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4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4화
44화. 동업은 형제와도 안 하는 거야(2)
오늘 점심은 완탕면과 야채볶음이었다. 다들 점심이야 이 정도로 가볍게 먹는다. 그래도 예의상 한 마디 뱉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오.”
그런데 광견이는 식탁 위를 쓰윽 훑더니 째진 입을 벌렸다.
“정말 없긴 없네요. 천하제일장주라서 뭔가 특별한 음식을 먹는 줄 알았는데.”
이런 년이 염치를 찾다니. 얘는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년이 틀림없었다.
‘차라리 욕을 해라 이년아.’
만일 얘가 얼굴이 안 되었으면 벌써 맞아 죽었을 거다. 내 주먹도 부르르 떨리고 있으니까.
자연히 가는 말도 곱지는 않았다. 인상을 구기며 으르렁거렸다.
“지금 본장에 시비 걸러 오셨소?”
“어머나! 무서워라. 잘 하면 치시겠네.”
시비 걸러 온 게 맞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무서워 죽겠단다.
“남자, 여자 내려놓고 한 판 뜰까?”
알다시피 난 평등주의자다. 여자라고 봐주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말이 안 되면 또 어떠랴. 이 동네 여자들은 평범한 여자가 아닌데.
특히 광견이 같은 애는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로 보면 큰 실수다. 그냥 여장한 남자로 보고 주먹다짐으로 위아래를 정하는 게 빠르다.
사실 광견이도 그래서 찾아온 것 일 테고, 나 또한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이 동네 살아보니 사파의 정의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괴이한 사술로 사람을 미혹시키거나, 인륜을 어기고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는 자들. 흔히 착각하는 사파의 정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말보다 손이 먼저 가는 애들. 성격이 급하고 호전적인 애들이 사파였다. 오히려 정말 사악한 놈들은 위선과 기만으로 똘똘 뭉친 정파 애들이다.
물론 사파 애들이 선하다는 건 아니다. 성격이 급하고 손이 먼저 나간다는 것은 많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힘 있는 애들이 실수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아무튼 광견이는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으며 일어섰다.
“좋지!”
금방이라도 싸우자고 할 것 같은 광견이에게 손을 들어 말렸다.
“광견아, 일단 밥은 먹고 가자. 그래야 싸가지 없는 년이 토하는 꼴을 보지.”
“호호! 새끼, 여전히 입은 더럽네. 그런데 자신은 있고?”
“쫄리면 뭐 하나 걸어도 좋고?”
“어머? 이 새끼 정말 자신 있나보네. 그럼 난 싫어. 난 자신 없거든.”
여우같은 년이다. 뭐 하나 건지려고 했더니 쏙 빠진다. 성격은 멧돼진데 머리는 백여우다.
“그럼 됐다. 난 먹고 갈 테니 쳐 먹던지 말든지 맘대로 해라.”
후루룩.
우걱우걱 쩝쩝
내가 양도 많지만 참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나랑 먹으면 자신의 양보다 더 먹게 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광견이도 내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처먹기 시작했다. 나와 시선이 부딪히자 어색한 표정으로 변명을 늘어놓는다.
“토하려면 먹어야지.”
와구와구. 쩝쩝쩝.
깨작깨작 보다는 잘 먹는 애가 좋아 면박은 주지 않았다. 개는 먹을 때 건드리면 문다.
대신 광견이 뒤에 병풍을 치고 서 있는 삼남일녀. 철혈사신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주인을 닮아 세상 귀찮은 표정이지만 잘 훈련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호오! 얘들도 보통은 아닌데.’
얘들은 나와 광견이 대화를 처음부터 다 들었지만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보통 수신호위면 제 주인을 욕하면 발끈 해 대든다. 하지만 얘들은 발끈하기는커녕 여전히 귀찮은 표정이다.
‘어쩌면 포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항상 내 행동을 살피고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무공수위도 상당할 거다. 나도 하루빨리 이런 병풍을 갖고 싶었다.
내가 병풍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광견이 젓가락을 멈추며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너 진짜 정체가 뭐냐?”
하! 진짜 당황스러운 년이다. 그렇다고 당황할 나는 아니다.
“밥 잘 처먹다 말고 뜬금없이 뭔 소리야? 나야 너도 알다시피 천하제일장 장주지.”
“니가 뭔 속셈으로 그러는지 모르지만 정파 애들하고 어울린다고 정파인이 되는 줄 알아? 넌 정파라기보다는 우리 쪽 냄새가 풀풀 나거든? 정파인 흉내 내고 다니는 건 대체 무슨 속셈이냐?”
역시 일방의 방주라고 사람 보는 눈은 있었다. 광견이의 말은 나도 알고 인정하는 부분이니까.
“미친년 눈에는 미친년만 보인다더니.......쯧쯧! 만일 그렇다고 해도 내가 너한테 왜 말해야 하는 데?”
“호호! 그러셔? 그래 얼마나 오래가는지 지켜보지.”
“니 꼴리는 대로 해. 그건 그렇고 복면인들의 정체를 알아내면 알려준다며? 아직 모르냐?”
“응. 밥 먹는데 말 시키지 마.”
후루룩. 짭짭.
제 할 말만하고 불리하면 입을 닫는 싸가지였다. 그 후론 묵묵히 먹기만 했다. 다 먹고 나서 바로 연무장으로 가 마주섰다.
챙!
검을 뽑아들자 광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너 검도 쓸 줄 알아?”
“넌 한 주먹감도 안 돼. 너도 소호에서 내 일 권에 배가 반 토막 나는 것은 봤잖아?”
“호호호! 새끼, 사실은 검이 주병기면서. 왜 막상 누나 앞에 서니 쫄리냐?”
“미친년. 도대체 공감능력이라곤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으니 원! 정 뒈지는 게 소원이라면 주먹으로 상대해주지.”
철컥.
검을 다시 집어넣고 출수할 자세를 잡자, 광견의 표정도 급변했다. 저도 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눈으로 봐서 알고 있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처음 보는 광견이의 신중한 표정이 도무지 적응이 안 돼 웃음보를 터뜨렸다.
“풋! 푸하하하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광견이가 욕설과 함께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 새끼! 뒈져!”
핑! 핑! 핑!
팟!
세 자루의 단검을 쏘아낸 광견이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세 자루의 단검 역시 시야에서 사라졌고.
팟! 팟! 팟!
‘이 년이 비겁하게!’
솔직히 나도 선방을 선호하지만 당하니까 기분 더럽다. 그래서 더 선호하는 것일지도.
쌔액! 쉭! 쉭!
아무튼 단검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뒤통수가 서늘해지며 뇌리에는 경고사이렌이 울렸다. 백호기에 의한 제 육감이 발동된 거다.
광견이의 선방에 울컥했지만 나도 최근 경공과 보법에 몰 빵 해왔다.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시 보법을 밟아 옆으로 이동해 광견이를 찾는데 시커먼 그림자가 눈을 가렸다.
퍼억!
“억!”
타다닥.
정통으로 눈을 맞아 충격으로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였다. 광견이가 전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이비 호신강기가 아니었으면 꼴 사납게 땅에 뻗었을 거다.
부웅! 붕!
급히 뒤로 물러서며 중심을 잡으려는데 광견이가 더욱 안으로 파고들며 미끈한 다리를 들어올렸다. 광견이가 노리는 곳은 다리와 다리사이. 내 곡간을 노린 발차기였다.
“이년이 정말!”
눈이 뒤집혔지만 피할 시간도 없이 광견이의 쭉 뻗은 다리가 곡간을 차올렸다.
퍽!
“우욱!”
눈을 질끈 감으며 냅다 비명부터 내질렀다. 소리를 질러야 덜 아픈 법이니까.
부웅!
연이어 상체가 숙여지길 기대하고 날아오는 어퍼컷.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한 연환공격이었다. 하지만 내 사이비 호신강기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광견이의 커다란 실착이었다.
‘응?’
곡간은 무사했다. 감촉 상 분명히 맞긴 맞았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없었던 거다. 백호기도 그곳만은 사력을 다해 방어했던 것이다. 때문에 단장의 충격은커녕 허리도 굽어지지 않았던 것.
덕분에 광견이의 어퍼는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뜻밖의 반응에 놀란 광견이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고, 고자였냐? 미, 미안........”
그녀의 당황한 시선 속에 담긴 측은지심을 난 똑똑히 보았다. 그 순간 이성이 날아갔다.
“뭐래! 이 년이! 백호출동!”
광견이를 향해 전력을 다한 첩첩무적권을 시전 했다. 근데 광견이는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가슴을 쭉 내밀었다.
물컹!
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가슴을 밀쳐내는 정도였다.
그랬더니 광견이가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꺅! 이 색마새끼가 감히 어딜 주물러!”
“주무르긴! 갖다 댄 년이 누군데! 백호출동!”
다시 선방을 뺏기지는 말자는 생각에 대뜸 권을 내지르자 광견이도 악을 쓰며 쌍 장을 뻗었다.
“창피도 모르는 개새끼! 죽어!”
광견이의 손에서 푸른 장영이 꽈배기처럼 꼬아져 빙글빙글 회전하며 내게 날아왔다. 이번엔 전력인 듯싶었다.
부아앙.
“니가 할 말은 아니잖아!”
말만 들어선 완전히 시정잡배의 개싸움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공격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권풍과 장풍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커다란 폭음이 일었다.
펑!
“으음!”
“으음!”
똑 같이 한 발짝씩 물러나며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광견이가 복면 우두머리보다 더 센 것 같았다. 서로 놀란 시선이 마주치자 동시에 권장을 뻗어냈다.
“죽어!”
“백호출동!”
펑!
“큭!”
터더덕.
광견이가 세 걸음 내가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광견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미친년처럼 머리를 흔들며 현실을 부정했다.
“마, 말도 안 돼! 내가 저런 새끼한테 지다니.......이런 씨팔!”
광견이가 완전히 돌기 전에 한 방 더 먹이려는 데 철혈사신이 광견이의 앞을 막아섰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모두 내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볼일은 광견이에게 있고, 나를 공격할 의사는 전혀 없다는 듯이.
“야! 니들 안 비켜! 이 새꺄!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리 안 나와!”
전방이 철혈사신으로 가로막히자 광견이가 바락바락 소리쳤다.
“숨긴 누가 숨어! 이번엔 아주 골로 보내주지! 나와 이년아! 니들도 비켜 이 새끼들아!”
하나 철혈사신은 꼼짝도 않고 광견이에게 한마디씩 했다.
“방주님! 지금 우리가 생사대결을 벌이러 온게 아니잖습니까?”
“이곳에 온 목적을 벌써 잊으신 겁니까?”
“오기 전에 또 사고 칠 것 같으면 말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방주님, 또 이러실 거예요? 아! 정말 낯 뜨거워 같이 못 다니겠어요.”
네 명이 한 목소리로 방주인 광견이를 성토하고 나섰다. 대전 당사자인 내겐 등을 보인 채, 신경도 쓰지 않고 말이다.
‘뭐야 얘들? 그런데 도대체 저년은 얼마나 사고를 치고 다녔으면 수신호위들마저 저럴까?’
내가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무방비 상태인 철혈사신을 공격할 수도 없는 일. 돼 가는 꼴이나 구경할 생각으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광견이는 비키라며 악을 바락바락 쓰고, 철혈사신도 한 마디도지지 않고 받아치며 비켜서지 않았다.
‘에휴! 니들도 주인 잘 못 만나 고생이다.’
그 꼴을 보니 전투 의욕이 싹 달아나, 아예 한편으로 물러나 자리 잡고 구경했다.
집 안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객이 구경하고 있으니 지들도 뻘쭘했던 거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광견이에게 한마디 하며 걸음을 옮겼다.
“다 했으면 따라와라. 물어볼게 있어.”
광견이가 순순히 따라 올 것이라곤 생각도 안했다.
“아오! 오늘 얘들만 아니었으면 내가 그냥........”
“그래, 너 잘났으니까 제발 입 좀 닥치고 그냥 따라와라. 돈 되는 일이니까.”
다른 말 했다가는 또 싸우자고 덤빌 테니까 돈 얘기를 꺼냈다. 방주나 되는 년이 그냥 따라오기 쪽 팔릴까봐 화제를 돌려 준 거다.
“돈? 뭔데? 큰돈이야?”
여우같은 년이라 금방 알아듣고 쫄래쫄래 따라왔다. 철혈사신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