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4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2화
42화. 날개를 단 백호후
또 하나.
낭인을 고용해 무슨 충성심을 기대할 수 있겠나?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다. 애초에 없는 충성은 돈으로 사면되니까.
대부분의 충성은 오로지 풍요로운 물질에서 나오는 법이다. 난 상황에 맞춰 생사현관 타통과 무공비급을 충성의 미끼로 삼을 생각이다. 무인에겐 그 두 가지가 돈보다 더욱 중요하니까 말이다.
‘물론 당연히 금제도 가하겠지만.’
아무리 물질로 충성을 산다지만 반드시 금제는 필요했다. 솔직히 금제라기보다 사기에 가깝지만 백호기를 모르면 당하는 법이다.
하다못해 철노도 당했으니까 걱정은 없었다. 알다시피 난 검은머리 짐승은 믿지 않으며 절대적인 충성은 더더욱 믿지 않는다.
‘뒤통수 맞고 후회하기 보다는 내가 때리는 편이 속 편하거든.’
아무튼 이런 생각으로 천추제일세가의 서고에 들어왔다. 먼저 화매가 들려준 도시락부터 책상에 올려놓고 서가로 향했다.
오고가는 시간도 아까워 그 자리에 서서 통째로 읽고 외울 생각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잘 했다는 소릴 들을까나? 일반 서고는 패스하고........여기군!’
무학서 만을 모아놓은 서가를 발견하고 그 앞에 서 제목을 살폈다. 검劍, 창槍, 도刀, 장掌, 권拳, 각脚, 기타병장기, 경신법, 내공심법 등등 알아보기 쉽게 서가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호오! 심법도 있었네?’
아마 이, 삼류의 무인이나 낭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심법일 거다. 말했듯이 무공에서 심법이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적이니까 말이다. 무공에 있어 심법은 기본이자 마지막이다.
물론 이 안에서 상승심법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심법은 상승심법이 아니다. 일정수준의 심법 정도면 족했다.
암기할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간단했다. 얇고 그럴듯한 제목의 무공서가 우선이다. 얇은 책은 암기가 쉽고, 그럴듯한 제목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니까.
“일단 얇은 책부터 종류별로 세 가지씩 암기하자.”
먼저 심법 칸에서 세권을 고르려는데 묘하게 눈이 가는 제목이 있었다. 서가의 제일 상단 맨 끝에 위치한 제법 두툼한 서책이었다.
빼어내 제목을 살펴보니.
발발여의기공勃勃如意奇功
‘아! 이건 정말 아닌데........’
척 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그런데 왠지 첩첩무적권이나, 층층무적공이 떠오르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명센스가 진부하다고 내용마저 부실하진 않았으니까 말이다.
‘혹시 이것도 제목대로 천하제일의 기공이 아닐까?’ 하는 기대심리가 생겼던 거다.
‘근데 나 같은 생각한 사람이 꽤 많았던 모양인데?’
손길을 많이 탔는지 전체적으로 낡고, 때도 많이 탔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아무튼 어떤 이유든지 선택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도 버젓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정말 희대의 기공이 담겨 있었다면 벌써 비고로 이동했을 터였다. 아직 남아있다는 뜻은 정말 꽝이거나, 그 누구도 서책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왜, 다른 사람은 발견하지 못하고 주인공만 발견하는 경우 말이다.
‘그렇기는 해도 책이 너무 두꺼운 데.......’
시간과의 싸움에서 다른 책의 두 배 분량의 서책은 확실히 부담되었다. 하지만 호기심과 기대 앞에 망설임은 아주 잠시였다.
팔락팔락.
결국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제길! 이러니 손을 탈 수밖에. 근데 백팔가지나 있어? 난 열여덟 가지도 몰랐는데.’
그림책.
이곳 용어로 춘화도였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어, 마지막 백팔 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나 역시 범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사내였다.
기연이란 아무 때나 찾아오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혀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이러니 한 일이었다.
‘바쁘다, 바빠.’
귀중한 시간을 백팔장의 춘화도로 날렸으니 서둘러야 했다.
심기일전한 난 보통 두께의 무공서를 골랐다. 얄팍한 계산으로 얇은 책을 선택했더니 구결이 뜬 구름만 잡더라. 내가 이해 못하는 걸 누구에게 가르칠까.
그렇게 반나절을 돌아다니며 심법과 신법, 중요병장기와 권각술의 무공서를 암기할 수 있었다. 서두른 보람이 있어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
그렇다고 또 다른 기연을 기대하며 비밀기관을 찾거나 하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기에는 난 너무 때가 탄 놈이다.
그 대신 너무 두꺼워 읽는 것을 포기했던 무공총요武功總了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뭐든지 기초가 중요한 법.’
무공총요는 사마각이라는 자가 지은 책으로 무공입문서와 같은 책이다. 일단 지은이의 성씨에서 내게 신뢰감을 주었다. 이 책은 두께가 보통 무공서의 다섯 배 쯤 되어 처음부터 배제했던 책이다.
책상으로 가지고 와, 자리에 앉아 정독하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을 모두 투자할 생각이라 한 자, 한 자 집중해 읽어갔다.
점혈과 해혈 편을 볼 때는 나도 몰래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래! 바로 이런 게 진짜 필요 한 거지!”
점혈의 원리와 응용, 특수한 기능의 점혈 방법과 각종 해혈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바로 내가 필요로 하는 생활무공이었다.
그동안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전음傳音 편도 있었다.
“아하! 이렇게 하는 거구나! 종류가 꽤 많네?”
보편적인 전음에서 천리전성千里傳聲까지, 이런저런 유형의 전음이 총 망라되어 있어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더구나 뜻하지 않은 횡재까지 하게 됐으니. 바로 음공音功에 관한 것이었다.
“오오! 이건?”
음공이야 사실 음치에 박치인 내겐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사자후獅子吼에 관한 것도 기술되어 있었다.
일성진천하一聲振天下
음감도 박자도 필요 없이 악만 쓰면 되는 음공이었다. 해설은 악 한번 쓰는 것으로 천하가 벌벌 떤 다고 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된다.
하지만 이 무공을 본 순간 느낌이 팍 왔다. 백호기를 섞어, 이 음공의 구결대로 악을 쓰면 효과가 배는 될 것이라는 걸.
‘잘하면 절정 이상에도 통할지도. 혹시 안공眼功도?’
펄럭펄럭.
안공 편이 있나 하고 책장을 넘겨가며 찾아봤다. 백호후에 이어 백호안도 업그레이드 시켰으면 해서였다.
‘쩝! 없네.’
아쉽지만 안공은 없었다. 아쉬움을 삼키며 다시 이어 읽었다.
탁.
두터운 무공총요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왠지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올라 내용을 되새기며 음미했다.
실제로 무공총요는 대단한 무공을 담은 무학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공의 이해와 응용, 생활 속의 무공 등 초심자에겐 꼭 필요한 무학서였다. 나도 이 책을 통해 경공과 보법의 원리를 이해했고 체계적인 수련방법을 알 수 있었다.
-한 장주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마침 그만 나가라는 소리가 들렸다.
@
미미에게 생사현관을 타통해 주기로 하고 먼저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철저히 비밀을 엄수할 것과 금제를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얘가 펄쩍 뛰며 물었다.
“고, 고독이요?”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 말대로 하면 아무런 상관없으니까. 설마 처제가 될 사람에게 위험한 짓을 하겠어?”
솔직히 미미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며칠 지내본 결과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얘는 정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거 벌레잖아요? 징그러워서 어떻게 있어요. 정 그렇다면 난 안 할래요.”
“뭐? 안 한다고? 너 지금 뭘 안한다고 한 건지는 알아?”
“예, 나중에 때가 되면 뚫리겠죠. 뭐.”
어이가 없어 약까지 팔았다.
“평생 못 뚫는 사람이 태반인데? 그리고 내가 해주면 고통도 없는데? 때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그래도 안 할래요.”
강적을 만났다. 아마 얘도 집이 잘 살아서 이러는 거다. 아버지, 오빠, 동생, 언니 등 집안사람 대부분이 생사현관 정도는 타통 해 우습게 보이나 보다.
이런 애와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쉬운 놈이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난 제왕단이 필요했고, 쟨 가졌으니까.
“휴우! 너 정말 비밀로 해야 한다. 어른들이 물어보면 니가 알아서 둘러대야 해? 산에 가서 뭘 주워 먹었다든가 약장수에게 산 게 알고 보니 천고의 영약이라든가. 알았지?”
“그 정도는 뭐.”
그렇게 해서 미미의 생사현관을 뚫어주고 제왕단 한 알을 받았다.
다음날.
바로 남궁세가를 떠났다. 다섯 명의 정 부인들이 더 있다 가라고 붙잡았지만 장원에 일이 생겼다고 작별을 고했다.
얻을 건 이미 다 얻었고, 미미의 변화를 눈치 채기 전에 사라지는 편이 좋았다. 무엇보다 서고에서 암기한 걸 까먹기 전에 서둘러 필사를 해야 했다. 한두 권이야 상관없지만 수십 권을 세가에서 필사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두두두두두!
올 때는 많은 인원이 움직였지만 돌아갈 때는 남궁진과 둘이었다. 물론 남궁진의 호위무사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왜 아쉬워?”
“아닙니다, 형님.”
“그래? 얼굴에는 굉장히 아쉽다고 쓰여 있는데?”
“쩝! 솔직히 아쉽기는 해도 제가 어찌 형님 혼자 돌아가시게 할 수 있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일 년이라도 머물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도 날 따라 나선 것이다. 마음은 가상해도 쓸데없는 충성이었다.
“쯧! 말은 고맙지만 난 혼자가 편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알아서 빠져.”
“예, 형님. 그런데 형수님들은 어쩌시고 형님 혼자 돌아가시는 것입니까?”
“이것저것 준비가 끝나면 올 거야. 난 급한 일이 있고.”
남궁은 이미 허락을 받아 시간 끌 필요가 없어 이번 기회에 완전히 옮길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이것저것 챙길 시간이 필요했다. 나 역시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준비해 오라고 했고.
소림은 나와 같이 오고 싶어 했지만 내가 말렸다. 소림이 나와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남궁이 서두를 것 같아서였다. 과연 남궁도 안심하고 충분히 챙겨 무림대회 전까지는 천하제일장으로 오기로 했다.
한 참 길을 달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남궁진을 불렀다.
“진 아우.”
“예, 형님.”
“혹시 안휘표국이라고 알아?”
남궁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알긴 압니다만?”
“그 집은 뭐가 문제야?”
“형님, 표국업에 진출하실 생각이십니까?”
눈치가 비상한 놈이었다. 안휘표국 한 번 물어봤다 속내를 들켰다.
“그래서 문제가 뭔데?”
“달리 문제가 있겠습니까? 다 돈이 문제죠. 황 국주가 사람이 너무 좋습니다.”
인사차 들렀을 때 일꾼들의 표정이 밝은 것이 기억나 말했다.
“인건비로 다 새는 모양이군.”
“어? 어떻게 그걸 아셨습니까?”
“고용주는 근심이 있는데 일꾼들 표정이 밝더군. 급료가 제대로 안 나오면 일꾼 표정이 밝겠어? 그래서 어느 정도야?”
“정확히는 모르지만 위태위태한 모양입니다.”
“사채?”
“예, 철혈방에 상당한 빚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빚은 갚으면 되지만 평판이 좋지 않으면 다른 물건을 찾는 편이 나았다.
“평판은 어때?”
“사대 째 이어오고 있어 안휘성 내에서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네 생각은 어때?”
남궁진은 질문의 의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지금처럼 운영할 것이라면 굳이 철혈방과 부딪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궁진이 갑자기 철혈방을 들먹였다. 사채야 돈만 갚으면 되는 일인데 부딪힌다는 표현을 쓰진 않았을 거다.
“왜? 철혈방이 작업한 거야?”
“철혈방도 안강표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휘에서 강소로 가는 표물을 취급하지요.”
“혹시 안휘표국이 표물을 도난당하거나 해서 수지가 악화된 건가?”
그렇다면 작업이 확실했다. 하지만 남궁진의 대답은 달랐다.
“그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