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4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6화
46화. 방귀 뀐 놈이 성질내기
멀리 창룡무가가 보였다. 시간은 축시를 넘어 막 인시寅時로 접어들고 있었다. 몇 곳은 불이 밝혀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시커먼 암흑 속에 있었다.
담을 넘기 위해 으슥한 곳으로 이동해, 품에서 복면을 꺼내 상 장로에게 건넸다.
“쓰시오.”
“언제 이런 걸 다?”
“상비품이오. 무림인이라면 보통 이런 거 한 두 개씩은 품에 들고 다니지 않소?”
살다보면 내 얼굴이 필요 없을 때가 제법 된다. 예전엔 호랑이 탈을 쓰고 다닌 적도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복면으로 바꿨을 뿐이다.
상 장로가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왜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먼저 복면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살다보면 얼굴을 감춰야 할 때가 있는 법이라오. 어서 쓰시오.”
“허허! 사내는 모름지기 정정당당해야 함을.”
쓴 웃음을 지으며 복면을 쓰는 상 장로에게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내놓고 사고치고 다니면 예전처럼 다구리를 피하지 못하는 법이오. 한 번 당해보고도 아직 그런 간단한 이치도 깨닫지 못했다니 안타까울 뿐이오. 다 내 마음만 떳떳하면 그만이오.”
“.........”
상 장로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마 복면안의 얼굴은 새빨개졌을 거다. 복수를 한답시고 만천하에 얼굴을 공개하며 혈겁을 일으켰으니 정사마가 한데 뭉친 거다.
솔직히 나 같았으면 정파에 복수할 때는 복면하고 갔을 거다. 그러면 최소한 정사마가 연합하지는 않았을 테니. 연합을 하더라도 최대한 지연시켰을 거다. 그러다 보면 수가 생길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멍청했던 거지.’
더 얘기해 마음 상하게 할 생각은 없어 먼저 몸을 날리며 말했다.
“자, 갑시다.”
휙!
턱.
소리 없이 담을 넘어 청력을 기울여 주변을 탐색했다. 아무도 없는 듯해 상 장로에게 전음으로 지시하며 제일 커다란 전각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일단 제일 큰 전각으로 이동합시다.
스스슥.
창룡각.
제일 큰 전각이긴 한데 불이 훤히 밝혀져 있었다.
-장주, 십여 명의 인기척이 들립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집무를 보는 곳인 듯하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전음을 배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날 따라오는 상 장로의 몸놀림이 심상치 않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내공이 있었던 거야?’
말했듯이 모든 무공이 기승전 내공이다. 같은 신법을 사용해도 내공이 많은 놈이 빠르다.
그런데 본신 내공의 육 할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 장로가 나를 따라오는데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신법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달리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세상은 넓고 무서운 놈들은 많다 라는 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며 내원으로 잠입했다. 몇 몇 경비무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으나 나와 상 장로를 발견할 실력은 못됐다.
-상 장로, 이곳 경비가 제일 삼엄한 것으로 보아 가주전이지 싶은데 지붕에 올라 망 좀 봐주시오.
-망이요? 함께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우린 지금 정문으로 쳐들어 온 것이 아니라 은밀히 잠입하는 중이오. 한 사람은 망을 봐야 할 것 아니오?
-끄응! 알겠소이다, 장주.
아무래도 혈왕과 난 스타일이 많이 다른가 보다. 상 장로의 불만이 쌓여가는 듯했다. 하지만 잘 됐으면 몰라도 망한 혈왕을 벤치마킹해서 무엇 할까.
난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련다.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오늘의 결과. 창룡무가주의 죽음. 그걸로 충분하지. 암!’
스슥. 스르륵.
불이 꺼진 전각으로 잠입했다. 각 시대별로 유행하는 건축형태가 있어 이곳도 전각의 구조는 비슷했다. 침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여긴가?’
침실로 생각되는 곳의 문 앞에 서 실내를 살폈다. 낮고 규칙적인 두 개의 호흡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는 마누라겠군. 아니면 첩이든지.’
스르륵.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표현하는 하루 중에 가장 어두울 때다. 달빛조차 없어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흐릿하게 형태정도는 보였다. 형태와 숨소리에 의지해 침상으로 접근했다.
‘이 새끼가 맞나?’
여기까지 와서 엉뚱한 놈을 죽일 수는 없는 일. 창룡무가주 본인임을 확인해야 했다.
스르릉.
한 손에 장검을 뽑아 들고 심장을 겨누고, 한 손엔 라이터를 들었다.
띵!
화악!
맑고 경쾌한 듀퐁음과 함께 불꽃이 일었다.
“맞네!”
평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창룡무가주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검을 내리꽂았다.
슈욱!
번쩍.
갑자기 눈앞에 불꽃이 일자 창룡무가주가 눈을 번쩍 떴다. 일순 내 얼굴을 봤는지 동공이 확대되며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 순간 검이 심장에 박혀 들어갔다.
푸욱!
“너..욱!”
“그래, 나다.”
재빨리 검을 뽑아 들고 창문을 부수며 전각 밖으로 몸을 날렸다. 잊지 않고 지붕위의 상 장로에게도 큰 소리로 고함치며 어둠 속으로 줄행랑을 쳤다.
“튀어!”
휘익.
“적이다!”
“잡아라!”
곳곳에서 창룡무가의 무사들이 튀어 나와 나를 뒤쫓았다. 하지만 창룡무가주가 죽은 지금, 이곳에 나를 따를 만한 고수는 없었다. 그걸 알기에 일부러 소리를 지른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추격대와의 거리는 벌어졌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자 상 장로가 옆에 따라 붙으며 볼 멘 소리로 물었다.
“장주, 갑자기 소리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은밀하게 잠입한다고 하지 않으셨소이까?”
“나올 때도 은밀하게 나온다고는 하지 않았소.”
“그럼 왜?”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었소. 가면서 설명해 줄 테니 서두릅시다.”
말을 끝내고 속도를 올렸다. 상 장로는 무난하게 따라오며 물었다.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다 하심은?”
잔머리 잘 굴리는 남궁진이나 광견이 같으면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거다. 그래서 걔들이 편한 거다.
하지만 혈왕을 따라 우직하게 사로死路를 걸었던 상 장로에게까지 잔머리를 기대할 순 없는 일. 피곤해도 하나하나 설명하는 수밖에.
“우리는 심증과 함께 증거도 가지고 있소. 하지만 놈들은 증거는 없어도 심증은 가지고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만?”
“우선 창룡무가는 당장 멸문을 시킬 수도, 내가 먹을 수도 없는 곳이오. 그 점은 알고 있소?”
“대충은.”
창룡무가는 구대문파의 일좌를 놓고 다루는 황산파의 속가문파다. 황산파가 무너지지 않는 한, 내겐 그림의 떡이다.
“때문에 시비는 붙어도 끝장을 볼 수는 없다는 말이오.”
“하면 이번 일은 황산파에서 본장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닙니까?”
“물론 내가 창룡무가주를 죽였다면 그랬을 것이오.”
“그럼 살려두셨습니까?”
상 장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했지만 사람들이 전부 나 같을 수는 없는 법. 차근히 설명했다.
“물론 죽였소. 하지만 그건 놈들의 심증일 뿐. 증거가 없지 않소?”
“그야 그렇지만.”
“그래서 나도 준비한 것이 있소.”
“준비를 하다니요? 그게 뭡니까?”
“장원에 가보면 알 것이오. 서두릅시다.”
멀리 환하게 밝은 천하제일장이 보였다. 문 앞에는 남궁진과 광견이가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휘리릭. 척.
그들 앞으로 떨어져 내리며 먼저 광견이에게 포권하며 인사했다.
“야심한 시각에 나와 주신 점, 진심으로 임 방주님과 철혈방에 감사드리오.”
“호호! 장주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으셨는데 제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흉수를 잡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다행히도. 진 아우,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봐라, 이곳으로 끌고 와라!”
남궁진이 장원을 향해 지시하자 장원 문이 열리며 병장기를 든 일단의 무리가 나왔다. 그들은 바로 백검문의 정예들로 제압당한 자객을 앞세우고 있었다.
그들을 일별하고 나서 남궁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만 가자.”
“예, 형님! 백검문도는 들어라! 정파의 탈을 쓰고 비겁한 암수를 쓴 창룡무가를 벌하자! 나를 따르라!”
“충!”
남궁진이 백검문도를 이끌고 앞 장 섰다. 난 상 장로와 광견이와 함께 뒤를 따랐다.
광견이가 눈으로 상 장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장주님, 옆에 계신 분은?”
“본장의 장로원주시오. 상 장로 인사하시오, 철혈방의 임옥군 방주시네.”
“반갑습니다. 상 장로라고 불러주시오.”
뻣뻣한 상 장로의 태도에 광견이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호호! 천하제일장에는 장주 외에도 흥미로운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철혈방의 임옥군이에요. 반가워요.”
두 사람이 길게 얘기를 나눠봐야 좋을 일이 없어 끼어들었다.
“상 장로, 임 방주께서는 오늘 일에 증인이 되어 주시기로 했소.”
“호호! 맞아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똑똑히 지켜보고 강호인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 바로 제가 맡은 일이죠. 천하제일장주께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에요.”
얘기는 이미 끝났건만 날 난처하게 하려고 하는 말이다.
“꾸미긴 내가 뭘 꾸민단 말이오? 임 방주께선 눈으로 본 일만 증언해주면 될 것이오.”
“호호호! 그러죠, 뭐. 앞으로 볼 일만 말이에요.”
아직도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 상 장로가 물었다.
“장주님, 이대로 창룡무가를 치실 겁니까? 아까는 창룡무가를 쳐도 얻을 것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대답은 광견이가 했다.
“호호! 상 장로님께선 아주 순진하시군요. 구렁이 같은 장주님께선 창룡무가를 치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말입니다.”
“예? 그러면 왜 이렇게?”
“한 장주는 서로 피해자라고 우기려는 것이 아닐까요? 공식적으로는 말이에요. 그래서 한 밤중에 저까지 불러 낸 것이지요. 안 그래요? 한 장주님.”
“임 방주의 말 그대롭니다.”
곧 창룡무가의 무인들과 도중에 만나게 될 것이다. 난 자객을 증거로 창룡무가를 추궁할 것이고, 그들도 가주의 죽음을 내 짓으로 돌릴 것이다.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싸움이 벌어진다. 물론 싸우면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말했듯이 얻는 것이 없었다. 애꿎은 피만 흘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난 화해를 위해 쳐들어가는 거다. 그리고 지금 합비에서 중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철혈방주인 광견이 밖에 없다.
광견이는 사람이 조금 이상해도 합비 삼대세력인 철혈방의 방주니까. 광견이의 발언엔 힘도 있고 공신력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오늘 일은 창룡무가주와 내가 정체불명의 세력에 동시에 습격을 받은 것으로 정리될 것이다. 창룡무가주는 불행히 암습에 당했고, 난 다행히 물리친 것이 다를 뿐이다.
물론 실제로 자객을 보낸 창룡무가는 터무니없는 조작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을 인정하는 꼴이니까.
어쩔 수 없이 광견이의 중재를 받아들이고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이번 사건이 이렇게 미봉책으로 끝나면 앞으로 나와 청룡무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광견이도 그 점을 노려 나를 돕는 것이고.
그 사이 선두의 남궁진이 창룡무가의 무인들과 마주쳤는지 문도들을 향해 명령했다.
“창룡무가 놈들이다! 모두 검을 뽑아라!”
챙! 챙! 챙!
“적이다!”
챙! 챙! 챙!
창룡무가도 우리를 발견하고 검을 뽑아들었다.
“갑시다. 나머지는 부탁하오, 임 방주.”
광견이에게 고개를 끄떡하고 선두를 향해 몸을 날렸다.
“호호. 나머지는 맡겨두고 어서 가보세요. 저러다 진짜 싸움 나겠어요.”
창룡무가와 백검문은 관도에서 십여 장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창룡무가의 선두는 창룡검대주였다.
선두의 남궁진 옆으로 착지하며 창룡무가를 향해 소리쳤다.
“백리흔 나와! 정파라는 새끼가 치사하게 자객을 보내!”
백리흔은 창룡무가주의 이름이고 이미 내게 죽었다. 내 고함소리에 창룡검대주의 뒤에 있던 늙은이가 움찔했다.
‘저 늙은이는 알고 있었군!’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창룡검대주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한 장주, 그게 무슨 소리요? 가주님께 자객을 보낸 것은 당신이 아니요!”
표정을 보아하니 창룡검대주는 정말 사정을 모르는 듯했다.
‘하긴 명색이 정판데 자객을 보낸 일을 대 놓고 하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