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98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98화
198화
살짝 펴보자 조잡하게 그려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검무를 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혹시?’
남궁환이 유태청과 함께 연구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림이 조잡한 데다, 전체적인 배치가 엉망이라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진용이 아쉬워하면서 종이를 잘 접어 품속에 넣자 사도굉이 말을 이었다.
“남궁창훈이 언제 합비에 꼭 오라고 하더군. 구양한에 대해 상의할 것이 있다면서.”
아직은 구양무경이 구양한에 대해 모르는 상황. 구양한의 존재는 터지지 않은 활화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이라면, 차라리 남궁세가에 숨겨지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구양무경, 어쩌면 그대의 아들이 그대의 최후를 장식할 마지막 무기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예, 그러잖아도 한 번 가볼 참이었습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으니까요.”
진용은 최대한 무심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면서 조용히 안쪽을 바라보았다. 운아영이 거기에 있었다.
상아와 놀고 있는 운아영의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 있었다. 옆에서 자꾸 말을 걸어 웃기려는 두충의 노력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더 이상 슬픈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역시 강한 여인이다.’
사도굉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에혀, 이놈의 강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이 없다네. 휴우, 이제 조용히 처박힐 때가 된 것인지…….”
그러면서 왜 다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원망했다.
하지만 진용에게서 몸을 돌려 정광에게 다가가더니, 그동안 심심해서 혼났다는 듯 수다를 떨어댔다.
“그래, 나 없으니까 좋던가? 심심했지? 하긴 나도 말 상대가 없으니까 되게 심심하더구만. 자네가 정말 보고 싶더라니까.”
정광은 그런 사도굉의 투정 섞인 수다를 들으며 한곳을 흘끔거렸다.
상아가 운아영과 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신하고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아이는 아무래도 여자를 더 따르는 법이지.’
그래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저를 얼마나 예뻐해 줬는데……. 그런데 두충 저놈은 왜 또 저기서 얼쩡거리는 거야?’
공연히 두충에게 화가 났다. 손이 근질거렸다.
‘저걸 한 대 패?’
그때, 상아가 정광을 보고는 뽀르르 달려왔다.
“어? 도사 아저씨!”
운아영마저 팽개친 채.
정광은 돌아서려다 말고, 팔을 쫙 벌리며 마주 달려갔다.
“상아야!”
그야말로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폴짝!
정광의 가슴에 안겨든 상아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서생 오빠 부인 찾았어?”
“응? 어. 근데 어디 갔대.”
“어디? 밤에 오빠 혼자 심심할 텐데, 어디 갔대?”
“…….”
정광은 입만 뻐끔거렸다.
진용은 황급히 걸음을 재촉해서 추진상을 만나러 가고, 안으로 들어서던 사람들은 모두 동작을 멈췄다.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진짜 무서운 아이다.
진용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피식 웃었다. 상아의 말 한마디에 정신 차리지 못하는 자신들이 우습기만 했다.
달깍, 찻잔을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추진상이 작은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서신과 전표가 담겨 있소이다. 허허허, 내가 서신을 제대로 썼는지 제법 많은 전표가 들어 있더구려.”
주머니를 건네는 추진상의 눈이 은근히 빛을 발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그러잖아도 작은 장원을 하나 사려고 했는데.”
“호오, 장원을요?”
“예, 아무래도 이곳에 더 있으면 현령께 폐를 끼칠 것 같아서요.”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모를 추진상이 아니었다. 자신 역시 은근히 걱정이 되던 차였다. 행여나 마도의 무리가 침습한다면…….
“어디 장소는 알아봤습니까?”
“객잔에 머물며 알아볼 생각입니다.”
갑자기 추진상이 바짝 다가앉았다. 그러더니 조용히 말했다.
“내가 싸고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거간비야 백 냥이면 되오이다.”
흠칫했지만, 들어보는 것 정도는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싸고 좋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요?”
“나만 믿으시구려, 고 천호. 허허허.”
믿고야 싶지. 하도 당해서 미덥지가 못하니까 그렇지.
“비싸면 내 말도 꺼내지 않소이다.”
진용은 차마 거절은 못하고 오후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손을 내미는 추진상에게 냉정하게 ‘집을 보고 나서…’ 라는 말은 못하고 백 냥짜리 전표를 하나 얹어주었다.
추진상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 다른 거간들에게서 사려면 이백 냥은 주어야 할 거외다. 험!”
4
장원은 넓이가 천여 평에 건물이 네 채, 방이 모두 열 개 정도 되었다.
크진 않지만 진용 일행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크기.
게다가 뒤쪽에 딸려 있는 이천여 평의 공터는 무공을 수련하는 장소로 쓰기에 적당했다.
결국 진용은 장원을 구입하기로 하고 은자 이천 냥에 협상을 끝냈다.
추진상의 말로는 오백 냥을 깎았다고 하는데, 진용은 절대! 믿지 않았다.
다행히 금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추진상이 뭐라 썼는지 몰라도, 황궁에서 은자 오천 냥에 달하는 전표가 내려온 것이다.
공손각의 편지와 함께.
[삼왕에 대한 보고를 받았네. 수고했네. 황태자 전하께서도 만족하신다네. 그리고 당분간 대머리 참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내가 올가미를 씌워놓았으니까. 송시명이 백인검문에서 놈들의 꼬리를 잡았거든. 한데 남진무사 양호경이 그 일에 연루된 것 같네. 해서 고민이야. 아무래도 자네가 오면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듯하이. 나중에 강호의 일이 끝나면 보세. 아! 돈은 내 재량껏 보냈네. 좋은 일 하는데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다른 내용이야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말이 조금 이상하다.
좋은 일 하는데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무슨 소리지?
대체 추진상이 뭐라고 썼길래?
‘좌우간 엉뚱한 양반이라니까.’
어쨌든 장원을 구하고 일할 사람 몇을 구하려면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이 되었다. 추진상의 부인이 미안하다며 동분서주, 하루 만에 사람을 구한 것이다.
시비, 숙수, 잡일꾼까지 모조리.
수고료는 은자 이십 냥이었다.
끄응, 부창부수라더니 대단한 부부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장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이 갖추어지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새롭게 장원을 마련한 지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진용은 세르탄을 닦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하군상의 몸을 살펴보고, 자신 역시 신왕의 무공과 마법의 단계를 올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마저 자극했다.
저런 고수도 노력하는데, 우리가 어찌 놀 수 있겠는가!
율천기, 포은상, 독고무종을 비롯해 모두가 하루도 쉬지 않고 자신을 가다듬었다.
특히 비류명과 서문조양은 일행 중 제일 하수가 되었다는데 충격을 받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무에 열중했다.
두충이야 워낙 차이가 나니까 빼고, 운아영은 여자니까 제외하고.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무공을 다듬으며, 조금이라도 더 높은 경지를 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지 보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마침내 그렇게 원하던 율천기와 독고무종과 포은상이 맞붙었다. 몰래 장원을 빠져나가 오 리가량 떨어진 작은 계곡에서.
나중에서야 셋이 동시에 사라진 것을 안 사람들은 초조, 긴장, 궁금함을 달래기 위해서 정광과 사도굉의 의견으로 내기를 했다.
판돈은 은자 열 냥.
물론 만장일치로 고진용은 뺐다.
한 시진 만에 돌아온 세 사람은 잔뜩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딱 한마디로 결과를 말했다.
“내년에 다시 붙기로 했네.”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걷은 은자도 다시 나누어줬다. 내년에 다시 걷기로 하고.
정광이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했다.
“모두 살아남아서 내년 내기에 꼭 참가해!”
5
칠월에 접어들자 수많은 소문이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중에 몇 가지 소문이 확인되자, 전 강호가 긴장한 채 소문의 진원지를 예의주시했다.
신혈교!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그 첫 번째였다. 동백산 반경 백 리 이내의 모든 문파들이 신혈교에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맹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삼존맹의 내분이 마침내 표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양마검 천인효. 그가 뜻을 같이하는 문파들과 손잡고 동천무련(東天武聯)을 결성하더니 만붕성 타도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한창 강호가 긴장으로 냉각되어 있을 때였다. 천제성이 마침내 문을 열고 나섰다. 백리성이 아닌 백리자천이 직접 천제성의 전력을 이끌고 선두에 선 채.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누구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마풍이었다.
정천무맹은 그러한 와중에도 새롭게 구성될 탕마단 결성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강호의 무인들은 넷으로 나누어진 거대 세력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한 사람의 행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천뢰서생 고진용.
그에게는 세력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천하의 향방에 가장 큰 변수였다.
하나둘 사람들이 그가 있는 방성으로 모여들었다.
들리는 소문으로, 고진용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탁(卓)’이라 부른다고 하자, 모여든 사람들은 자신들도 몇 명이 모이면 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천공삼탁을 따르는 무사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력이 없으면 나서지 마라!
―죽음을 각오하지 않은 자는 끼어들지 마라!
―우리는 죽음으로서 혈신을 상대할, 천공삼탁을 따르는 무사들!
거창한 구호였다.
나중에서야 그 말을 들은 진용 일행이 동시에 입을 쩍 벌릴 정도였으니까.
“모여든 사람이 벌써 백 명에 육박하네.”
“이러다 방성에 무사들이 넘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추 현령이 돌기 직전이겠군.”
마지막 사도굉의 말에 모두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진용이 말했다.
“정말 그들이 끝까지 따라다닌다면 그것도 문제군요.”
“방법은 하나뿐이네, 장주.”
율천기의 말에 진용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들을 받아들이라는 말씀인가요?”
율천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 꽤 되네.”
“후우, 여기 있는 분들만 해도 벅찹니다. 저는 조용히 살고 싶거든요.”
장원에 함께 머문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모두가 진용을 장주라 불렀다. 말로는 장원의 주인이니 당연히 장주가 아니냐고 하지만, 꼭 그래서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제갈민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제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주.”
“말씀해 보세요.”
“어차피 떠나라 한다고 해서 떠날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대로 놔둘 수도 없습니다. 저런 상태가 지속되다 막상 일이 벌어지면, 중심을 잃고 제대로 된 힘을 낼 수가 없습니다.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저들에게 어떤 명분을 주고, 저들 나름대로 조직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명분? 조직?”
“명분이야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이면 충분하고, 조직은 나중에 그 조직의 장만 장주님이 인정해 주면 됩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저들은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흠, 조직을 편성해서 관리를 편하게 하되 일정한 선을 긋자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어차피 떨칠 수 없다면 그리 나쁠 것 같지도 않았다. 자신이 세를 이루는 것이 싫고, 나중에 조용히 살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저들의 힘이 필요했다.
나중에 정 안 되겠으면 몰래 떠나 버리지 뭐!
그렇게 생각한 진용은 결국 제갈민의 계획을 인정해 주었다.
“좋아요. 그럼 총관이 알아서 추진하세요. 너무 시끄럽지 않게.”
제갈민이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장주.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5장. 혈수인
1
칠월 보름, 서신 두 통이 풍림당의 정보망을 통해 장원으로 전해졌다.
하나는 천인효가 보낸 서신이었다. 아니, 이름만 천인효일 뿐 정확히는 소후천이 보낸 서신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풍림당이 안휘와 강소 일대의 동향을 조사한 전서였다.
진용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일각도 되기 전에 커다란 탁자 주위로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온 걸 보니 그 동안 정말 근질근질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