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5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5화
55화. 역시 세상은 다 똑같아
무광스님의 당당한 기세에 앞으로 나선 개방 장로들은 저도 몰래 한 걸음 물러섰다.
“저, 정말 이러기요!”
곧 자신들의 실태를 깨닫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떨리는 목소리마저 감출 순 없었다.
“이러면?”
무광스님은 개의치 않고 위협하듯 고리눈을 뜨며 물었다. 힘 있는 놈이 주로 쓰는 말꼬리로 되묻기였다. 왠지 같은 정파이면서도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무광스님이었다.
나와 눈싸움을 벌이고 있던 옥안개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하하! 장로님들 제자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입니다. 저 때문에 정파의 명숙들께서 얼굴을 붉혀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계율원주님께선 부디 말학후배의 안목을 꾸짖어 주십시오.”
번지르르 한 옥안개의 사과에 무광스님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다. 네 모자란 안목은 용서할 테니 그만 물러가라.”
“감사합니다. 무광대사님. 그럼 말씀대로 물러가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물러가라는 말에는 도리가 없었는지 옥안개는 장로들과 함께 물러났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잡아먹을 듯 한 눈으로 날 째려보면서.
‘새끼! 눈싸움은 안 된다니까! 어디 소림한테 뺨 맞고 나한테 눈을 흘겨.’
백호안으로 한 번 겁을 줄까 하다가 참았다. 왠지 저 놈과는 반드시 다시 부딪힐 것 같아, 밑천을 까 보이면 내 손해였다. 그래서 그냥 싱그러운 미소로 배웅해 줬다.
‘흐흐! 원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야.’
후개 일행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무광스님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저 놈이 네 놈보다 더 싫었을 뿐이니 실실 대지마라! 에잉! 도대체 개방이 어찌 되려고 저러는지. 아미타불!”
불호까지 외우는 걸 보면 꽤나 심란한 모양이다. 심기를 건드려봐야 좋을 것 없어 소림에게 말 걸었다.
“주매, 개방에 무슨 일이 있었어? 원래 저렇지는 않았을 것 아냐?”
소림이 무광스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개방이 변질되기 시작한 건, 아마 십 년 정도 됐을 거예요. 전 방주인 천의개께서........”
“승아야.”
“죄송해요, 사백님.”
무광스님의 나직한 부름에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닫는 소림이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씁쓸한 표정의 무광스님은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갑자기 가라앉은 분위기에 더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흐음! 전 방주의 죽음과 개방의 변질이라........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이곳에 넘어오고 나선 음모론에 푹 빠진 것 같다.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흑막이나 비선 등이 떠오르니까 말이다.
‘아마 내가 너무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겠지.’
@
다음날.
두두두두두.
어제 일 때문인지 무림맹을 향하는 일행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사사건건 내게 시비를 걸던 무광스님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다른 사람들도 선뜻 말을 꺼낼 수가 없었던 거다.
‘나 참! 차라리 비꼴 때가 편했다니.’
오죽했으면 나한테 시비라도 걸어줬으면 했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무광스님의 침묵은 반나절을 가지 못했다.
“네 놈이 사기만 잘 치는 줄 알았더니 간덩이도 크더구나. 감히 개방의 후개에게 이빨을 들이대고 말이야. 하긴 소림을 상대로 사기를 친 놈이니 더는 말해서 뭐해.”
“뭐,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내 반응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옆에 바짝 붙어 물었다.
“칭찬? 이놈아 너 솔직히 말해봐?”
“뭘 말입니까?”
“나 믿고 까불었지?”
귀찮아서 인정해줬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쯧쯧! 질투에 눈이 먼 놈 같으니라고.”
“그러면 음흉한 눈으로 주매를 쳐다보는데도 가만히 있어야 했습니까?”
나도 이젠 노인네에게 적응했다. 이 노인네는 내가 약올라하면 할수록 쾌감을 느끼는 가학적인 취미가 있었다.
“허어! 영악한 놈이로고! 아미타불!”
“참 나! 그게 불호까지 외울 일입니까?”
“어린놈이 입만 살아서는.”
악설을 그치지 않아도 기분이 풀려 보여, 일행도 한결 편한 여행이 되었다. 그렇게 말을 달려 일행은 무림맹이 있는 감숙성의 난주蘭州에 들어섰다.
감숙성은 신강과 청해, 몽골과 접해있고 옥문관이 있는 곳으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무림세력으로는 기련산의 기련파와 대설산의 설산파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난주성내는 이미 도착한 군웅들과 구경꾼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와아! 소림사다!
-소림성녀 주혜승이다!
일행을 알아보는 군중들이 환호하며 주위로 몰려들었다. 귀찮은 표정이 역력한 무광스님이 일연스님에게 지시했다.
“곧바로 무림맹으로 이동한다.”
“예, 원주님!”
두두두두.
난주성 외국에 자리한 무림맹 총단은 규모면으론 남궁세가나 소림사에 밀리지 않았다. 수많은 전각의 무리들이 흡사 하나의 거대한 성을 보는 듯했다.
“휘유! 니들은 땅 넓어서 좋겠다.”
나도 몰래 마음의 소리가 나왔더니 소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예?”
“아냐, 규모가 대단해서 그냥 해 본 말이야.”
“당연하죠. 아무래도 전 무림을 대표하는 곳이니까요.”
“그렇겠지. 그런데 난 남궁세가의 숙소에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서운하지 않겠어?”
“세가 대표로 출전하시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래, 내가 자주 보러 올게.”
정문의 위사에게 일연스님이 배첩을 내밀자 전원 무사통과였다. 각 문파마다 정해진 숙소가 있는지 일연스님이 앞장서 이동했다.
‘어휴! 기 죽어!’
이동하는 내내 크고 작은 전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개중에는 천하제일장보다 더 큰 장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문파 이름이 걸린 현판이 걸려 있었고.
한 시진을 계속 달린 일행은 마침내 커다란 장원 앞에서 멈췄다. 무림맹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황련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줬다.
‘아마도 정치적인 이유겠지.’
우리가 멈춰선 곳은 구파일방의 구역에 자리한 소림의 장원이었다.
대 소림. 大 少林.
말로야 대를 붙여 대 소림이라고 불러도 실제 현판에 그렇게 쓰여 있을 줄은 몰랐다.
‘저거 진짜 실화냐?’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었다. 황당해 말도 나오지 않아, 현판과 무광스님을 번갈아 쳐다보니 슬쩍 시선을 피한다.
“험험! 아미타불!”
내동 하지 않던 불호까지 외우며 돌려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동안 당한 앙갚음을 해줄 절호의 기회였다.
“무광스님, 어째 개방이 변했다고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소릴 하려거든 어서 네 놈 숙소나 찾아 가거라.”
“흐흐흐! 암요! 대 소림에 저 같은 사기꾼이 머물러서야 되겠습니까? 전 남궁세가나 찾아가 보겠습니다.”
소림이 저도 창피했는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안내할게요,”
“내버려둬라! 다 큰 놈이 설마 길도 못 찾겠느냐?”
“하하! 아무리 제가 미워도 그렇지 명색이 스님이신데 너무 야박한 것 아닙니까? 밥 한 끼도 안주고 쫓아내다니요. 안 그렇습니까, 일연스님?”
“.......아미타불!”
난데없는 훅 들어온 질문에 연신 불호만 외는 일연스님이다.
무광스님의 눈꼬리가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해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하하하! 다시 뵐 때까지 평안하십시오. 이랴! 네 주인 맞아죽기 전에 어서 남궁세가로 가자. 주매, 나중에 놀러 올게!”
히히힝!
다그닥다그닥.
사람들에게 물어 남궁세가의 장원을 찾아갔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도 구역이 달랐다. 무림맹 총단을 중심으로 구파일방, 오대세가, 사황련, 중소무가의 네 구역으로 나뉘었다.
남궁세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대세가 구역엔 달랑 다섯 개의 장원밖에 없으니까.
안으로 들어가려는 데 수문위사가 막아섰다.
“이곳은 남궁세갑니다. 배첩은 가져오셨습니까?”
“내가 이번 무림대회에 남궁세가 대푠데 전달받지 못하셨습니까?”
“아! 실례했습니다. 일권무적 한 대협이시군요. 그렇지 않아도 도착하시면 정중히 모시라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일권무적 한 대협이란다. 알아서 대우해주니 뿌듯했다. 남궁세가는 사람을 다룰 줄 안다. 괜히 천추제일이 아닌 거다.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그 중 노괴물의 모습이 보여 먼저 아는 체를 했다. 무광스님 건으로 나도 배운 바가 많았다.
“어르신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이제 도착했습니다.”
서류뭉치를 보고 있던 노괴물이 힐끗 쳐다보곤 다시 서류에 눈을 돌렸다.
“오! 어서 와라. 응?”
그러다 고개를 갸웃하며 날 다시 쳐다보곤 곁으로 다가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혹시?........먹었냐?”
한 번 힐끗 본 것으로 내력이 늘어난 것을 알아본 거다.
“예, 주매를 구해줘 감사하다며 흔쾌히 주시더군요.”
니들도 내 놓을 것 있으면 좀 더 내놓으라는 소리였다.
노괴물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재차 물었다.
“그래서 대, 소 어느 거야?”
“흐흐! 댑니다, 대.”
“히야! 네놈의 꾀병은 걸렸을 테고, 땡 중들이 슬슬 뒈질 때가 된 건가? 대환단은 외인에겐 절대 안 내놓던 물건인데 말이야.”
“흐흐! 절 외인이 아니라고 본 거겠죠.”
“흥! 네놈이 뭔가 다른 수작을 부린 건 아니고?”
“쩝! 어디 수작이 통할 사람들입니까? 그건 그렇고 무얼 그렇게 열중해서 보고 계셨습니까?”
노괴물이 보고 있던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잘 왔다. 너와도 관계가 있는 것이니 한 번 보거라.”
“저랑 관계가 있다고요?”
궁금해 얼른 받아 살펴보았다. 무림공적 척살단 선발 대전표라고 적혀 있었다.
“대전표네요?”
“사황련의 참가로 많이 변경되었으니 살펴 보거라.”
“삼개 단에 전부 구십 명을 선발하게 되었군요.”
“그렇지. 일개 단에 삼십 명씩 선발하고, 여섯 명의 호법을 두기로 했다.”
“휘유! 근데 무림공적이 그만큼 있기나 합니까?”
“세상엔 네 놈 생각보다 훨씬 더 천인공노할 악인들이 많다. 워낙 교활해 잡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데 척살단의 활동기간이 일 년이었다. 땅 덩어리는 넓은 데 비행기도 철도도 없는 시대다. 한 참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런 놈들을 일 년 안에 어떻게 다 잡습니까? 요동이나 운남 쪽으로 도주했다면 이동시간만도 몇 개월이 걸릴 텐데.”
“그래서 중원을 세 구역으로 나누어 각각 활동할 예정이다. 각 가문과 문파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고. 너는 아무 걱정 말고 성과만 올리면 된다.”
“예, 예. 시키는 대로 합죠.”
영혼 없이 대답하며 대진표에 눈을 돌렸다. 척살단 선발요강과 대진표를 살펴보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참 나!”
“왜 그러느냐?”
“이건 뭐.......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전표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 선발 형식은 비무가 아니었다.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을 증명하고 심사관의 면접이 전부였다.
그런데 더 웃기는 사실은 구파일방에는 구파일방의 제자만 참가하고, 사황련은 사황련 소속만이 참가했다. 심사관 역시 구파일방과 사황련의 명숙들이 맡았고.
단지 오대세가만이 중소문파와 같이 선발했는데 심사관이 전부 오대세가의 인물들이었다. 결국 세 개단을 구파일방과 사황련, 오대세가로 꾸미겠다는 뜻이었다.
‘이래서는 절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는 없지.’
하도 어이가 없어 노괴물에게 물었다.
“이게 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겁니까?”
“지도부에서 전부 단의 결속이나 효율을 고려해서 세운 계획이다.”
노괴물 역시 세가의 사람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럼 세가에서는 몇 명이나 선발됩니까?”
“세가 당 네 명씩 이십 명을 선발하고 중소문파에서 열 명을 뽑기로 했다.”
“중소문파 제자는 비무로 뽑습니까?”
“그렇게 불공정하게 할 수는 없지. 세가와 마찬가지로 면접을 통해 선발할 것이다.”
그럼 당연히 중소문파 중에도 빽 있는 놈들이 선발될 거다. 도대체 무슨 공정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노괴물의 표정은 당당하기만 했다.
‘말해 뭐해?’
내가 무림맹주도 아니고 정의의 사자도 아닌데 돈도 안 되는 일에 참견할 이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