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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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7화
187화
적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사방에서 가공할 기운이 그의 몸을 옥죄어왔다.
찰나, 서늘한 기운이 망연히 서 있는 공야무릉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5
광소를 토해내고 나니 속이 답답한 마음이 조금 가셔졌다.
그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한쪽에 널브러진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모든 힘을 뺐긴 자였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평온한 표정이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
“과연 나 신도율단의 반쪽을 얻은 자답군. 모든 것을 잃고도 저리 평온한 모습이라니. 후후후후!”
신도율단은 나직한 웃음을 흘리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쓰러진 효망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그대는 나의 반쪽을 지녔던 자,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는 힘을 얻을 수 없을 터이니…….”
그는 말을 흐리며 신형을 돌렸다. 효망의 몸은 여전히 허공에 뜬 상태였다.
그가 걸어가자 허공에 뜬 효망의 몸도 그를 따라 둥실 떠갔다.
그리고 잠시 후, 비밀 통로를 따라간 신도율단이 뇌옥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 뜬 효망과 함께.
그러자 뇌옥 안에 들어가 있던 장한이 신도율단을 알아보고는 뇌옥의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금면의 수라탈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가 본 것은 단 하나, 은은한 빛을 발하는 피처럼 붉은 장포. 그것을 입을 사람은 하늘 아래 오직 한 분뿐이다.
“혈신께 영광을! 신혈의 세상을 위해!”
신도율단의 눈이 그의 몸을 쓸었다.
그걸 느꼈는지 장한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자는 나의 반쪽이었던 자. 살아서 숨 쉴 자격이 있는 자다. 안에 가두어두도록 해라.”
“혈신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장한이 대답하자 신도율단의 손이 뇌옥의 문을 향해 저어졌다.
우지끈!
팔뚝 굵기의 쇠로 된 자물쇠가 힘없이 부서지더니 뇌옥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러자 효망의 몸이 바람에 흐르는 구름처럼 스르르 뇌옥 안으로 들어갔다.
장한은 효망이 뇌옥 안에 내려앉은 이후에야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뇌옥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다른 뇌옥의 자물쇠를 빼서 효망이 갇힌 뇌옥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고는 반쯤 허리를 숙인 채 뒤돌아섰다.
순간 그의 눈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거늘, 어느새 뇌옥 어디에도 혈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6
북리종을 비롯한 천탁의 조원들은 동굴을 반쯤 가로막은 바위를 치우고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오 장 정도 들어가자 어둠이 그들의 앞에 장막처럼 펼쳐졌다.
‘젠장,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북리종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조씨 형제와 소진후 등도 그의 뒤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눈이 조금씩 어둠에 익어갔다.
그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들어온 곳은 커다란 동굴에서 뻗은 지맥인 듯했다. 약간 경사진 아래쪽에 커다란 동굴이 가로질러 보이는데, 그 동굴이 생각보다 훨씬 넓은 것이다.
“이거 숨으려다가 거꾸로 놈들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냐?”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말게.”
북리종의 재수없는 말에 소진후가 차갑게 대꾸했다.
조천기가 천천히 동굴을 둘러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일단 들어가 보세. 적의 아가리든 아니든, 이제 어쩔 수 없잖은가.”
그때였다. 북리종이 손을 뻗어 조천기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잠시 침묵이 어둠에 묻혀 흘렀다. 네 사람의 눈이 서로를 향했다.
발자국 소리 같았다. 사각거리는 듯한 소리. 그만큼 몸을 가볍게 날린다는 뜻이었다.
북리종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일단 피하고 보지, 적인지도 모르니까.”
네 사람은 재빨리 동굴 벽의 틈바구니에 몸을 숨기고 자세를 낮췄다.
그사이 발자국 소리는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한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다. 미미한 소리긴 하지만 적어도 수십 명의 발자국 소리다.
게다가 은은히 밀려오는 기운. 강호의 고수라 불리는 자신들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북리종은 와락 일그러진 얼굴을 내밀고 동굴 안쪽을 뚫어지게 바라다 봤다.
안쪽에서 바람 한줄기가 불어온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지미! 호랑이 굴속에 제대로 들어온 것 같군.’
하지만 그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마? 여기 있었네?
실피나가 자신의 머리 위를 맴돌며 반갑게 웃고 있다는 것을.
―호호호! 가서 주인에게 알려야지.
진용은 맨 앞에서 미끄러지듯 나아가다 실피나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뭔가를 직감했다.
실피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누군가 반가운 사람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진용은 손가락을 하나 세워 허공을 향해 뻗었다.
찰나, 뇌전 한줄기가 동굴을 환하게 밝히며 뻗어갔다.
나가야 하나, 아니면 계속 숨어 있어야 하나.
그냥 지나쳐 가지 않을까? 아니지 혹시 우리 편이 아닐까?
수없는 갈등이 북리종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였다.
번쩍! 뇌전이 동굴 안을 환하게 밝혔다.
북리종이 벌떡 일어섰다. 조씨 형제와 소진후도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와 희열에 찬 얼굴로 말했다.
“고 공자다!”
네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경사진 아래쪽으로 몸을 날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다! 고 공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네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가오는 사람들의 기척이 피부로 느껴질 때쯤엔 자신들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맨 앞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북리종은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크게 소리쳐 불렀다.
“고 공자!”
진용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북리종에게 다가갔다.
“북리 대협, 어찌 된 일이십니까?”
북리종은 차마 울지는 못하고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세 사람이 죽었소, 고 공자. 우리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면서 적들을 날려 버리는 바람에 도주할 수 있었소.”
진용은 힐끔 실피나를 바라보았다. 실피나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잘했어, 실피나.>
―오호호호! 뭐, 그 정도쯤이야…….
실피나가 세르탄처럼 말하는 사이, 남궁창훈과 백리성이 다가왔다.
그제야 진용이 북리종에게 물었다.
“그런데 입구로 들어오셨습니까?”
“입구인지는 잘 모르겠소. 바위로 막힌 구멍이 보이기에 바위를 치우고 들어왔더니 여기였소.”
조관이 나서서 북리종의 말을 보강했다.
“지맥인 것 같았소. 이 정도 크기의 동굴이라면 결코 입구가 그렇게 작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오.”
입구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할 뿐.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잘하면 적과 만나지 않고도 빠져나갈 수 있겠어.’
그뿐이 아니다. 잘하면 적들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너무 위험한 생각이었다.
탕마단과 천제성의 피해가 워낙 큰 데다가, 무사들의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상태다.
더구나 적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상황. 만일 비슷한 전력이라면 필패다.
아쉽지만 지금은 물러서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인 것이다.
진용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백리성이 물었다.
“그렇다면 놈들이 그 통로를 모른단 말이군. 그런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반말에 조금 기분이 나쁜 표정으로 북리종이 답했다.
“조금 전까지는 그랬을 게 분명하오.”
순간 백리성의 눈에서 소름 끼치는 살기가 뿜어졌다.
“잘하면 놈들의 뒤를 칠 수 있겠군.”
역시 백리성도 그 생각을 한 것 같다.
그 말의 파장은 작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이 그 말에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남궁창훈의 생각도 그와 같은지 진용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선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 공자, 어떻게 생각하나? 역습을 한다면 놈들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할 것처럼 보이네만.”
진용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뭐야? 불가능?”
백리성이 노한 눈으로 진용을 직시했다.
진용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백리성을 노려보았다.
“다 죽이고 싶습니까? 그래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부상자들이 반이 넘는데 뭘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뒤를 치는 것도 힘이 갖춰졌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하물며 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잖습니까? 흥!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단!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는 마십시오!”
진용이 신랄하게 백리성을 몰아붙일 때다. 백리성의 뒤에 서 있던 중년인 중 하나가 노성을 내지르며 나섰다.
“보자 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감히 성주님께 그따위로 말을 하다니!”
진용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언뜻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글자가 한 자 보였다. 기(氣).
그 글을 본 순간, 잠자고 있던 진용의 분노가 깨어났다.
“천령오령위? 기령위인가? 내 손에 죽은 자를 대신해 채워졌나 보군! 그대 따위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죽고 싶지 않거든 뭘 알고 나서라!”
갑작스런 진용의 변화에 백리성조차 움찔했다.
그때 기령위가 번개처럼 진용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놈!”
기껏 일 장이 조금 넘는 거리.
설령 십천존이라 해도 막을 수 없으리라! 그런 자신감에 가득 찬 공격이었다.
찰나간에 기령위의 일장이 진용의 가슴을 쳐갔다.
진용은 눈빛 한 점 흔들림없이 가슴을 파고드는 기령위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우드득!
“크억!”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 기령위가 처절한 신음을 토하며 앞으로 꺾어졌다.
“똑같군! 그 주인이라는 자나 밑에 있는 자나 맛을 봐야만 아는 것은 똑같아!”
퍽!
앞으로 꺾어진 기령위의 몸이 발길질에 훌훌 날아갔다.
진용은 날아가는 기령위는 바라보지도 않고, 노한 얼굴로 당장 달려들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리성을 향해 말했다.
“명옥의 옥주인 공야무릉, 야율립과 등우광, 거기에 적유와 괴인들, 혼세십팔마 중 몇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고수들이 웅크리고 있을 거요! 소요우사 이무령조차 그들과 한편이었으니 누가 압니까? 또 다른 십천존이 있을지!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우리는 그냥 갈 테니까!”
진용은 할 말만 내뱉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진용의 말에 놀란 남궁창훈이 물었다.
“공야무릉이 삼비처의 하나인 명옥의 옥주라고? 그게 사실인가?”
백리성도 그 말에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고 진용을 노려보기만 했다.
“맹주께서도 제 말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내 어찌 고 공자의 말을 믿지 않겠나? 다만 너무 의외의 말이라서 그러네.”
공야무릉이 정말 명옥의 옥주라면 명옥 전체가 천혈교에 속했다는 말이나 같았다. 또 다른 변수였다.
진용이 짧게 말했다.
“유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시니 틀림없을 겁니다.”
“으음…….”
남궁창훈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십절검존 유태청이 한 말이라 했다. 그렇다면 사실일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군. 아무래도 길보다 흉이 많아. 일단은 물러가서 전력을 재정비하는 게 나을 것 같군.”
백리성이 움찔 어깨를 떨고 소리쳤다.
“남궁 맹주! 그렇게 당하고도 그냥 물러서겠다는 말이오? 그러고도 당신이 정천무맹의 맹주란 말이오?”
남궁창훈은 품속에서 맹주령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를 깜박했군. 받으시지요.”
그러더니 옆에 있는 무당의 장로 영진 도장에게 내밀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영진 도장이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맹주……?”
“이 남궁 모는 맹주가 될 능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해서 맹주의 위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당분간 도장과 원로들께서 탕마단을 이끌어주십시오. 그럼.”
남궁창훈은 억지로 맡기듯이 영진 도장에게 맹주령을 건네고는 진용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속이 시원하군.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가 빠진 것 같아. 가세, 고 공자.”
북리종 등이 발견한 입구는 한 번에 두 명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그러다 보니 삼백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그곳을 통해 모두 빠져나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뿌연 안개 때문인지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오도록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상당한 소림의 제자가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 둥! 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