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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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8화
58화. 백호대白虎隊가 어때서(3)
아홉 명 중에 여덟이 제안을 받아들여 먼저 천하제일장으로 보냈다. 줘도 못 먹는 한 놈은 신경에서 끄기로 했다. 난 끝까지 챙겨줄 만큼 관대한 성격이 아니다.
무림맹 본단에서 치러진 창단식을 마치고 각 단별로 모임을 가졌다. 구파일방이 주축이 된 천무단은 하남, 호북, 섬서, 감숙, 산서, 청해성을, 오대세가의 인의단은 요녕, 산동, 강소, 안위, 절강성을 담당하기로 했다.
또 사황련의 지살단은 호남, 강서, 복건, 광동, 광서, 귀주, 운남, 해남도를 맡았다. 근거지 위주의 분할이라 모두 불만은 없었다.
창단식을 마치고 인의단은 사천당문에 다시 모였다. 인의단을 다시 세 개의 대로 나누기 위해서였다.
먼저 하북팽가와 모용세가가 일 개 대를 맡기로 하고, 당문과 황보세가가 일 개 대를 구성했다. 자연히 남은 남궁세가는 중소문파 출신과 대를 구성해야 했다.
‘흐흐! 지금까지는 생각대로 되고 있는데.’
우리 대의 구성은 남궁세가에서 네 명, 방계인 백검문주 남궁진 그리고 나를 비롯한 다섯 명의 일반참가자였다. 호법은 당연히 노괴물이 맡았고.
난 무림맹의 지시를 받고 자주 접촉해야 하는 단주를 맡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임명직이라 내게 내려올 리도 없고 말이야.’
남궁세가야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대세가는 절대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오대세가가 합의해 한 명을 선출할 거다. 따라서 단주 자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나 열 명을 지휘할 수 있는 대주 자리는 맡을 생각이었다. 딱히 자리나 명예에 연연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다른 놈의 지휘를 받기 싫어서였다. 그럴 바에는 조금 귀찮더라도 내가 대주를 맡는 편이 나았다.
‘남궁세가와는 이미 얘기된 상황이고.’
알다시피 이번 대회는 무림에 나를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남궁세가는 이미 날 지지하고 있었다.
선발자 열 명중에 남궁세가가 네 명, 나와 남궁진까지 합치면 이미 과반수를 넘었다. 민주적인 절차로 이미 당선확정인 거다.
남궁세가의 장원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남궁진이 바람을 잡았다.
“창궁일검 호법님, 먼저 대의 명칭과 대주를 선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괴물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먼저 대주를 뽑고 명칭을 정하기로 하지.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이 좋겠나?”
“추천으로 선출하는 것이 좋겠어요.”
남궁화의 말에 노괴물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좋겠구나. 그럼 대주로 적합한 자를 추천해 보거라.”
일반 선발자들의 안색이 구겨졌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노골적인 남궁세가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색할 수는 없어 눈치만 보는 듯했다.
그러던 중 한 놈이 번쩍 손을 들며 남궁화를 추천했다.
“대주로는 지봉 남궁화 소저께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감각과 순발력을 지닌 놈이나 운이 나빴다. 오늘의 주인공은 남궁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당황한 남궁진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전 천하제일장주이신 일권무적 한 대갑 대협을 추천합니다.”
남궁도 각본대로 움직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여러 선배님들을 지휘하기에는 전 나이와 경륜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일권무적 한 장주님을 추천하겠어요.”
남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궁세가의 다른 선발자들이 앞 다투어 손을 들었다.
“저도 일권무적 한 대협을.......”
“저도 천하제일장 한 장주님을......”
“아무래도 나이나 경륜으로 보아도 일권무적 한 장주........”
연이어 이어지는 추천에 일반 선발자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남궁이 아닌 듣도 보도 못하던 이름을 거명하니 당황한 거다.
노괴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요식행위로 대원들에게 물었다.
“그럼 다섯 명의 추천을 받은 일권무적 한 대갑 장주를 대주로 선발하겠네. 이의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하게?”
이미 결정되고 요식행위에 불과한 말에, 한 놈이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창궁일검 호법님! 이의 있습니다.”
“응? 이의.......가 있다고?”
그대로 결정하려던 노괴물이 잘 못 들었나 싶어 손을 든 놈을 향해 되물었다.
삼십대 중후반의 사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 이유는?”
“무림공적을 직접 추살해야하는 임무는 무엇보다 무공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내 지휘는 못 받겠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나도 내심 반가웠다.
‘흐흐! 그래야 재미있지. 어차피 살풀이는 한 번 하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군!’
좋은 주먹 두고 말로 하면 결국은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화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흐음! 일 리가 있는 말이군. 그런데 자네는?”
노괴물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며 묻자 눈치 없는 사내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항주 금의장의 금의옥검錦衣玉劍 심장홍이라 합니다.”
곧이어 남궁진의 전음이 들려왔다.
-형님, 대륙 삼대 부호의 하나인 금의장의 넷째 아들입니다. 금의장은 대륙제일전장과 삼대 상단의 하나인 금의상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시 뭔가 있는 놈이군!’
하긴 그 정도 배경이 없으면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했을 거다.
‘가만? 항주라면?’
내가 아는 항주가 맞나 싶어 남궁진에게 전음을 날렸다.
-항주라면 상유천당上有天堂 하유소항下有蘇抗이라는 항주?
-예, 형님. 씀씀이도 좋고 평판도 나쁘지 않아,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는 놈입니다.
맞는 말이다. 재벌 이세에 대륙 이 대 풍류도시에 본가가 있는 놈이다. 그 바닥이 다 저 놈 것이라는 뜻이니, 그 것만으로도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 할 놈이었다.
지체 없이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호법님, 저도 금의옥검 심 대협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에 실력도 모르는 자를 대장으로 모실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노괴물은 저 놈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선출했으면 좋겠느냐?”
내가 대답하려는 순간 놈이 먼저 대답했다.
“이미 한 장주께서 많은 추천을 받은 이상, 한 장주께 도전해 승부를 가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어때 다른 의견은 없는가?”
“........”
일동이 조용하자 노괴물이 날 쳐다봤다.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 듯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좋은 생각인 듯합니다.”
노괴물이 마지막으로 일동을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 상당히 형식에 집착하는 노괴물이었다.
“좋다. 그럼 누가 먼저 도전하겠느냐?”
남궁세가는 당연히 조용했다. 이때 미친 척 나섰다간 눈치 없는 놈으로 찍혀 파문감이다.
남궁진도 가만히 있었고, 나머지 네 명이 서로 눈치만 보다 금의옥검에게 시선이 몰렸다. 니가 말을 꺼냈으니 앞장서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흐흐! 지켜보다 만만하면 나오겠다는 뜻이겠지? 근데 그럴 기회가 있을까 몰라?’
난 겨우 대주 자리를 놓고 오래 투탁거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본보기로 한 놈을 아작 내어, 감히 덤비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다. 힘을 숭상하는 무인들에겐 무력이 전부니까.
무언의 압력에 굴복한 금의옥검이 포권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미천한 실력이지만 제가 도전해 보겠습니다.”
“좋다. 자리를 마련해 주거라.”
노괴물의 지시에 대청 앞 넓은 마당에 즉석 비무대가 설치되었다. 특별히 설치한 것은 아니고 일행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마련된 공간으로 걸어가 금의옥검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오래 끌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전력을 다한 일합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야 오래 싸우면 약점이 탄로 날 것 같아 한 말이다. 일초승부라면 정면대결이니 놈의 보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마주 포권한 금의옥검도 길게 해봐야 좋을 것 없다고 생각했는지 흔쾌히 동의했다. 자신이 있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라던 바이오. 검엔 눈이 없으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말을 마치고 검을 뽑아 들었다. 노괴물 앞에서 백호출동을 쓰는 것은 조금 꺼려졌다. 또 검수와 검으로 대결해 현천삼검의 위력도 확인해 보고 싶었고.
챙!
챙!
내가 검을 뽑아 들자 금의옥검은 의외라는 듯 쳐다봤다. 별호가 일권무적인데 검을 뽑았으니 이상했을 거다.
하지만 곧 검을 뽑아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나도 재빨리 첩첩무적공을 돌리며 노괴물의 현천삼검 마지막 초식인 패를 준비했다.
우우웅!
이 갑자가 넘는 내력을 검에 주입하자, 검명劍鳴이 울리고 부르르 떨며 일순 폭발하듯이 커졌다.
쩌엉!
쐐애액!
키보다 더 커진 검이 허공을 격하며 쏘아져 나갔다.
-헛! 신검합일!
누군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란 금의옥검도 전력을 다한 일 검을 떨쳐냈다.
“하앗!”
뿌아악!
콰광!
검과 검이 부딪히자 커다란 폭음과 함께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크헉!”
부웅.
답답한 신음과 함께 금의옥검의 신형이 허공으로 튕겨졌다.
“그만!”
노괴물이 다급한 고함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라 받아들었다.
휘익. 덥석.
노괴물의 품에 안긴 금의옥검의 어깨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타닥. 타다다다다.
노괴물은 재빨리 몇 군데 혈도를 짚어 지혈을 한 후, 일동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승부는 난 것 같군. 큰 부상은 아니니 걱정할 건 없다. 그럼 다음에 도전할 사람은?”
“........”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자 노괴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지금부터 네가 대주다. 대원들과 상의해 이름을 정하거라.”
“예, 호법님.”
노괴물에게 인사를 한 후, 치료를 받고 있는 금의옥검에게 다가가 포권하며 말을 건넸다.
“심 대협의 기도가 범상치 않아 전력을 다 할 수밖에 없었소. 용서하시오.”
니가 설쳐서 혼낸 거라는 말에 놈은 배알도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피까지 본 부상을 입었음에도 마주 포권까지 하며 예까지 갖추고 말했다.
“아닙니다, 정당한 비무였고 제가 부족해 입은 부상이니 대주는 신경 쓸 것 없습니다.”
대주라는 말을 듣고 순간 당황해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감격해서가 아니고 놈이 내가 아는 재벌 이 세와는 전혀 달랐고, 인성마저 올바른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좋지 않아! 제길! 이런 놈이 제일 불편한데.’
왜, 진짜, 간혹, 백만 명 중에 한 놈 꼴로 이런 놈이 있긴 있었다. 인간은 원래부터 착하다는 성선설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놈 말이다.
‘아까도 그럼?’
대주가 되고 싶어 이의를 제기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남궁세가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그런 듯했다.
‘어쩐지 재벌자식이 무공을 배웠다 했더니.......이 자식 집에서도 왕따가 틀림없겠군.’
상단일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은 성격이다. 아비가 일찍 파악하고 무공이나 가르친 모양이다. 어차피 그 정도 되는 상단이면 무공도 필요할 테니 말이다.
사실 이런 식의 바른 생활 사나이는 내게도 제일 거북했다. 적당히 때도 타고 똥도 묻은 놈이 익숙하고 편했던 것이다.
‘여태 내 주변엔 이런 놈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절대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놈이 바른생활사나이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아! 앞으로 이 놈 때문에 고생 좀 하겠는데?’
이런 놈을 대 놓고 갈구면 나만 속 좁은 놈이 된다. 또 자칫 말 한 번 만 잘못하면, 내 평판을 갉아먹게 만드는 놈이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이렇게 대 놓고 착한 놈은 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빤히 보이는 꼼수도 홀라당 속는 부류니까.
또 그런 면에는 학습능력도 떨어져 다음에 다시 당한다. 그래도 절대 모른다는 것이 함정이다.
‘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놈이 바로 이런 놈이지.’
아무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부류지만 말 조심해야했다. 대주나 된 놈이 대원보다 못난 꼴을 보여서야 면이 살지 않으니까.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뿐이오. 자, 사과하는 의미로 한 잔 살 테니 모두 함께 가십시다. 그 자리에서 대의 명칭도 정하는 것으로 하고 말이오.”
“하하하! 좋은 생각입니다, 대주!”
남궁을 제외하면 모두 남자였다. 싫다고 하는 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백호대의 대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