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8화
8화. 아찔한 동거(2)
그그긍.
문을 열고 다시 질질 기어 들어가자 애들의 고개가 나를 향했다. 이젠 둘 다 눈을 뜨고 있는데 왠지 반가운 표정이라고 느낀 건 내 착각일까?
“밖은 동굴이고 끝은 만장단애네. 달리 볼 것도 없고. 아무래도 이곳을 벗어나려면 위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혈도만 풀어주면 내려갈 수 있어요.”
소림의 맹한 대답에 열이 확 올라왔다.
“그러니까 풀 수도 없지만 풀어도 내가 못 간다고. 너희들이 아니라 내가. 왜냐고? 난 무공을 모른다니까.”
“아! 예. 그럼 천정으로는 나갈 수 있겠어요?”
이제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았는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역시 맹한 질문. 난 대꾸하기도 싫어 대답 대신 다리를 가리켰다.
소림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가 은근히 오기가 있었다.
“나으면요?”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흘리며 힐끗 뚫린 천정을 보고 말했다.
“글쎄, 높이가 오륙 장은 되는 것 같은데? 도구가 있다면 모를까. 쉽지 않겠어.”
오륙 장이면 15에서 18미터다. 일반인이 수직으로 뚫린 15미터를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내 능력이라면 충분히 나갈 수 있다. 난 일반인이 아니니까. 한 번에는 몰라도 두세 번 도약하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벽에 손을 박고 기어오르던지.
그러나 일단 난 지금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 중이다. 그것도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하아!”
소림이 한 숨을 내쉬는 폼이 여태 무공도 안배우고 뭐했냐고 질책하는 것 같다.
나 살던 동네는 무공이 없다고. 그래도 난 백호기 덕에 절대고수 노릇하며 살았다고.
뭐 이런 말해서 뭐 하겠냐. 그래서 눈만 끔뻑거리며 있었다. 속 타는 건 쟤네들이지 내가 아니니까.
그래도 속 좁은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염장을 질렀다.
“일단 내 다리가 나을 때까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피곤할 텐데 그만 쉬어. 나도 잠 좀 자야겠어. 오늘 많은 일이 있었거든.”
자려고 누워있는 데 뚫린 천정에서 찬바람이 솔솔 불어와 추웠다. 계절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산꼭대기 동굴은 평지보다 추운 법이다.
“춥지 않냐?”
나도 추운데 알몸과 다름없는 얘들은 어떻겠냐? 특히 우리 엄마가 여자는 찬데서 자면 냉 생긴다고 했다. 이렇게 젊고 예쁜 애들이 냉에 걸려서야 쓰겠냐.
“........”
한데 애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대답이 없었다. 뭐 이 상황에서 자기들이 추워도 춥다고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이해는 한다.
슬쩍 곁눈질 해보니까 소림의 드러난 팔에 닭살이 돋아 있었다.
“이러다 너희들 감기 걸려 죽겠다. 산목숨은 살아야 하니까 우리 서로 안고 자자.”
슬그머니 다가가려 하자 애들이 격하게 반응한다.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까이 오면 죽어버릴 거예요!”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뭘. 그리고 맹세하는데 손끝하나 안 건드린다.”
정말 손을 댈 생각은 없다. 안고 자려면 살과 살이 맞닿는데 손은 대서 뭐하나.
“그래도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아까보다 더 격한 반응에 포기했다. 나야 사실 이 정도 추위는 끄떡없으니까 괜찮다. 다 애들 감기 걸릴까봐 그런 거였다.
“감기 걸렸다고 징징 대기만 해 봐!”
그래도 쪽 팔려서 한 마디 해줬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아무리 뻗대도 삼사일 지나면 다 포기할 거다. 강아지가 사료 안 먹을 때 삼일만 굶기면 환장하고 처먹듯이.
흐흐흐!
@
상체를 탈의한 젊은 남자와 여자 둘이 십여 평의 공간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뭔가 밸런스가 맞지 않고, 남들은 매우 부러운 상황일 것이다.
사실 그랬다.
더구나 두 여자가 무려 오봉 중의 두 명이다.
물론 배경이나 무공을 고려한 선발이겠지만 그렇다고 인물이 아주 아닌 애를 뽑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여자를 접해 본 나로서도 엄지를 척 세울만한 년들이다.
그런 상체 탈의 미녀들과 동거 이틀째에 들어갔다.
우물우물.
더럽게 맛없는 벽곡단을 몇 알 씹으며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물었다.
“정말 안 먹어?”
“예, 저흰 괜찮아요.”
남궁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벌써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다. 난 삼시 세끼를 먹었고 그때마다 물어봤지만 아직도 필요 없단다.
물론 생각 있는 애들이라 안 먹는 거다. 먹으면 소화되고 소화되면 밑으로 나오니까.
꼼짝도 할 수 없는 애들이라 대소변은 나 없이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다. 그러니 아예 안 먹고 버티는 거다.
독한 년들!
“그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먹게 될 텐데 일부러 굶을 필요 없잖아? 그리고 물만 먹어도 소변은 봐야 해.”
“.........”
꿀꺽꿀꺽.
난 들리라고 일부러 소리 내어 물까지 마셨다. 빤한 결과가 기다리는 데 왜 버티는지 여자가 아니라서 통 모르겠다.
“할 일도 없고 심심한데 나한테 혈도라도 가르쳐 주는 건 어때?”
말을 걸며 누가 먼저 항복할까 생각해 봤다.
역시 남궁이겠지?
소림이 남궁보다 무공이 높았다. 아마 오룡삼봉 중에 가장 무공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보통 명문정파 일대제자의 나이는 평균 40대로 무공은 절정의 수준이다. 그런데 소림은 20대의 일대제자였다. 현 소림방장인 무우 성승의 직전제자니 당연한 거다.
‘얘 때문에 서열 참 많이 꼬이겠어.’
원래 소림은 속가라도 여제자가 귀했다. 그런데 예쁜데다 자질까지 좋으니 뒷방 늙은이들이 정신 줄을 놓을 수밖에.
그렇게 뒷방 늙은이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받고 성장한 거다. 대환단은 열네 살에 이미 드시고 벌모세수도 함께 받았다. 스물 셋에 소림 72절예 중 9가지를 익힌 것도 그녀가 처음이라고 했다.
머리나 판단력은 남궁에게 뒤질지 몰라도 무공이나 몸 상태는 훨씬 뛰어났다. 아마 정말 죽기 전까지 버틸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남궁은 상황판단이 빨랐다. 정말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처지를 수긍하고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일 거다.
아마 사 일 정도가 한계겠지?
남궁세가의 대표 무공은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이나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을 들 수 있다. 가주 직전의 천뢰제왕신공까지는 아니어도 잘하면 직계 비전인 창궁대연신공은 건질지도 모르겠다.
“정말 혈도를 몰라요?”
소림이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얜 머리도 안 좋은 애가 웬 의심 병이 이리 많은지.
“당연히 모르지. 그래도 내가 머리는 좋은 편이라 배우면 금방 이해 해.”
“하아!”
또 어이없어 한다. 솔직히 나도 머리가 좋게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백호기와 교감한 후 두뇌도 좋아졌다.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소림에게 약 오르라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흐흐! 그러니까 일단 알려주면 알 거 아냐? 혈도가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한 시진이면 충분히 다 외울 걸?”
“전부 365개나 되는 걸 한 시진 만에 다 외운다고요?”
“정 못 믿겠으면 내기를 하던지.”
“지면 뭘 해 줄 건데요?”
잘 난 사람의 특징이 자신보다 잘 난 사람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거다. 분명히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살았을 소림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네 사부한테 갔다 오지.”
“정말요?”
“최소한 여자한테 거짓말은 안 해.”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다. 지연이나 서 검사, 일본의 영자한테 무수한 거짓말을 한 나니까.
물론 난 거짓말을 할 때는 진짜라고 스스로가 믿고 한다.
“정말 한 시진 안에 못 외우면 사부님께 다녀오는 거예요.”
“그런다니까. 그럼 내가 외우면 넌 뭘 해줄 건데?”
“에, 예? 제가 뭘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는 것으로 보아 엉뚱한 상상을 한 모양이다. 난 그런 생각은 조금도 안했는데 말이다.
“내가 이기면 말이야? 너도 뭘 하나 걸어야 내기가 성립되지. 나만 걸면 그게 내기야? 자선이지.”
“아, 아무리 그래도 심법은 안돼요.”
소림이 맹하긴 해도 내가 뭘 원한다는 것을 눈치는 챈 모양이다. 쯧쯧! 그래도 얜 아직 멀었다.
이미 세수경은 내 머릿속에 있다. 그런데 뭐 하러 소림한테 달라고 할까? 달라면 남궁한테 달라고 해야지.
자꾸 달라는 말을 하니까 기분이 이상해져 빨리 생각한 걸 말했다.
“나도 그런 건 필요 없어. 애써 구해놨는데 내 눈앞에서 굶어 죽는 건 차마 볼 수 없으니까, 내가 이기면 너희들이 물과 벽곡단을 먹는 건 어때?”
“그, 그 정도로 괜찮겠어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럼 뭐 내가 ‘한 번 달라고’ 할 줄 알았어? 난 남 약점이나 잡아 욕심 채우는 치사한 놈은 아니야. 이거 정말 섭섭하네.”
실제로 그 짓은 안 했다. 주면 먹지만 절대 달라고 징징 대지는 않았다. 난 양아치가 아니니까.
정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는 듯이 서운한 표정을 짓자 소림이 당황해 말했다.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조건이 그것뿐이라면 좋아요. 내기해요.”
“그래 하자.”
고개 숙여 음흉한 미소를 짓는데 남궁과 눈이 마주쳤다. 근데 남궁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내 속을 전부 들여다봤다는 듯이.
‘어라? 걸렸네.’
남궁은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했다. 소림과 달리 똑똑한 애라서 결과를 짐작했을 거다. 단지 소림이 있어 항복 선언의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나와 소림과 내기가 걸렸고, 내 요구사항이 벽곡단을 먹으라는 거였다. 아무리 물과 벽곡단 뿐이라도 전량 흡수는 불가능 할 터.
결국 얘들은 내게 민망한 꼴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한 번 민망한 꼴을 보이면 그 순간 게임은 끝나는 거다.
남궁은 내가 내건 조건으로 흉계를 전부 파악한 거다. 그래서 동조의 미소를 지었던 것이고. 자신이 먼저 항복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도 남궁에게 찡긋 윙크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얘가 갑자기 얼굴을 붉힌다. 아무래도 묘한 걸 상상한 모양이다.
‘허! 잘 컸군. 정말 잘 컸어!’
그때 소림이 혈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단전에서 시작해 명문, 회음.........초은까지 전신혈도는 전부 365개예요.”
“그래, 단전에서 명문, 회음........초은까지 365개. 화야, 다 맞지?”
갑작스런 부름에 남궁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예? 예, 맞아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도 한 번에 다 외우진 못했는데.”
“니들이 못 믿어서 그런 거지 아까 나 머리 좋다고 했잖아. 그럼 내가 이겼으니 니들은 오늘부터 물하고 벽곡단 먹는 거야. 알았지?”
“.........예.”
소림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남궁도 먹겠다고 대답한다.
“저도 먹을 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원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고운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