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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201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1화

 

201화

 

 

 

 

 

 

 

“그보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정태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입가의 커다란 점을 씰룩이며 진용에게 냉랭하게 말했다.

 

“물어보시오.”

 

“아드님이 익힌 무공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악이가 익힌 무공? 그야 당연히 본 방의 자랑인 화연신공을 익혔소만.”

 

“제가 묻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설마 화연신공을 익혀서 이손이 이렇게 된 것은 아니겠지요?”

 

무슨 말이냐는 듯 정태청의 눈이 아들의 시신을 향했다. 

 

시커먼 손이 보였다.

 

‘어? 왜 내 아들의 손이 새카맣지?’

 

그런데 저게 어떻단 말인가?

 

진용이 말을 이었다.

 

“아직도 마기가 다 사라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드님은 마공을 익히고 있었단 말이지요.”

 

“무슨 소리요? 내 아들이 왜 마공을 익힌단 말이오? 그런 헛소리를 나더러 믿으란 말이오?”

 

정태청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도굉이 말했다.

 

“믿게. 고 공자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야.”

 

“뭐요?”

 

정태청은 눈을 부라리며 사도굉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홱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소! 악이가 마공을 익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사실 정수악이 마공을 익혔든, 익히지 않았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수악의 가슴에 난 손바닥 자국이 정말 혈수인인가, 하는 것이었다.

 

마공은 그걸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이었다. 혈선인이 혈수인을 펼쳐야만 했던 합당한 조건.

 

진용은 일단 마공에 대한 것은 제쳐 두고 다른 것을 물었다.

 

“범인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 들었습니다. 만날 수 있겠습니까?”

 

정태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멀리서 그 광경을 본 사람이 있소. 죽은 아들놈의 친구요. 바로 데려올 수 있을 것이오.”

 

전우근이 말을 이었다.

 

“바로 내 아들 놈이외다.”

 

 

 

전우근의 아들인 전상의는 죽은 정수악과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리고 그는 정수악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 아버지인 정태청이 모르는 것까지.

 

“붉은 도복을 입은 노인이었는데,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전상의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그때의 일을 설명했다.

 

진용은 마안의 능력을 끌어올린 채 그에게 물었다.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기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왜 그 도장이 정수악을 죽였다 생각합니까?”

 

“그, 그것이…….”

 

전상의의 얼굴이 푸들거리며 떨렸다. 진용은 마안의 능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고서 전상의를 다그쳤다.

 

“말해보세요.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전상의 정도가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전상의의 입이 느릿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수악이 한 아가씨를 겁탈하는 걸 그 노 도장이 봤습니다.”

 

장내가 조용해졌다. 정태청이 눈을 부릅뜨고서 소리쳤다.

 

“거짓말!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진용이 그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부드러운 기운이 밀려갔다. 순간, 정태청의 몸이 주르륵 밀려가더니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누구도 말을 끊는 자는 용서치 않을 것이오.”

 

침묵. 가벼운 손짓에 정태청이 제압당하자 화우방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전우근마저 경악한 표정을 지은 채 정태청과 진용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계속 말하시오.”

 

전상의가 넋이 빠진 듯 멍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술을 사러 갔다 오던 중이었습니다. 노도장이 호통을 치더니 가볍게 손을 저었습니다. 그러자 붉은빛이 번뜩이더니 수악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수악이는 방주님 몰래 한 가지 무공을 익히고 있었는데, 그런 수악이조차 한 수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으니 저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 뻔했습니다. 그래서…… 죽어가는 친구를 놔두고 정신없이 도망쳤던 것입니다. 크흑!”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그를 향해 진용이 물었다.

 

“정수악이 익힌 무공이 뭐였소?”

 

“흑양마수(黑陽魔手)였습니다.”

 

 

 

 

 

4

 

 

 

 

 

여녕에도 풍림당의 지부가 있었다.

 

진용은 풍림당에 혈선인의 존재를 알리고 붉은 도복을 입은 노도인을 추적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여녕을 떠났다.

 

그가 나타난 것이 득이 될까, 아니면 해가 될까?

 

아무도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시간만이 그 결과를 알려줄 것이다.

 

과연 혈선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길을 가면서도 그에 대해 고심하던 진용은 문득 공은 대선사가 했던 말이 떠오르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얼마 전 하늘이 붉어졌지. 천기를 볼 수 있는 선인들은 그 기운을 느꼈을 것이네.”

 

 

 

혈선인. 그도 공은 대선사가 말한 선인 중 한 사람일까?

 

혹시 그 기운을 느꼈기에 은거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는 어느 쪽에 설까?

 

 

 

 

 

 

 

6장. 만붕성

 

 

 

 

 

1

 

 

 

 

 

영하의 물살은 거칠었다.

 

강물이 지난 이틀간 내린 비 때문에 상당히 불어 있었다. 그래선지 상선 한 척을 빌리는데 반나절이나 걸렸다. 선원들이 거친 물살에 배를 띄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상 비용보다 두 배 가까운 돈을 주고서야 진용 일행은 배를 빌릴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행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겨우 배를 빌려 영하의 거친 물살을 타고 내려간 지 이틀, 상선은 영하와 회하가 만나는 정양관에서 오십여 리 못 미치는 영상에 닻을 내렸다.

 

이제 팔공산까지는 백 리 정도. 강호의 절정무인들에게는 지척이었다.

 

 

 

뱃머리에 고(高) 자를 쓴 깃발을 내걸고 영상현에 닻을 내리자 상인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왔다.

 

“혹시 해가 지는 곳에서 오신 분들이 아닌지요?”

 

뱃머리에 느긋이 앉아 있던 사도굉이 빙그레 웃었다. 마치 나른한 일상에 하릴없는 노선비처럼.

 

“맞네. 천후소를 찾아가는 길이지. 한데 뭘 파는가? 책인가?”

 

“그렇습니다, 대인. 한 권 사시지 않겠습니까?”

 

대인이라는 말에 사도굉이 흐뭇한 표정으로 손짓을 했다.

 

그놈, 사람 볼 줄 아는군.

 

“이리 올라오게. 어디 한 번 보세.”

 

그때다. 저 멀리 정박한 커다란 배에서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의 관을 앞세운 채 내리는 것이 보였다.

 

사도굉은 힐끔 그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상문(喪門)의 아이들이 이곳에 웬일이지?’

 

상문에는 그의 친구가 있었다. 십여 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친구가.

 

‘죽어 관 속에 들어가기 전에 언제 한 번 찾아가 봐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눈앞의 일에 더 신경을 써야만 했다. 상인이 배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뭔 책이 있는가?”

 

 

 

상인이 배에 올라왔다 내려간 시간은 일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남겨놓고 간 두툼한 서책이 진용 일행을 한 시진째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아놓았다.

 

서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팔공산에 대한 지리를 상세히 그려놓은 지도였다.

 

“만붕성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군요.”

 

진용이 손가락으로 한곳을 짚었다. 유난히 굵은 글씨로 만붕곡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곳이었다.

 

“육로로 이동한 후 회하를 건너기로 하지요.”

 

“차라리 계속 배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율천기가 말했다. 하지만 진용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되면 정양관에서 놈들의 검문을 피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팔공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놈들과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그 말에 포은상이 입을 열었다.

 

“우리의 목표는 속전속결로 만붕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니만큼 최대한 행적을 조심해야 하네. 해서 말인데, 조금 늦더라도 밤에 가는 것이 어떨까 싶군.”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아무래도 밤에 움직이면 그들의 눈에 걸려들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어차피 거리도 멀지 않으니 술시쯤 출발하지요. 대신 그때까지 서책에 적힌 지리를 모두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밤에 가다 보면 자칫 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포은상을 힐끔거렸다.

 

자네 때문에 골 아프게 공부해야 하잖아!

 

영락없이 그런 눈빛들이었다.

 

 

 

 

 

2

 

 

 

 

 

술시, 어둠이 강물을 검게 물들일 무렵이었다. 근 일각에 걸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배에서 내렸다.

 

그들은 자연스런 걸음으로 선착장을 빠져나가더니, 영상현의 외곽에 이르자 빠르게 동쪽으로 나아갔다. 각자의 거리는 백여 장. 열세 명이 늘어선 거리는 십 리에 이르렀다.

 

진용은 하군상, 아니, 세르탄과 함께 맨 뒤에서 따라갔다. 실피나를 앞세운 채.

 

세르탄은 요즘 시무룩해져 있었다. 실피나 때문이었다.

 

방성을 떠나기 전날이었다. 실피나가 능력을 찾아가는 자신을 두려워하자, 세르탄이 기고만장해서 눈을 부라렸다.

 

물론 그는 실피나를 볼 수 있었다. 마계의 대전사니까.

 

“건방진 정령, 감히 마계의 대전사인 나를 그동안 잘도 모욕했겠다!”

 

―내가 언제?

 

주인에게도 반말을 하는 실피나다. 당연하다는 듯 세르탄에게도 반말로 말했다. 

 

세르탄 역시 실피나의 반말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멍청한 마족이라고 놀렸잖아!”

 

실피나가 찔끔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야 멍청하니까 멍청하다고 한 거지 뭐.

 

“뭐야? 감히 천 년도 더 산 나를 놀리겠다는 거냐?”

 

그 말이 잘못이었다. 실피나가 주춤거리며 가까이 오더니 슬며시 물었다.

 

―정말 천 년을 살았어?

 

“물론! 그리고 몇십 년은 더 살았지!”

 

―그럼 이천 살은 안 되었겠네?

 

“그거야 그렇지!”

 

실피나가 씨익 웃더니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오호호홋! 나는 이천 살 넘었는데. 나보다 한참 어리잖아? 너 이제부터 내 동생해라!

 

그 이후로 세르탄은 실피나와 말을 섞지 않았다. 아무리 실피나가 꼬여도 넘어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능력을 되찾는 일에만 열중했다.

 

차라리 보이지 않았으면, 말을 들을 수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그런 후회를 하며.

 

진용이 세르탄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 속으로 ‘그러게 왜 건드려?’ 하고 있을 때였다.

 

앞쪽 고개 너머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곧이어 실피나가 밤하늘을 가르며 득달같이 날아왔다.

 

―주인아! 앞에서 싸우려고 해!

 

“누가?”

 

―말 많은 늙은이하고 산적 같은 도장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하고 말싸움하고 있어!

 

사도굉과 정광을 말함이다. 아무래도 재수없이 적과 조우한 듯싶다.

 

진용은 즉시 어둠을 가르며 날아갔다. 세르탄이 조금도 뒤지지 않고 나란히 날아갔다. 비마법(飛魔法)을 이용한 신법을 펼치며. 

 

 

 

* * *

 

 

 

재수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정광은 쇠신발을 손에 들고는 이 일을 벌어지게 만든 원흉, 사도굉을 바라보았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왜 급하게 달려가는 사람들을 막고 시비를 건단 말인가? 그것도 살벌하다고 소문난 상문(喪門) 놈들을!

 

곧 진용이 올 테니 걱정이야 되지 않지만, 어쨌든 한밤중에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만붕성 놈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데도 사도굉은 꽤나 심각한 표정이다.

 

“대체 무슨 일인데 저들을 가로막은 거요?”

 

사도굉은 대꾸를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자신들을 에워싸는 자들만 바라보았다.

 

“관 속에 누가 누워 있는지만 확인해 보자니까?”

 

에워싼 자들은 이십여 명. 그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중년으로 보이는 자였다. 

 

그자의 옆구리에 꽂힌 곡상봉(哭喪棒)에는 붉은 매듭이 달려 있었다. 사도굉이 알기로, 적어도 상문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지위를 지닌 자라는 말이었다.

 

“사도 선배, 본 문의 규율이 얼마나 엄중한지 잘 아는 분이 왜 이러시는 거요?”

 

그는 사도굉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니까 묻는 거다. 알지 못했다면 손을 먼저 썼을 것이야!”

 

“우리 상문을 너무 우습게 보시는 것 아니오?”

 

그의 기세는 정광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절정의 고수라는 말이다. 더구나 자신들을 둘러싼 자들도 하나같이 일류고수들이다.

 

정광이 미간을 찌푸리며 쇠신발을 든 손에 내력을 집어넣을 때다. 때마침 진용이 세르탄과 함께 도착했다.

 

사도굉과 정광을 에워싸고 있던 자들이 실피나에 의해 좍 갈라졌다.

 

“어? 뭐, 뭐야?”

 

“왜 이래? 누가 미는 거지?”

 

그들은 자신들이 왜 물러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용은 그들 사이를 걸어 사도굉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주위를 훑어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시간이 없다는 것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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