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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5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6화

56화. 백호대白虎隊가 어때서(1)

 

“어르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또 뭔데?”

내가 언제 부탁을 했다고 ‘또’ 라고 하는지.

“전 척살단에 선발되면 중소문파 출신들과 함께 활동하게 해 주십시오.”

“그건 안 될 말이다. 넌 당연히 남궁의 이름으로 출전하는 것이 아니더냐. 당연히 세가의 아이들과.......아! 혹시 세가의 아이들이 텃세라도 부릴까봐 그러느냐? 그건 걱정 말거라.”

정말 웃기는 소리였다. 난 지구인 전체를 왕따 시키고도 잘 먹고 잘 살 놈이다.

“세가 추천이 아닌 중소문파로 출전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세가도 한 명 더 출전시킬 수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설 수가 없지 않느냐?”

참가 목적 중의 하나가 내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니 당연한 반대였다. 하지만 내게도 계획이 있었다. 남궁세가에게 계속 끌려 다닐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도 제 성격이 조금 별나다는 것은 인정하실 겁니다. 제 성격에 세가의 자제들과 탈 없이 어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십니까? 그렇게 참을성이 있는 놈이 아니잖습니까? 괜히 욱해서 한 대 쥐어 패기라도 하면, 오히려 세가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노괴물이 대답을 멈추고 한 동안 날 쳐다보다 입을 떼었다.

“흐음........혹시 네놈은 너 만의 세력이 갖고 싶은 게냐?”

‘윽!’

정곡을 찔렸다. 요즘 잔머리가 퇴화했는지 여기저기서 털리고 있다.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노괴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왜 해보기도 전에 그렇게 판단하십니까?”

“그건 말이다. 무림에서는 비록 중소문파라도 문파와 무공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을 가장 높은 덕목으로 여기기 때문이야. 무공으로 그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야.”

노괴물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수직적인 관계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난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말이다.

“전 사황련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같은 목적아래 모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림맹을 보거라.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제각각이지 않더냐?”

“그건 구심점인 맹주가 구파와 세가의 꼭두각시라서 그런 것 아닙니까?”

“으음........”

노괴물이 침음성을 흘리며 입을 닫았다. 기회라 생각하고 정에 호소했다.

“어르신, 사내대장부로 태어난 이상 남의 신세만 지며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왕 강호에 몸을 담은 이상 한 번 뜻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으음. 고양인 줄 알고 거뒀는데 호랑이를 키운 모양이군.”

‘현천삼검 하나 던져 줘 놓고 생색은.......’

난 이날까지 혼자 잘 컸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주저 없이 아부를 택했다.

“하하! 어르신, 이왕이면 고양이보다는 호랑이 사위가 나은 것 아닙니까?”

“끄응! 다른 세가와 상의해 보마.”

“감사합니다, 어르신! 어르신만 믿고 들어가 보겠습니다.”

 

@

 

갑자기 바뀐 선발요강은 적지 않은 혼란과 원성을 샀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곧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선발 당일이 되었다.

와와!

시끌시끌. 웅성웅성.

각 구역별로 설치된 선발장은 명문대파 제자들의 모습을 구경하러 온 관람객으로 돛대기 시장과 다름없었다. 선발과정이 어찌 되었건 흥행 면에선 성공적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곳은 역시 구파일방의 선발장이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린 곳은 오대세가와 사황련의 순서였다.

선발전은 간단했다. 다섯 명씩 올라가 일 갑자의 내공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바위를 들고 열 걸음만 걸으면 합격이다.

오대세가와 중소문파 참가자들은 사천당문의 장원에 마련된 선발장에서 심사를 받게 되었다. 노괴물은 나 때문에 당문에 양보했다고 또 생색을 냈다.

난 순서를 기다리며 남궁세가의 차양막 한 쪽 구석에서 남궁과 관람했다. 중소문파 참가자들이 끝나면 오대세가의 순서였다.

무림 사정에 어두운 날 위해 남궁이 옆에 붙어 해설하는 중이었다.

남궁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오십 번째로 심사장으로 올라가는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호호! 저 사람은?”

“쟨 됐어.”

“호호호!”

백검문의 남궁진이었다. 오대세가의 방계문파도 중소문파에 속했다. 난 아예 오대세가의 방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포섭불가였다.

그렇다고 널리 이름이 알려진 중소문파에도 관심이 없었다.

‘회유가 쉽지도 않지만 어차피 선발되면 일 년 동안 같이 구를 테고.’

대신 난 아쉽게 탈락하는 자들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무공은 쓸 만한데 배경과 내공이 부족한 자들이 목표였다.

‘내공은 내가 만들어주면 되니까.’

선발전에 참가할 정도면 어느 정도는 무공에 자신이 있다는 말. 최소한 일류급은 된다고 봐야했다.

‘문제는 무공인데.’

비무가 아니라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다. 더구나 내가 자질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공에 정통한 것도 아니라 난감했다.

그래서 남궁을 옆에 앉혀, 탈락 예상자를 중심으로 해설을 부탁했다. 과연 남궁은 무림 정세에도 밝아 지봉이라 불리는 이유를 납득할만했다.

남궁진은 간신히 열 걸음을 걸어 1차를 합격하고 다음 참가자들이 올라왔다.

남궁이 심사대의 맨 좌측의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가, 선유문의 인의유검仁義柔劍 이에요. 선유문의 검법은 부드러움 속에 강맹함이 감춰져 있는 강호 일절로 소문난 검법이에요.”

마침 인의유검도 간신히 열 걸음 걷고 1차에 합격했다.

“그런데도 탈락할 것이라면 배경이 없다는 뜻이겠군?”

“예, 혈왕지사에 문주를 잃은 대부분의 문파와 비슷한 경우에요.”

지금까지 거론한 네 명의 참가자들 역시 십 년 전의 혈왕지사에서 문주와 정예를 잃은 문파의 후계자들이었다. 문파의 성세는 고강한 무공과 정예가 결정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쩝! 하필이면 그 후예들을 포섭해야 하니.......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더냐.’

선유문의 인의유검도 머릿속에 기억해 놓고 다음 참가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사람은 호북 만도문의........”

“저 자는 금룡문의 소문주로......”

그 뒤로도 다섯 명의 참가자를 언급했다. 그 중에는 1차에 합격한 자도 있고 불합격한 자도 있었다. 총 열 명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내 차례가 되어 심사대로 올라갔다.

다섯 명의 참가자가 나란히 심사대에 오르자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가 되면 시작하시오!”

준비된 바위를 보자 왜 일 갑자의 내공이 필요한지 이해되었다. 내 키만 한 바위는 폭 또한 넓어 완전히 감싸 안을 수 없었다. 규정상 양 팔만을 사용해야 해, 등짐을 질수도 없었다.

결국 손잡이도 없는 바위를 번쩍 들어야했다. 바위에 손을 흡착시키는 힘과 들어 올리는 힘이 전부 필요한 거다. 간단하면서도 내력을 측정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끙차!”

무거운 걸 들 땐 추임새도 필요한 법. 바위 밑을 잡고 용쓰는 소리와 함께 번쩍 들어올렸다.

뚜벅뚜벅.

가볍게 열 걸음을 걸어 사뿐히 내려놓았다.

쿵.

와와!

“최고다!”

단장은 못되어도 대장은 되어야 할 것 같아 눈에 띄는 행동을 한 거다. 낙하산으로 들어갔으면 실력이라도 있어야 했으니까. 남궁세가의 체면도 세워 줄 겸해서 말이다.

일반지원자의 선발이 끝나고 바로 세가에서 추천한 후보들이 심사대에 올랐다.

와아!

-지봉 남궁화 소저다!

역시 가장 인기를 끈 사람은 남궁이었다. 아쉽게도 정도제일미로 불리는 미봉美鳳 황보옥은 내력이 부족해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가의 후보들이 심사를 받을 동안 일반합격자들은 면접을 봐야했다. 하루 만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려는 빡센 일정이었다.

무림공적을 척살하기 위해 선발하는 만큼 무엇보다 단원의 인성을 중시했다. 때문에 면접으로 당락을 결정한다는 설명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에도 이런 저런 꼼수가 숨어 있었다.

면접이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세가의 후보는 전원 면제라는 특혜를 받았다.

아무리 오대세가가 정파라고는 해도 구성원 전부가 인성이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더 우스운 점은 누구하나 반론이나 의문을 제기치 않고 수긍한다는 점이었다. 하물며 구경꾼마저도.

물론 나도 항의하지 않았다. 내가 하면 내로남불이니까.

‘이런 식이라면 결국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가 하는 일은 전부 정의로운 일이 되는 거잖아?’

난 마냥 부러웠다. 세상 살기 정말 편할 테니까 말이다.

면접은 웃기게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한 명씩 이루어졌다. 이런 말을 우길 필요도 없이 당당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울 뿐이다. 마치 내가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일권무적 한 대갑 대협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당문의 무사가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다섯 명의 면접관은 모두 오대세가 사람이다. 그 중에 노괴물도 떡 하니 앉아 있었다.

자리에 앉기 전에 포권하고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면접은 자신감이 최고니까.

“합비 천하제일장의 일권무적 한 대갑이 세가의 명숙들을 뵙습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노괴물이 얼굴을 구기며 눈총을 줬다. 면접 전에 노괴물이 천하제일장과 일권무적은 언급하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에 흥미를 잃어가던 다른 장로들의 생각은 달랐다. 당돌하고 신선한 등장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당문의 장로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호오! 천하제일장의 일권무적이라. 아직 젊은 나이에 대단한 별호를 얻었군.”

“하하! 얼마 전 소호의 혈투를 지켜본 강호의 동도들이 지어준 별홉니다. 영광으로 생각하고 욕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팽가의 장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소호의 혈투?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내가 즉흥적으로 붙인 이름이니 알 턱이 있나. 잘 난 척을 이어갔다.

“얼마 전 소호에서 철혈방을 습격하는 신비세력을 격퇴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림맹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르셨습니까?”

“아! 기억나네. 그 문제라면 현재 철혈방과 사황련에서 조사 중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신비세력이라니? 자네는 뭔가 알고 있다는 겐가?”

“하하! 사건이 벌어지고 벌써 삼 개월이나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니까 신비세력이 아니겠습니까?”

노괴물은 얼굴이 벌게져 아예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이 다른 장로들에게 더 큰 재미를 주었는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황보세가의 장로가 질문했다.

“허허허! 알고 봤더니 화아의 배필이 아주 재미있는 친구로군. 그래 자네는 무슨 이유로 척살단에 지원한 것인가?”

오대세가는 직계간의 혼인을 통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한 다리만 건너가도 전부 친척관계였다. 당연히 장로들은 이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인 노괴물을 놀리는 재미가 쏠쏠 했던 거다.

“이유가 달리 있겠습니까? 무림공적을 처치해 강호의 안녕에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을 들은 황보세가의 장로가 실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예? 무슨 말씀이신지?”

“정해진 대답 말고 솔직한 이유를 말해보란 말일세.”

하지만 더 까불면 나중에 노괴물에게 맞는다. 남자는 낄 때 끼고, 뺄 땐 빼야 사랑받는다.

“선발해 주시기만 하면 강호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가만히 있던 노괴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됐다. 그만 나가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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