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5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52화
52화. 뛰는 놈 위에 나는 스님.
합비를 떠난 지 이십일 만에 일행은 허창許昌을 지나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에 도착했다. 남궁세가는 이곳에서 헤어져 낙양을 지나 무림맹으로 향할 것이다.
관도의 갈림길에서 떠나가는 남궁세가를 배웅했다.
“어르신, 화매를 잘 부탁드립니다. 맹까지 살펴 가십시오.”
노괴물은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일연스님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화아는 걱정 말고. 넌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한 몸으로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알았느냐!”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니지만 소림을 쳐다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내가 공략해야 할 사람은 일연스님이 아닌 소림이니까.
“예, 명심 하겠습니다.”
“가가, 몸조심하세요.”
“하하, 내가 죽으러 가? 소림사에 들러 인사만하고 바로 갈게.”
남궁과도 아쉬운 이별을 마치고 드디어 대 소림에 당당히 들어갔다. 마차는 들어갈 수 없어 소림의 부축을 받으며.
소림사는 숭산 소실봉의 중턱에 위치했다. 소림사란 이름 자체가 소실봉의 북쪽 숲에 있는 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산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니 웅장한 목조건물이 나타났다.
“가가, 이곳이 본전이고 앞에 있는 상석床石이 학승學僧들이 권법을 수련하는 곳이에요.”
“오오! 바로 여기구나!”
“예? 가가께서 이곳에 와 본 적이 있어요?”
와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나 방송으로 본 적이 있었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넓어서 놀란 거야.”
무얼 봐도 예상보다 크고 넓었다. 이곳이 대륙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듯싶었다.
본전을 지나 경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전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림이 신이 나서 건물들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가가, 이곳이 그 유명한 장경각이고, 저곳은 양심당 그리고 저곳은 계율원이에요.”
“역시 대단하군.”
영혼 없는 대답에도 소림은 신이나 설명을 계속했다.
“가가, 세월이 지나면 건물이 늘어나 지금은 북쪽 숲만이 아니라 소실봉 전체가 소림사라고 보면 돼요.”
“아무렴 구대문파의 태산북두라고 불리는 소림인데 당연하겠지. 조금 더 지나면 숭산 전체가 소림사가 될 거야.”
“호호! 제 생각도 그래요.”
칭찬인 줄 알고 자랑스러워하는 소림은 이렇게 뇌가 청순해서 참 좋았다.
“가가, 저기 보이는 건물이 지객당知客堂이에요.”
“그럼 오늘 나도 지객당에서 머무는 거야?”
“예, 일반인들에겐 그곳이 편할 거예요. 일단 숙소에 짐을 두고 다시 안내할 게요. 제가 안내할 테니 사형들께서는 먼저 가보세요.”
“흠흠! 아미타불.”
자리 좀 피해달라는데 사형들은 눈치 없이 미적거렸다. 중들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파계해도 연애는 힘들 사람들이다.
“어서요!”
결국 소림이 빽하고 소릴 지르자, 그제야 불호를 외우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아마도 호젓한 산사에 둘만 남겨놓고 가기가 불안했나보다.
“그럼 한 장주, 나중에 보세. 아미타불!”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대충 짐을 풀자 소림이 다시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가가, 힘 들어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소림엔 뛰어난 의승醫僧도 많고, 정 안되면 제가........”
못 다한 말은 ‘대환단을 구해 올게요.’ 일거다. 난 힘들지만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맥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주매, 너무 걱정하지 마. 내상이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낫는 법이야. 그보다 경내는 나중에 구경하고 잠깐 쉬었으면 좋겠는데 안 될까?”
“아! 그래요. 사부님은 나중에 뵙는 것이 좋겠어요. 일단 조금 쉬고 계세요. 제가 사부님께 말씀드리고 올 게요.”
세상에 소림사 방장과의 면담을 뒤로 미루잖다. 마치 신입사원이 재벌총수를 기다리게 하는 격이다. 내가 아프다니까 사형은 물론 이젠 사부까지도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주매가 잘 말씀드려 줘.”
“걱정마세요. 사부님께서는 이제껏 제 말을 안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그랬을 거다. 소림의 집안도 대단한 것 같고, 무엇보다 무한한 사랑을 받고 지냈을 거다. 그래서 나이보다 철이 없는 것일지도.
솔직히 난 소림이나 남궁의 진면목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나와 함께 있을 때는 순백의 뇌를 자랑하는 애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거다.
‘아무리 배경이 좋다고 해도 설마 그런 애들을 성녀니 지봉이니 하고 부를 까?’
실제로 칠룡오봉이면 전부 열두 명이다. 그런데 구대문파 오대세가만 해도 열 넷에, 마교와 사황련도 있다. 실제로 칠룡 중의 셋과 오봉의 둘이, 마교와 사황련 소속이었다.
집안 좋고 배경 있다고 다 칠룡오봉이 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그 말은 곧, 내가 본 것이 얘들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다녀와. 난 여기서 쉬고 있을게.”
“예, 가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자꾸 징징대는 거다. 대환단 정도의 영약은 웬만해선 절대 내어놓지 않을 테니까.
‘방장도 최대한 늦게, 짧게 만나는 편이 좋고.’
불편한 자리는 짧을수록 좋다. 고기도 안 주는 이런 곳에서 며칠씩이나 머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왔다.
웅성웅성.
얼마 지나지 않아 밖이 소란스러웠다. 이곳은 보통 절도 아닌 대 소림이다. 소란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곳이다.
“뭐지?”
의아한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는 데 소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가, 들어가도 괜찮아요?”
“응, 들어와.”
벌컥.
우르르
방문이 열리고 소림의 뒤를 따라 네 명의 스님들이 들어왔다. 혹시 방장이 찾아 온 건 아닌가 하고 당황해 물었다.
“주매, 이 분들은 누구?”
“약의당藥醫堂의 당주님이신 무애스님과 제자분들이세요.”
약의당이란 이름만 들어도 뭐하는 곳인지 알 것 같았다. 날 진맥하고 치료하러 온 거다.
당주인 무애스님의 법호는 방장과 같은 무자 항렬. 그렇다면 대환단의 향방은 바로 무애스님의 손에 달려있었다.
자세를 바로 잡으려는 척 하며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힘겨운 모습을 보여줬더니 무애스님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미타불! 아니네, 그대로 누워있게. 내가 진맥을 해 볼까 하는데 괜찮겠나?”
망설이지 않고 팔을 내밀며 대답했다.
“이렇게 까지 신경을 써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미타불!”
무애스님이 맥문을 잡으며 진기를 흘려 넣었다.
‘흐흐! 스님, 세수경을 통째로 외운 접니다.’
이미 백호기로 내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게 몇 군데 기혈을 막아놓았다.
“으음! 아미타불!”
진기를 흘려 진맥을 하던 무애스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럴 리가 없는데?’의 불호를 외웠다.
“무애사숙, 가가의 내상이 심각한 가요? 그런 거죠?”
소림이 큰일이라도 난 듯이 호들갑을 떨며 묻자, 무애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허허! 승아야. 기혈에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소림의 약의전에서 고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란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미타불!”
어느새 훌쩍 커서 품을 벗어나버린 소림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에 씁쓸했던 것이다.
“사숙, 곧 열릴 무림대회에 참가하려면 시간이 별로 없어요. 정 안되면 대환.......”
“어허! 주매! 그 무슨 실례되는 말을.”
소림이 대환단을 말하려는 순간 말을 끊었다. 딱 대환 까지가 좋았다. 대환 점, 점, 점으로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아들었다.
이쪽에서 선택하면 강요고, 상대방이 선택하면 호의가 되는 거다. 이쯤에서 염치를 찾아야 소림과 내가 미움을 덜 받는다.
“승아야, 내 반드시 방법을 찾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미타불!”
답답한 아미타불로 말을 맺는 무애스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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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먹고 나서 소림과 함께 방장을 만났다. 소림방장 무아스님은 고희古稀에 가까운 나이라고 들었는데 보기에는 오십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흐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일까?’
소림방장이 곧 소림사의 최고수라는 말은 아니다. 전대 방장도 있을 테고, 더 뛰어난 무위를 사형제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만난 현역 중엔 가장 강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나와 소림이 자리하자 방장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몸도 불편한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네. 아미타불!”
“괜찮습니다, 소림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한결 좋아진 듯합니다.”
“허허! 생명의 은인인 시주에게 감사는 못 할지언정, 못난 제자들의 호승심으로 큰 실례를 범했네. 다 사부된 내가 못난 탓이니 용서하시게. 아미타불!”
“아닙니다. 무인은 실력으로 말하는 법. 전부 실력이 부족한 제 불찰이었습니다.”
방장스님과 한 두 마디 나눈 뒤, 난 인생 최대의 강적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장스님의 어린애처럼 맑고 깊은 눈동자가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했다.
소림방장은 현재의 나와는 격이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도 아랫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나, 이치에 맞게 조근 조근한 화법은 나와는 완전히 극성이었다. 난 상대방의 실수를 트집 잡아,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후 방장스님은 더 이상 부상이나 비무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당연한 호구조사나 소림과의 문제로 대화를 나누며 내 인성을 살피는 듯했다.
한 마디 한 마디 진땀나는 대화를 이어가던 중 방장스님이 소림에게 말했다.
“승아야, 차가 다 식었구나. 새로 끓여다 줄 수 있겠느냐?”
“예, 사부님.”
소림을 내보내고 둘이 할 얘기가 있다는 뜻이다.
‘어! 나가면 안 돼! 나가지 마!’
무슨 얘기가 나오든 나에게 유리한 얘기는 아니라는 감이 왔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한 소림은 일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소림이 나가자 방장스님이 그 맑은 눈으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대환단이 시주에겐 반드시 필요한 건가?”
갑자기 돌직구가 날아왔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다 알고 있는 듯한 시선을 마주하곤 당황해 말꼬리를 흐렸다.
‘제길! 이러면 시인한 것과 다름없잖아.’
아니나 다를까 방장스님은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허허! 시주를 탓할 생각으로 하는 말이 아닐세. 일연에게 비무 당시의 상황을 듣고 생각해 봤을 뿐이네. 대력금강장은 강맹함보다는 제마制魔, 제사制邪의 효과가 있는 장법이네.”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난데없이 제마, 제사라니. 재수 없으면 혹 떼려다 붙인다고, 자칫 마인魔人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제가 마인이라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허허! 그래서 약의전 전주를 보내 내력을 살폈지. 신묘한 기운을 품고 있긴 하나 조금의 마기나 사기는 없다고 했네.”
“휘유! 다행이군요. 전 꼼짝없이 마인으로 몰리는 줄 알았습니다.”
나도 몰래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림방장이 마인이라고 하면 꼼짝없이 마인이 되는 거니까.
소림방장이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소림을 상대로 사기까지 치면서 대환단을 얻으려는 이유가 뭔가?”
완전히 뽀록났다. 그 말은 더 이상 아픈 척, 약한 척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방장스님, 사기라니요?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그냥 장난이었을 뿐입니다.”
이 상황에 무슨 변명을 하랴.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장난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허허허! 사실 전에 시주가 승아를 구했다는 연통을 받고 뭔가 보답을 하려고 했네. 실제로 대환단이 중하기는 하나 승아와는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아직 완전히 날아간 것은 아니라는 희망을 가지고 대답했다.
“하하! 인명재천이라고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그래 다시 한 번 묻겠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대환단이 필요했던 건가?”
마지막 질문이 왔다. 내 대답 여하에 따라 대환단의 향방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오늘내일 하시는 할아버지가 있다고 할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부모님이?
그도 아니면 죽어가는 형제가 있다고 할까?
별별 생각이 들었지만 전부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쩝! 이제라도 솔직히 말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