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2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1화
21. 아! 음마 너란 놈은 정말.......!(2)
생각을 바꿔 두 시진을 들여 노인을 완전히 해독 시켜 주었다. 단전과 가닥가닥 끊은 혈맥으로 금제는 충분했으니까. 수혈을 짚어 두고 다시 영월루로 향했다.
제압해 놓은 두 놈을 들쳐 메고 다시 뇌옥으로 돌아왔다. 뇌옥을 지키던 놈들과 널브러져 있는 총관 옆에 던져 놓았다.
휙.
털썩. 털썩.
총관과 못 다한 대화를 나눌 생각으로 아혈을 풀어 주었다.
“이놈! 사부........”
짜악!
“컥!”
시원하게 싸다귀를 날리며 말했다. 덩치가 크면 손도 큰 법. 왕 총관은 코피가 터지고 입에서 핏물을 뿜으며 쓰러졌다.
“쯧쯧! 매를 벌어라, 벌어.........어라!?”
무려 4단계 백호안에 걸린 놈이 백치가 되긴 커녕 대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다. 확실히 내공 때문이든 정신력 때문이든 일반인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이렇게 되면 절정고수 이상은 4단계로도 힘들겠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백호안에 제약이 걸렸다는 뜻이다. 비슷한 정신 공격인 백호후도 마찬가지일터라 걱정이 된다.
‘뭐, 어차피 승부는 일순에 갈리는 법이니까.’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유용하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왕 총관, 이미 골로 간 사부 얘기 말고 아까 하다만 흑구파에 대해서나 마저 얘길 나눠보자고. 어흥!”
그리고 풀리면 또 걸면 된다. 백호안을 시전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흐, 흑구파는........”
알고 봤더니 흑구파는 풍운장의 돈 주머니였다.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없는 음마가 은밀히 뒤를 봐주며 돈을 챙겼던 거다.
흑도는 말이 좋아 흑도라고 할 뿐 사실 무림인은 거의 없었다. 있어도 삼류에 불과했고.
그런 수준이라 음마를 뒤에 업은 흑구파는 급속 성장해 합비의 밤 세계를 사등분하고 있었다. 통일 할 수 없었던 것은 남궁과 황산파, 철혈방이라는 거대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궁과 황산, 철혈방의 경우도 세간의 이목 때문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 대신 음마와 같이 한 다리 건너 뒤를 봐주고 있다. 정치인이 대리인을 두고 조폭의 뒤를 봐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마 역시 분란을 일으켜 거대세력과 충돌할 생각은 없었기에 더 이상의 확장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나름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거 잘 하면 뭔가 괜찮은 그림이 그려지겠는데?’
일순 잔머리가 돌아가며 수십 개의 플랜이 떠올랐다. 커다란 제방도 조그만 구멍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법.
흑구파를 이용해 합비 아니 나아가서는 안휘성과 전 무림에 풍파를 일으키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그러려면 흑구파는 내가 접수해야겠지? 하아! 음마 너란 놈은........!’
정말 아낌없이 주는 놈이었다. 그렇지만 사랑할 수 없는 놈. 애증의 인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 놈들을 어떻게 한다?’
일단 음마의 제자인 왕 총관은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비밀금고 위치도 모르고, 음마의 음행에 협조한 것만으로 명분은 충분했다.
문제는 나머지 네 명의 낭인무사들이다. 이들은 고용주가 음마라는 것도 몰랐고 음행에 협조하지도 않았다.
단지 뇌옥의 경비와 흑구파를 지배하기 위해 고용되었을 뿐이다.
‘뭐 나도 경비는 필요하니까, 연락책과 하인도 필요하고.’
이럴 때는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 고용승계도 좋은 방법이다. 비록 나를 납치하려 했지만 그걸 빌미로 평생 공짜로 부릴 수도 있고 말이다. 당장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니까.
네 명 낭인의 아혈을 풀어주며 말했다.
“너희들도 귀가 있으니 잘 들었을 거다. 무림공적인 흡정음마의 주구가 되어 전 무림의 추적을 받든, 회개하고 평생 내 집의 하인으로 살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라.”
“대협, 우린 정말.......”
“양 장주가 흡정음마라는 사실을........”
“대협! 억울합니다.”
이놈들 역시 백호안이 풀려 저마다 억울하다고 떠들어댔다.
“그건 너희들 사정이고 과연 사람들이 믿어 줄까?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하인들이야 다시 구하면 그만이니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거부하면 내 손으로 죽일 필요도 없었다. 말 그대로 떠들고 다니면 그만이니까.
영춘 아범 곁에 있던 40대의 사내가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대협! 살려주시면 풍운장의 귀신이 되겠습니다!”
“자네 이름은?”
“투견鬪犬 한상일이라고 합니다, 장주님!”
‘헉! 이럴 수가!’
놈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한국의 내 딸랑이 이름이 한상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비록 얼굴은 다르지만 바로 장주님이라 부르는 것을 보니 꼬리 흔드는 법도 아는 놈이었다. 그 점도 똑 같아 마음이 흡족했다.
‘어디 눈치는?’
툭.
회칼을 꺼내 한상일의 앞에 던져 주고 마혈을 풀어 주었다. 조심스럽게 회칼을 집어든 한상일의 시선은 나와 왕 총관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벌떡 일어난 한상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회칼을 휘둘렀다.
서걱,
툭, 데구르르.
“장주님, 받으십시오.”
한상일은 내 앞에 무릎 꿇고 왕 총관의 목을 딴 회칼을 공손하게 받쳤다. 난 놈의 비상한 판단력과 과감한 행동력에 내심 박수를 치며 회칼을 받아 들었다.
다른 세 놈에게 물었다.
“자네들은?”
“저, 저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장주님.”
“장주님, 충성을 맹세합니다.”
“저, 저도!”
“좋아! 그럼 지금부터 신뢰를 쌓아 보자고. 먼저 투견부터 한 쪽 팔 내밀어 봐.”
“예?”
지목을 받은 투견 한상일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친근한 표정으로 눈알에 힘을 주고 씩 웃어주며 말했다.
“이거 초짜처럼 왜 그러시나. 서로 불편한 관계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 한 거 아냐? 안 그래?”
“그,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 팔을 내미는 한상일이다.
“움직이면 다치니까 가만히 있어. 금방 끝나니까.”
말을 하며 지체 없이 한상일의 맥문을 잡고 백호기를 흘려 넣었다. 백호기는 단전까지 거침없이 달려 콩알만 한 흔적을 남겨 두고 다시 돌아왔다.
“혹시 고독蠱毒이라고 알아? 평소에는 이상 없지만 딴 마음 먹으면 알지? 펑 하고.........”
솔직히 고독이 있는지는 모른다. 단지 과거 읽은 무협지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믿으면 좋고 아니면 장난이고.’
하지만 통한 것 같다. 바로 한상일의 낯빛이 시커멓게 변했으니까.
“으음.......자, 장주님. 이러지 않으셔도.”
“물론 자네는 배반하지 않겠지. 그래도 난 확실한 게 좋아. 그리고 평소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으니 신경 쓸 필요도 없어. 뭐 정 찜찜하면 고독을 죽여 보던가.”
음마의 혈도를 풀며 배운 건, 내공이 낮은 놈은 높은 놈이 해 놓은 걸 풀 수 없다는 거였다. 일류도 못되는 낭인들의 내공으로는 콩알만 한 백호기도 제압하지 못할 거다.
아무튼 찝찝해 하는 투견에 이어 다른 세 명에게도 단전 옆에 고독(?)을 선물했다. 그리고 나서야 마음이 놓여 혈도를 풀어주고 각자에게 할 일을 제시했다.
투견을 임시 총관으로 삼고, 영춘 아범에게는 날이 밝는 대로 하인들에게 장원의 주인을 바뀐 것을 알리게 했다. 나머지 둘은 그대로 뇌옥을 지키게 했다.
그리고 난 음마가 사용하던 풍운각으로 향했다.
@
풍운각은 장원의 정 중앙에 있는 3층 건물이었다. 임시 총관인 투견이 침실로 안내하며 말했다.
“장주님, 이곳이 전 장주가 사용하던 침실입니다.”
“그래? 난 한 숨 잘 테니 깰 때까지 방해하지 말게.”
“예, 장주님, 편히 쉬십시오.”
투견을 돌려보내고 인기척을 살폈다. 아직 놈들을 믿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주인이라는 놈이 도둑놈처럼 여기저기 뒤지는 꼴은 면이 안서니까 말이다.
사실 장원을 무사히 접수한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비밀금고에 발이 달리지 않은 이상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비밀금고에 대한 열망은 날 가만히 있지 못하게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사람은 다 비슷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제일 가깝고 은밀한 곳에 보관하는 법.
당연히 제일 먼저 살필 곳은 바로 이곳 침실이었다.
“와아- 음마, 이놈은 어째 날 한 번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네.”
침실로 들어가자마자 떡 하니 존재감을 보이는 거대한 침상. 원형의 거대한 침상은 거의 방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킹 사이즈? 그거 두세 개를 붙였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도대체 이 넓은 침상에서 뭘 하고 자빠졌었는지 조금은 궁금했다.
“허어! 꼴에 휘장까지.”
원형 침상을 빙 둘러 하늘하늘한 천으로 휘장이 쳐져 놈의 고상한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뭐 침대밖에 없네?”
이미 답은 나온 것과 다름없었다. 침대를 빼곤 다른 가구나 장식이 없었으니까. 사람이 다닐 공간을 빼곤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
“이 큰 침상을 매번 손으로 들고 옮겼을 리는 없고.......뭔가 장치가 있을 텐데?”
이런저런 이유로 수십 개의 금고를 만나봤고 찾아 봤던 나다. 그런데도 침상을 움직일만한 장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생긴 것은 다 눌러보고 잡아당겨 봤지만 침상은 요지부동이었다.
휙.
털썩!
출렁출렁.
침상에 몸을 던져 천정을 보고 누웠다. 스프링도 없을 텐데 쿠션이 좋았다. 시선은 자연히 천장을 향했다.
“역시 천장이겠지? 그럼 천장이고말고. 암! 당연히 천장이지.”
아직 살펴보지 않은 곳은 천장이 유일했다. 처음부터 의심했지만 은연중에 재미를 위해 남겨 둔 곳이다. 한 번에 딱 찾아내면 재미없으니까.
그런데 천장에도 별 다른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전등이나 형광등을 사용하는 시대가 아닌데다, 야광주로 조명을 한 것도 아니었고.
벽면에 붙은 정체불명의 기름을 사용하는 등燈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황촉불이 조명의 전부였다. 그것들은 이미 실험해 봤지만 이상 없었다.
높은 천정은 휘장 끝을 고정한 딱 한 군데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천이 모인 곳에서 한 가닥의 줄이 침상까지 내려와 있었다.
“저걸 당겨? 밀어?”
줄은 당기면 휘장이 걷히거나 펼쳐지는 장치일 거다.
‘음마씩이나 되는 놈이 이 넓은 침상에서 혼자 잘리는 없고.’
다른 사람이 잡아당길 수 있는 줄이 기관 장치는 절대 아닐 것이다. 거사 중에 침상이 움직이면 황당할 테니까.
뭐 그것도 나름 운치가 있지만 침상이 갈라지거나 한다면 흥이 깨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