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5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4화
54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놈
“어휴! 됐습니다. 근데 더는 절에서는 못 자겠습니다. 전 여기서 머무를 테니 스님들도 알아서 하십시오.”
“그거야 네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승아는 절대 안 된다.”
“그걸 왜 스님이 결정하십니까?”
“그야 내가 인솔 책임자니까.”
대꾸할 말이 없어 도와달라는 시선으로 소림을 쳐다봤다.
소림은 난처한 표정으로 무광대사를 가리키며 전음을 보내왔다.
-가가, 사백님 허락 없이는 안 돼요.
저도 마음은 굴뚝같은데 자기는 말할 수 없으니 나보고 해결 보라는 뜻이다.
-어휴! 내가 말해서 될 것 같았으면 주매에게 도움을 청했겠어? 주매가 팔에 매달려 아양이라도 떨어봐.
“이놈아! 아무리 아양을 떨어 봐도 어림없다.”
“헉!”
이 노인네는 불법감청도 가능한 모양이다.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얄미운 목소리가 들렸다.
“따라 오든지 너 혼자 객잔에 가든지 맘대로 해라.”
그리곤 말에 박차를 가하며 앞장서는 무광스님이었다.
“에휴! 앓느니 죽자.”
나도 체념하고 말에 박차를 가해 뒤를 따랐다. 만일 혼자 남는다면 소림이 상처받을 테니까.
사실 소림보다는 무광스님의 입이 문제였다. 무림맹에 가서도 내 인간성이 어쩌느니 하며 욕하고 다닐 사람이니까. 이미지 관리차원에서라도 같이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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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백련사는 낙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무승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일반사찰인데 소림과는 업무협약이라도 맺은 듯 숙식 일체를 제공했다.
그래봐야 절 방에 소채여서 애초에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소림과 밤에 몰래 빠져나가 낙양 성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풀뿌리 저녁을 먹는 듯, 마는 듯 물리고 약속 장소인 산문 앞으로 가서 기다렸다.
부스럭.
뻐꾹뻐꾹.
뻐뻐꾹. 뻐국.
시킨다고 진짜 하는 소림이다. 약속된 암호가 오가고 예쁜 암컷 뻐꾸기가 내 품으로 날아들었다.
“주매, 몰래 빠져나왔지?”
“예.”
“어서 가자. 늙은이 쫓아 올라.”
“호호, 사백께선 일찍 잠자리에 드세요.”
“꼬장꼬장한 노인네라 잠이 없을지도 몰라. 서두르자.”
“예, 가가.”
소림을 데리고 조심스럽게 산문을 벗어났다. 시간도 절약할 겸 경공을 펼치려 했다.
“노인네가 잠도 없어서 아주 미안하다.”
그때 고막을 파고드는 무광스님의 조롱에 기겁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헉!”
“사, 사백님.”
무광스님이 허공에서 내 앞으로 뚝 떨어져 내리며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야심한 밤에 아녀자를 불러 내, 무얼 하려고?”
“무, 무얼 하긴요! 주매와 함께 낙양루 구경이나 하려고 그랬습니다.”
“흐음.......그렇단 말이지. 승아야, 저 놈 말이 모두 사실이냐?”
“예, 사백. 가가께서 낙양은 처음이라고 하셔서.”
소림이 빨개진 얼굴로 대답하지 무광스님이 내게 말했다.
“그래, 그럼 앞 장 서라.”
“예? 어딜요?”
“성내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앞장서란 말이다.”
“가, 같이 가시겠다고요?”
“아니면? 같이 백련사로 돌아갈까?”
이 노인네는 사지선다四枝選多를 모르는지 양자택일만을 강요했다. 백련사로 돌아가 초저녁부터 방구들 신세를 지고 싶진 않았다.
“가, 가시죠. 앞장서겠습니다.”
휙!
낙양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소림과 무광스님도 여유 있게 뒤를 따라왔다.
낙양루에 올라 이층에 자리를 잡고 음식과 술을 시켰다. 막상 주루에 와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 무광스님이었다. 오히려 눈이 반짝반짝 하는 것을 보면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긴 십 년이나 바깥세상을 못 봤을 테니.’
아주 약간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는데 무광스님이 예의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네 놈이 그렇게 가자고 한 낙양루에 왔는데 얼굴 표정이 그게 뭐냐?”
내 시큰둥한 표정엔 이유가 있었지만 무광스님에겐 사실대로 말 할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낙양루는 중원 삼대명루의 하나로, 루에 오르면 동정호와 군산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빤히 욕먹을 줄 알면서도 머물 자고 했던 거고.
‘쩝! 그런데 위치도 하남성이 아니라 호남성이었고, 이름도 낙양루가 아니라 악양루岳陽樓였지.’
위치는 물론 이름까지 착각했던 거다. 물론 이곳 낙양루도 경치도 좋고 전각도 멋있었지만 그냥 큰 주루였다.
‘어휴! 쪽팔리게 여기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 하냐고?’
잔뜩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커서 표정이 좋지 않았던 거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더구나 이곳은 주루. 시간도 저녁 무렵이라 사람도 많았고 시끄러웠다.
‘사건이 생길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좋으련만 낙양은 소림사와 가까운 곳이다. 무광스님은 모른다고 해도 소림성녀는 알고 있는 듯했다.
주루의 사내들이 소림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속닥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소림이 지척인 곳에서 시비 걸 놈은 없다는 뜻이다.
‘하아! 술이나 먹자.’
쪼르륵.
내 잔을 채우고 무광스님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스님도 곡차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곡차는 무슨. 십 년 만에 마시는 술이니 어서 가득 따라봐라.”
“근데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꿀꺽.
한 입에 술잔을 털어 넣은 무광스님이 잔을 내밀며 말했다.
“한 잔 더 따르면.”
쪼르륵.
“스님을 뵌 지 하루가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불호 한 번 외우지 않으시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불호? 아미타불 말이냐? 내 안에 부처님이 계신데 그까짓것 아무려면 어떨까. 정히 불만이라면 외워주지. 아미타불. 이젠 됐느냐?”
‘부처는 쥐뿔. 심술 맞은 꼰대가 귀찮아서 안하는 거지.’
그래도 불호는 듣기 싫어 얼른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계속 하던 대로 하십시오.”
“알았으면 잔이나 채워.”
조금 전에 따라준 잔이 벌써 비었다.
“언제 드셨습니까? 급하게 마시면 빨리 취합니다.”
노인네가 아니라 내가 걱정 되어서 하는 말이다. 뻗으면 백련사까지 업고 가야하니까.
그때였다. 느끼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하하하! 이거 소림성녀 주 소저가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주 소저를 보게 될 줄이야. 반갑습니다.”
술을 마시던 무광스님과 난 자연히 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봤다. 화려한 비단 장삼을 걸친 청년이 우릴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청년의 시선에는 오직 소림만이 보이는 듯, 나와 무광스님에겐 일별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시선이 무척 신경을 건드렸다.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은 달랐다. 아주 음침하고 끈적끈적한 욕망이 담겨 있는 발정난 개새끼의 눈이었다. 나도 그런 눈을 많이 해봐서 확실히 안다.
‘이 새끼가 감히 내 여자에게!’
그런 눈으로 옥안개는 소림의 전신을 핥듯이 훑어 내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런 개새끼가 개방의 후개라니!’
무협지에 백이면 구십구는 의와 정을 수호하는 집단으로 그려지는 개방이다. 하지만 실제 오늘 보니 그런 것도 아닌 듯싶다.
‘하긴 사람 사는 세상에서 힘과 권력이 있다면 변질되는 것도 한 순간이겠지.’
스윽.
아무튼 나와 무광스님의 시선은 자연히 소림에게 향했고 눈으로 누구냐고 물었다. 소림이 당황한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옥안개玉顔丐라고 개방의 후개後丐에요.”
후개라는 말에 무광스님은 무심한 얼굴로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버릇없는 놈.”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이지만 나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왠지 나도 놈의 안면을 보는 순간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것이다. 매를 부르는 얼굴이 있다면 저런 얼굴이 아닐까 싶었다.
개방의 후개라면 소가주나 소문주에 해당한다. 특히 정보력이 최고라는 개방의 후개가 무광스님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당연히 먼저 인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시라도 하듯이 못 본 척 하고 있었다.
‘느끼한 말투도 재수 없지만 저 새끼 일부러 저러는 거지?’
일단 옥안개라는 별호로 알 수 있듯이 얼굴은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 물론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더구나 후개라면 거지 중에도 상거지여야 했다. 그런데 화려한 비단장삼을 입고 있었다. 물론 군데군데 기워 장삼이 더 화려해졌지만 깨끗한 비단으로 보아 일부러 기운 것이 틀림없었다.
‘최소한 거지 흉내는 내겠다는 거겠지?’
함께 오는 일행의 복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의결이 일곱 개인 것으로 보아 장로급이었다. 후개와 장로들의 복장이 거지로 보기는 지나치게 과했다.
‘내가 아는 개방과는 많이 다른데?’
저벅저벅.
멈칫.
몇 걸음 앞으로 다가온 옥안개가 걸음을 멈추더니 무광스님에게 황급히 포권 하며 말했다.
“말학후배 옥안개가 소림의 계율원주님을 뵙습니다. 일찍 알아보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정말 이제 알아본 것으로 믿을 것이다. 그만큼 옥안개의 연기는 훌륭했다.
하지만 같은 실력파 배우인 내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또 매사에 꼬투리 잡을 것을 찾아다니는 노인네의 눈도.
놈의 인사에 소림도 자리에서 일어나 옥안개 일행에게 포권 하며 인사했다.
“소림성녀 주혜승이 후개와 장로님들을 뵈어요.”
그러나 이미 심사가 뒤틀린 노인네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강호에 사는 놈이 눈이 나쁘면 일찍 뒈지는 법이다. 몸조심하고 다니거라.”
‘하! 내가 당할 때는 기분 더러운 데, 남이 당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는 아주 쏠쏠한데? 흐흐흐!’
그래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생긴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안개라는 놈은 무광스님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후배가 벌주 석 잔으로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놈은 말을 마치고 은근슬쩍 우리 탁자위의 술병을 집으려 했다. 마치 제 술처럼 말이다.
‘어라? 이 새끼가?’
한 가지가 미우면 모든 행동이 다 거슬리는 법이다. 또 전에도 말했듯이 난 놀고먹는 거지와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척!
술병에 손을 대며 말했다.
“그건 내 돈으로 산 술이오만. 벌주를 마시려면 남의 것에 손대지 말고 직접 돈 내고 사서 드시오.”
“어?”
아마 옥안개는 강호에서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봤을 거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지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놈이었다. 장로들의 얼굴도 붉게 물 들었고.
그래서 놈이 제 정신을 찾기 전에 한 마디 더 했다. 옷에 뭐라도 묻은 것처럼 탁탁 털어내며 말이다.
“아! 그리고 난 거지들과 겸상하는 취미는 없소. 행여나 얼렁뚱땅 이 자리에 앉을 생각은 꿈에도 마시오.”
“어버버.......너, 너!”
놈이 날 가리키고 부들부들 떨며 할 말을 찾는데 무광스님의 결정타를 날렸다.
“나도 없다. 실례는 용서해줄 테니 그만 물러가거라.”
병풍처럼 서 있던 장로들이 벌개진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이보시오! 무광대사! 말이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니오?”
벌떡.
무광스님이 벌떡 일어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그래, 나 무광이야! 그럼 오늘 존장에 대한 무례를 트집 잡아 똥개 한 마리 잡아볼까? 정말 그러기를 원해! 원한다면 나도 기꺼이 상대해 주지.”
박력 있고 멋있는 대사를 치는 무광스님을 보면서 난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제길! 저거 전부 내가 해야 할 대산데.’
그토록 염원했던 주루풍운이 드디어 벌어졌는데 주인공이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멍석까지 직접 깔고 나니 엄한 땡중이 올라 굿을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