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9화
9화. 남궁의 심법 강좌
“그런데, 은공.”
남궁이 갑자기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머릿속에서 위험 경보가 빽빽 울렸다.
난 여자의 이런 목소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건 암컷이 수컷을 구속하고 조종하고 싶을 때 내는 소리였다. 지연이가 그랬고, 서 검사가 그랬으며 영자도 그랬다.
잔뜩 경계한 채 날을 세워 대답했다.
“왜?”
“제가 은공께 세가의 독문내공심법인 창궁대연신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것도 한 번에 외우실 수 있겠습니까?”
“화야! 안 돼! 세가에서 알 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그래?”
내가 아니라 소림이 한 말이다. 남궁도 노림수가 있는 제안이고 막말로 제 것도 아닌데 얘가 더 놀랜다.
“아냐, 언니. 은공의 말씀이 맞아. 우리가 혈도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잖아. 부러진 다리로 은공이 세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풀 수도 없잖아?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다행히 은공이 영민하신 것 같으니 여기에 걸어 봐야지.”
이성적이고 다 맞는 말이지만 소림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아니면 남궁에게 미안해서 말리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언니 나도 잘 생각했고 힘든 결정이야. 더 이상 말리지 말아줘.”
“.........”
결국 소림이 입을 닫게 만든 남궁이 내게 말했다.
“은공, 세가의 심법을 알려드리는 대신.......”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대신이 나왔다. 잽싸게 남궁의 말을 끊고 말했다.
“아아! 대신은 없어. 뭔가 조건을 붙이려면 그만 둬. 심법이 너한텐 대단한 것이겠지만 난 조건까지 붙이면서 배울 생각은 조금도 없어.”
“하지만 은공께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제 말씀이라도.”
“아니, 됐어. 뭐 가문의 무공을 유출시킬 수는 없으니 데릴사위라도 되라는 거겠지. 네가 예쁘고 괜찮은 여자라는 건 틀림없지만 난 사랑 없이 조건이나 계약으로 결혼하는 건 절대 원치 않아.”
사랑은 개뿔. 물론 개 소리다.
하지만 절대 결혼만큼은 사절이다. 결혼 생각이 있었으면 지연이나 서 검사하고 벌써 했을 거다. 걔들 피하느라 진땀 흘린 생각을 하면 지금도 혈압이 100은 상승한다.
“휴우! 알고 계셨군요.”
패를 꺼내기도 전에 간파당한 남궁은 한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자존심이 상했거나 더 이상 내 놓을 패가 없어서 숨을 고르는 거다.
똑똑한 남궁이라 앞으로 흘러갈 전개에 대해서는 빤했다. 이 시대에 자신의 알몸을 보여준 남자. 더구나 곧 못 볼 거 볼 거 다 보여 주어야 한다.
결국 날 죽이거나 데리고 사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격이 아주 모질지는 못해 보이고 꼴에 정파라서 차마 죽이겠다는 선택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내가 보기보다 머리도 좋고, 한 몸 하니까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데리고 살 생각인 거다.
설마 내가 이렇게 일언지하에 거절할 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을 테고.
‘흐흐! 무척 쪽 팔리고 당황스럽겠지?’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러면 재미없지.
“은공, 제가 못나서 인가요?”
“아니, 말했듯이 넌 예뻐. 그리고 오봉 중에 지봉智鳳이라며? 내가 널 잘은 몰라도 별호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해. 능력도 있어 보여서 내가 좋아하는 이성상이기도 해. 남자라면 누구나 널 원할 거야. 나도 사실은 원하고.”
“그런데 왜?”
“말했잖아? 원하는 거하고 사랑은 다른 거야. 널 안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어. 우리가 한 눈에 반 할 만 한 어린애도 아니고. 그러니까 너와 네 가문의 상황 때문에 나에게 조건 붙이고 구속하려 들면 싫다는 거야. 난 그렇게는 안 할 거야. 부탁하는 건 너지 내가 아니거든.”
“하아! 그렇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화매에게 너무 하는 것 아녜요?”
듣다 못한 소림이 끼어들었다. 얘 또한 자존심이 상한 거다.
“너도 똑같으니까 입 다물어. 니들이 난처한 것도 이해하지만 나라고 이러고 있는 게 편한 줄 알아? 나도 부상 입은 몸이야. 니들 몸이 중요하듯이 나도 내 몸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런데 왜 니들은 내가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나마 나쁜 얘들은 아닌 것 같고 예뻐서 봐 줬지만 더는 아냐. 이런 상황이 정 싫으면 자살 해. 말리지 않을 테니.”
“다, 당신이 어떻게 감히!”
감히 라니! 소림이 또 날 빡 돌게 만들었다.
“감히? 어휴! 됐다. 여자랑 말싸움해서 이기는 놈 못 봤다더라. 이겨도 손해고.”
아니다. 난 말로도 이길 수 있다. 말싸움에서 젤 무서운 놈이 제 할 말만 하는 놈이니까.
하지만 내가 참은 진짜 이유는 앞으로 괴롭힐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흐흐! 괜히 내 입만 아프게 말싸움할 필요 없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은공, 죄송합니다. 언니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그리고 은공의 도움으로 구한 목숨인데 어찌 은공의 눈앞에서 죽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역시 별호대로 지봉이 맞긴 맞나보다. 남궁은 그새 태세를 바꾸었다.
흐음! 나쁘지 않아. 아니 무척 좋은데?
남궁세가라는 배경 말고도 많은 도움이 될 듯했다.
절로 흐뭇한 시선으로 남궁을 쳐다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볼도 살짝 붉히면서. 갑자기 수줍어하고 있는 거다.
‘호오! 이젠 자신의 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건가?’
그에 비하면 아직도 씩씩 거리는 소림은 그냥 철부지 애였다. 나이는 두 살이나 많으면서 말이다. 저런 애는 임자 만나서 한 번 무너지면 끝을 모르고 빠져 드는 타입이다.
그건 다 뒷방 늙은이들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다. 그리고
잘하면 좌청룡우백호 대신에 좌소림우남궁을 영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얘들과의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그 문제가 현 상황을 어찌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내게 그 어떤 요구나 함부로 대가를 언급하지 못하게 된 건 확실했다.
어쨌든 내기에 진 소림은 물과 벽곡단을 먹기 시작했고 남궁은 자발적으로 먹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벽곡단을 먹일 때, 생각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나로서는 아름다운 난관이지만 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한 줌의 벽곡단을 집어 두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자, 이 정도면 되지?”
끄덕끄덕.
먼저 내기에 진 소림에게 먹일 생각인데 얘들이 꼼짝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입을 벌리면 내가 손으로 넣어줘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벽곡단이 아니었다. 벽곡단이야 넣어주면 되지만 물은?
알다시피 물은 액체라 손으로 담을 수도 없고 담아봐야 흐른다.
더구나 내겐 운이 좋게도, 애들은 설상가상으로 이곳엔 바가지나 그릇이 없었다.
벽곡단과 같은 방법으로 먹일 수도 없는데 자력으로 마실 수도 없다는 말이다.
물론 난 이미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음용방법을 알고 있었다. 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절묘한 방법을.
마우스 투 마우스.
그릇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 일. 내 입을 그릇삼아 얘들 입으로 옮겨 주면 된다.
근데 이렇게 효율적이고 참신한 방법을 얘기하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으웩! 절대 안 돼! 나 물 안 마실래!”
소림은 벌레라도 먹은 것처럼 격한 반응을.
근데 얘가 은근슬쩍 말 놓은 것 맞지?
뭐 어차피 결국엔 오빠, 자기하며 말 놓을 사이다. 소인배처럼 이런 걸로 따질 필요는 없었다. 은영이 같은 애한테는 개새끼 소리도 들었는데 이 정도 쯤이야 애교로 볼 수 있다.
너는? 이라는 표정으로 남궁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최근 협조적이던 남궁마저 내 기대를 져 버렸다.
“지, 지금은 목이 마르지 않으니 나중에 마시겠습니다.”
완곡한 거절이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이성적으로는 각오했어도 감정적으론 쉽게 실행하기 어려운 거다. 어쩌면 아직 첫키스도 못 해봤을지도 모르고.
“그럼 내가 물 항아리로 데려가 줄까?”
데려가려면 안고 가야한다. 더욱 질색하는 남궁.
“아, 아니에요. 지금은 목 마르지 않아요.”
“그래? 그럼 물마시고 싶을 때 말해. 그 정도는 언제든지 해 줄 수 있으니까.”
“........예.”
흠! 아무리 생각해도 난 억세게 운이 좋은 것 같다. 오죽하면 별명도 황소반장이겠냐?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고 말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곳에 하필이면 무림공적인 음마가 운공 중일 확률.
또 발가벗겨져 꼼짝도 못하는 두 명의 미녀가 있을 확률.
두 가지가 한 번에 벌어질 경우는 모르긴 몰라도 로또에 맞을 확률보다 적을 거다. 소환단과 제왕단, 절세비급은 아예 치지도 않은 거다.
이런 운에다 냉혹하고 날카로운 상황 판단력과 응용 실행력까지 갖췄으니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지 않겠냐? 이제 무림은 다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
아무튼 남궁은 물은 거부해도 조건 없이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대가 없이 심법을 알려주기로 한 거다.
물론 난 구결을 한 번 듣고 전부 외워 무한한 존경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바로 심법 수련을 시작하진 않았다. 아직 공식적으론 부러진 다리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부좌가 불가능한 상황인 거다.
물론 벌써 다 완치됐지만 아직 환자인 편이 내가 유리했으니까 당분간 더 밀고 나갈 생각이다.
얘들 손잡고 이곳을 떠날 때는 쌀이 익어서 밥이 된 다음일 거다. 그때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할 생각이다.
드디어 남궁이 심법 강의를 시작했다.
“은공. 운기를 하다보면 하단전에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그때부터가 진정한 입문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이왕 시작할 거면 한 시라도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남궁의 개인교습이 시작됐다.
“그럼 내력이라는 것이 전부 따뜻한 기운인 거야? 빙공氷功같은 음한지력의 내공도 그래? 사파나 마교도?”
난 성실한 학생의 표본 같은 태도로 궁금했던 것에 대한 질문공세를 펼쳤고. 다행히 남궁은 내 질문에 대해 무척 고무적으로 생각했다.
뭐 선생입장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예쁘기만 할 테니까.
“심법의 종류에 따라 특별한 기운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무공이 그렇다는 거예요. 특히 세가의 창궁대연신공은 정순한 내력을 모을 수 있는 공부로 따뜻한 기운이 모입니다.”
“근데 어느 정도 내공을 모아야 해혈을 할 수 있는 거지? 음마 늙은이의 내공은 어느 정도였어?”
“확실치는 않으나 삼 갑자 전후가 아닐까요. 특별한 수법으로 점혈 당한 것은 아니라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이면 해혈 할 수 있을 거예요.”
“너희들 내공은 얼마나 되는데?”
“저나 혜승 언니의 내공은 일 갑자 전후예요. 하지만 자력으로 해혈 하려면 두 배의 내공이 필요해요.”
“흐음. 지금부터 시작해서 일 갑자라? 내가 아무리 천재라고는 해도 불가능한 것 아냐?”
남궁이 빙그레 미소를 띄우며 팩트 폭격을 가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극히 회의적이에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소환단과 제왕단 두 알을 먹었는데도?”
“사실 저희도 그렇기 때문에 한 가닥 기대라도 걸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부족할 거예요. 소환단과 제왕단은 모두 한 번에 30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단이에요. 물론 완벽한 준비를 하고 흡수했을 경우에 그렇다는 거예요. 저도 제왕단을 섭취하기 전에 벌모세수를 받고,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으며 흡수했으니까 말이에요.”
“그럼 세 알이면 전부 일 갑자 반의 내공을 얻을 수 있겠네?”
“산술적으론 그렇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따로따로 시간을 두고 섭취했다면 가능했겠지만 은공은 한 번에 전부 섭취했기 때문에 최대 일 갑자 정도 밖에는 얻지 못할 거예요. 지금은 전부 체내에 흩어져 있는 상태일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도 사라지겠죠. 그래서 서두르는 거예요.”
“흠, 아깝네.”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은공이 심법을 수련하는 동안에 우리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야죠. 이대로 죽기는 너무 억울하니까 말이에요.”
“그런 것 치곤 넌 상당히 담담하네?”
피식.
남궁이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글쎄 저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심각한 상황인 건 확실한데 은공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면 위기라는 것이 크게 와 닿지가 않아요. 일단 은공이 저희에게 함부로 하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런 가 봐요.”
좋게 말했지만 한 마디로 허락 없이 손대지 말라는 소리였다. 머리 좋은 애들이나, 나처럼 약삭빠른 애들은 말이 빨리 통해 좋은데 많이 피곤하다는 단점이 있다.
“응, 내가 평소에도 믿음직하다는 소릴 많이 들어. 난 몰라도 은연중에 신뢰를 풍기고 다닌다나봐.”
“하!”
이건 기가 막혀하는 소림이 낸 소리다. 얘 입을 막기는 아주 쉬웠다.
“왜? 물 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