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9화
39화. 알고 봤더니 내 집은 초가였네.
“아버님은 며칠 전에 은퇴하셨소.”
광견이가 남궁진을 한차례 훑어보더니 마주 인사를 하며 말했다.
“과연 그럴 만도 하군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백검문과는 잘 지내길 바라겠어요. 남궁진 문주님.”
“저 역시 그러고 싶습니다. 임 방주님.”
광견이가 한 눈에 남궁진의 무공수위를 파악한 거다. 나야 모르지만 광견이가 한두 수 위가 분명하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소림과 남궁이 옆구리의 핏자국을 발견하고 달려들어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이 피 좀 봐! 가가, 괜찮은 거예요. 아아, 금창약, 금창약이 어디 있지?”
“가가! 어디 봐요! 이런 상처가.......”
지금은 옷자락이 길게 찢어져 있을 뿐, 패였던 상처는 이미 백호기가 치료해 긁힌 자국만 남았다. 그런데도 남궁과 소림은 서로 금창약을 꺼내 덕지덕지 바르고 있었다.
‘남자를 알면 바보가 된다더니.......쯧쯧! 얘들을 다 어쩐다?’
광견이 멀뚱히 서, 약을 바르고 있는 날 눈으로 가리키며 남궁진에게 물었다.
“남궁문주님, 그런데 저 분은?”
헐! 광견이가 날 보고 저 분이란다. 듣고 있던 난 경악해 턱이 빠질 뻔 했다.
‘하! 미친년!’
아마 내 정체가 궁금했고, 나이를 뻥 쳤다고 생각하고 알아볼 겸 물어 본 모양이다.
한데 광견이는 같은 동네 살면서도 남궁진이 어떤 놈이란 것을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남궁진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잠시의 쪽팔림은 헌신짝처럼 내 팽개칠 놈이다.
“하하하! 형님께서는 합비 천하제일장의 장주이신 일권무적一拳無敵 한 대갑님이십니다.”
봐라. 일문의 문주라는 놈이 저 쪽 팔린 것도 모르고 남들 앞에서도 형님이다. 내 무위를 두 눈으로 확인했고, 남궁, 소림과의 끈끈한 인연을 곁에서 지켜봤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어쨌든 기대와는 전혀 다른 대답에 광견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천하제일장? 일권무적?”
내심 고소해 한마디 하려다 일권무적이란 별호가 떠올라 ‘응?’하고 남궁진을 쳐다봤다. 내 표정을 읽은 남궁진은 곧바로 전음을 보내왔다.
-하하하! 제가 형님의 별호를 지어봤습니다. 일 권에 수십 척의 화선을 박살내는 모습을 보니 척 떠오르지 뭡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네 척 침몰시켰는데 수십 척이란다. 놈이 직계가 아닌 방계란 것이 아쉬울 정도다. 아무튼 역시 내 과랑 일을 하면 손발이 척척 맞아 편하다.
본래 별호는 타인이 지어주는 법.
나도 있었으면 했지만 차마 내 입으로 떠벌릴 순 없었다. 그냥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을, 기특하게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일권무적.
남궁진이 먼저 불렀으니 이제 실컷 떠들고 다닐 거다.
대인배 흉내를 내며 광견이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이거 철혈방의 방주님을 몰라보고 실례가 많았소이다. 난 천하제일장주 일권무적 한 대갑이오. 반갑소이다.”
얘들 있는데서 이 년, 저 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저년도 이 새끼, 저 새끼 할 것이 분명했다. 교양 없어 보이는 건 둘째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훨씬 손해였다. 광견이는 이미 내 놓은 애니까.
“호호호! 천하제일장주 일권무적 이시라고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하하! 얼마 전에 합비의 풍운장이라는 조그만 장원을 구입해 이름을 바꾸었소.”
“풍운장이라면 양 장주의?”
“하하! 장원은 물론 사업체도 전부 인수했습니다.”
괜히 딴 생각 품지 말라는 경고였다.
“호호호! 그러셨군요. 그런데 소호에는 무슨 일로?”
광견이 와는 차라리 욕설을 주고받을 때가 편했다. 뻔히 실체를 환히 아는데 요조숙녀 행세를 하는 덴 견디기 어려워 본론을 꺼냈다.
“남궁세가를 방문하는 길에 잠시 들렀습니다. 화선에 올라 소호의 야경을 구경하려는데 싸움이 일어난 듯 해, 본의 아니게 말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자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감히 사황련과 철혈방에 시비를 거는 걸까요?”
“글쎄요, 놈들이 정체는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해요. 그런데 말려들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먼저 공격하신 것 같던데요? 아닌가요?”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화선 한 척이 합공당하는 것을 보고 사정을 알아보려 접근했더니 다짜고짜 우릴 공격해 오더군요. 제가 억울한 매를 맞는 성격이 아니라서.”
“호호! 장주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그 덕에 저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말이에요?”
“계획? 제가 뭘 망쳤다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도운 것 같은데?”
“놈들을 유인해 일망타진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럼 지금부터 하시면 되겠네? 전부 물에 빠졌으니 가봐야 노산도가 아니겠습니까?”
호수 중앙에 있는 노산도는 무인도로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당연히 배도 없을 테니 복면인들은 고립되어 있을 터였다. 놈들을 잡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물론 그들도 잡을 테지만 광견이는 우두머리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나는 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고.
광견이가 우두머리 시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호호! 그럴 생각이에요. 말씀대로 도움을 받아 인사차 건너왔을 뿐이에요. 장주님께서는 저 자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광견이도 아직 놈들의 정체를 모르는 듯해 넌지시 찔러봤다.
“하하! 그래도 날 공격한 놈들의 정체는 알아야 하지 않겠소? 임 방주가 이들의 정체를 알려주면 사체를 넘겨주고 돌아가리라. 감히 사황련과 소림, 남궁에게 시비를 걸 세력이 궁금할 뿐이니까 말입니다.”
“감사해요. 하지만 아직은 저도 잘 몰라요. 이제부터 조사해 알게 되면 꼭 연락드리지요.”
이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광견이었다.
‘흠! 그래도 꽤 참을성이 있네.’
거친 입에 비해 광견이의 행동은 아주 신중했다. 사실 철혈방은 사황련의 주축을 이루는 열여덟 개의 무가 중 하나였다. 강호의 배분 상 세가보다는 아래지만 방계나 속가 무가보다는 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예의를 깍듯이 차리고 있었다. 물론 남궁과 소림이 있고 내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 일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 그렇게 하시지요.’ 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우두머리의 사체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다면 이 놈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습니다.”
말을 하면서 우두머리의 복면을 벗겼다.
“한 장주님, 잠시 만요!”
광견이 손을 뻗어 말렸지만 이미 복면은 벗어진 상태였다. 복면 안에는 처음 보는 육십 대의 까까머리가 들어있었다. 빤질빤질한 머리로 보아 땡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놈이 우두머리 같은데 혹시 정체를 아십니까? 대수인이라는 무공을 쓰던데?”
대수인이라는 말에 광견이 예쁜 아미를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대수인이라면 서역 밀종의 무공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무심코 뱉은 말이지만 확실히 놈들의 정체를 모른다는 뜻이었다. 얼른 우두머리의 시체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광견이에게 물었다.
“임 방주는 이 자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광견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혀.”
“그럼 이 사체는 임 방주에게 양보하겠소이다. 저희들도 조사해 보겠지만 놈들의 정체가 밝혀지면 꼭 알려주기 바랍니다.”
“감사해요. 그렇게 하겠어요. 그럼 이만.”
광견이 우두머리의 사체를 집어 들고 배를 떠났다.
“형님, 사체는 왜 임 방주에게?”
“신외지물이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가져봐야 골치만 아파. 차라리 저 미친년한테 신세를 지우는 편이 나아. 그건 그렇고 몇 명이나 잡았어?”
“전부 네 명입니다.”
그때 포로를 지키고 있던 남궁 미미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미매, 무슨 일이야!”
달려가 보니 미미가 당황한 얼굴로 포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포로가, 포로가 전부 죽었어요.”
남궁진이 포로들을 살피고 나서 말했다.
“어떤 단체인지 몰라도 지독한 놈들입니다. 전부 독을 물고 자진했습니다.”
과연 복면을 벗겨 드러난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흐음! 혹시 비밀단체의 출현? 흐흐흐!’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아주 흡족했다. 내가 딱 바라던 전개였다.
무림을 위협하는 비밀세력과 그 세력을 격파하는 주인공. 그 와중에 얽히는 절세미녀들과의 연풍열풍戀風熱風. 내가 읽은 무협지의 99%가 그랬으니까.
‘이제 비밀세력이 출현했으니 영웅도 슬슬 나서 볼까나? 보통 풍운의 시작은 무림대회부터니까. 흐흐흐!’
어째 나를 위해 판을 짜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애들한테 말했다.
“이제 그만 가자!”
@
우린 더 이상 개입하지 않고 바로 객잔으로 돌아갔다. 알차고 충만한 하루를 보내 더 이상 다리 아프게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소호야 나중에 보면 되는 일이고, 까짓 거 안 봐도 상관없었다.
객잔에 돌아가 창궁일검에게 보고 하자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노괴물은 심상치 않다며 세가주에게 보고하고 무림맹까지 확산시킬 생각인 듯했다.
‘흐흐! 당연히 그래야지요.’
일이 커져 갈수록 내 기분도 좋아졌다. 도대체 웃음을 감출 수 없어 실실대고 돌아다녀 정신 나간 놈이라 욕도 먹었으니까.
다음날 서둘러 말을 달려 남궁세가로 향했다. 가는 동안 더 이상 사건사고를 만나지는 않았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생길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엿새 후.
마침내 대망의 남궁세가에 도착했다. 황산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궁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가가, 여기서부터 남궁세가에요.”
“응, 그래?”
허허벌판에 논과 밭 정도라 그러려니 했다. 그러고 나서 두 시진을 더 말을 달렸다.
그러자 합비 성내만한 도시가 나타났다. 그 입구에 천추제일세가라는 현판이 떡하니 걸려 있다.
그러고 다시 한 시진을 달렸다. 또 하나의 커다란 솟을대문이 나타나고 현판에는 남궁세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엔 미미가 앞으로 나서며 자랑을 했다.
“호호! 한 장주님, 저희 집에 잘 오셨어요.”
“그래.”
솟을 대문이 들어서자 광활한 평지에 수많은 전각 군이 무리를 지어 세워져 있었다. 언뜻 보아도 천하제일장의 백배 이상은 되어 보인다. 아니 전체를 볼 수 없어 가늠도 할 수 없었다.
뜨악!
엄청난 규모에 말도 안 나왔다. 그저 입만 딱 벌리고 있자 옆에 있던 소림이 귀에 대고 소근 거렸다.
“가가, 턱 빠지겠어요. 입 좀 다물어요.”
꿀꺽!
“으, 으응.”
마른 침을 삼켜 봤지만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에 넋이 나간 거다.
‘세상에.......그러고 보면 얘들이 참 착한 애들이네. 초가집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좋다고 해 줬으니까.’
남궁이 이럴진대 소림사는 또 어떨까? 아니 구대문파, 오대세가가 다 이 정도일 거다. 내가 커다란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마교는?’
아마 최소한 작은 나라 정도의 규모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정도의 작은 나라말이다.
‘에휴! 스케일이 다르네, 스케일이........쩝!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여행이라도 갔다 올 걸.’
때늦은 후회는 해봐야 소용없다. 원래 후회를 하는 성격도 아니고.
단지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계획에 뭔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보여 귀찮을 뿐이다. 어차피 결론은 내가 다 씹어 먹을 거니까.
그런 내 모습이 침울해 보였는지 남궁이 말을 걸었다.
“가가, 전 천하제일장이 더 좋아요.”
얘야,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여자치고 넓고 큰집 싫어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단다.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조그맣게 소림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곤 한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집은 더 큰데........”
다시 뜨악한 표정으로 소림을 쳐다보자 손사래를 치며 부정한다.
“아네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고 묻기가 겁나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