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0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0화
10화.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남궁이 심법 강의를 끝내자 바람을 쐰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왔다. 기초를 배웠으니 이제 나 혼자 제대로 된 심법수련을 할 생각이다.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남궁의 개인 교습은 큰 효과가 있었다. 확실히 선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마치 뜬 구름을 잡는 것처럼 외우기만 한 세수경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내가 말로만 듣던 천고기재?’
어쨌든 배운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려면 연습만이 정답이다. 이건 왕후장상이라도 마찬가지다.
나도 잊기 전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만장단애의 절벽을 마주보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곤 남궁이 알려준 대로 진기를 느껴 보려 했다. 누누이 말하던 따뜻한 기운 말이다.
그런데 운기를 시작하자 황당한 상황이 벌어져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심장을 보호하던 백호기가 창궁대연신공의 구결에 반응해 꿈틀 거리기 시작한 거다.
‘아 쫌! 너 말고.’
일단 백호기를 잘 달래놓고 정신을 집중해 운기를 시작했다. 아니 먼저 하단전에 뭔가를 느끼기 위한 고행을 시작했다.
‘뭐야! 안 되잖아!’
십여 분이 지났는데도 쥐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론과 실재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나를 덮쳤다.
설상가상으로 익숙하지 않은 가부좌를 틀고 있어 오금이 점점 저려왔다.
‘설마?’
일순 천고기재에서 천하의 둔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냐! 그럴 리가!’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난 겨우 십분 수련하고 바로 낙담하진 않는다. 내가 또 끈기는 별로라도 지는 건 굉장히 싫어하니까.
‘자! 명상을 해서 무념무상의 무아의 경지를.......될 리가 없잖아!’
솔직히 내가 산만한 탓도 어느 정도는 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원인이 아니었다.
꿈틀꿈틀.
움찔움찔.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며 명상에 들어가려 하면 백호기가 가만있지를 않았다. 자꾸 심장을 뛰쳐나가 구결을 따라 가려 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이런 건지 애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쩝!’
백호기가 없는 애들한테 물어봐도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심법수련에 도전한 것도 아직은 알릴 수 없는 상황이고.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한 시진 이상을 백호기와 씨름하다 포기하고 나중으로 미뤘다. 원래 안 되는 건 아무리 잡고 있어봐야 스트레스만 쌓이는 법. 쉴 땐 쉬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채찍질만 한, 애들한테 당근을 던져줄 때도 됐고.
사람은 계속 강하게만 나가면 부러질 수도 있다. 절망이 극에 달해 다 포기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이삼 일 안에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이 예정되어있지 않은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없으면 포기하고 죽음을 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아있다면 인간은 절대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난만 준다.]
일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는데 신이 얼마나 교활한 존재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한계 이상의 고난을 주면 다 죽어 버려 신을 떠 받들 사람도 없어진다는 뜻이다. 신자 없이 먹고 살려면 신도 팍팍하거든.
이 뜻을 잘 따르는 자가 위정자와 사채업자들이다. 딱 죽기 직전까지만 쥐어짜는 놈이 일류 위정자고 사채업자인 거다.
아! 사채업자는 1, 2, 3금융에 불법 사채업까지 통 틀어 서다.
알고 보면 정치가와 사채업자 둘은 세트다. 정치가는 부지런히 되지도 않는 정책을 벌여 국민들이 더 많은 빚을 지게 만든다.
그러면 사채업자가 등장해 단물을 쪽쪽 빨아들인다.
솔직히 가계부채 전부가 정치가의 삽질에서 발생된 것이지 달리 생겨나는 게 아니다.
아! 이건 무협이지?
아무튼 난 당근을 던져 주기 위해 애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물론 기어서.
서탁 위에 세수경을 집어 들고 소림에게 말을 걸었다.
“혜승아, 세수경 이거 네 거지?”
“그걸 왜 네가 갖고 있어. 이리 줘!”
그래. 알고 보니 소림은 머리는 나빠도 상당히 일관성이 있는 애였다. 어정쩡한 상황에서 은근히 말을 트더니 이젠 대놓고 트고 있다.
얘 때문에 공자가 말은 함부로 트는 게 아니라고 했다.
공자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아, 그건 다른 공자다. 내가 아는 교꼬恭子라는 긴좌의 호스티스가 그랬다. 말 트면 다음은 기어오른다고.
아무튼 소림의 항의는 개무시하고 희망이라는 당근을 투척했다.
“내가 듣기론 세수경은 장기나 혈관 등을 관조해 기와 정신을 수련하는 경전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막힌 혈도를 푸는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역근경 이려나?”
절대 답까지 말해줘선 안 된다. 다 지가 잘나서 찾는 것으로 해야 한다.
뭐, 거의 정답까지 말해줬지만 소림이 그 정도로 눈치가 있는 애는 또 아니다.
“풋!”
정답을 아예 입을 벌리고 목구멍에 밀어 넣는 것을 보곤 남궁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허!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싸가지 없이!”
“죄송해요, 은공. 혜승 언니, 은공의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되짚어 생각해 보시는 건 어때요?”
소림도 남궁의 말에는 그냥 쿨 하게 인정한다.
“아! 그래? 그럼 다시 한 번 짚어 볼게.”
옆에서 지원까지 해 주는 걸 보면 참 기특한 애다. 남궁이라는 애는.
근데 소림은 저런 머리로 어떻게 무공을 익힌 거야?
남궁의 말에 의하면 소림은 천고의 기재라고 한다.
그래서 오봉 중에 하나지만 소림성녀라는 별호를 가졌다나 뭐래나. 내가 볼 땐 남궁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 머리는 안 되도 몸으로 하는 건 잘하는 타입?
그럼 밤일도?
갑자기 소림이 더 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근데 은공?”
엎어져 있는 소림의 흰 살결과 야릇한 굴곡을 감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남궁이 불렀다. 아마 내 음흉한 시선을 방해하기 위한 것일지도.
“어? 왜, 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여쭤 봐도 될까요?”
“뭐가 궁금한데?”
승낙이라고 생각했는지 남궁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첫 날 무언가를 태우시던데 무얼 태우신 거죠?”
왜 아직 안 묻나 했다. 첫날 연기를 풀풀 피우며 태웠는데 얘들이라고 모를까?
그렇다고 얘들한테 내가 습득한 무공을 알려줄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다.
내가 읽은 소설에선 실력의 3푼을 숨기라고 했다. 비장의 한 수, 최후의 한 수는 가지고 있으란 뜻이다.
그러나 난 겨우 3푼이 아니라 가능하면 10할 전부를 숨길 생각이다. 그게 안 되더라도 최대한 많이 감출 거다. 그래야 뒤통수를 치기 쉬우니까.
그러니까 얘들한테 사실대로 말 할 생각은 아예 없었다. 이미 그에 대한 대답도 준비해 뒀고.
“응, 아까 본 세수경하고 함께 있던 서책 몇 권을 태웠어. 내 생각에 위험한 책은 태웠고, 세수경은 경전이라 남겨 둔 거야. 너희들 둘 중 하나의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위험이요? 도대체 어떤 서책이기에 위험한 가요?”
“너희들은 몰라도 나한텐 무척 위험한 책이야. 황제를 위한 음양화합술, 서역으로 가는 밤, 불노불사의 방중술 등등. 화보도 있었어. 젊은 내가 당분간 홀딱 벗은 너희들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데 그 책은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빨리 태웠지.”
“.........”
얼굴만 붉히는 남궁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너희들은 그런 책이 없어도 참기 어렵게 매력적이거든.”
“.........”
원색적인 발언에 얼굴이 빨개지는 남궁. 철없고 조금 건방지기까지 한 소림마저 귀까지 빨개졌다. 아무리 남궁이 지봉이라고 해도 날 따라오려면 백년은 멀었다.
“근데 나도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뭐, 뭔데?”
이럴 땐 또 소림이 대답한다. 머리는 나빠도 호기심은 많은 애였다.
“너도 그래서 세수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듣기로는 고수들의 품속엔 비급이 있잖아? 근데 음마는 왜 아무것도 없냐? 명색이 음마인데 흡정마공이나 방중술 비급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먹으면 남자랑 응응 하지 않으면 미치는 춘약이라는 것도 없고. 쟤, 확실히 음마가 맞긴 맞는 거야?”
음마가 죽은 자리를 가리키며 묻자 소림이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추, 춘약은 잘 모르겠고, 난 지금 세수경을 익히는 중이라 필사본을 가지고 다닌 거야. 전부 익힌 사람이라면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지. 음마도 어딘가 숨겨 뒀거나 없앴을 거다.”
“흐음! 그래? 그럼 넌 세수경을 얼마나 익혔는데?”
“아, 아직 입문단계라 얼마라고 남에게 말할 정도는 되지 않아.”
“그럼 혈도를 풀 단서는 찾을 수 있는 거냐?”
“그러지 않아도 지금 혈도편을 찾아보고 있어. 자꾸 방해하지 마! 이 나쁜 놈!”
나쁜 놈이란 소리를 들어도 조금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 말이 맞으니까. 나쁜 놈을 보고 나쁜 놈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겠냐? 지피지기 그거 내가 제일 잘 하는 거다.
그리고 지가 불리하면 빽 소리나 지르는 쟨 신녀가 아니라 그냥 애다, 애. 애가 하는 말에 일일이 반응하면 울음소리만 커진다.
소림의 고승들이나 되니까 참고 키웠지 나한테 걸렸으면 진즉에 맞아 죽었다. 뭐 앞으로는 계속 이런 방식으로 또는 저런 방식으로 죽여줄 거니까 지금은 봐주는 거다.
아무튼 얘들은 내가 일 갑자를 모으길 기대하기보다는 역근, 세수경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할 거다. 그게 훨씬 실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럼 그동안 난 자유롭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래봐야 이 좁은 공간이지만.
아무튼 말 나온 김에 궁금한 건 다 물어봐야겠다.
“요즘 무림에서 제일 잘나가는 방파가 어디야? 역시 마교야?”
“아니, 소림이야!”
소림의 말은 하등의 참고도 안 되니까 들을 가치도 없어 패스다.
남궁이 대답했다.
“예, 아무래도 단일 방파로는 마교를 무시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구파일방도 성세를 구가하는 중이고 오대세가의 전력도 만만치 않아요. 최근엔 사파연합인 사황련邪皇連이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늘리고도 있어요.”
“결국 삼정지세三鼎之勢라는 말이네. 그럼 당연히 무림은 평화롭겠군.”
특출 나게 강한 놈이 없다면 서로 눈치 보느라 싸움질은 못한다.
“예, 십 년 전부터 무림에는 이렇다 할 커다란 분란은 없었으니까 평화롭다면 평화롭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럼 혹시 정도맹인가 하는 것도 있어?”
“예, 은공. 존재는 하지만 평화로운 시기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알고 보면 흑막은 무림맹주였다.’ 라는 스토리도 꽤 많은데 여긴 아닌 것 같다. 유명무실한 맹주가 주인공이 되긴 쉽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