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2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9화
29화. 개싸움이라면 내가 전문이지.
투견을 대동하고 서둘러 흑구파의 본거지인 만월루로 달려갔다. 만월루 전체에 흉흉한 기색이 맴돌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은 무사했다.
이곳을 알고 있는 투견이 바로 흑구의 거처로 안내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투견을 발견한 흑구가 벌떡 일어서 상석을 양보하고 그 앞에 엎드렸다. 무림인과 흑도사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가 상석에 앉자 투견이 옆에 서며, 흑구에게 명령했다.
“흑구는 고개를 들어 새 주인께 인사를 드려라. 풍운장 아니 이젠 천하제일장의 장주님이시다.”
흑구가 날 보고 움찔 하더니 곧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마 내 덩치와 험악한 인상에 놀란듯했다.
“흑구가 새 주인께 인사드립니다.”
“수고가 많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주기 바란다.”
“명심하겠습니다.”
“토룡방을 맞을 준비는?”
“지시하신 대로 만월루에는 저와 열 명만 남았고, 나머지는 길목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투견을 불렀다.
“좋아. 투견.”
“예, 장주님.”
“습격이 시작되면 애들을 데리고 토룡방을 쳐. 직접 나서지는 말고 위험할 때나 은밀히 도와줘.”
“예, 장주님.”
“그럼 여긴 됐으니까 어서 가봐.”
투견이 물러가고 방안엔 흑구만이 남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꼭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 지금 속으로 씨팔, 좆팔 하고 있을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목소릴 차악 깔고 물었다.
“토룡방은 몇 명이나 동원할 것 같나?”
“못해도 백은 될 겁니다.”
“오늘 토룡방을 처리하면 그 구역을 전부 접수할 수 있겠나?”
“창룡무가가 나서지만 않는다면 문제없습니다. 맡겨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싸움이 벌어지면 넌 나서지 말고, 지렁이와 짝귀가 누군지 알려주기만 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남은 인원과 함께 만월루를 부숴. 중요한 건 건드리지 말 되, 표 나게 부셔야 할 거야.”
토룡이 두목이고 짝귀가 부두목이다.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올 테고 잡으면 끝이다. 그리고 흑구가 부숴놓은 만월루는 토룡방을 접수하는 명분이다.
아무튼 오늘은 오랜만에 옛날 방식으로 제대로 몸 좀 풀 생각이다. 노괴물과 남궁미미에게 받은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겸 해서. 흐흐흐.
“아! 입던 옷 있으면 한 벌 빌릴까?”
“예?”
“내가 입을만한 낡은 옷 한 벌 가져오란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룡방에서 많은 인원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왔다. 흑구가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습격을 기다렸다.
잠시 후.
부산한 발소리가 들리고 망을 보던 부하가 흑구에게 보고했다.
“두목! 토룡이 백여 명을 끌고 오고 있습니다!”
“어디쯤이냐?”
“일각이면 도착할 겁니다.”
“알았다. 그만 됐으니 너도 몸을 숨기고 있거라!”
지시를 마친 흑구가 나에게 말했다.
“장주님, 조금 이상합니다. 백 명 정도라면 토룡방의 거의 전 인원입니다. 우리 애들도 그 정도인데 정면으로 쳐 들어온다는 것이 조금........”
“아마 조력자가 있겠지. 오늘 단번에 승부를 봐야하니 창룡무가에서 한 둘 쯤 지원했을 수도. 아니면 낭인을 고용했든.”
“그렇다면 큰 일 아닙니까? 자칫 일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저들이 먼저 시작한 일. 상관없다.”
그때였다.
쾅!
콰직!
만월루의 대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흑구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흑구는 나와 무릎을 꿇어라.
“왔군.”
“장주님, 어떻게 합니까?”
“찾아올 때까지 그냥 기다리자.”
흑구와 마주앉은 채 자리를 지켰다.
쾅!
콰직. 우지끈!
-흑구! 이 새끼, 나와!
-새끼들이 전부 도망친 거야, 뭐야!
-애들아! 전부 부셔라!
고함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우리가 있는 방문이 부서졌다. 검과 도를 든 일단의 무리가 들이닥쳐 나를 보고 멈칫하며 방안을 둘러봤다.
내가 놈들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니들은 뭐냐?”
서로를 쳐다보던 놈들은 곧 내 앞에 부복해 있는 흑구를 발견했다. 하관이 길게 빠진 말상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흐흐흐! 흑구, 도망간 줄 알았더니 여기 있었군!”
흑구는 부복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고 내가 인상을 팍 쓰며 소리쳤다.
“뭐냐고 했다!”
말상의 사내는 기세에 눌려 흠칫하며 등 뒤로 시선을 돌렸다. 비록 차림은 남루해도 내 앞에 흑구가 부복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뒷줄의 있는 사내중의 하나가 턱짓으로 말상의 사내에게 신호했다. 아마도 계속 진행하라는 신호였는지 말상의 사내가 내게 물었다.
“넌 누구냐?”
“나? 난 흑구의 새 주인이다. 흑구, 그만 일어나서 말해 봐라.”
흑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맨 앞의 말상의 사내와 그 옆의 쥐 눈의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주님, 주둥이를 나불거린 놈이 토룡이고 그 옆에 한쪽 귀가 없는 놈이 짝귑니다. 토룡파가 쳐들어온 듯합니다.”
“그렇군. 이 봐, 니들이 늦었어. 흑구파는 이미 내가 접수했으니까 그대로 돌아가면 용서하지.”
뻥 카다 뻥 카. 돌아가도 안 되지만 용서할 생각은 쥐뿔만큼도 없으니까.
그래도 토룡은 두목이라고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 혼자 있는데도 섣불리 발작하지 못하고 연신 뒤편을 살폈다.
‘흐음. 뒤편이 세 놈이 조력자인 모양이군.’
세 놈은 창룡무가든 아니든 없앨 생각이다. 그래야 복수한다고 천하제일장으로 쳐들어 올 테고. 그 순간 토룡방은 완전히 내 손에 들어온다.
‘쳐들어왔다간 흐흐흐.........’
우리 집엔 소림과 남궁이 있다. 노괴물도 다시 올 테고. 쳐들어온 창룡무가가 그들과 대면할 상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하하!”
느닷없이 대소를 터뜨리자 비웃음으로 들렸나보다. 세 명중의 하나가 고갯짓으로 다시 토룡에게 신호를 보냈다. 토룡이 한 발 물러서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뭐하냐! 쳐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상의 사내 앞으로 걸어가며 회칼을 꺼내 들었다.
뚜벅뚜벅.
놈들은 오히려 내가 앞으로 나서자 복병이라도 있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토룡과 대여섯 걸음 남았을 때 득달같이 달려 들며 회칼을 역수로 잡고 주먹을 내질렀다. 백호권법이 아닌 그냥 맨주먹을.
하지만 일반인의 열배 이상의 신체능력을 가진 나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놈들에게 난 절대고수와 다름없었다.
빡. 콰직.
“컥!”
한 주먹에 토룡은 옥수수를 날리며 피를 뿜고 모로 쓰러졌다. 쓰러진 토룡을 발로 밟고, 짝귀의 목을 감아 아래로 누르며 회를 뜨기 시작했다.
휙. 서걱.
“끄악!”
“새꺄! 봐 준다고 그냥 가랬지?”
눈알을 희번뜩이며 사정없이 칼질을 했다.
휙휙. 서걱서걱.
“끄아악!”
“이 돌대가리 새끼! 왜 한 번 말하면 못 알아 듣니!”
말을 하다 보니 진짜로 열이 올라 닥치는 대로 쑤셨다.
푹푹푹!
“컥!”
“아 씨팔! 혈압 올랐잖아! 사람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귀는 왜 달고 다녀! 이 사오정같은 새끼야!”
휙! 서걱!
툭!
“으아아악!”
짝귀의 하나 남은 귀마저 잘라 진짜 사오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놈들은 나 혼자 미쳐 날뛰는 기세가 워낙 흉흉해서인지 오히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러자 맨 뒤에 있던 세 놈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만!”
홱!
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잡고 있던 무기를 내 던졌다.
휙. 털썩.
동시에 인상을 찡그리고 놈들을 향해 몸을 날리며 구공口攻을 펼쳤다.
“그만? 이런 씨벌늠덜이! 니들이 그만하면 내가 그만해야하는 똘마니냐! 씨팔! 좆 까고 있네!”
욕도 시대와 함께 발전하는 법. 특히 우리나라처럼 다양하고, 살벌하며, 표현이 풍부한 나라는 없을 거다.
또 욕을 함에 있어 격을 높이려면 적절한 성조와 얼굴을 비롯한 온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
내 신체는 이런 쪽으로 천품을 타고 난 것과 같다. 큰 덩치에 험악한 인상, 세 옥타브를 넘나드는 웅장한 성대. 과히 천고의 기재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극상의 욕은 상대에게 일시적인 공황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개싸움에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금 약했나보다. 잠시 움찔 거리기는 했지만 세 놈은 검을 뽑아 들고 날 베어 왔다.
챙! 챙! 챙!
부웅. 붕. 부웅.
검기도 맺히지 않은 평범한 검이다. 양쪽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무시하고, 중앙의 검을 백호기를 두른 회칼로 쳐 올리고 그대로 내리 그었다.
서걱.
중앙에서 공격하던 놈이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세로로 몸이 갈라지며 죽었다.
그 사이 양쪽의 공격이 내 등과 허리를 베었다.
서걱. 서걱.
낡은 내 옷이 베어지는 소리를 끝으로 장내는 정적과 함께 정지화면을 변했다. 뜻밖의 결과에 모두 넋이 나간 거다.
씨익.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빙글 돌아, 오른쪽 놈을 향해 고함지르며 회칼을 찔러갔다.
“눈!”
놈은 얼떨결에 검을 들어 얼굴을 막았지만 회칼은 놈의 심장에 박혔다.
푹.
“끄억!”
죽어가는 놈은 눈으로 묻고 있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병신새끼! 내 말을 믿었냐?”
억울해서 눈도 못 감고 죽어 자빠지자, 정신을 차린 다른 놈이 덤볐다.
“죽엇!”
부웅.
캉.
회칼을 뺄 시간이 없어 팔을 들어 날아오는 검을 막고 일어서며 어퍼컷을 날렸다.
빡.
부웅.
털썩.
안면이 턱부터 반쯤 함몰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사방을 둘러보며 고함질렀다.
“전부 꿇어!”
털썩.
눈이 마주친 한 놈이 무릎을 꿇자 다른 놈들도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털썩. 털썩. 털썩.
한 구석에서 경외의 눈빛을 보이는 흑구에게 지시했다.
“애들 데리고 뒷정리해라. 적당히 부시고.”
“예, 장주님!”
“아! 그리고 토룡방을 접수하는 대로 가장 먼저 돈이 될 만 한 건 전부 쓸어와.”
“예, 장주님.”
이로서 토룡방은 내 것이 된 거다. 일부러 천하제일장주라고 밝혔으니 창룡무가는 항의를 하던 나를 치던 장원으로 올 거다.
대책 없이 일을 크게 벌이는 것 아니냐고?
크게 벌이는 건 맞다. 하지만 대책은 있고 일부러 그러는 거다.
내가 조직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조폭들이라고 무조건 싸우는 건 절대 아니다. 특히 요즘은 웬만하면 싸움보다는 돈과 대화로 푼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모자라면 돈을 보태서 말이다.
여기도 똑 같다. 웬만하면 대화하고 돈으로 퉁 치려 할 거다. 그래선 시간만 걸리고 내가 얻을 게 별로 없다.
노괴물이 등장하기 전만해도, 지원 나온 무사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창룡무가는 절대 나 혼자 싸울만한 사이즈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겐 소림과 남궁뿐만 아니라 덤으로 노괴물까지 있다. 가진 패는 최대한 써먹어야 하는 법. 크게 벌여놓고 한방에 깨끗하게 정리하려는 거다.
창룡무가는 천하제일장으로 쳐들어오는 순간 수렁에 빠지는 거다. 황산파가 개입하기에는 창룡무가의 실수가 너무 명확해 명분이 없다.
결국 여기서 화해를 위한 대화가 시작될 거다. 그게 조폭들의 방식이니까. 그리고 창룡무가는 남궁세가와의 화해를 위해 나에게 무언가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 대가가 바로 토룡방이지. 흐흐흐!’
울며 겨자 먹기로 내어 놨으니 나완 원수가 될 거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바라는 바다. 당장은 아니어도 적당한 때가 되면 창룡무가도 먹을 생각이니까.
일단 현재는 내가 정파의 탈을 쓰고 있어 정으로 엮이면 매우 곤란하다. 백검문의 약삭빠른 동생처럼 형님하고 덤비면 먹을 수가 없다. 그 놈의 평판 때문에.
그래서 창룡무가와는 거리를 둬야 했다. 놈이 나를 원수로 대하고 자꾸 건드려줘야 명분을 쌓을 수 있는 거다.
봐라.
내 덩치에, 이만한 인상에, 이 정도 잔머리를 굴리면 이미 천하무적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