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4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5화
45화. 갈 거요? 말거요?
내상을 입었는지 광견이의 안색이 조금 창백했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문제가 있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한 마디 했다. 여자는 잔잔한 관심에 감동한다고 하니까.
“괜찮냐?”
“뭐가?”
“내상 입은 거 아니냐고?”
“왜? 내상 입었으면 영약이라도 줄려고?”
“아니면 말고.”
‘감동은 쥐뿔!’
잠시나마 여자로 본 내가 잘 못이었다. 위아래가 갈렸다고 바로 고분고분해지면 광견이라 하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아직 틱틱 거리기는 해도 기세는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최소한 욕은 하지 않으니까.
광견이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물었다.
“다 시끄럽고 빨리 돈 얘기나 해봐. 뭔데?”
“그럼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안휘표국 니들이 작업하는 중이냐?”
“뭐야? 갑자기.”
“니들이 작업하는 것이 아니면 내가 인수할까 해서.”
광견이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물었다.
“호오! 이것 봐라? 어디서 굴러온 지도 모르는 놈이 밤거리에 이어 표국 사업까지 하겠다고?...... 만일 그렇다면?”
“다른 걸 알아보던지 하나 차리든지 하지 뭐.”
무심한 척 말했지만 역시 믿지 않는 광견이가 턱도 없다는 듯이 물었다.
“호호! 그러셔? 그럼 아니라면?”
“니들 빚 갚아주고 안휘표국주와 협상을 해봐야지.”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광견은 배꼽을 쥐고 한바탕 흐드러지게 웃고 나서 말했다.
“이 새끼! 아주 웃기는 새끼네. 협상을 한다고? 네가 퍽이나 협상을 하겠다. 아무튼 요즘 내가 들어본 얘기 중에 가장 웃기는 얘기였어. 고마워.”
나도 원래 주먹으로 하는 협상을 선호했지만 이번엔 아니다.
“나도 공돈 들어가 아까워 죽겠어. 근데 네 말대로 정파 애들하고 어울리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어? 그래, 이젠 어쩔래?”
“흐음! 안휘표국이라.......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 걸?”
“그래? 그럼 네가 안고 들어가라. 얘기 끝났으니까 이제 그만 가봐라. 난 하나 새로 차리지 뭐.”
협상이든 연애든 애 닳는 놈이 불리한 거다.
“뭐야?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거야? 그럼 재미없잖아?”
호락호락 넘어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 반응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냐, 됐어. 사업은 재미로 하는 게 아냐. 그리고 난 너랑 돈 문제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왜? 너 나 좋아하냐?”
근데 광견이의 문제는 화제가 너무 튄다는 거다.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술책일지도.
“개수작 부리지 말고.”
“호호호! 새끼, 그래도 정색하니까 기분 더럽네. 근데 새로 차리면 힘들지 않겠어?”
“뭐, 후발주자의 이점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광견이가 뭐라 하려다 입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중간 중간 나를 힐끔거리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꽤 자신 있나 본데 나랑 동업할래? 알겠지만 난 안강표국을 운영하고 있어. 네가 안휘표국을 인수해 안강하고 합병하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 어때?”
‘불여우 같은 년.’
남궁진의 보고에 의하면 안강표국 역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됐어. 그냥 너 혼자 해. 넌 안휘표국 빚도 받고, 다 망해가는 안강표국까지 살려달라는 거잖아. 잘 되면 좋고, 망해도 어차피 망할 거니까 큰 손해는 없고. 어때, 내 말이 틀려?”
“야! 안강이 왜 망해!”
불리하면 소리 지르는 건 어디나 똑같다. 귀찮다는 듯이 손을 훼훼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하라고.”
“새끼, 예쁜 여자가 이렇게 말하면 다 속아주는 거야. 사내새끼가 쫀쫀하게.”
“나도 예쁘면 그래.”
광견이가 울컥하려다 참고 말했다.
“됐고. 칠대 삼.”
“내가 칠?”
“미친 놈.”
“미친 년.”
“오대 오. 더 이상 양보는 없어.”
“정 그렇다면 내가 구. 네가 일. 대신 운영에 절대 간섭 없기.”
광견이 빽 소리를 질렀다.
“야! 너무한 것 아냐?”
“아니면 다 나한테 넘기든지. 값은 후하게 쳐주지. 잘 생각해봐. 적성에 맞지도 않는 걸 계속 끌고 갈 건지.”
거울 보며 맞고를 쳐도 돈이 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동업도 마찬가지다. 해봐야 손해라는 뜻이다.
“돈은 있고?”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광견이가 혹할만한 것을 내어주면 갈등에 빠질 거다.
“토룡방.”
“그걸 준다고?”
“네가 받을 능력만 되면. 어차피 그쪽이 니네 적성에 맞는 영업 아냐? 난 네말 대로 정파 행세 하려면 적자가 나도 표국이 낫고. 모르긴 몰라도 적자투성이 표국 두 개보다는 나을 텐데?”
줘도 못 먹지 않냐고, 자존심도 살짝 건드려줬다. 그런데 광견이를 너무 우습게 봤나보다.
피식 실소를 흘리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새끼 진짜 나쁜 놈이네. 자존심 살살 긁으면 내가 달려들 줄 알았냐?”
속내가 뽀록났다고 당황하면 하수다. 태연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안 한다고?”
“너 같으면 하겠냐?”
“나야 당연히 하지. 설마 내가 창룡무가가 무서워 너한테 넘기는 것 같아?”
“아니면?”
“말했잖아. 당분간은 정파의 탈을 쓰고 살아야 한다고.”
“하! 참나. 또 이렇게 대 놓고 얘기하니까 할 말이 없어지네.”
아주 생각이 없었으면 벌떡 일어나 나갈 애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럴 땐 한 번 건드려줘야 한다.
“왜? 큰소리치는 것과는 달리 창룡무가가 버겁냐?”
광견이도 뻔히 아는 도발이지만 이번은 또 다르다.
“하! 새끼, 입 좀 닥치고 있어. 생각하는데 방해되니까.”
“그래라. 싫다면 난 표국 하나 만들면 되니까.”
광견이의 생각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조건이 하나 있어.”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자 광견이는 짜증나는 얼굴로 물었다.
“아! 또 뭔데?”
“말 꺼낸 건 너니까 너부터 말해.”
“아! 새끼, 진짜. 에휴! 토룡방 인수 때 문제가 생기면 너도 도와.”
“좋아. 대신 너도 안휘표국을 작업해서 내게 넘겨.”
나쁜 경찰, 좋은 경찰 흉내 내는 거다. 내가 직접 작업하면 표국주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철혈방이 작업하고 나서 등장하면 인적자원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
“와아! 이 새끼 진짜 나쁜 놈이네. 악역은 내가 하고 넌 열매만 주워 먹겠다는 거잖아?”
역시 광견이의 이런 잔머리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그래서 싫어? 나도 창룡무가랑 척지는 일이야. 너도 그 정도는 해줘야 공평하지.”
“넌 이미 창룡무가랑은 원수잖아?”
“아니지. 걔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거고 난 아니거든.”
광견이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말했다.
“야아! 너 정말 우리 쪽에 붙었어도 크게 될 놈이다. 씨팔! 이제 존경심마저 들라고 하네. 그래, 바꾸자, 바꿔. 계약서 가져와, 수결 찍게.”
“흐흐! 잘 생각했어. 잘 지내보자.”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계약은 순식간에 끝났다. 한 달 후에 난 토룡방의 구역을 넘겨주고, 안휘, 안강 두 개의 표국을 받기로 했다. 남은 한 달 동안 난 창룡무가를 상대하고 광견이는 안휘표국을 작업하는 거다.
합비의 삼대 세력 중 한 곳과는 적이 됐지만, 두 곳과는 협력관계가 되었으니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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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기가 나에게 준 능력 중에 가장 믿음직한 것은 육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 능력은 무림에 와서 더욱 유용한 듯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에 말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수련삼매경에 빠져 파김치가 되어 자리에 누웠다. 피곤한 육체는 눕자마자 수면으로 이끌었다.
축시쯤 되었을까? 깊은 램 수면에 빠져 있는데 뇌리에 다급한 경보가 울렸다.
에에에에에엥!
번쩍.
‘뭐, 뭐야?’
깜짝 놀라 황급히 눈을 떴다. 그런데 실수였다. 잠입한 자객이 발각당한 줄 알고 즉시 공격해 온 것이다.
찌릿!
목 부근이 찌릿해오며 천정에서 희끗한 물체가 누워있는 나를 향해 낙하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옆으로 굴렀다.
휙! 슉!
푹!
내 목 대신 베개가 터져 나갔다.
와장창!
아직 상황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창문이 부서지며 또 다른 살기가 쏘아져 왔다.
찌릿! 찌릿!
그런데 이번엔 양쪽이다. 한 쪽은 침실 문 쪽이었다. 양 방향 모두 피하기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살을 주고 뼈를 취하기로 했다. 나한텐 백호기라는 사이비 호신강기가 있으니까.
빙글.
몸을 옆으로 돌려 창을 부수며 찔러오는 놈을 향해 마주 일 권을 내질렀다.
“백호출동!”
슈왁.
챙!
검을 부러뜨리고 날아간 권격은 그대로 습격자의 가슴에 적중했다.
“크악!”
퍽. 우루루.
피 떡이 된 놈의 시신이 벽에 부딪히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등허리에서 쇠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그극.
지체 없이 다시 몸을 돌려 주먹을 뻗었다.
“백호출동!”
퍽!
공격이 막혀 경악한 표정으로 서 있던 사내의 가슴이 뻥 뚫렸다.
팟!
두 놈이 그 자리에서 절명하자, 처음 침상으로 떨어진 놈이 부서진 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도주하는 놈을 향해 백호후를 시전 했다.
“어흥!”
“크윽!”
충격을 받은 놈이 귀를 감싸며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털썩.
눈알이 뒤집혀 바들바들 떠는 놈의 마혈을 제압하고 청각을 집중해 주위를 살폈다.
파밧!
휘리릭.
허공을 가르며 누군가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잔뜩 긴장해 공력을 끌어올린 채, 제 이의 습격에 대비했지만 경고음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상 장로겠군.’
공력을 풀며 장내를 살펴봤다. 두 놈은 이미 절명했고 한 놈은 제압했다.
가까이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상 장로가 난장판이 된 침실을 쳐다보며 물었다.
“장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저 자들은 다 무엇이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방문과 창문은 부서지고 선혈이 낭자한 시체가 두 구나 놓여있었다. 한 놈은 흰자위를 보인 채 뻣뻣이 굳어 있었고.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자객인 듯하오.”
“자객? 누가 장주를 노렸단 말이오?”
“이제부터 알아볼 생각이오. 뭐 짐작 가는 곳은 있지만.”
이 세상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다. 그 중에서 자객까지 보낼 정도로 날 싫어 할 만한 놈은 딱 한 명밖에 없었다.
광견이?
걔는 성격상 직접 찾아오지 자객을 보내지는 않을 거다.
‘흐흐흐! 언제 오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올 줄이야. 아무튼 정파라는 새끼들이 더 지저분하다니까.’
답은 빤했다. 날 죽이도록 미워하는 놈은 창룡무가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신강기에 육감이 있는 나와 자객은 상극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놈은 지옥 가서 땅을 치며 후회할 거다.
상 장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오? 장주.”
“뭐, 별 일 아닌데 받은 대로 돌려주면 되지 않겠소?”
사실 자객에게 자백을 받아내도 창룡무가에서 잡아떼면 그만이다.
“받은 대로 돌려주신다면?”
씨익 웃어주며 대답했다.
“하하! 말 그대요, 말 그대로.”
놈들이 자객을 보냈으니 나도 자객을 보내면 된다. 단 나는 직접 갈 거다. 악당들의 제일 미련한 짓이 약한 놈을 보내 주인공 레벨 업 시켜주는 거니까.
‘아! 최후의 순간에 말이 많은 것도.’
난 혼자 몰래 들어가 창룡무가주의 목만 따올 거다.
아들?
병신이 된 아들은 조금 더 살아줘야 한다. 애비보다 못한 아들은 내겐 꼭 필요하니까.
침실을 나서며 아직도 심각한 표정의 상 장로에게 말했다.
“상 장로, 갑시다.”
“예? 어딜?”
“내가 받은 대로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소?”
“지, 지금 간다는 말씀이시오?”
습격 받고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았고, 배후도 파악 못한 상태였다. 나야 배후를 알지만 사정을 모르는 상 장로의 입장에선 황당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배후를 확인한 다음에.......”
상 장로의 말을 끊고 말했다.
“배후는 이미 알고 있소.”
확신에 찬 내 말에도 미심쩍은 상 장로였다.
“하지만 지금 가봐야 경계가 심할 텐데........”
지금 시간이 축시丑時정도였다. 가주가 자빠져 자기 않고 결과를 기다릴 리가 없었다. 막말로 정말 자지 않고 있다면 나중에 다시 기회를 보면 되는 것이고.
자꾸 미적거리는 상 장로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야 가보면 알 것 아니오. 갈 테요, 말테요?”
“휴우! 갑시다.”
풍운각이 소란에 하나둘 하인들이 모여들었다. 흑견을 불러 정리하게 하고 몇 가지 지시사항을 마친 뒤,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상 장로, 따라 오시오.”
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