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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33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3화

33화. 세상은 넓지만 빌어먹을 무공은 하나다

 

아무튼 노괴물의 제안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감지덕지할 만했다. 그러나 난 이미 질풍무적권왕의 무공을 얻었다. 무공 때문에 노괴물의 제자가 되어 세가와 엮일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표정을 보니 크게 질책할 분위기는 아닌 듯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사한 제안이시긴 합니다만 사정상 어르신의 제자가 될 순 없습니다. 말씀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얘기가 아니네.”

“그럼 무슨 뜻으로?”

“일 갑자 반의 내공과 생사현관이 타통 된 자네라면 무공을 익히기 수월할 걸세. 그래서 하는 말이야.”

“하지만 세가의 무공을 익히게 되면........”

노괴물은 손을 저어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세가의 무공이 아니네. 대신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우리 이제 남도 아닌데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청룡무가 건도 그렇고, 무공까지 가르쳐 주면 자네에게 손해는 아니라고 보네만.”

부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알고 보니 이 말을 하려고 이리저리 돌렸던 거다.

‘무슨 부탁인지 몰라도 손해는 아닌데........’

첩첩무적권 외에 사용할 만한 무공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때에 맞는 제안이라 웬만하면 승낙해도 좋을 듯했다.

그리고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상대방이 기분 좋게 흔쾌히 하는 편이 나았다.

“제게 부탁이라니요. 그런 말씀은 거두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세가에서는 무림대회에 두 명을 추천할 수 있네. 자네를 추천할 생각이니 참가해 주게.”

노괴물이 다시 두서없는 화법으로 날 당황시키기 시작했다.

“예? 그런 일을 제가 어떻게. 오히려 남궁의 명성에 누를 끼칠 뿐입니다.”

“그래서 못하겠다는 건가?”

막말로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결과가 빤한 일에 날 내모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럴 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노괴물을 똑바로 쳐다보고 물었다.

“왜 입니까? 이유는 알려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노괴물이 이놈 봐라?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놈이 감히 세가와 엮이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면서?”

남궁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다. 돌려서 말했겠지만 결국 같은 뜻이다. 딸을 구해준 은인이라 참고 있을 뿐이지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다.

“그저 화풀이로 제안하시는 게 아닌 듯합니다만? 말씀대로 세가의 명성이 그리 가볍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흐흐흐! 그야 그렇지. 하지만 네가 가진 내력을 보면 우리도 그리 믿지는 장사는 아니야. 이미 절정 이상의 내공을 가진 놈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거든. 우승까지는 몰라도 선발은 가능할거야.”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텐데요?”

“그렇지. 물론 네가 선발되어주면 더욱 좋겠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이제야 노괴물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참가하는 순간 남궁이 침 발랐다는 것을 세상에 공표하는 셈인 거다.

“그런데 세가에서 보지도 못한 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걸 몰라서 묻나? 에잉! 쌀이 익어 밥이 되어버린 마당에 선택지가 별로 없지 않나? 그렇다고 화아와 절연할 수는 없는 일이고, 네놈 덕분에 혁이의 시신이나마 수습할 수 있었으니 은원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뿐이다.”

말을 마친 노괴물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헉! 벌써 밥이 됐다고?’

남궁이 왜인지는 몰라도 폭탄선언을 한 모양이다. 남궁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고 있는데 노괴물이 인상을 풀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세가에서는 네놈이 지닌 내력과 발전 가능성에 투자하기로 했네. 세가 사람이 되길 거부하는 것은 그만한 포부와 자신감이 있다는 뜻. 이왕이면 잘 난 놈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딸까진 부모라면 다 마찬가지 심정일 게야. 그래서 좀 더 빨리 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지. 지금의 자네는 화아와 격이 맞지 않으니까 말이야.”

물론 그건 나도 안다. 일반인이 대기업 총수의 딸을 꼬신 것과 다름없으니까.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렇다면 세가에서 너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까?”

“딸 가진 부모가 손해 볼 수밖에. 그래 제안을 승낙하겠느냐?”

거듭 생각해봐도 손해볼 건 별로 없어 흔쾌히 승낙했다.

“휴우!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괜히 누를 끼칠까봐 걱정될 뿐입니다.”

“됐다. 내일부터 한 시진씩 무공을 지도해 주마. 하지만 성과는 오직 네 노력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거라.”

“예, 어르신.”

 

@

 

점심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창룡무가주 백리흔이 두 명의 호위무사만 거느린 채 찾아왔다. 배첩을 받고 풍운각으로 부르고 노괴물과 함께 맞이했다.

백리흔은 한눈에 창궁일검을 알아보고 깊숙이 포권하며 인사했다.

“합비의 창룡무가주 백리흔이 창궁일검 노선배를 뵙습니다.”

“잘 왔네. 어서 오르게.”

노괴물은 당연하게 인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대청에 오르자 마치 제 집 인양 자리를 내어 주며 날 소개했다.

“이 쪽은 천하제일장의 장주이자 증손녀 사위가 될 한 대갑이라 하네.”

승낙했다고 아예 대놓고 말뚝을 박는 노괴물이다. 아예 전 무림에 품절남이 되었다고 광고한 거다. 앞으로 있을 수 많은 기회들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아니 요즘은 품절남이 인기라더라.’

위안을 삼으며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천하제일장주 한 대갑입니다.”

“반갑소. 백리흔이라 하오.”

인사를 마치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당연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서로 태연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가만히 내온 차를 한 모금 마신 노괴물이 입을 떼었다.

“먼저 손녀의 일에 흥분해 과하게 손을 쓴 것을 사과하겠네.”

백리흔도 사건의 인과관계는 창룡대주를 통해 들었을 터. 사건의 발단은 아들에게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사죄와 배상을 각오하고 찾아온 거다.

그런데 잘잘못을 떠나 노괴물이 먼저 사과하고 나오자 백리흔은 심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역시 노괴물답군!’

사실 반박할여지도 없지만 갑이 이렇게 나오면 대응하기 곤란했다. 언제든지 갑이 기분을 바꿔 내가 이렇게 양보했는데 넌 못하느냐? 하고 나올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끝까지 을이 ‘네, 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진 거다.

이럴 땐, 난 끼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자식을 잘 못 가르친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백리흔 역시 최선의 방어로 나왔지만 그 뿐이었다.

노괴물 특유의 럭비 볼 어법이 시작되었다.

“창룡무가가 합비의 치안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네. 아주 훌륭한 일이야.”

“감사합니다, 어르신.”

“아까 창룡대를 보니 절도와 기강이 잡혀있더군. 가주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아직 부족합니다.”

“항간에는 남궁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 모양인데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어찌 제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천추제일세가의 위명은 영원히 강호인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끼어 들 여지도 없이 대화는 계속되었다. 나야 재밌지만 백리흔은 죽겠는 모양이다.

그렇게 한 시진의 상관없는 대화가 이어진 뒤, 노괴물이 본론을 꺼냈다.

“합비에 자네 같은 호걸이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내가 이곳에 온 보람이 있는 듯 하군. 나도 오늘 일은 잊을 테니 자네도 한 장주와의 일은 깨끗이 잊고 서로 도와 합비의 치안에 힘 써주길 바라네.”

이제야 내가 등장할 차례가 왔다. 냉큼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어르신.”

어째 이를 악물고 하는 대답 같지만 나도 노괴물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차핫! 백호출동!”

휙! 휘익! 휙! 휙!

연무장 한 가운데 서서 가전검법인 백호검법을 시연하고 있었다. 지금은 장검으로 시연하고 있지만 원래는 내가 만든 회칼 검법이다.

무공도 모르는 내가 만든 검법이라 아무런 형식도, 검로도 없는 찌르고 베고 휘두르는 수준이다. 그래도 구십년의 내공이 담겨 있어 검기도 흐르고 꽤 그럴듯해 보였다. 내게만 말이다.

“쯧쯧! 됐다. 그만해라.”

지켜보고 있던 노괴물이 어이가 없는지 혀를 차며 말했다. 그의 눈엔 어린애 장난처럼 보였나 보다.

즉시 검을 갈무리하고 해맑은 얼굴로 물었다.

“어떻습니까? 어르신.”

“그런데 아깐 가전무공이 권법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예? 제가요? 그럴리가요. 저희 가전무공은 지금 펼친 백호검법입니다. 혹시 어르신께서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까?”

내가 우기는 거지, 잘못 들은 건 아니다.

“됐다. 검법이든 권법이든 그 모양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말을 마친 노괴물은 한권의 책을 건넸다. 표지에는 현천구검이라 적혀있었다.

玄天三劍현천삼검

확실히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물었다.

“이건 뭡니까?”

“내가 네놈에게 가르칠 무공이다. 비록 세가의 무공은 아니지만 대성하면 절정이상의 경지를 이룰 수 있는 일절一節이지. 네놈이 마침 도가 계열의 심법을 익혔다고 해서 고른 무공으로 과거 사라진 전진파의 검법이다.”

“예? 전진이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내가 익힌 층층무적공도 전진의 현현기공이 기초였다. 뭔가 이어지는 인연이 신기했다.

“왜? 마음에 들지 않느냐?”

내 물음을 오해한 노괴물이 뚱한 표정으로 물어 바로 허리를 굽혔다.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요. 감사합니다.”

“전진은 정종무공의 근원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과거의 무공이긴 하지만 어느 하나 일절一節이 아닌 것이 없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내일부터는 곧바로 수련에 들어갈 테니 오늘은 구결을 완벽하게 암기하도록 해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부 암기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잘난 척할 때가 아니다. 남궁세가의 서고는 구경해야 하니까.

노괴물이 떠난 후에 현천삼검을 천천히 정독했다.

제 일초 - 공空

제 이초 - 허虛

제 삼초 - 무無

완독해 암기한 다음 한 숨과 함께 책을 덮었다. 정독한 감상은 이렇다.

“하아! 이러니 망해도 싸지. 이런 식이면 줘도 못 먹잖아.”

일단 초식이름부터 한 숨이 나온다. 보통 초식명하면 용쟁호투, 맹룡과강 등등 네 자로 이루어진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어야 한다.

근데 얘 네는 글자만 다를 뿐이지 통 비었다는 뜻의 한 글자뿐이다.

‘무슨 염세주의자도 아니고.......해설은 또 어떻고? 낯부터 내린 비가 어쩌고 어째?’

온통 이런 식의 시구詩句인지 푸념인지 모를 해설이다. 그것도 무척 길다. 사실 하루 종일 비가 오면 삭신이 쑤시고 만사가 귀찮아질 뿐인데 말이다.

이미 몇 권의 최고수준 무공서적을 탐독한 나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잘난 척은 했어도, 이런 식의 뜬구름 잡는 해설은 없었다.

‘이런 식이면 스승이 직접 붙들고 가리켜도 대성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다. 대체 이런 식의 해설로 어떻게 창안자의 의도를 짐작이나 할 수 있냔 말이다.

‘이거 만든 놈이 환자 아냐?’

왜 천재들 중에는 저만 알고 남들이 모르는 걸 은근히 즐기는 변태 같은 놈들이 있다고 한다. 아마 창안자가 그런 놈이지 싶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하면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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