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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53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3화

53화. 답 없는 동행자

 

변칙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정공을 택해야 할 듯했다.

“가전 무공을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내공을 충족하려면 반드시 대환단 이상의 영약이 필요했습니다. 속여서 죄송합니다.”

“아미타불!”

방장스님은 아무런 대꾸 없이 불호를 외웠다.

덜컥!

그때 방문이 열리며 소림이 새로운 차를 들고 들어왔다. 식은 잔을 바꿔놓은 소림은 갑자기 방장스님에게 대례를 올리며 말했다.

“사부님! 가가를 도와주세요. 부탁드려요.”

들어오다 들은 모양이다.

‘어디서부터 들었을까? 쩝! 체면 다 구겼네.’

한 참을 복잡한 시선으로 소림을 쳐다보던 방장스님이 마침내 인자한 웃음과 함께 불호를 외웠다.

“허허허! 아미타불!”

표정으로 보아 승낙의 아미타불이 틀림없었다. 환호라도 터뜨리고 싶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감췄다.

“승아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으니 먼저 돌아가 주겠나?”

“알겠습니다. 두 분이 좋은 대화 나누십시오.”

방장실을 물러나와 지객당의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흐흐! 드디어 첩첩무적권의 두 번째 초식 변을! 아니지 백호풍운이 가능해진 건가?’

방에 들어와서도 한 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이제나 저제나 소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진 정도 지나서야 소림이 돌아왔다.

“가가, 주무세요?”

“아니, 어서 들어와.”

방으로 들어온 소림의 손에는 많이 본 목함이 들려있었다. 내심 뛸 듯이 기뻤지만 지은 죄가 있어 내색할 수는 없었다.

소림은 탁자 위에 대환단을 올려놓으며 냉랭한 표정으로 딱 한마디만 했다.

“대환단이에요.”

일부러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나도 안다. 목함 위에 번쩍번쩍 대환단이라고 금색글자도 적혀있었고.

‘삐쳤군, 삐쳤어. 쩝!’

그런데도 말하는 것은 많이 삐쳤으니까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물론 소림은 대환단을 가져 왔으니 당당히 요구할 자격이 있다. 난 당연히 진심으로 사과할 것이고.

그런데 알다시피 여자에게 말로 사과하면 몇날 며칠이 걸려도 부족하다. 여자는 특수한 화법과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자의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은유에 반어법은 물론, 말꼬투리잡기 신공까지 발휘하면 부처님도 손발을 들고 화를 낼 거다. 그러면 만사 도로 아미타불. 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거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치 않아 그에 맞는 해결방법도 준비해 뒀다.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만족스런 잠자리 한 번이면 만사형통이다. 나 역시 심신을 다 받쳐 밤새 사과할 용의가 있었고.

그런데.

‘하필이면........’

장소가 좋지 않았다. 집도 아닌 절간. 방음도 안 되고 분위기마저 완전 꽝이다. 물론 이 모든 것도 뜨거운 사랑으로 극복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극복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다. 천년 사찰에 야릇한 비음과 신음이 밤새 울려 퍼져 봐라. 밤새 허벅지 찌르는 아미타불이 소실봉 전체로 울려 퍼질 거다.

‘더구나 중들은 잠도 없잖아?’

일찍 자는지는 모르지만 일찍 일어나는 것은 확실하다. 소림이 내 방에 있는 것을 알면 새벽부터 기웃거릴 거고. 결국 밤에도 안 되고 새벽에도 안 된다는 말이다.

‘에휴! 딴 방법을 쓰자.’

육체적인 사과는 깨끗이 포기하고 소림에게 말을 건넸다.

“사부님께서 별다른 말씀은 없었어?”

그렇다고 미안한 마음을 내색해선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뻔뻔하게 나가야 한다. 한 번 물러서면 끝없이 밀려나는 것이 남녀관계니까.

“예.”

역시 단답형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대답을 한다는 건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증거였다.

턱.

목함을 집어 뚜껑을 열고 잠시 쳐다봤다. 소환단 정도의 크기에 금박 입은 대환단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대환단을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소림이 당황해 손을 잡으며 말렸다.

“가가! 지금 드시면 안돼요!”

“왜?”

“약효를 완벽히 흡수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해요. 내일 무애사숙께서 도와주시기로 했으니까 기다리세요.”

맞는 말이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난 백호기 덕에 완벽히 흡수할 수 있으니까. 도움을 받는 편이 오히려 손해였다.

더구나 난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똥이 되어도 내 뱃속에서 똥이 되어야 후회가 없다.

“하하하! 그건 걱정 말고 흡수하는 동안 호법이나 서 줘.”

쏙.

우걱우걱.

바로 입에다 넣고 잘게 씹었다. 영약을 먹을 때는 저작운동이 상당히 중요하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약발이 잘 받는다.

“가가!”

소림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쳐 불렀다.

“괜찮아. 잘 지켜보기나 해.”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층층무적공을 운용했다.

꿀꺽.

입안에서 침과 섞여 곱게 다져진 대환단은 식도를 타고 넘어가며, 심장에 꽈리를 틀고 있던 백호기를 자극했다.

츠츠츠츠.

백호기는 식도를 타고 넘어오는 대환단에 착 달라붙어 약효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쪽쪽 빨아들였다.

스스스.

마침내 모든 약효를 흡수한 백호기가 단전으로 향했다. 단전에 모여 있는 내력과 합체해 층층무적공의 구결대로 대주천을 마치고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씽씽.

단전에서 내력과 합체한 백호기가 무서운 기세로 전신대맥을 누비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열두 바퀴. 십이주천을 마친 백호기와 내력이 다시 단전으로 모여들었다.

스르륵.

내력을 단전에 풀어 놓고 제 자리인 심장으로 향하는 백호기.

‘어라? 이 놈 봐라!?’

움직임이 이상했다. 살이 찌기라도 한 듯 더 빵빵해진 몸짓으로 느릿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만?’

단전의 내공을 살폈지만 아직 내공의 양을 측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충 늘고 준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많이 늘 긴 늘었는데.......’

보통 소림의 대환단을 복용하면 일 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때는 외부의 조력과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황에서다.

‘그래도 팔, 구 할에 불과하지.’

실제로 완벽하게 흡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백호기를 통해 정제하는 난 한 방울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계산상으로 원래 있던 구십 년에 대환단의 칠십년 정도를 더해 백육십 년, 거의 삼 갑자에 육박하는 내공이 있어야 했다.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은데?’

단전에는 이 갑자가 조금 넘는 정도의 내공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하더니.......내가 당할 줄은.’

백호기를 돌려 토해놓게 하려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놈이 욕심은 있어도 괜한 욕심을 부리는 놈은 아닌데?’

내 생각을 읽었을까? 주춤 거리던 백호기가 돌연 전신 피부 속으로 스며들더니 곧 사이비 호신강기를 만들었다.

번쩍!

화악!

“어머!”

전신으로 청광이 터져 나오자 소림이 경탄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운공중이라는 것을 깨닫곤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오호라! 이 자식이 몇 번 당하더니 안 되겠다 싶었나보군!’

절정 이상 특히, 초절정의 공격에는 백호기도 손상을 입었다. 때문에 주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감히 주인의 것에 손을 댄 것이고. 영악한 놈은 내가 토해내라고 할까봐 얼른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알았어, 인마! 토해놓으라고 안 할 테니 그만 들어가.’

전부 뺏어 와도 삼 갑자는 안 되는 내공이다. 어차피 삼 초식을 못 쓴다면, 두 번째 초식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럴 바에야 방어력 증강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었다.

팟!

번쩍이든 청광이 사라지고 백호기는 심장으로 돌아갔다. 가만히 눈을 뜨자 경악한 표정의 소림이 보였다.

눈을 찡긋하며 짓궂은 얼굴로 말을 건넸다.

“어때? 괜찮았지?”

와락.

“가, 가가! 놀랐잖아요. 대체 가가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덥석 품에 안겨 묻는 소림의 목소리엔 어느새 냉기는 빠져 있었다.

“흐흐! 확실히 난 약발이 잘 받나봐. 다 주매 덕분이야.”

쪽!

가벼운 입맞춤으로 불화의 종지부를 찍었다.

 

@

 

“어때, 사기 쳐서 먹은 영단이라 더 맛있었지?”

옆에서 시종 깐족거리는 땡중은 무려 방장의 사형이자, 소림의 계율원주인 무광無狂스님이다. 법호에 미칠 광자를 쓸 수도 있고, 버젓이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 사람 때문에 알게 되었다.

‘소림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지. 그런데 더 놀라운 반전은 이 땡중이 현존하는 소림의 최고수라는 점이지. 쩝!’

나이 사십 중반에 이미 화경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 바로 무광스님이었다. 그로부터 이십 년도 더 지난 지금, 그의 경지는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

‘구공口功은 이미 현경을 넘어 부처님도 씹어 먹을 경지고.’

무광은 스님답지 않게 직설적이고 단어 구사에 거침이 없었다. 그 때문에 방장이 되지 못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도 나이 칠순이 넘은 사람이 방정맞기는.’

소림 방장이 조근 조근하게 사람을 잡는 다면 무광스님은 대놓고 까발리는 성격이다. 방장과는 다른 면으로 불편한 상대였다.

계속 치근대는 소리가 거슬려 볼 멘 소리로 응수했다.

“쩝! 대 소림사의 계율원주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지 싶습니다만?”

“인마! 네 놈이 소림의 제자였다면 똥에서 사리가 나올 때까지 면벽행이야. 운 좋은 줄이나 알아. 승아는 이런 놈이 뭐가 좋다고 코가 꿰여서는. 에잉!”

소림사를 벗어나서 여태 아미타불 한 번 외우지 않는 무광스님이다.

“주매가 소라도 됩니까. 코는 누가 꿰였다고 그러십니까?”

무광스님이 내 옆에 착 달라붙어 헤실 거리는 소림을 가리키며 고리눈을 뜨고 말했다.

“아니면? 승아는 원래 무공밖에 모르던 아이야. 틀림없이 네 놈이 뭔가 수작을 부렸으니 저렇게 변한 거고.”

예전에 친구엄마에게 많이 듣던 소리다. 우리 아들은 착한데 친구 잘 못 만나 변했다고.

‘이런 사람을 책임자로 선정하는 걸 보면 소림의 명성도 예전만 못한 것이 아니야?’

그런데 그렇지는 않았다. 소림은 현재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번 무림대회에 소림은 무광스님을 책임자로 사대금강四大金剛 중의 한 명인 일원一圓스님과 소림이 출전한다. 호위로는 십팔나한 중의 열 명이 참가했고.

‘아무리 십 년만의 축제라고 해도 과하지, 과해!’

웬만한 중소문파 한두 개는 찜 쪄 먹을 전력이었다. 이번 기회에 강호에 소림의 위명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틀림없었다. 오랜 평화는 기억을 흐리니까.

듣고 있던 소림이 내 귀에 속삭였다.

“가가, 사백께서 십 년만의 외출이라 기분 좋아서 그러는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두 번만 기분 좋았단 싸움 나겠다. 저런 사람이니까 소림도 차마 밖으로 돌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한 살이라도 어린 내가 참아야지.”

나도 속삭였는데 노인네가 귀까지 밝았다.

“이 놈아! 참긴 누가 뭘 참아? 대환단도 삼켰는데 한 번 붙어 보던가?”

진짜 그러고 싶었는데 희번덕거리는 눈알을 보니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봐주는 것 없이 진짜 전력으로 때릴 것 같아서다. 화경의 고수에게 맞으면 굉장히 아플 테니까.

“........”

대답하지 않고 애꿎은 말만 달렸다.

두두두두두.

소림사에서 천년고도 낙양까지는 멀지 않았다. 아침에 출발해 부지런히 말을 달리자 저녁 무렵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낙양에 입성했지만 일행은 그 유명한 낙양루洛陽樓를 지나치고 있었다.

무광스님과는 말을 섞기 싫어 인연이 있는 일연스님에게 물었다.

“어? 그냥 지나가십니까?”

“오늘은 백련사에서 머물 것입니다. 아미타불!”

난 오늘도 절에서 자긴 싫었다. 혹시 경비 때문에 그런가 싶어 조용히 말했다.

“스님, 경비 때문이라면 제가 내겠습니다. 신세진 것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빡!

갑자기 뒤통수에 격렬한 통증이 왔다. 어느새 옆에 무광스님이 와 있었다.

“중이 절 놔두고 객잔은 왜?”

“아! 정말! 왜 사람을 때리십니까?”

“불만 있으면 덤비라니까? 혹시 알아, 한 방 맞고 뻗으면 한 알 더 줄지.”

나도 뒤끝 있지만 무광스님은 더 했다.

“진짜 스님 맞습니까?”

“왜 내가 너처럼 사기라도 치는 것 같아?”

말이 안 통하는 무광이다.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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