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2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4화
24화. 나도 장로원長老院을 갖고 싶다.
천하제일장으로 돌아와 보니 막 현판을 교체하고 있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다 뇌옥으로 향했다.
뇌옥을 지키는 자는 호리狐狸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하관이 얄팍한 자였다.
“충! 이상 없습니다, 장주님.”
“그래 수고해. 아무도 들이지 말고.”
아무리 해독을 했더라도 하루 만에 멀쩡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굵직한 혈맥이 손상되어 고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호기와 세수경을 암기한 나로서는 적당한 영약만 구하면 고칠 수도 있었다.
‘과연 고쳐야 될 가치가 있느냐가 문제지.’
내가 들어가는 인기척을 들었음에도 노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해독된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동요도 하지 않았다.
음마가 비급을 차지한 것과, 죽이지 않았다는 점으로 난 노인이 혈왕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확신이 없어 노인의 정체를 아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음마와 같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음마와 노인은 불편한 관계일 테니.
“일단 독은 전부 해독했소. 난 음마를 처치하고 풍운장을 접수한 한 대갑이라고 하오.”
일단은 하오체를 썼다. 난 천하제일장의 장주니까 노인에 대한 예의는 충분히 지킨 거다.
번쩍.
노인이 눈을 떠 날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쯧! 네깟 놈이 흡정음마를 처치했다고? 이미 가져갈 것은 다 가져가고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네놈들 마음대로 해라. 난 더 이상 할 말 없다.”
상당히 꼬장꼬장한 노인네 였다. 아무리 나이 들면 의심병이 생긴다곤 하지만 젊은 놈에게 저런 식으로 말해 좋을 것은 없다. 요즘 젊은이 무서운 줄 모르는 노인네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도 고운 법. 뭐 더 이상 예의는 필요 없을 듯했다.
“뭐 이미 죽은 놈이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닌데 믿지 않아도 나야 상관없지. 물론 노인네가 죽어도 아쉬울 것 없어.”
“.........”
굳게 다문 입술을 보아하니 이쯤에서 미끼를 던져야 할 듯했다. 내 예상이 틀렸다면 처리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예상이 맞는다면 뜻밖의 조력자를 얻을 수도 있는 일. 크게 손해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살려놓았으니 이름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냐? 알겠지만 노인네 해독하는데 꽤나 힘들었으니까. 또 노인네가 누구냐에 따라 금이 간 단전과 혈맥을 고쳐줄 수도 있어.”
움찔.
역시 반응이 있었다. 노인은 다시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날 빤히 쳐다봤다. 백호안으로 기를 죽일까 하다가 환자에게 할 짓이 아니라 참았다.
“쯧쯧! 이 세상에서 눈싸움으로 날 이길 사람은 없어. 더구나 내공이 없는 몸으로는 더더욱. 그러니까 눈깔에 힘 빼고 애쓰지 마.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애처로우니까.”
“네 놈은 누구냐?”
“하! 나 참! 이 양반 대화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노인네네. 난 천하제일장주 한 대갑이야. 그러는 노인네는?”
“.........”
또 입을 닫는다.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마지막 수를 던졌다.
“음마를 죽이고 질풍무적권왕의 비급을 모두 얻었어. 이 사실을 알려지면 나도 무림공적이 되는 거야. 노인이 그와 관계가 없다면 죽일 수밖에 없어.”
적이 아니라는 뜻으로 혈왕이라 하지 않고 질풍무적권왕이라 했다.
움찔!
분명히 반응은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는 않았다.
“.........”
“첩첩무적권, 층층무적신공, 구주종횡신보. 어때 들어본 것들 아냐?”
권왕의 무공명을 들으며 부들부들 떨던 노인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네 놈의 말이 전부 사실이냐?”
‘빙고!’
내 예상이 맞았다. 그리고 대충 노인의 정체도 알 것 같았다. 혈왕과 함께 혈겁을 일으켰던 혈왕사노. 그 중에 죽지 않고 사라진 두 명 중의 한 명일 것이 분명했다.
‘이거 잘하면 장로 한 명 영입하겠는데? 흐흐흐!’
내색을 감추고 푸념하듯 말을 걸었다.
“쩝! 믿고 말고는 노인네가 알아서 해.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한데 이게 아주 골치가 아파. 좋긴 좋은데 당신네들이 한 짓 때문에 마음 놓고 쓸 수가 없거든. 아! 그건 그렇고 노인네는 권왕과는 어떤 관계지? 혈왕사노 중의 한 명인가?”
말하기 쉽게 아주 콕 집어 물어봤다. 이쪽이 다 알고 있다는 데야 숨길 필요가 없을 테니까.
“노부는 철노鐵老 상인걸이라고 한다.”
“그걸로 끝이야?”
“그럼 내게 또 무얼 원하는 것이냐?”
“뭐 음마에게 잡혀있는 이유나 혈왕지겁의 사정 같은 걸 얘기하고 복수를 부탁하는 게 흐름상 맞지 않아?”
“허허허! 어이없는 놈. 권왕께서도 하지 못한 일을 겨우 네깟 놈이 할 수 있다고? 우습지도 않구나. 네깟 놈의 도움은 필요 없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뼈에 맞아 아프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군. 하지만 노인네의 목숨은 내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는 마. 뭔가 죽을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이런 꼴이 되도록 버티고 있는 것 아니었어?”
물론 내 짐작이다. 하지만 흡정음마보다는 혈왕사노의 이름이 무거웠다.
그런 사노의 한 명인 철마가 권왕과 함께 죽지 않은 것도 이상했지만, 음마에게 이런 꼴을 당하며 목숨을 연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필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의사한테 꼭 그런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몇 년 지나 보면 무덤에 묻혀 있다. 제 몸은 알 수 있지만 고치는 방법은 몰라서 그렇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괜한 말은 아니다.
철노의 방법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백호기와 영약의 도움으로 고칠 수 있다. 물론 영약이 최소한 내가 먹은 것 정도는 돼야겠지만.
“뭐 정히 그렇다면 그렇게 하쇼. 하지만 너무 빈정 상하게는 말하지 마쇼. 고칠 수 있어도 안 고쳐 주니까.”
“.........원하는 게 무엇이냐?”
“글쎄 솔직히 말해 지금의 당신에겐 원하는 게 없어. 아니 그런 꼴로 내게 뭘 해줄 수 있는데?”
“.........”
철노도 현실을 인정하는 듯 대꾸하지 못했다. 권왕의 무공을 얻었는데 자신의 무공을 탐할 리도 없었으니까.
다시 하오체를 사용하며 물었다.
“그렇다고 위험한 노인네를 공짜로 치료해 줄 수는 없는 법. 십 년. 완치된 후 십 년이 어떻소?”
“그건 안 된다. 네 놈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십 년을 주구로 살란 말이냐?”
“그럼 할 수 없고. 그런데 당신은 내가 꼭 필요하지만 난 그저 아쉬운 정도라는 것을 알아야 할 거요. 그리고 막말로 이미 혈겁을 일으킨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조금 우습지 않소?”
“.......으음! 그래도 십 년은 안 된다.”
다시 설득을 하려 하는데 인기척이 들리며 호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장주님! 백검문의 소문주가 방문해 장주님을 찾습니다.
‘백검문?’
남궁세가의 방계세력으로 합비를 세 등분한 세력 중의 하나가 백검문이다.
‘올 때가 되긴 됐지.’
남궁과 소림도 남궁세가에 도착했을 것이고 사정을 밝혔을 것이다. 무려 흡정음마가 관련된 소가주의 사망사건이다. 어쩌면 남궁세가의 가주가 조사대를 이끌 지도 모른다.
‘그와는 달리 나에 대해서도 알고 싶겠지. 먼저 백검문을 통해 간보려 할 테고.’
이미 장원의 이름까지 바꿨는데 피할 이유가 없었다. 정식으로 무림에 이름을 알릴 기회니까.
그리고 어차피 하루아침에 철노를 설득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넘어 오면 오히려 실망할 거다.
‘적어도 제 주인에 대한 의리는 지키는 놈이어야지. 그래야 나한테도 잘 할 테니까.’
내가 철노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제대로 된 세력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누이 말했듯이 무엇보다도 뒷방 늙은이들이 필요하다. 그것도 세력에 충성스런 노인들을.
다른 말로 하면 장로원.
난 이게 갖고 싶은 거다. 장로원의 수준이 바로 그 세력의 수준을 의미하니까. 그리고 제대로 된 장로원을 갖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죽을 때면 고향을 찾는 법이니까.
오히려 행동대원으로 쓸 젊은 무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낭인 중에 괜찮은 놈을 절정으로 만들어 쓰면 되니까.
하지만 내가 만든 절정에는 장로들과 비교해 한계가 극명했다. 경험은 물론 걸 맞는 무공을 익힌 자들은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내공은 절정인데 무공은 조잡한 형태가 될 거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때문에 끈 떨어진 신세인 철노를 억지라도 영입하고 싶었다. 충성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계약이라도 말이다.
아무튼 노마 역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거다.
“보다시피 난 일이 있어 가봐야겠소. 그동안 잘 생각해 보시오. 호리, 손님을 풍운각으로 모셔라.”
-예, 장주님.
@
먼저 풍운각에 도착해 백검문의 소문주를 기다렸다. 백검문이 합비에서 방귀깨나 뀐다고는 해도 방계에 불과했다.
세가에서 독립한 방계라는 것은 한 마디로 분점이나 다름없다. 세가의 이름을 내걸고 할 수 없거나, 하기 불편한 일들을 맡아하며, 세가의 재원을 충당하는 임무였다.
때문에 방계는 아무리 잘나도 방계, 직계와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그 말은 백검문의 소문주라도 내 앞에서 뻣뻣하게 굴 수는 없다는 뜻. 흐흐흐!’
물론 아직은 남궁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난 이미 천하제일장의 총관으로 남궁 화를 결정했다. 직계 그것도 세가주의 친딸이 총관을 맡을 천하제일장과 백검문은 격이 다른 것이다.
‘놈들이 아직 알 진 못하지만 말이야.’
까불면 혼내줄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투견이 일단의 무리를 안내하며 풍운각으로 들어섰다.
투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주님, 백검문의 남궁 진 소문주입니다.”
열 명 정도의 수행과 함께 온 남궁 진은 서른 후반의 상당한 덩치의 사내였다. 보통 환갑이 넘어 문주직을 넘기니 소문주로 20년 정도 지내는 것은 보통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포권으로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진 소문주. 천하제일장의 장주인 한 대갑이라 하오.”
하오체 때문인지 천하제일장이란 말 때문인지 일순 아미를 꿈틀거리는 남궁 진이었다. 하지만 곧 신색을 회복하고 마주 포권 하며 이름을 밝혔다.
“백검문의 소문주 남궁 진입니다. 이렇게 천하제일장주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라? 이 것 봐라? 남궁 화에게 무슨 소릴 들었나?’
태도를 보아하니 내게 무례를 저질러 응징하는 전개는 물 건너 간 듯했다. 확실히 소설에 등장하는 이십대의 핏덩어리 소문주들과는 레벨이 달랐다.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상대의 화를 돋우는 건 내 특기 중의 하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