빠져 지내서 그랬을 거예요. 외부활동도 거의 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거예요.”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여자였다. 앞으로 볼 일은 별로 없겠지만 명목상의 상관이라 성격이 궁금했다.
“성격은 어때?”
“호호호! 예전엔 대단했었는데 최근엔 만나지 못해 잘 모르겠어요.”
“어떤 면에서 대단했는데.”
“호호! 얼굴은 월궁의 항안데 성격은 저자거리의 왈패 같았어요. 칠룡들도 언니 앞에서는 벌벌 기었을 정도니까요.”
“호오! 그래?”
그건 황보진진이 중원제일미녀라서 그런 거지 절대 성격 때문이 아니다. 나 같아도 중원제일미라면 웬만하면 용서할 거다. 흑심을 가진 남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가혹한 시련도 참아내니까.
“예,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들었어요. 조금 차분해지고 냉정해졌다고나 할까요.”
“나이 먹으면 다 그래. 어렸을 때는 치기로 그럴 수도 있고 주변에서도 다 받아줘. 하지만 나이 들고 그러면 욕만 먹거든. 여자의 주름살은 남자들의 인내심과 반비례하는 법이니까.”
“설마요?”
“날 믿어. 그러니까 화매도 나이 들면 나한테 더 잘해야 해.”
“정말 그래요?”
걸음을 멈추고 날 쳐다보는 눈에 서운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화매한테는 전혀 해당사항 없는 말이야.”
“치이!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응, 절대 안 그럴게. 미안.”
그러는 사이 황보세가의 장원에 도착했다. 수문위사의 안내를 받아 간 자리에는 이미 두 명의 선객이 있었다.
삼십 초중반의 세 명의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여자는 인의단주인 황보진진인 듯했다. 두 명의 사내는 나와 같은 대주인 듯했고.
아니나 다를까 남궁이 여자를 보고 반가운 목소리로 불렀다.
“진진언니!”
황보진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 주며 물었다. 서른다섯이라고 들었는데 아기를 낳지 않아서인지 이십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과연!’
과거 중원제일미로 불릴만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지금은 성숙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여인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여자였다.
“어서 와, 화매. 같이 오신분이 백호대주시겠지?”
“예, 언니. 이번에 백호대주로 선출 된 일권무적 한 대갑 장주님이세요.”
앞으로 나서 포권하며 인사했다.
“백호대주 한 대갑이 인의단주님을 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호호! 저야 말로 잘 부탁해요. 올라와 인사들 하세요. 이쪽은 청룡대주이신 무적패도 팽무기 대협이시고, 이쪽은 묵룡대주 사천일섬 당오현 대협이세요.”
그들에게도 포권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일권무적 한 대갑입니다.”
“무적패도 팽무기라 하오.”
“사천일섬 당오현이오. 반갑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팽무기가 물었다.
“백호대라고 명명했다고 들었는데 우린 청룡대고 당 대협은 묵룡대가 아니오? 이왕이면 백룡이나 황룡이 어떻소? 뭔가 그게 더 운율에도 맞는 것 같고.”
‘랩도 아닌데 운율은 무슨!’
확실히 중국 애들은 호랑이 보다는 용을 신성시 하는 듯했다. 사신도에 버젓이 백호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난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용보다는 호랑이에 정이 갔다. 특히 백호는 나를 상징하는 것이라 더욱 애착이 갔다. 그깟 운율 따위로 포기할 성질이 아니었다.
“하하하! 무림공적을 추살하는 일에 명칭이야 아무렴 어떻습니까?”
“물론 그야 그렇지만 청룡대에 묵룡대도 있는데 백호대는 좀.......”
팽가 놈은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명칭에 집착하고 있었다.
‘아! 이 새끼가 정말! 사람이 에둘러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욱하고 치밀어 올랐지만 불필요한 언쟁을 줄이고자 재빨리 참은 인자 열 번을 외웠다. 그런데도 성격은 어디 가지 않나보다. 말도 짧아지고 비꼬는 말투가 되었다.
“정 그렇다면 좌청룡 우백호니까 나머지 하나는 주작이나 현무로 하면 되겠네?”
느닷없이 불똥이 튄 당가 놈이 벙찐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런데 놈은 예상외로 대인배였다. 피식 실소를 흘리며 화제를 정리했다.
“백호대주 말대로 명칭이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것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들어보지요. 단주께서는 맹으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있으신지요?”
“현재 맹의 정보각에서 자료를 취합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기하다 선별되는 대로 지역별로 투입된다고 들었습니다.”
대기라는 말에 깜짝 놀라 물었다. 먼저 보낸 애들도 있고, 안휘표국 인수 등, 할 일이 태산같이 밀려있었다.
“예? 대기라고요? 얼마나 대기해야 하는 겁니까?”
“대략 한 달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오랜 세월 숨어 지내는 자들입니다. 조그만 단서도 없이 무작정 출전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꼭 무림맹에서 기다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활동지역은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돌아가 대기하는 편이 빠를 수도 있었다.
“황보 단주님, 저희가 무림맹에서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드시 여기에서 대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돌아가 기다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황보진진이 날 보며 물었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장원을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손 볼 곳도 많습니다. 일손도 부족하고 할 일이 많아 오래 비울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흐음! 그래요........할 수 없죠. 사정이 있는 분들은 돌아가서 기다리기로 하죠. 제가 이곳에 남아 선별된 정보가 나오는 대로 바로 연락하겠어요.”
황보진진은 확실히 과거의 천방지축은 아니었다. 특별히 권위의식도 보이지 않았고, 생각보다는 말도 통하고 융통성도 있어 보였다.
‘벼가 아주 무르익었군.’
아무튼 단주 덕에 열 받을 일은 없어 보여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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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 있는 단주 덕에 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단주라고 다 같지는 않았다. 소림도 함께 데려가고 싶었는데 꽉 막힌 단주 덕에 무림맹에 남아야 했다.
‘그래서 말코 도사라고 하는 거지.’
구파일방의 천무단은 무당의 도사였다. 때문에 소림과는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창궁 노괴물은 맹에 남은 일이 있어 끝나는 대로 오기로 했다.
덕분에 난 남궁을 비롯한 백호대를 이끌고 천하제일장으로 가고 있다. 대원들에게는 대주가 된 기념으로 집에 가서 거하게 한 잔 쏜다고 전부 데려가는 중이다.
가뜩이나 사람 손이 부족한데 술 한 잔에 공짜 노동력을 얻으면 이익인 거다.
그런데.
다그닥다그닥.
‘어휴! 이런 식으론 안 되겠네.’
내 생각과 너무 달라, 길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짜증이 몰려왔다. 대원들이 모두 있는 놈들이라서 수행원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궁세가의 호위 열 명에 각 대원들의 호위 열 명씩. 도합 칠십이나 되는 대행렬이 만들어진 거다. 더구나 금의옥검이란 물주가 있어 풍경 좋은 곳, 맛있는 곳은 꼬박꼬박 들리고 있다.
‘새끼들이 유람을 나온 건지 무림공적을 잡으러 온 건지.......’
그렇지만 내가 돈을 내는 것도 아니라 대 놓고 불평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출발한지 벌써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 감숙성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남궁진을 불렀다.
“난 먼저 가볼 테니 아우가 대원들과 함께 와.”
“형님, 그렇게 급하십니까?”
빤히 아는 놈이 이러니 보는 눈만 없으면 한 대 치고 싶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애들도 있잖아.”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형님. 대원들은 제가 책임지고 장원으로 데려가겠습니다.”
“인마! 누가 누굴 책임져. 너무 시간 끌지 말고 서둘러 데려 오란 말이야.”
“흐흐!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형수님은?”
“화매하고 둘만 갈 테니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어? 창궁검대도 데려 가지 않습니까?”
직계는 껄끄럽다는 앙탈이다. 그래서 남긴 거다.
“누구 좋으라고. 아무튼 빨리 와.”
“하지만 두 분만 가시면 위험한데 호위로 몇 명이라도 데려가시는 게.......”
“까불지 말고. 화매 괜찮지?”
남궁이야 둘 만의 여행이 처음이니 싫다고 할 리가 없었다.
“호호! 전 좋아요.”
그렇게 대원들과 헤어져 말을 달렸다.
두두두두두.
과연 둘만 달리니 속도가 빨라져 한 달 만에 섬서를 거쳐 하남으로 들어섰다. 낙양에 도착한 우리는 당연히 낙양루에 짐을 풀었다.
객잔으로 내려가 기름진 음식에 술도 한 잔 곁들이자 여정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흐흐흐! 짜식들! 부럽냐? 부럽기도 할 거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야 니들한테는 그림의 떡이야, 인마.’
객잔의 모든 남자가 힐끔힐끔 남궁을 훔쳐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열도 받았지만 그동안 하도 겪어 이젠 포기했다. 알다시피 남궁이 한 미모 하니까 말이다.
일상처럼 벌어지는 일이라 이젠 놈들의 시선을 즐기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우월감으로 어깨가 절로 올라가니까 말이다.
“호호! 가가, 주 언니와도 이곳에서 머물렀어요?”
“웬걸! 늙은 땡 중 때문에 절간에서 잤어.”
“호호호! 정말이요?”
“그래, 내 다시는 같이 안다니기로 맹세했다니까.”
시답지 않은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자 슬슬 취기가 올랐다. 어쩌면 발그레한 얼굴의 남궁에게 취했을지도. 아무튼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었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맨 끝 좌석에 혼자 술을 마시던 사내가 우리 곁을 지나갔다.
‘응? 이건 또 오랜만인데?’
그런데 뭔가 싸한 기분이 드는 거다. 힐끗 쳐다봤는데 별 특색 없는 평범한 중년인이었다. 옷차림도 주루의 다른 사람과 비슷한 고급비단 장삼에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육감六感이 발동한 거다. 왜 촉이라고 하는 거 말이다.
‘이 동네에선 한 번도 발동하지 않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사이 중년사내는 우리를 지나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가가, 더 안 드세요?”
취기로 발그레한 남궁을 보자 중년인은 뇌리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아랫도리에 반응은 뇌를 지배하니까 말이다.
“우리도 그만 일어서지. 오래 달렸더니 피곤하네.”
남궁을 재촉하자 못이기는 척 일어섰다. 벌써 한 달을 같은 방을 썼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방으로 올라간 남궁과 나는 허겁지겁 탈의하고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곤 달게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