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화
11화. 허세 쩌는 놈의 과거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건 아직도 많았다.
“그럼 10년 전에는 정사대전이라도 있었던 거야?”
그동안 고분고분 대답하던 남궁이 이번엔 오히려 반문을 해왔다.
“은공, 은공에 대해선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군요. 어쩔 땐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한 사람 같다가도 지금은 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은공은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았던 겁니까. 혹시 세상과 인연이라도 끊고 지내셨나요?”
“응, 맞아. 그리고 애써 짐작할 만한 것도 없어. 산속에서 살진 않았지만 이 세상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지. 한때 잠깐 관심은 있었지만 나중엔 사는 게 바빠서 말이야.”
내가 살던 곳에 무림은 없으니까 인연도 없을 수밖에. 젊어 빈등거릴 때는 무협지를 끼고 산적도 있었지만 바빠져서는 볼 시간도 없었다. 어떤 면에선 내 삶 자체가 무협이라 관심도 옅어졌고.
“그랬군요. 아, 그러니까 백 년 전을 마지막으로 정사대전은 없었어요. 다만 십 년 전에는 혈왕의 겁血王之劫이라 일컬어지는 일대一大사건이 있었어요.”
“혈왕의 겁?”
“예, 자칭 질풍무적권왕이라는 자가 네 명의 노복과 함께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일대 혈겁을 일으켰어요. 그들에게 순식간에 사십 여 개의 문파가 멸문을 당한 사건이에요. 그때 천년 무림사상 최초로 혈왕을 처단하기 위해 정, 사, 마의 공동 천라지망이 펼쳐졌고 간신히 혈왕과 혈왕사노血王四老를 처단할 수 있었어요. 아! 그 후 질풍무적권왕과 네 명의 노복을 혈왕, 혈왕사노라고 불러요.”
움찔!
남궁이 말에 내심 헉! 소리가 나왔다. 음마를 죽이고 얻은 무공에 이런 사연이 담겨 있을 줄이야. 솔직히 무공 해설을 보았을 때, 제 잘난 멋에 사는 허세 쩌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인 모양이다.
‘그 놈이 혈왕이라니!.......그러면 이게 대체 운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무공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아졌지만 무림공적의 후인이 된 거다. 비록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린 정식 사제 간은 아니라도 그 무공을 쓰는 순간 후인이라고 찍히는 거다.
그리고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 확실하고.
‘아, 아까 불태우길 정말 잘 했네?’
가지고 있다가 얘들이 알 게 되면? 관계에 따라 반응이 다르겠지만 찝찝한 건 사실이다. 약점이 있어 얘들을 강하게 키우지도 못할 것이고.
사건의 경과를 알기 위해 물어보는데 나도 몰래 버벅 거렸다.
“화, 확실히 처리 된 거지?”
“예, 혈왕의 심장을 가른 사람이 제 조부님이시고, 단전을 파괴한 분이 혜승 언니의 사조되시는 무우 성승이셨어요. 마교의 전대 교주가 머리를 자르고 사황련주가 그의 겁화공으로 시신을 태웠다고 해요.”
혈왕이 세긴 센 가보다. 나도 알만 한 사람들이 떼로 덤볐으니.
“다구리 당해 죽은 거야?”
“다구리요?”
남궁이 전문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일반어로 다시 물었다.
“아, 합공 당한 거냐고?”
“피해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혈왕은 당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경을 넘어 현경을 이뤘다고 알려졌으니까요.”
“호오, 마교의 전대 교주보다 강했다고? 근데 그런 굉장한 사람이 무엇 때문에 혈겁을 일으켰데? 그 정도 무공을 지녔다는 건 수양도 그만큼 깊다는 뜻 아냐?”
“복수행復讐行이라는 소문이 있긴 했는데 다들 쉬쉬해서 정확한 사실은 저도 몰라요. 그런데 아무리 복수라고 해도 너무 잔인한 방법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남궁도 정파라서 지들 편한 데로 해석했다. 뭐 내가 혈왕의 무공을 얻었다고 꼭 편을 들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옛말에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했으니까 한 마디 해보겠다.
모름지기 복수라면 분명히 부모형제나 친인에 대한 복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잔인하게 복수를 했어도 당사자에겐 부족한 법이다.
차라리 복수를 하게 된 인과관계를 따져야지 방법만 따로 뚝 떼서 심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 핑계로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막았을지도. 그런 게 기득권의 빤한 생태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나 앞으로 어떡해야 하냐?
무림을 뒤집을만한 대단한 무공을 얻은 것은 무척 좋은 일이다. 그런데 과연 무공을 쓸 수는 있을 지나 모르겠다.
더구나 난 깔 맞춤의 심법도 없는 불완전한 무공. 아무래도 복 보다는 화가 많을 듯싶다.
‘자칫 잘못하면 무림출도와 동시 무림공적이 되는 거 아냐?’
새삼스런 눈으로 소림과 남궁을 쳐다봤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더욱 필요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얘들은 내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나를 위해 사문을 버릴 정도로.’
그 방법은 정으로 옭아매는 수밖에 없다. 사랑은 시공을 초월한다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죽은 음마가 내겐 복덩이였다. 절세무공과 함께 이런 상황을 만들어 줬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내가 쟤들을 만나기나 했겠냐?
‘이따 장례라도 치러줘야겠군.’
사람은 받았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 하니까. 여기 계속 두면 냄새나니까 만장단애 아래로 버려야겠다.
생각난 김에 당장 음마의 장례를 치렀다. 사실은 좁은 공간에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 전에 갖다 버린 거지만.
고맙다고 무덤을 만들고 술을 올릴 사이는 아니었다. 올릴 술도 없었고.
그냥 도포자락에 다져진 고깃덩어리를 둘둘 말아 만장단애 아래로 애틋한 석별의 정을 나누며 버렸다.
그 와중에 도포자락에서 얻은 황금열쇠는 보너스였고 말이다. 보기에도 번쩍 번쩍 빛나는 놈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세상에 심상한 황금은 없는 법이다. 살펴보니 천하전장이라고 음각되어 있었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하면 꼭 보답을 받는다는 것을 깨우치는 좋은 경험이었다.
시체를 버리고 나서 남궁에게 황금열쇠를 보여주며 물었다.
“화야, 너 이거 뭔지 알아?”
“천하전장의 비밀금고 열쇠네요.”
“오호! 비밀 금고. 이건 내 꺼다!”
“예, 은공. 당연히 은공 것이에요. 저희가 어찌 은공의 것을 탐내겠습니까? 그런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역시 남궁은 말도 예쁘게 한다. 나누자고 해도 나눌 생각은 없지만 돈 문제는 확실히 못을 박아두는 편이 서로에게 좋았다.
물론 소림은 중들하고 살던 애라 재물에 욕심이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동네 중들은 우리 동네하곤 달리 아직 황금의 노예가 되진 않았나 보다.
“근데 이걸 찾으려면 천하전장 어디로 가야하지? 본점으로 가야 하는 거야?”
“열쇠를 자세히 보시면 지점명이 적혀 있을 거예요. 음마의 물건이라면 그리 먼 곳은 아닐 테니 합비나 소호가 아닐까요?”
남궁의 말이 맞았다. 황금열쇠에는 합비라는 지명과 이십칠二十七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아마 합비의 천하전장 27번 금고라는 뜻이겠지?’
비록 내가 비밀금고 때문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비밀금고라는 단어는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치 열여덟 처녀가 잘 생긴 옆집 오빠를 볼 때처럼.
무려 전전대의 음마가 중요한 것을 넣어둔 비밀금고다. 열쇠만 해도 족히 열 냥은 되어 보이는데 그보다 가치 없는 것을 넣어 두진 않았을 거다.
갑자기 죽은 음마가 더욱 사랑스러워 견디지 못하겠다.
‘흐흐흐! 우리 복덩이. 혹시 놈이 전생에 바람난 내 마누라였나? 무공이면 무공, 여자면 여자, 배경에 출도자금까지. 완전 원스톱 서비스잖아. 난 그냥 무림에 출도해서 깽판만 치라는 건가?’
음마의 황금열쇠를 내가 가지고 온 두 개의 금괴와 잘 모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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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곳에 온 지도 오 일이 지났다.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에 가까운 내가 오 일째 벽곡단과 물만 먹고 지내려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어쩌면 쟤들보다 내가 더 고생하는 걸지도?
소림과 남궁은 식탐이 있어서는 될 수 없는 몸매다. 어쩌면 소식이 생활화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지독한 년들!’
아무리 벽곡단이라도 완전히 소화는 되지 않는다. 그 증거로 난 이틀에 한번은 똥을 쌌으니까. 오줌은 하루에 두 번.
애들은 아직 멀쩡해 보였다. 물론 멀지 않아 백기를 들 것은 분명하겠지만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슬슬 내 참을성에도 한계가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아랫도리 문제 말이다.
생각해 봐라.
난 고자도 아니고 오히려 혈기왕성한 팔팔한 청춘이다. 알몸의 두 미녀와 한 공간에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버티기란 극악의 미션인 거다.
‘이것들이 이젠 창피해 하지도 않으니. 쩝!’
사람은 아무리 참담하고 극한 상황에 놓여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처음엔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 모르던 얘들이 이젠 덤덤하다.
눈을 감고 시선을 피하기는 커녕 눈썹을 치켜뜨고 대들 때도 있었다. 오늘도 소림한테 아직 해혈방법을 못 찾았냐고 물었다가 시끄럽게 방해 하지 말라는 소리만 들었다.
이대로는 내가 먼저 사고를 칠 것 같아 공략을 서둘렀다.
“밥 먹어야지.”
“조금만.”
“전 됐어요.”
아직 버틸만한지 밤에 안고 자지도 않고, 물도 마시지 않는 애들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난처한 상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 생기기만 할 거다.
상상해봐라.
오 일 동안 한 자세로 꼼짝 않고 있다고.
팔 다리가 저리는 것은 물론 심하면 욕창도 생길 거다. 애들도 슬슬 징조가 오는지 오늘은 고운 이마를 찡그리며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왠지 사정을 알 듯해 벽곡단을 씹고 있는 소림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 왜 그래?”
“뭐, 뭐가.”
“꼭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그, 그런 거 아니야.”
맞는구먼 뭘.
“아니면 말고. 암튼 뭐 힘든 일 있으면 편하게 말해. 도와줄 테니.”
“......저, 은공.”
도저히 안 되겠는지 소림 대신 남궁이 나섰다.
“왜?”
“오 일째 이러고 있었더니 몸이 저립니다.”
점혈은 원활한 기를 통제하는 거다. 당연히 문제가 생기는 게 맞다.
“그럴 테지. 알았어. 영차!”
너무 고소해서 발 부러진 시늉마저 까먹고 남궁의 어깨와 엉덩이를 발로 밀어 돌렸다.
“헉!”
남궁은 몸이 반대로 휙 뒤집히자 깜짝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발을 쓰다듬으며 아파 죽는 척 했다.
“아악! 내 발. 내 발!”
조금 시간이 지나 떨어진 상의를 집어 남궁의 희멀건 엉덩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소림에게 다가가 손으로 몸을 돌려 엎어 놓으며 말했다.
“내가 정말 절대 손은 안 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어. 너도 이 정돈 이해하지.”
당연히 내 손은 소림의 매끄러운 몸에 닿아야 했다. 아까 발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으니까.
“.......”
소림도 이해하는 듯해 떨어진 옷으로 엉덩이를 덮어 주었다.
“난 밖에서 심법 수련 할 테니까 또 내가 필요하면 불러.”
다리를 질질 끌고 만장단애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