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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8화

18화. 비밀금고는 또 다른 금고를 부른다.

 

“근데 화매, 이런데서 마차가 잡히겠어? 또 잡는 다고 세워주긴 하고?”

차가 쌩쌩 다니는 현대에서도 히치하이킹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도라고는 해도 하루에 마차가 얼마나 다니겠나? 다녀야 세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남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합비는 안휘성의 성도이며 물류의 중심입니다. 합비에서 가까운 이곳 관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특별히 합비에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한 일도 없었지만 내심 부정적이었다.

과거 중국의 치안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녹림綠林이라는 노상강도 집단에 장강십팔채長江十八寨라는 수적까지 설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손 든다고 달리는 마차가 급정차 할까?

‘아! 서겠구나!’

나 혼자라면 절대 안 설 테지만 남궁과 소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오봉 중의 두 명이 손을 흔드는 데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다만 문제는 마차를 세우는 이유가 그렇고 그런 빤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사고로 직결될 것이고. 솔직히 십 중 일이에 기대기는 얘들의 미모가 너무 사기였다.

‘흐흐! 그래서 더 좋을 지도.’

생각해보니 빤한 전개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건사고는 내가 즐기는 일이고 전문 분야다. 기피할 이유가 조금도 없었던 거다.

‘불감청不堪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니까, 하하하!’

이 세상에 남궁과 소림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나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새로운 인연 역시 사건과 사고 속에서 이루어지는 법.

“화매 뜻대로 하지. 마차 지나가면 주매와 화매가 세워 봐.”

“예, 가가는 편히 쉬고 계세요.”

그래도 꽤나 고생하리라 생각하고 한켠에 물러나 지켜보았다.

‘흐흐! 쉽지는 않을 걸?’

히히힝!

끼이익!

그런데 바로 잡았다. 마침 멀리서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한 무리의 마차가 다가왔고 두 사람을 발견하고 바로 멈췄던 거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에 편히 앉아 스쳐가는 경치를 감상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했던 사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지리적인 위치와 얘들의 배경을 너무 무시한 결과였다.

안휘에서 남궁세가의 위명은 달리는 마차를 세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물론 세우는데 얘들의 미모가 한 몫 단단히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거기까지는 내 예상대로지만 마차가 서고 난 후는 너무 달랐다.

안휘표국이라는 표국의 표행 행렬은 남궁의 부탁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내게 제공했다.

더구나 날 상전으로 대접하니 기대했던 그렇고 그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잠시 애들과의 애절한 이별로 표행이 늦춰진 점도 너그럽게 넘어가고 말이다. 물론 이곳이 안휘성내였고, 합비까지는 부지런히 달리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그랬겠지만.

‘쩝! 계속 붙어 있다 혼자 가려니 심심하네.’

솔직히 말하면 마음만 편하고 몸은 불편했다. 마차라는 걸 처음 타보는데 이게 사람이 탈게 아니었다.

쿠션 하나 없는 바퀴로 비포장도로를 마구 달려가는데 어찌 편하겠냐? 오죽하면 백호기를 엉덩이에 둘러 보호하는 중이다.

다그닥다그닥.

이번 표행의 책임자인 임 표두가 달리는 마차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 대협, 곧 천하전장에 도착합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안히 올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어울리지 않게 점잖 빼며 인사치례를 하는 것도 다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표국업 또한 내가 눈독 들이는 사업 분야니까 말이다.

과거 배달의 기수라는 배달전문업체를 만들어 종합물류 사업으로 성장시킨 나다. 덤으로 전국적인 정보망까지 구축할 수 있어 재미 좀 봤다.

‘표국이 뭐야? 한 마디로 배달이잖아? 배달이라면 또 나지.’

그런데 안휘표국은 합비에 본점을 두고 있는 표국이다. 합비에 기반을 마련할 생각인 나는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었다.

비록 전국구 표국은 아니지만 나름 질 좋은 정보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앞으로 흡수통합을 통해 전국구로 커 나갈 수도 있고.

난 성공적인 무림 정착의 첫 번째는 정보조직의 장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면 좋겠지만 새로 만들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러기엔 중국의 땅 덩어리가 너무 커서 초기자본이 부족한 내가 당장 시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난 당연히 그런 방법은 쓰지 않을 생각이다. 쉬운 길이 있는데 왜 돌아가겠냐? 바보도 아니고.

‘그냥 있는 걸 뺏으면 되지.’

흔히 무협소설에서 정보를 논할 때 개방과 하오문을 꼽는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개방보다는 하오문이나 상단, 또는 표국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개방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솔직히 거지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은 회의적이다. 막말로 누가 거지가 있는 곳에서 고급 정보를 논할까?

기껏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최하급의 정보 정도다. 그것도 잘 분석하면 고급정보가 될 수 있지만 과연 지금 세상에서 거기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난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현대인인 나는 일하지 않고 빌어먹는 거지는 그냥 싫다. 아무리 개방이 천하제일방이라고 해도 나와는 절대 친해지지 못할 거다.

그에 비해 하오문은 전국적인 조직만 갖췄다면 최고의 정보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대부분의 고급정보는 주루나 객잔에서 나오기 쉽고 하오문의 전문 분야니까.

‘그럼 일단 하오문과의 관계 설정이 제일 먼저 인가?’

알겠지만 내가 말하는 관계설정이란 협상이나 상담을 뜻하지 않는다. 뺏느냐 강탈하느냐의 일방적이고 단순한 거래를 의미한다.

‘그 전에 격을 맞추려면 먼저 상단이나 표국을 손에 넣어야겠지?’

지금 내가 전국구를 한 방에 먹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먼저 압도적인 세력이나 명성이 필요한데 나한텐 없는 거다.

때문에 먼저 격에 맞는 세력을 만들거나 명성을 얻어야 했다.

‘이곳에서 살려면 어차피 할 일들이니까.’

필요한 것들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대략적인 인생설계를 맞췄을 때 마차는 천하전장의 앞에 멈췄다.

“한 대협, 천하전장에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무를 마치는 대로 국주님을 찾아 뵈어 임 표두님의 호의에 대해 말씀드리고 감사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별 말씀을. 모쪼록 뜻하는 바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기분 좋게 헤어져 음마의 비밀금고가 기다리는 천하전장으로 들어갔다.

전장에 황금열쇠를 보여주자 바로 고급스런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잠시 후 잘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나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내 행색을 보고 잠시 눈에 이채를 띄었으나 곧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본 장의 비밀금고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확인해 보십시오.”

사내는 탁자 위에 황금열쇠와 나무 상자를 놓고 나갔다. 나무 상자 위에는 이십칠 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흐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얼른 황금열쇠를 구멍에 밀어 넣고 돌렸다.

철컥!

자물쇠가 풀리는 황홀한 소리에 흥분은 배가 되었다.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쪼는 맛이 있어야 하니까.

마침내 상자가 활짝 열리고 뽀얀 속살.. 아니 누런 종이 뭉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내용물을 보니 조금 짜증이 났다. 정체불명의 종이 쪼가리를 기대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게 다 뭐야?”

맨 위에 것을 꺼내 살펴보며 짜증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흐흐! 이게 말로만 듣던 전표라는 것이군! 이건 천 냥짜리, 오오! 이건 만 냥짜리네.”

한 장씩 꺼내 액면가를 확인하고 탁자위에 금액별로 정리했다. 12만 5천 냥이 쌓이고, 더 이상 전표는 나오지 않았다.

“어? 이건 뭐지?”

맨 밑에는 두툼한 누런 봉투가 나왔다. 봉투에는 풍운장風雲莊이라고 쓰여 있었다. 봉투안의 내용물을 꺼내 읽어봤다.

“하하하! 이게 대박이네!”

봉투 안에 들은 것은 풍운장의 토지/건물 대장이었다. 즉, 내게 살 집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것도 장원莊園이. 달리 말해 내가 조물주보다 높다는 건물주가 되었다는 뜻이다.

내가 알기로 달랑 한 채의 집을 장원이라고 하진 않는다. 중국의 장원이란 작은 성城의 개념으로 수십 채의 전각殿閣과 토지를 포함한다. 건물주에 대지주까지 되었다는 뜻이다.

‘도대체 흡정음마 이놈은 전생에 나한테 얼마나 큰 죄를 지은 걸까?’

그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말이 없었다. 소림과 남궁을 연결해 주고, 그것도 모자라 영약에 무공까지 덤으로 줬다. 그게 끝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살 집까지 마련해 주지 않는가?

‘그리고 절대 이게 전부는 아니지. 흐흐흐!’

비밀금고에 보관한 건 장원 문서와 현금과 다름 없는 전표뿐이었다. 모두 금고에 맡길 만한 물건들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타인에게 맡길 수 없는 법. 장원에 또 다른 금고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 들어 있을 테고.

벌떡!

흥분을 달랠 길이 없어 나도 몰래 벌떡 일어났다.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으나 그건 좀 오버 같아서 대소를 터뜨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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