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4화
34화. 남자가 생기면 느는 것
“에이! 빌어먹을 전진! 잘 망했다. 잘 망했어!”
내 책도 아니라 찢을 수도 없어 마땅히 성질을 풀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꼼꼼히 무공서를 살폈다.
이번엔 무협지를 떠올리며 내용이 아닌 재질과 상태를 살폈다.
‘혹시 이중으로 만들어져 속지 안에 진짜 무공이 들어있을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평범한 재질이다. 그것도 종이나 먹물 상태로 보아서는 나중에 만들어진 필사본인 듯했다.
‘그럼 그렇지. 가만! 이거 아무래도 내가 당한 거 아냐?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식으로 말이야.’
노괴물이라고 설마 이런 무공을 대성할 수 있겠냐 싶었던 거다. 만일 대성했다면 진심으로 존경할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당한 거다.
‘이건 도저히 혼자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야.’
그나마 각 초식별로 그림이 몇 장 있었지만 간신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조악한 수준이었다.
‘하아! 이걸 무슨 수로 익히냐고!’
그런데 또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노괴물도 내가 일단은 선발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아주 허무맹랑한 것이라면 선발될 리 없으니까.
무언가 방법이 있으니 말을 꺼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일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아! 또 다른 노괴물이 있었지?’
뇌옥에 갇힌 철노를 떠올리고 노괴물이 돌아가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막말로 이름값으로 치면 철노가 남궁 노괴물 보다는 한 수 위가 아니겠는가?
겨우 다섯 명이 일으킨 혈겁으로 무림이 발칵 뒤집혔으니까. 그 중의 한명인 철노가 노괴물보다 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연무장을 벗어나 여자들이 기다리는 풍운각으로 돌아갔다. 마침 노괴물은 다시 백검문으로 돌아가 남궁자매와 소림만이 있었다.
남궁에게 말을 건넸다.
“화매, 잠깐 나랑 얘기 좀 할까?”
“예? 무슨 일이예요.”
“주매는 미매와 함께 장원 구경이나 하는 것이 어때?”
“저도요? 전 들으면 안 되는 얘기예요?”
나가기 싫어하는 미미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소림이 대답했다.
“예, 가가.”
“잠깐이면 돼. 부탁해 주매.”
“예, 그렇지 않아도 어제 못 본 곳이 많았어요.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림이다. 소림이 미미를 데리고 나가자 왠지 남궁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죄를 지은 듯이.
옆자리에 앉아 씨익 웃어주며 물었다.
“집에다 뭐라고 말했는데 창궁일검 어르신이 나더러 무림대회에 나가래?”
“.........”
똑똑한 남궁이 얼굴만 붉히고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화매를 책망하려고 하는 말이 아냐. 나도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응할 것 같아서 그래.”
“........았다고 말했어요. 죄송해요, 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 앞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얼굴이 새빨개진 것으로 보아 대충 짐작은 되었다.
그래도 남궁의 입으로 꼭 듣고 싶었다.
“화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안 들려. 조금 더 크게 말해야 알아듣지. 그리고 죄송할 건 또 뭐야? 우리 사이에 죄송 이나 미안 같은 말은 필요 없어. 안 그래?”
“예, 가가.......아버님께는 가가와 이미 마, 만리장성을.......”
역시다. 말하고 난 남궁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품에 꼭 안고 귀에 입김을 훅훅 불어대며 말했다.
“화매가 정말 그랬어. 나랑 잤다고? 하하하! 그래서 창궁일검 어르신이 쌀이 익어 밥이 되었다고 한 거군. 잘 했어. 화매.”
“죄송해요, 가가.”
“또 그런 말 한다. 다 나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아무리 부모라도 그런 말하기 쉽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튼 고생했어.”
남궁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아예 임신했다고 했을 지도. 그 정도의 방법이 아니곤 세가에서 나를 인정해 줄 리가 없었다.
극단의 선택을 해 준 남궁의 등을 자상하게 쓸어주며 말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우리 지금 쌓아 볼까? 만리장성.”
화들짝 놀란 남궁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가, 가가. 어떻게 지금........나, 나중에요.”
그래도 싫다고는 하지 않는 남궁이 귀여웠다.
“흐흐흐! 그래, 오늘 밤에. 오늘 밤엔 내가 찾아갈게.”
어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수는 없는 법. 그러다간 제 명대로 못 살고 말라죽을 것 같았다.
“.........예,”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남궁이었다.
“아! 그건 그렇고 소림은 뭐라고 했어?”
소림이 노괴물 앞에서 당당하게 가가라고 부르는 것이 생각나 물었다.
“직접 말은 안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는 어투로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안하면 나중에 곤란해질 것 같아서.”
“하하하! 주매도 그 사실을 알아?”
“예, 사실은 모두 주 언니의 생각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언니나 저나 어려워진다고. 힘들어도 한 번에 다 터뜨려야 한다고 하셨어요.”
“주매가 그랬단 말이지? 하하하! 역시 그 쪽으론 아주 비상해.”
확실히 소림이 재능은 발군이었다. 나쁜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재수 탓을 하며 포기하기 쉬운 법이다.
물론 남궁 혼자였다면 세가의 충격도 훨씬 컸을 거다. 쉽게 결정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한데 혼자 당한 일도 아니고 칠룡오봉 중의 으뜸인 소림도 마찬가지였다. 세가는 남의 불행이 큰 위안이 되었을 거다.
“가가, 하지만 아직 소림과 주 언니의 집이 남았어요.”
“하하! 그건 주매에게 맡기면 될 거야. 주매라면 아마 애라도 만들어 들어갈지도 모르지. 그런데 주매의 집은 뭐하는 곳이야?”
“언니가 집안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아 저도 잘 몰라요. 가가께서 직접 물어보세요.”
아직 본론이 남아 있었다.
“응, 그러지 뭐. 그건 그렇고 지금 우리 장원에 총관이 없거든. 화매가 관리 좀 해줬으면 하는데, 어때?”
“제가요? 주 언니도 있는데 그래도 될까요?”
“주매는 호법이야. 돈이나 살림을 시켰다간 우리 모두 길바닥에 나 앉을지도 몰라.”
농담으로 마음이 좀 편해졌는지 남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호, 설마요.”
“내 말 믿어. 틀림없으니까. 그럼 화매가 맡아주겠다는 거지?”
“예, 열심히 해 볼 게요. 그런데 진짜 이 장원은 어떻게 된 거예요?”
동굴에서 내 재산을 전부 본 남궁이다. 속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은 원 주인이 음마야. 황금열쇠를 가지고 천하전장에 갔더니 땅문서가 있더라고. 제자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처리하고 접수했어.”
“음마라고요!”
음마의 이름이 나오자 남궁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오빠를 죽이고 자신에게 치욕을 준 놈이니 당연할 거다.
“쉿! 조용히 해. 이미 죽은 놈이니까 더는 신경 쓰지 말고. 제자도 내가 확실히 처리했으니까 안심하고.”
“.......예, 죄송해요.”
“화매가 제일 먼저 해줘야 할 일은 장원의 규모를 파악하고 수입 및 지출을 관리해 줘. 임시로 투견과 영춘 아범이 맡고 있으니 불러서 물어보면 될 거야.”
“예, 가가. 그런데 가가께서는 천하제일장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실 건가요?”
“글쎄, 특별히 생각한 건 없어. 일단 사람을 모집하고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주매와도 상의해 봐야 하니까.”
“예, 가가.”
남궁이 진정하기를 기다려 입을 열었다.
“세가에는 언제 가는 게 좋을까? 무림대회에 참가하려면 아무래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근데 혹시 세가에 제왕단 남는 거 하나정도 있을까?”
“제왕단이요? 어디에 쓰시게요?”
내가 먹을 건 아니다. 사람도 없는데 철노같은 고급인력을 놀릴 수는 없는 일. 확신은 없지만 치료해 써먹고 싶었다.
‘정 약효가 부족하면 백호기로 싹 거둬들이지 뭐.’
주었다 뺏을 수도 있으니 손해 볼 일도 아니었다.
“있어?”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미미는?”
“미미요?”
“왜 화매처럼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거 없냐고?”
“아! 있을 거예요. 혹시?”
이제야 남궁의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생사현관 타통 해줄 생각이냐고 묻는 거다.
“응! 맞아. 화매 생각은 어때?”
“그런 뜻이라면 저도 찬성이에요. 하지만 그 방법이.......”
남궁이 망설였다. 그 이유도 알 듯 했고. 사실 소림과 남궁이야 만지고 싶어 단전에 직접 손을 댔지 미미에게까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미미는 명문혈을 통해 진기를 주입할 거야. 화매랑 주매 때와는 다르지. 그땐 두 사람이 너무 예뻐 만지고 싶어 일부러 그런 거야.”
“가가도 참........”
예쁘다고 하니 남궁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확실이 여자한테는 만병통치약 같은 마법의 단어가 틀림없었다.
“그러면 괜찮겠지?”
“예, 제가 한 번 말해 볼게요.”
“그래 새로운 소가주야 세가에서 알아서 할 테니 소용없을 테고 미미가 딱 적당해. 미미한테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 받고.”
“예, 그럴게요.”
그때 미미가 돌아오면서 들었는지 대청으로 오르며 물었다.
“장주님, 뭔데 제가 적당하다는 말이에요?”
“하하! 나쁜 일은 아니니까 언니한테 들어. 난 주매하고 얘기나 하고 있을게.”
남궁이 얼른 일어서 미미를 데리고 거처로 올라갔다. 소림이 내 옆으로 앉으며 물었다.
“가가, 무슨 얘기에요?”
“미매가 가진 제왕단이 필요해서 부탁하려고.”
“제왕단이요? 아무리 가가라고 해도 쉽게 내줄리 없을 텐데 괜찮을까요?”
“화매가 알아서 하겠지. 그것보다 주매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뭘요?”
“주매의 사문이나 집에 뭐라고 할 거냐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서 물었다. 또 얼마나 황당할까도 궁금했고.
소림이 당황해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거요? 저, 저도 화매처럼 하려고 해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매가 사문이나 집안에 거짓말을 하게 할 수는 없으니 빨리 사실로 만들어야 겠네? 그럼 거짓말이 아니잖아. 주매도 그래서 어제 내 침실로 찾아 온 것 아니었어?”
“.......맞아요.”
역시 솔직한 육체의 소유자답게 맞단다. 아무래도 제왕단을 구해도 철노보다는 내가 먹어야 할 것 같다.
“주매, 어제처럼 저녁에 말고 새벽에 내 방으로 찾아와.”
“........예.”
남궁과는 시간차를 두어야 했다. 장소도 달리 해야 하고.
“그리고 주매. 화매는 천하제일장의 총관을 맡아 주기로 했어. 그래서 난 주매에게 호법을 맡길까 하는데?”
“호법이요?”
“응, 장원에 새로운 무사를 모집하는 중이야. 그들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주매가 적임자일 것 같아.”
“당장은 곤란해요. 일단 사문에 허락을 받고 할게요.”
“그렇게 해.”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림을 비구니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중들도 반대하지는 못할 거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이 문제는 소림에게 맡기기로 했다. 내가 나서봐야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