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08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8화
208화
두 시진이 지나자 남궁창원이 탕약을 들고 왔다.
방 안팎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해독이 시작되었다.
채 일각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커억!”
구양한이 시커먼 피를 연거푸 토해냈다.
고약한 냄새가 방 안을 진동시켰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남궁창원이 놀란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진용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다행히 저에게 양강의 기운이 있어서 독 성분을 좀 많이 태울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단 두 시진 사이에 구양한의 몸에 퍼져 있던 독이 반쯤 사라진 것이었다.
‘세상에! 얼마나 강한 기운이었으면…….’
오직 남궁창원만이 알 수 있는 놀람이었다.
어쩌면 해독제가 없었어도 구양한은 쉽게 죽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진용은 내력을 이용해 독을 태운 것이 아니고, 마법을 이용해 독을 태운 것이었다. 남궁창원으로서는 죽을 때까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족히 서너 사발의 피를 토해내자 피 색깔이 점점 붉은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 시진쯤 지나자 구양한의 눈이 떠졌다.
얼굴색도 어느새 붉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구양 형, 정신이 드십니까?”
구양한의 눈꺼풀이 잠자리 날개처럼 파르르 떨렸다.
“누구……?”
“간단하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거기에 대한 것만 대답하시고 편히 쉬십시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구양한의 얼굴에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진용이 물었다.
“암흑마련을 아시지요?”
구양한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만 확인할 것이 있어서 묻는 것입니다.”
구양한은 체념한 목소리로 답했다.
“뭘 알고 싶소.”
“그대의 부친, 구양무경 맹주가 암흑마련의 암흑천마공을 얼마나 익혔습니까?”
그것까지 알고 있었단 말인가?
“쿨럭!”
심적인 충격 때문인지 구양한이 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진용은 묵묵히 그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주고 눈을 직시했다.
“만인의 생명이 달려 있는 일입니다.”
구양한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마…… 십성에 이르렀을 거요.”
“으음…….”
“아!”
“그럴 수가!”
신음, 탄성, 놀라움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진용이 얻고자 하는 말은 바로 그 말 한마디였다. 다른 말은 다 부수적인 것일 뿐.
“편히 쉬시오.”
진용이 일어섰다. 방 안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길을 터줬다.
밖으로 나서자 놀란 표정을 한 사람들이 일제히 진용을 쳐다보았다.
천인효와 율천기를 비롯한 진용 일행, 그리고 남궁창성과 남궁창훈을 비롯한 남궁세가의 원로와 장로들.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진용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왜 힘을 합쳐야 하는지 아셨을 겁니다. 그의 암흑천마공이 만약 십이성의 경지에 이른다면, 그는 악마가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혈신 하나만도 벅찬 상황입니다. 거기에 암흑천마마저 탄생한다면, 강호는 진짜 혈해가 되고 말 겁니다.”
전설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구양무경의 무위는 십천존의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강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천인효였다.
“고 공자의 말을 어찌 모르겠소. 지금으로서도 내가 이삼십 초를 버티기 힘든 판국이거늘.”
남궁세가의 장로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서로를 돌아다보았다.
십천존 중 하나인 일양마검 천인효가 이삼십 초를 버티기 어렵다는 구양무경이 더 강해지고 있다니.
망설이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가주인 남궁창성이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봅시다. 일단 창궁전으로 가시지요!”
2
제갈운문이 주욱,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가 현재 신혈교에 완전히 넘어가 있는 지역입니다.”
동쪽은 오점(吳店), 서쪽은 당하(唐河), 북쪽은 심양(沁陽), 그리고 남쪽으로는 호북성 수주(隨州)까지 선이 그어졌다.
하남 전체에 비하면 일 할은커녕 오 푼도 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동백산 한곳에서 일천이 넘는 무인들이 몰살당했다. 그것도 일류 이상의 고수들만 몰려가서.
물론 기관과 함정에 빠져 그리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갈운문은 장내가 조용해지자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놈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교활하고, 잔인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정해진 틀대로 움직였습니다. 경고를 보내고, 듣지 않으면 치겠다고 엄포를 놓고,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힘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한마디로 정정당당히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단 한 번의 싸움에서 칠백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제갈운문이 말을 멈췄다.
조용하던 장내에 소란이 일었다.
“험, 그래도 정파가 남들 뒤통수를 칠 수야…….”
“그것은 비겁한 짓이지, 암.”
“남자란 자고로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이야.”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를 뚫고 뚜렷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래, 제갈 전주의 생각은 무엇인가? 한 번 들어보고 싶군.”
화산제일검 검성 우양자였다.
제갈운문은 자신을 바라보는 삼십여 명의 원로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첫 번째는 힘을 나누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나누어진 힘이 상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세 번째는 상관의 명에 절대복종해야 합니다.”
“이미 그리해 오지 않았던가?”
“그리하고자 했지요. 그러나 세 번째, 명에 대한 규율이 서지 않아 결국은 오합지졸이 되어버렸지요.”
제갈운문의 말에는 칼이 숨겨져 있었다.
그대들이 맹주의 명을 듣지 않아 그토록 많은 피해가 났다!
그걸 모를 원로들이 아니었다.
몇 사람이 헛기침을 하며 오히려 남궁창훈과 제갈운문을 탓했다.
“그것도 다 능력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전대 맹주가 마음이 좀 약했어.”
“군사가 보필만 잘했어도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네. 결국 정보망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꼴이 되지 않았던가?”
무당의 영천 도장이 은근히 쏘아붙이자 제갈운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하자는 것입니다. 그 세 가지가 지켜지지 않을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우양자가 말했다.
“이전의 탕마단에 비해 적어도 두 배의 힘으로 알고 있네만, 그래도 그리 불리한가?”
“그렇습니다. 세 가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지킨다면?”
“그럼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습니다.”
우양자가 언뜻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겨우 ‘조금의 희망’ 정도인가?”
“천제성이 함께한다면 좀 더 많은 희망이 될 것입니다.”
“으음……. 천제성과 함께하고도 완벽한 승리를 보장 못한다는 말 같군.”
“사실이 그렇습니다.”
“하면 승리를 보장받기 위한 조건은 뭔가?”
“오 할 이상의 승리를 보장받기 위해선 둘 중 하나가 보충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아직도 나오지 않은 명사들을 빠른 시일 내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천뢰서생이 동시에 움직여야만 합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닫고 제갈운문을 쳐다보았다.
“정천무맹이 겨우 그 한 사람만 못하단 말인가?”
허운자가 노기 띤 표정으로 제갈운문을 다그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제갈운문은 태연히 고개를 저었다.
“제 말을 잘못 이해하신 듯합니다. 천뢰서생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말은, 소수로 혈신을 막을 사람이 그들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흥! 자네는 혈신의 능력을 너무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군.”
종남의 전대 장로로 사십여 년 은거해 있던 산을 박차고 나온 상명 진인이 코웃음을 쳤다.
제갈운문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상명진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설의 무상력을 얻은 십절검존 유 노사가 온몸을 다 바쳐 겨우 그를 막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걱정하는 것은 신혈교의 무력이 아닙니다, 진인. 그 정도의 힘은 우리 정천무맹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부술 수 있으니까요. 단! 혈신이 없을 경우에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제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혈신! 그 한 사람입니다.”
상명 진인이 벌떡 일어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네 지금 우리 정파를 능멸하겠다는 건가!”
“어허, 너무 그렇게 뭐라 야단치지 마시게, 상명 도우.”
허운자가 말리자 상명 진인은 마지못한 듯 노화를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정 그렇게 겁이 나면 군사 자리를 내놓게!”
제갈운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쟁을 앞두고 군사를 바꾸겠다고? 그것도 자신들의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후우, 남궁 맹주, 그 당시 당신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막상 나오는 대로 뱉어놓고 지나치다 생각했는지, 상명 진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험, 아니면 자신감을 가지고 일에 임하든지!”
자신들 뜻대로 하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하라?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모든 것을 훌훌 떨치고 남궁창훈처럼 뒤로 물러나고 싶다. 백 명에 달하는 제갈세가의 사람들만 아니라면.
제갈운문이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않은 채 묵묵히 서 있자 우양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 군사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서 하시는 말씀들이네. 너무 마음 쓰지 마시게. 한데… 만일 나와 혈신을 비교한다면 어떨 거라 생각하나? 내가 그를 막을 수 없겠나?”
우양자가 절대로 십천존의 아래가 아님을 알고 있는 제갈운문이었다. 하지만 답변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 어차피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할 터.’
제갈운문은 전음으로 우양자에게 물었다.
<부맹주께선 제가 진실을 말하기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그냥 들리는 소문과 비교해 말하기를 원하십니까?>
우양자의 고요히 가라앉아 있던 눈빛이 서늘히 빛을 발했다.
제갈운문의 뇌리로 우양자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나는 진실을 원한다네. 나를 위해 거짓을 말하려거든 말하지 마시게.>
<그럼 저희 밀은전이 조사한 모든 자료를 토대로 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다 한 점 흔들림이 없는 눈빛이었다. 제갈운문이 말했다.
<반 각. 부맹주께선 그의 공격을 반 각 이상 받아내실 수 없습니다.>
‘그것도 최대한 생각해서 말이지요.’
우양자의 고요하던 눈동자에 파랑이 일었다. 폭풍우가 그의 눈동자 안에서 일고 있었다.
<빈도는 제법 강하다네. 십천존의 어느 누구도 나를 이긴다 장담할 수 없다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우양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가 흔들리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승부를 따지면서.
제갈운문은 마음이 씁쓸해서 입이 닫혔다.
‘후, 믿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소이다.’
그때 문득,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제갈운문은 그때까지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양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럼, 가까운 시일 안에 천뢰서생 고진용을 만나보십시오. 천하에서 오직 그만이 혈신과 정면대결을 벌인 자입니다. 비록 물러서긴 했지만, 하늘 아래서 그를 제외하고 혈신의 무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우양자의 눈빛이 찰나간 번뜩였다.
밖에서 우르릉, 천둥소리가 지상으로 내리꽂힌다.
‘천뢰서생이라… 그래야 한다면…….’
그가 결심을 굳혔을 때다.
“맹주님께서 드십니다!”
밖에서 정천맹주 요료의 등장을 알리는 장엄한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3
둥! 둥! 둥!
동백산을 뒤흔드는 북소리.
붉은 물결이 대연무장을 가득 메운 채 장엄한 외침을 토해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혈신을 위해!”
단상에 올라간 야율립이 외쳤다.
“혈신께서 허락하셨다! 혈신의 아들들이여!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이다!”
와! 와! 와아아!
붉은 물결이 출렁이며 동백산 전체를 뒤흔드는 함성이 일었다.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신 혈신을 모시고 천하를 쟁취하리라!
엎드려 있던 혈의인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대지의 모든 것들이 숨을 죽였다.
태양이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가자! 새로운 세상을 위해!”
마침내 혈신이 두 손을 들어 외쳤다.
“혈신을 위해!”
삼천 신혈의 전사들이 일제히 답했다.
한여름 동백산이 붉게 물들었다.
* * *
[동백산에서 신혈교도들로 추정되는 무사들 수천이 내려왔음! 지시 바람.]
[혈신이 마침내 동백산의 둥지를 떠났음. 전쟁이 시작된 것 같음.]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팔월 십일일.
수십 마리의 전서구가 초지급의 서신을 매달고 동서남북으로 날아갔다.
갑작스런 움직임이되, 한편으로는 예상된 움직임이기도 했다. 하나 설마하니 혈신까지 모조리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그 인원이 삼천에 이른다 하지 않는가!
이건 전쟁이다!
어쩌면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태워 버리고 끝날지 모를 전쟁!
“장주님께 빨리 연락하세요!”
무양 아래쪽 출산이라는 작은 마을에 웅크리고 있던 제갈민은 밀려드는 소식에 정신이 없었다.
천탁을 따르는 무사들은 어느새 이백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다섯 개의 대. 이십 개의 조. 관리하기 편하게 나누어놓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모두가 낭인에 가까운 자들. 이들은 진용의 지휘를 원했다.
제갈민은 입이 바짝 마르고, 뇌리가 하얗게 타는 심정으로 진용의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정성이 통했을까, 신혈교가 움직였다는 소식이 들린 다음 날, 제갈민은 한 장의 서찰을 받았다. 그렇게 고대하던 진용의 서신이었다.
제갈민은 찢어버릴 것처럼 서신을 거칠게 펼쳐 들고 재빨리 내용을 살펴봤다.
모든 내용을 살펴보는 데는 촌각도 걸리지 않았다. 그냥 쓱 한 번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달랑 세 줄이었으니까.
세 줄이 뭐야, 세 줄이!
[천제성이 움직이면 그 꼬리에 달라붙으세요. 십삼일, 각산에서 만나도록 하지요. 혹시 총관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있으면 떼어놓고 오세요. 그게 누구든.]
그래도 마지막 말은 진짜 마음에 들었다.
‘진작 이런 글이라도 하나 써서 보내지.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을 안 해도 되었잖아?’
제갈민은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줄이 보이게 서신을 접어 들고서, 벌떡 일어나 밖을 향해 소리쳤다. 오랜만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두 형! 대주들을 모두 들어오라고 하십시오! 장주님의 명이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