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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40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0화

40화. 꽃보다 덩치

 

도착하는 즉시 남궁의 아버지를 만날 것이라는 생각은 내 커다란 착각이었다.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인지, 날 길 들일 생각인지 몰라도 오늘은 쉬고 내일 보자고 했다.

남궁 자매는 노괴물에 끌려 본채로 들어가고, 나와 소림은 한 적한 별채로 안내되었다.

남궁진도 데려 오려 했으나 한사코 그가 거절했다. 많이 아쉬워했지만 그것 역시 제 분수를 잘 아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인들에게 거처를 안내받고 있는데 소림이 말을 건넸다.

“가가, 이곳은 세가의 귀빈이 머무르는 곳이에요. 저번에도 이곳에서 머물렀어요.”

“그래, 좋긴 좋네. 그런데 주매는 가주를 만나는 봤어?”

“예, 저번에 왔을 때 한 번 뵈었어요. 제왕일검帝王一劍이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듬직한 분이셨어요.”

이번에 알았는데 남궁세가의 경우, 가주가 제왕일검이라는 별호를 세습한다고 한다. 가주직을 물려주고 뒷방으로 가면서 제왕검신帝王劍神이 되고, 새로운 가주가 제왕일검이 되는 거다.

별채에서도 소림과 나는 일 이 층으로 나뉘어 거처를 배정받아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운우의 맛을 알아버린 남녀사이는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었다, 아무래도 남궁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았다.

내 방으로 들어가며 소림에게 말했다.

“주매, 짐 정리 끝나면 내 방으로 와. 차나 한 잔 마시자.”

“예, 가가.”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커피도 한 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없으면 내가 수입이라도 하던지. 믹스는 몰라도 원두는 있지 않을까?’

짐을 정리 하려니 이게 또 일이었다. 알다시피 난 복장을 상당히 중요시해 한 보따리 싸들고 왔다.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다 인상 때문이다. 허술하게 입으면 딱 뒷골목의 호리배니까. 그나마 좋은 옷으로 가려야 보통은 된다.

털썩.

‘몸종 두고 내가 뭔 짓을.’

담당 몸종을 불러 짐을 맡겼다. 커피는 없어도 뭐든 몸종이나 하인이 해주는 점은 좋았다.

옷을 몸종이 정리해 주니 할 일이 없었다. 침상에 벌러덩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까진 더 할 나위 없이 잘 풀렸는데.’

일단 시작이 좋았다. 음마라는 치트키 덕분에 무공과 여자, 집까지 한 번에 얻었으니까. 더할 나위 없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턴데.’

기본적인 지식이 너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회, 지리, 문화, 역사 등등 사실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았다.

물론 무협지로 배운 상식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틀린 것도 많았다. 더 이상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팍 왔다.

“가가, 들어가도 돼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시간이 꽤 흘렀는지 소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들어 와.”

방으로 들어온 소림은 침상에 누워있는 날 보고 말했다.

“차를 준비할까요.”

차는 무슨. 팔베개를 베고 있던 손을 풀어 옆자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팡! 팡!

“차는 뭘. 이리 누워봐.”

소림이 얼굴이 빨개져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가, 대낮부터.......대부인이 오실지도 몰라요.”

대부인이 보면 안 되는 일이라도 상상했나 보다. 소림은 놀리는 재미가 있는 애라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대낮은 무슨. 조금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인데. 그리고 무슨 엉큼한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얼굴을 붉히는 거야? 난 그냥 잠시 이렇게 누워있자고 한 건데.”

“너무해요, 가가!”

와락.

토라진 척 하면서 덥석 안겨오는 건 뭔데?

그런데 타이밍 절묘하게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곧이어 내 방 담당 몸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공자님, 대부인께서 잠시 후에 두 분을 뵙자고 하십니다.”

“어멋!”

소림이 화들짝 놀라 일어나고 나도 슬며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이 아니라 잠시 후란다. 이건 남궁이 몸종에게 지시한 게 틀림없었다. 소림과 내가 붙어있으면 방해하라고.

“알았다. 곧 나간다고 전해라.”

잠시 후, 소림과 나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몸종을 따라 대청으로 찾아갔다.

‘헉! 이게 다 뭐야?’

별채의 대청에는 일단의 여인군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탁자에 앉은 중년여인만 다섯. 시립한 여자가 일곱이나 되었다. 몸종이나 하인을 제외한 숫자가 그만큼이다.

‘설마 이 여자들이 전부 세가주 마누라들은 아니겠지?’

다행히 서있는 여자들 중에 두 명은 남궁 자매였다.

아무튼 아무리 나래도 성큼 다가가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총 열 쌍의 뜨거운 시선이 내 전신을 훑어 내리는데 방치된 상태로.

볼만큼 봤는지 탁자 중앙의 중년여인이 맞은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한 장주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신녀께서도 자리하시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부인.”

인사를 건네며 옆의 의자를 빼어 소림을 먼저 앉혔다. 순간 소림이 감격한 눈으로 잠시 날 올려다보고 자리에 앉았다.

일순 매의 눈으로 날 살피던 장내의 시선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흐흐흐! 이 동네에 이런 남자는 없었겠지. 암!’

우리 동네 영화에서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라는 말이 생각나 한 번 해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무척 효과가 좋은 것 같다. 나에 대한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무림 역시 남존여비의 사회.

몸종이나 하인이 아닌 남자가, 그것도 많은 사람 앞에서 망설임 없이 여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거다.

‘이왕 하는 김에 끝을 보자.’

천하제일 절대무적의 고수라도 베갯머리송사에는 당하지 못하는 법. 아줌마들을 내 편으로 만들면 90%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스윽.

반대편 옆자리의 의자를 빼어내며 남궁에게 말했다.

“화매도 이쪽에 와서 앉아. 함께 인사드려야지.”

막말로 저들 딸내미 대우해 준다는데 누가 뭐라 할까.

“가, 가가........”

남궁이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가운데 아줌마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남궁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내가 빼 준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나도 앉기 전에 다시 한 번 정중히 포권하고 자리에 앉았다.

가운데 아줌마가 다시 입을 열어 다른 아줌마들을 소개했다.

“먼저 전 화아의 생모인 황보라고 해요. 이쪽은 기아와 미아의 생모인 주 이二 부인, 혜아의 생모인 팽 삼三 부인, 주아의 생모 모용 사四 부인, 련아의 생모 당 오五 부인이에요. 인사들 나누세요.”

‘하! 이건 완전히 정략의 끝판왕이네! 우리나라 재벌보다 더 한데?’

정부인이 자그마치 다섯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부인들의 성으로 보아 오대세가의 딸들인 듯했다. 주 부인은 황실과 관련이 있을 테고.

뒤에 서 있는 여자들 중에서도 궁장을 입은 이삼십 대 세 명은 첩으로 보였고. 십대 무복을 입은 애들 셋은 남궁의 배다른 딸인 듯했다.

‘그럼 혹시?’

슬쩍 소림을 쳐다봤다. 얘도 성이 주 씨니까.

하지만 그건 나중에 물어볼 일이고 일단은 인사부터 해야 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일일이 포권 하며 인사했다.

“천하제일장주 한 대갑이 아름다운 부인들을 뵙습니다.”

“호호호! 반가워요 한 장주님. 예의만 바른 것이 아니라 구공口功도 경지에 오른 듯하네요.”

주 이 부인에 이어 팽 삼 부인이 환한 표정으로 답했다.

“호호호! 아주 풍채가 듬직해 마음에 들어요.”

모용 사 부인과 당 오 부인도 차례로 인사를 받았다.

“호호! 풍채가 아주 장군감이에요. 장군감. 황보 언니는 좋겠어요.”

“과거 익덕공翼德公의 풍채가 이렇다지요? 화아는 좋겠네. 우리 연아도 한 장주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할텐데. 호호호!”

역시 익숙한 말들로 날 칭찬한다. 하지만 젊은 여자들과는 달리, 진심어린 칭찬이라는 것을 난 안다. 남자는 얼굴보다 힘이라는 것을 생활 속의 경험으로 깨달은 결과니까.

또 이런 식의 칭찬은 아줌마만의 특권이다. 그리고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아줌마를 이길 자는 없으니까. 그래서 나도 아줌마에겐 한 수 양보한다.

한바탕 칭찬의 파도가 지나가자 다시 대부인이 입을 열었다.

“먼 길 오느라 시장할 텐데 식사나 하며 천천히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뱃속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어 난처하던 참이었습니다.”

사위사랑하면 또 장모 아니냐? 보나마나 북경오리 한 마리는 떡하니 나올 테니 식성으로 승부 보려고 한다. 이제부터 나오는 질문은 혈연, 지연, 학연 등등 뻔하고 곤란한 호구조사일 테니까.

와구와구.

우걱우걱.

쪼옥-쪽!

쩝쩝쩝!

이게 전부 내 입에서 나는 소리다. 혹자는 경박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것도 맛있게 먹으면 용서가 된다. 구운 오리를 비롯해 아는 음식, 모르는 음식 전부 입에 쓸어 담듯 퍼 넣었다.

“양친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중간 중간 아줌마들의 호구조사가 있었으나 입에 음식이 가득한데 어떻게 대답할까.

우걱우걱.

“어, 업.”

끄덕끄덕.

“예, 어머니, 가가께서 어릴 적에 사고로 두 분 모두 돌아가셨어요.”

그때마다 곁에 있는 남궁과 소림이 적당히 대답하고 난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줌마들도 눈치가 백단이라 말 못할 사정이라 짐작하고 많이 묻지는 않았다. 이미 밥이 되었는데 못 들을 얘기는 차라리 안 듣는 것이 낳으니까.

어쨌든 덩치와 먹성으로 아줌마들의 호감을 얻은 뒤, 차를 마시는 자리는 편히 즐길 수 있었다. 소림과 남궁 자매의 맹활약이 있었으니까.

소림과 남궁은 어떻게든 날 띄워줘야 했고, 남궁 미미 또한 생사현관 타통이 달려 있었다. 소호에서 있었던 일을 살까지 붙여가며 거품을 물고 떠들었다.

“하하! 화매가 제 얼굴에 금칠을 하는 군요. 정파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느새 정파로 변신한 난 그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폼만 잡으면 됐고.

그렇게 발전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올 것이 왔다.

“대부인 마님, 한 장주님을 모셔오라는 가주님의 전언입니다.”

 

@

 

가주 제왕일검 남궁진천을 만나는 자리는 혼자 가야했다. 독대는 아니고 이번엔 남자들이 병풍을 치고 있는 자리였다.

꿀꺽!

사고 친 놈이 여자의 아버지를 만나는 자리다. 엄마 때하고는 분위기나 사정이 완전히 다른 법. 여차하면 바로 재떨이가 날아올 수도 있는 상황인 거다.

‘날아오면 맞아주자.’

강기를 씌워 날리지만 않으면 백호기가 막아줄 거다.

“후읍!”

각오를 다지려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본전의 대청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적은데?’

어린놈이 하나, 사십대가 하나, 오륙십 대가 둘에 노괴물까지 총 다섯 명이 있었다. 정 중앙의 오십대 사내를 향해 포권 하며 말했다.

“천하제일장주 한 대갑이 천주제일가주를 뵙습니다.”

정중히 인사를 하자 가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솔직히 그 시선에는 미약한 살기도 담겨 있었을 거다.

담담한 표정으로 마주 쳐다보자 이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게. 한 장주.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네. 인사는 천천히 하고 일단 앉게.”

갑자기 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어조에 의아하긴 해도 왠지 안심이 됐다. 딸 가진 아버지에서 남궁세가주로 돌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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