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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9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96화

 

196화

 

 

 

 

 

 

 

초연향을 찾는 데 열중하다 보니 하군상을 깜박했다. 어쩌면 죽었을 거라는 말을 들어서인지도 몰랐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초연향을 살리기 위해 목숨까지 건 친구를 잊다니!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습니까?”

 

“정확한 것은 없고… 의원 말로는 그가 딱 한 번 정신이 들었을 때, 에…… 그러니까 처음 구했을 때, 그가 ‘향’이라고 한 것 같다고 합니다.”

 

향?

 

진용이 벌떡 일어섰다.

 

“어디라고 했죠?”

 

“진주입니다.”

 

“갑시다.”

 

“예?”

 

죽은 거와 마찬가지 몸이라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만약에 그가 진짜 하군상이고, 자신이 편하게 잘 때 그가 죽는다면 무슨 낯으로 그를 본단 말인가.

 

한시가 급했다.

 

“다른 분들은 쉬시라고 하십시오. 저와 군 회주만 가보도록 하지요.”

 

군청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그러죠, 뭐.”

 

하지만 쉬란다고 해서 쉴 정광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기가 쉬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편히 쉬게 놔둘 정광도 아니었다.

 

정광이 밖으로 나가더니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일어나게, 일어나! 쉴 사람은 쉬고, 함께 갈 사람은 일어나서 가자고!”

 

결국 다 일어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르르르.

 

아닌 밤중에 소란이 일었다.

 

잠자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소란에 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댔다.

 

“어떤 놈들이 야밤에 지랄 떠는 거야?”

 

“잠 좀 자자, 잠 좀 자. 니들은 잠도 없냐?”

 

“어떤 새끼들이야!”

 

그러다 회랑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도검을 찬 무인들임을 알고 머리를 쏙 집어넣었다.

 

“급한가 보구만.”

 

“맞아, 얼마나 급하면 이 밤중에 길을 떠나겠어?”

 

“이해하자고. 속 좁은 놈들이 꼭 지랄을 떨어요.”

 

 

 

* * *

 

 

 

진주의 의가에 진용 일행이 들이닥친 것은 세 시진이 흘러 축시가 다 지나갈 무렵이었다.

 

“계십니까?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진용이 얌전하게 안에 기별을 넣자 정광이 조용히 말했다.

 

“그냥 문을 부수고 들어갈까?”

 

제갈민이 인상을 찡그렸다, 웃으면서.

 

“원 도장님도. 그러면 의원님이 놀라지 않겠습니까? 그냥 아침까지 계속 문을 두드려 보도록 하지요.”

 

뒷짐 진 율천기가 고개를 저었다.

 

“문을 잘못 부수면 집까지 부서질 수가 있네. 어지간하면 참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그냥 무시하고 계속 자려던 의원은 이어지는 말에 눈곱도 떼지 못하고 문을 열어야만 했다.

 

‘에구, 어떤 미친놈들이 오밤중에 저 지랄들이누.’

 

문을 열자 서생이 보였다.

 

서생을 중심으로 좍 늘어서 있는 무사들. 의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오? 누가 다쳤소?”

 

“아닙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물어볼 게 있다고? 그것 때문에 단잠을 깨운 거야?

 

그것도 꿈속에서 아리따운 여인과 입맞춤하기 직전에!

 

이런 호랑말코 같은 놈들! 칼만 안 들었으면 그냥, 콱!

 

“험, 뭘 물어본다는 거요?”

 

“이곳에 강에서 건진 청년이 한 사람 있다 들었습니다.”

 

진용이 운을 떼자 의원의 눈이 빛을 발했다.

 

“그런 사람이 하나 있기는 있소만…….”

 

“지금 볼 수 있겠습니까?”

 

눈에서 이는 빛이 점점 강해졌다.

 

‘혹시 아는 사람들인가? 그럼 잘하면, 돈을 받을 수도…….’

 

“험, 보는 게 뭐 어렵겠소. 들어오시구려.”

 

“감사합니다.”

 

의원이 앞장서자 안으로 들어가며 진용이 물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혹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의식을 잃은 상태라 따로 이름을 밝힌 것은 없소.”

 

“특징 같은 것은 없습니까?”

 

“특징? 특징이라……. 무술을 수련했는지 몸이 잘 다듬어진 것 같고 에, 또…… 잘생겼고―그냥 버리자고 해도 내 딸내미가 울며불며 말릴 정도야!―험, 옷도 찢어져서 그렇지 제법 고급 옷이더구려.”

 

“‘향’이라는 말을 했다던데요.”

 

“그 청년이 한 말은 그게 다요. 그 이후로 완전히 통나무나 다름없소.”

 

그 때문에 딸내미에게 구박도 좀 받았지. 실력이 없는 것 아니냐고. 떠그랄!

 

“여기요. 들어가 보겠소?”

 

진용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의원이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어둠 속에 하얀 그림자가 의원 말대로 통나무처럼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조금만 기다리구려. 불을 켤 테니.”

 

진용에게 이 정도의 어둠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안을 바라보는 진용의 눈이 붉어졌다.

 

생각대로 하군상, 그였다. 그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창백한 안색. 새파란 입술. 천으로 감싸진 몸.

 

숨을 쉬는 것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확! 의원이 불을 켜고는 참고 참았다는 듯 투덜댔다.

 

“말도 마시오. 저 청년의 숨이 멈추면 밥상에 풀만 올릴 테니 그리 알라고, 내 딸년이 어찌나 볶아대는지 원…….”

 

“도장님만 같이 들어가고, 다른 분들은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중환자가 있는 곳에 많은 사람이 들어가서 좋을 게 없었다. 더구나 정광을 빼면 하군상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정광과 함께 안으로 들어간 진용은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갔다.

 

온몸을 감싼 천은 금방 두른 것처럼 깨끗해 보였다.

 

“누가 구했습니까?”

 

“내 딸이라오.”

 

의외였다. 어부나, 아니면 강을 오르내리는 선원이 구하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딸이라니.

 

“낚시를 좋아해서 매일 강가로 간다오. 뭐 저 청년을 구한 이후로는 낚시 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눈이 붉어진 가운데 웃음이 맺혔다.

 

진용은 하군상의 손을 잡고 속으로 말했다.

 

‘하 형, 제대로 낚인 것 같소.’

 

뒤에서 정광이 조용히 말했다.

 

“고 공자, 내력을 넣어서 한 번 기운을 움직여 보지 그러나?”

 

이미 잡은 손을 통해 미미한 진기를 흘려 넣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팔을 통과하기도 전에 막혔다. 아무래도 부러진 두 팔 때문인 듯했다.

 

단전의 기운도 점검해 봤다. 

 

실오라기 같은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어서 십팔대혈을 골고루 살펴봤다. 역시 대부분이 막히거나 간신히 맥이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나마 기문혈을 중심으로 심장 부근만이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였다.

 

한마디로 살아 있되 산몸이 아니었다.

 

의원이 하군상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그때 세르탄이 진용을 불렀다.

 

‘시르.’

 

‘왜? 지금 바쁘니까 이따가 말해.’

 

‘그게 아니라…… 저놈, 나 주라.’

 

진용의 의지가 강하게 세르탄을 압박했다.

 

‘뭐야?’

 

진용의 분노를 느꼈을 텐데도 세르탄은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 아니면 살릴 수 없어. 산다 해도 죽은 거나 다름없을 테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너는 살릴 수 있단 말이야?’

 

‘어.’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말투다. 진용은 잠시 멈칫하고는 신중하게 물었다.

 

‘어떻게? 왜 너만 살릴 수 있다는 거지?’

 

‘다행히 심장이 살아 있으니까. 마계의 능력도 마법처럼 심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거잖아.’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허락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전에 말했지. 본인이 허락해야만 한다고.’

 

‘아마 깨우면 허락할걸?’

 

‘어떻게 깨워?’

 

‘마안을 펼치면 되잖아.’

 

마안?

 

‘저렇게 몸이 약한 사람한테 마안을 쓰라고?’

 

‘몸은 약해도 정신은 강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게 그 증거 아니겠어?’

 

진용은 물끄러미 하군상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마안을 써도 이상이 없을까? 만일 하군상이 허락한다면 어떡하지? 정말 세르탄에게 하군상의 몸을 넘겨주어야 하나?

 

그렇게 산다고 해서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갈등이 진용을 뒤흔들었다.

 

자신의 의지가 없는 삶. 그것은 삶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죽게 놔둘 수도 없다.

 

세르탄이 초조하게 진용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하군상의 몸이 잘게 떨렸다. 미미하나마 진용의 내력이 흘러들어 가며 하군상의 닫힌 혈을 계속 자극한 때문이었다.

 

의원이 황급히 다가오더니 하군상의 몸을 살폈다. 이곳저곳 살피던 의원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그래도 며칠은 더 버틸 줄 알았는데……. 쯔쯔쯔……. 아무래도 하루 이틀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겠구만.”

 

그 말에 진용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세르탄, 한 가지만 더 약속해. 그러면 허락할 테니까.’

 

‘뭔데?’

 

‘하 형의 의지를 완전히 속박하지 마.’

 

‘…….’

 

‘아니면 나도 안 할 거야. 의지가 없는 삶은 죽음만도 못해. 하 형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거야. 어때? 할 거야, 말 거야?!’

 

진용이 단호하게 물으며 말을 끝맺자 세르탄이 주섬주섬 입을 열었다.

 

‘치이, 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어. 인간의 수명이 다하면 의지도 육신을 떠나니까.’

 

‘그거야 물론이지.’

 

‘좋아, 그럼 그렇게 할게. 밤에는 내가, 낮에는 하군상의 의지가 몸을 지배하는 거야. 그러면 되지?’

 

그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그래도 반은 산 것이 아닌가 말이다.

 

진용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마안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하군상의 눈을 벌리고 그의 눈을 통해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대 의지의 주인으로서 명하노니, 의지여 깨어나라.’

 

잠시 후, 아무런 빛도 없던 눈동자에 기이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진용의 명이 세 번째 반복될 즈음, 마침내 하군상의 의지가 반응을 보였다.

 

‘누, 누구……?’

 

‘나요, 고진용.’

 

하군상의 의지가 희열의 빛을 보이며 가늘게 떨림을 보인다.

 

‘정신이 드시오?’

 

‘여기… 어디……?’

 

진용은 하군상이 처한 상황을 간략하고 빠르게 전해주었다. 하군상은 경악하는 와중에도 초연향이 살아났다고 하자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해냈군요. 내가 해냈어…….’

 

‘예, 하 형이 해냈습니다.’

 

‘하하하하, 이제 웃으며 죽을 수 있겠습니다, 고 형!’

 

‘하 형, 나는 하 형이 이대로 죽는 걸 볼 수가 없습니다. 해서 한 가지 방법을 써보려 합니다. 다만 하 형의 허락이 있어야 하기에 허락을 구하려 합니다.’

 

‘살 수 있다고요? 내가?’

 

‘그렇습니다.’

 

기쁨과 놀라움에 물든 하군상의 눈을 바라보며 진용은 세르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반 각, 이야기가 끝나자 하군상의 의지가 더 이야기 할 것도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반이 어딥니까?’

 

진용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바라던 바였다. 어찌 되었든 죽은 하군상을 보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하군상을 보는 게 나았으니까.

 

‘그럼 곧 시작하겠습니다. 고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세르탄이 하군상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길게 걸리지 않았다. 이미 마안을 펼침으로 인해서 통로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십이 년을 넘게 한 몸이 되어 지낸 세르탄이 진용을 떠나서 하군상에게 옮겨가는 시간은 단 일각에 불과했다.

 

진용은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세르탄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자 한동안 멍한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일각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세르탄이 빠져나간 빈 공간에 자신조차 생각지 못했던 기운들이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순간 진용은 온몸이 붕뜬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집적만 되고 흩어져 있어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기운들이 뇌리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진용도 세르탄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어이없는 기연이었다.

 

‘진작 세르탄을 내보낼걸!’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르탄이야 서운해 하든지 말든지.

 

 

 

다음 날, 하군상을 위해 마차를 하나 구했다.

 

세르탄의 혼이 하군상에게 건너가며 목숨은 유지했지만, 육신의 상태를 본래대로 되돌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의원에 그대로 남겨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말썽꾸러기 세르탄이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안단 말인가?

 

마차를 사자 제일 좋아한 사람은 정광이었다.

 

군청우의 졸개들이 마차를 몬 지 한 시진, 정광은 또 두충이 그리워졌다.

 

‘그 녀석이 그래도 마차 하나는 잘 몰았는데…….’

 

군청우의 졸개들이 마차를 모는 솜씨에 비하면, 두충의 실력은 절정고수였던 것이다.

 

“어이쿠! 이봐! 조심하면서 좀 몰아봐! 환자가 타고 있는 마차라고! 이렇게 소림까지 가다간 멀쩡한 사람도 죽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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