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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3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화

3화. 뚝 떨어졌다.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지직.

쩌-억.

허공의 한 곳이 가로로 찢어지며 공간이 열렸다. 딱 사람하나 들어갈 만한 시커먼 공간인데 내가 지금 통과하는 중이다.

내 몸이 통과하자마자 스르륵 공간은 닫혔고 난 지상을 향해 자유낙하하고 있다.

“씨팔, 허공이잖아! 바로 죽으라고 하는 거냐고!”

누군가를 향해 항의해 보지만 대답 없는 공허한 외침이다. 알아서 살라는 거다.

지금이 언제고 여기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일단 살고 나서 생각하면 된다. 추락하는 물체는 날개가 없고 나 또한 날개는 없으니까.

휘릭.

등짝으로 떨어질 순 없어 몸을 반대로 뒤집었다. 양 팔과 다리를 스카이다이빙 선수처럼 벌렸다. 확실히 공기의 마찰이 커져선지 떨어지는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아닌데? 그렇다고 일본도 아닌 것 같고.”

눈 아래 보이는 경치가 다르고 산이 달랐다. 기암괴석과 험준한 산세가 중국이나 로키산맥 같았다. 둘 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덜 다치며 착지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눈 아래는 전부 삐쭉이 솟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뿐이다. 아무리 백호기가 보호해도 무사착륙은 물 건너갔다는 소리. 꼬치신세를 면하려면 발버둥을 쳐야 했다.

“아차! 백호기!”

내 생사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미칠 백호기白虎氣를 잠시 잊었다. 다행히 아직도 심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휴우! 살았다.”

백호기가 있는 이상 떨어질 곳만 잘 찾으면 된다. 서둘러 백호기를 전신에 둘렀다.

츠츠츠츠.

심장에서 숨죽이고 있던 백호기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날 보호했다. 천수장학회의 폭탄 테러에 정통으로 당하고도 살아난 나였다.

이번에도 비록 한두 군데 부러지기는 해도 목숨만은 괜찮을 거다. 그리고 살아만 있으면 백호기의 효능으로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아! 저리로 가자!”

기암괴석의 봉우리들 중에도 그나마 만만한 봉우리를 발견했다. 쿠션이 될 만한 숲이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맨 땅에 아니 맨 바위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나무를 쿠션 삼아 떨어지는 편이 낫지 않겠냐.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간신히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직도 사물이 작게 보이는 것을 보면 100미터 이상은 남은 듯했다.

그래도 더 이상 움직이면 숲을 벗어난다.

이젠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였다.

눈을 질끈 감고 자유낙하를 위해 자세를 바꾸었다. 발을 밑으로 머리는 하늘로.

보통 영화에서 보면 거꾸로 하던데 그건 등에 낙하산이 달려 있을 때 얘기다. 아마 머리부터 들이밀고 떨어지면 아무리 백호기가 보호해도 살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운 좋게 살아도 바보가 되겠지. 머리는 소중하니까.’

쌔애액!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칼날 같다. 눈 뜨면 눈꺼풀이 찢어질 것 같아 뜰 수도 없었다. 백호기를 믿고 내 운빨에 맡기는 수밖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중력에 몸을 맡겼다. 발끝에 뭔가 닿는 순간 굴러야 피해가 적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잔뜩 준비하니 온 몸이 경직되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래도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우지끈!

따닥.

투다다다닥!

목표에 제대로 떨어진 듯 나뭇가지가 온 몸을 때렸다. 몸뚱이가 단단해, 잘라지고 터지는 곳은 없어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땅에 닿는 순간을 기대하며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퍽!

빠직.

드디어 땅에 닿았는지 강한 충격이 발목과 무릎을 덮쳤다.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골절상은 피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도 다행히 정신을 잃진 않아 잽싸게 앞으로 굴렀......

구르려는 순간 몸이 땅 밑으로 쑥 꺼져들었다.

후두두둑.

어딘가를 뚫고 들어가는지 온 몸에 가해지는 압력이 장난 아니다. 몸은 계속 땅속으로 빠져들고 흙과 돌멩이가 머리위로 떨어졌다.

퍽!

다시 뭔가 발끝에 걸렸다.

“커헉!”

퍼석.

‘응?! 커헉?’

이상한 소리가 들렸지만 확인보다는 구르는 게 먼저였다. 그래야 부러진데 또 안 부러진다.

“으아악!”

앞으로 구르는 것은 성공했는데 역시 다리가 부러져 무척 아팠다. 바로 일어날 수가 없어 쓰러진 채로 주변을 살폈다.

동굴이라고 해야 하나. 공동空洞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아무튼 주변이 온통 돌로 된 십여 평의 공간이다.

“하! 나 참! 너희들 뭐냐? 복장은 또 왜 그래? 저건 또 뭐고?”

눈앞에 짐승 가죽이 깔린 침대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쭉쭉 빵빵의 미녀 두 명이 누워서 벙 찐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하긴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니 얘들도 정신이 없긴 할 거다. 여자들의 입엔 재갈이 물려 있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알몸이었다.

나도 알몸의 여자들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니들 잡혀 온 거냐?”

제 정신이라면 여자 둘이 홀딱 벗고 저렇게 누워있진 않을 테니까. 뭐 특이한 플레이 중일 수도 있지만.

끄덕끄덕.

그제야 제 정신을 차린 듯 두 여자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소릴 지르지도 않고, 일어나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떡에 환장한 색녀色女거나, 뭔가 사정이 있거나.’

처음 보는 나한테 맘이 있을 리는 없을 테고 뭔가 이상했다. 그래도 여자들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까 확실히 안심은 됐다.

아직 난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까 섣불리 판단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풀어주는 것은 상황파악이 끝난 뒤다.

“일단 조금만 기다려봐. 나 다리 부러졌어.”

읍! 읍! 읍! 읍!

여자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뭔가 나에게 간절히 전달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여자들에게 다가가려면 3, 4미터는 기어가야 했다. 일단 부러진 내 다리와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였다.

여자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주변을 살폈다. 사실 눈 뜨자마자 본 충격적인 더블 누드에 시선이 고정되어 아직 다른 것을 볼 여유가 없었다.

한쪽 구석엔 다섯 개의 항아리가 있고, 나무로 만든 앉은뱅이책상 위엔 몇 권의 서적과 세 개의 작은 목함木函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옆엔 두 자루의 장검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 쪽에 삐쩍 마른 시체 한구, 중앙엔 발랑 뒤집어져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듯이 부들부들 떠는 늙은이 하나.

‘응!? 부들부들!’

숨넘어갈 듯하고 넘어간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더구나 좀 전에 들은 ‘커헉!’ 소리는 저 늙은이의 입에서 난 게 틀림없다. 머리위에 발 도장이 찍힌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발에 깔려 저 지랄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언뜻 보아하니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 보이는데 누군지 몰라도 나완 이미 원수지간이다.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미안.’ 또는 ‘머리 위 좀 잘 보고 다니지 그랬어?’ 하는 말로 퉁 칠 수는 없는 거다. 나야 그러고 싶지만 저 늙은이는 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칼 들고 사과하는 것과 말로 하는 사과는 차이가 크다. 칼 들고 사과해야 흔쾌히 받아들이는 법이다.

난 생각을 멈추고 잽싸게 두 자루 장검을 향해 기었다.

질질질질.

턱.

두 자루의 장검을 손에 넣고 다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늙은이에게 기어갔다.

스르릉.

척.

늙은이의 목에 칼을 대고 말했다.

“영감, 미안한데 여기 상황에 대해서 설명 좀 해 줘야겠어.”

눈치 백단의 나다. 동굴을 쓱 한 번 둘러본 것으로 대충 감은 잡았다.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착한 년인지.

또 내가 처한 상황도.

‘하! 나참! 이번엔 회귀가 아니라 이세계異世界 탐방인거냐? 정말 나도 가지가지 한다.’

내 추리대로라면 이곳은 중국이다. 그것도 내가 살던 지구의 중국이 아니라 이세계나 평행세계 속의 중국.

어쩌면 무림武林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쪽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고?

삐쩍 마른 시체 옆에 놓여 있는 문사건,

허리까지 내려 올만한 긴 흑발의 두 여인.

바들바들 떨고 있는 늙은이의 복장. 아마 도사들이 입는 도포일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책상위에 놓인 목함 중의 하나였다. 비싸 보이는 나무상자에 금박으로 번쩍번쩍하게 쓰여 있는 글자.

소림소환단小林小環丹.

무협지를 단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면 다 알거다. 소림의 절대영약 대환단을. 그보다 약발이 조금 덜 한 것이 소환단이고.

물론 내가 명, 청시대로 회귀했을 수도 있고 소림사의 소환단이 실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내 말을 얘들이 알아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재갈을 물고 있는데 어떻게 아냐고?

난 표정만 봐도 다 안다. 정 못 믿겠으면 한 번 봐라.

읍! 읍! 읍! 읍!

여전히 시끄러운 그녀들에게 인상을 확 구기며 말했다.

“조용! 니들 자꾸 떠들면 난 그냥 간다!”

“........”

봐라. 바로 조용해지지.

그러니 내 말을 다 알아듣는 거다. 당연히 나도 읽고 쓰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판타지이고 무협이 아니겠는가?

무림은 가상의 세계지 실제 역사가 아니니까 이런 것들도 다 가능한 거다.

물론 차원이동의 보정일 수도 있고.

‘무림이란 말이지? 흐흐흐! 여긴 완전히 내 취향인데?’

내가 아는 무림은 세 가지 조폭이 활약하는 곳이다.

첫째, 칼 들고 웃으며 협박해 삥 뜯는 정파正派라는 조폭.

둘째, 역시 칼을 들었지만 웃음대신 인상 쓰고 협박해 삥 뜯는 사파邪派라는 조폭.

마지막으로 신의 이름으로 협박하며 돈 뺏는 마교魔敎라는 조폭.

바로 조폭들의 천국인 곳이 바로 무협세계라는 곳이다. 꼭 무협만 조폭이 판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살던 한국도 관피아, 법피아 등등 수많은 마피아가 판치는 세상이지 않나.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그런 가보다.

어쨌든 황소반장 한 대갑으로 회귀하기 전의 내 직업이 야쿠자 아니었냐? 그 중에서도 난 일본까지 건너가 정점에 선 놈이다. 딱 내 적성에 맞춰 이동한 거란 뜻이다.

‘그동안 어울리지도 않는 경찰 짓하며 힘들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인가?’

회귀해선 다신 비명횡사하지 않겠다고 나름 바르게 살았다. 나를 이곳에 보낸 놈이 그동안 고생했다고 보상 스테이지를 만들어 준 모양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즐겨야겠지.

무림이라는 보상 스테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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