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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10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10화

 제4장 이계(異界) (1)

 

“하아…….”

회사를 퇴근하고 다시 판월에 접속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꿈이 아니었군.”

캡슐에 들어갈 때부터 붉은 수정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판월이 아닌 다른 세상에 접속되었고, 어젯밤 잡아두었던 여관 방안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결국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똑똑똑.

“응?”

한참을 방에서 서성이던 나는 이내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의아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내 찾아온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저… 손님, 죄송하지만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바로 이 여관 종업원으로 일하는 소녀였다.

딸칵!

“무슨 일이지?”

“아, 그게…….”

문을 열어준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종업원의 태도에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돈? 아니야. 분명 후불로 계산한다고 했는데… 그럼 식사 때문인가?’

고민할 때 인상을 찌푸리는 버릇 때문일까?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아 화난 줄 안 종업원은 부리나케 찾아온 이유를 말하였다.

“시,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원하시면 방으로 가져다 드릴 수…….”

“방으로 가져와.”

“네, 넵! 그럼 메뉴는 어떤 걸로……?”

“음…….”

종업원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저번에 먹었던 밋밋한 돼지구이가 생각나자 조미료가 필요 없는 요리로 주문하였다.

“그냥 빵과 수프면 된다.”

“아, 알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소녀는 당연히 돌아갈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계속해서 문 앞에 서 있었다.

“안 가냐?”

“저… 계, 계산을…….”

“아아.”

식사까지 후불로 할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내 인벤토리 창에 들어 있는 돈을 꺼내려다 멈칫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랑 판월이랑 돈이 다르잖아?’

인벤토리에 있는 돈은 총 360론.

전부 판월에서만 사용 가능한 돈이었고, 이곳에서 사용하는 돈은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지?”

일단 가격을 물어보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판월과 똑같이 골드, 실버, 론의 단위로 구분될 수도 있었다.

“어, 어제 드셨던 돼지구이까지 합쳐서 6론입니다.”

‘좋았어!’

분명 론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판월의 돈으로도 가능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계산도 안 했었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부리나케 로그아웃 했던 것이 결국 돈도 안 내고 도망친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인벤토리에 있던 돈을 꺼내었다.

“여기 있다.”

정확히 6론을 꺼낸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종업원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곳의 돈과 다르다면, 순식간에 미친놈 취급당할 수 있는 것이다.

“네. 정확히 6론 맞네요. 식사는 10분 후 방으로 가져다 드릴게요.”

“그, 그래.”

아무런 의심 없이 손에 들린 돈을 가져간 종업원은 그대로 1층 주방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부디 이런 상황이 되길 빌었지만, 실제로 판월에 존재하는 돈이 이곳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이, 인벤토리 창 오픈!”

부리나케 인벤토리 창을 오픈한 나는 1론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내 손에 놓인 돈은 판월에서 사용하는 돈이 아니었다.

판타지 월드라고 영어로 멋들어지게 쓰여 있어야 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과 이 세계의 글씨로 보이는 것들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아이템 확인!”

 

[론] - 1

판타지 월드에서 사용하는 돈으로, 가장 단위가 낮다.

100론 - 1실버, 100실버 - 1골드

 

손에 들린 돈을 확인해 봐도 역시나 판월에서 쓰이는 돈이었다.

“설마… 이곳과 맞게 바뀐 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설이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템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입고 있는 옷과 무기를 살피던 나는 순간 복도 끝에 걸려 있는 장식용 검을 발견하였다.

꿀~꺽!

침을 삼키며 복도 끝으로 다가간 나는 장식용 검에 손을 올리며 명령어를 내뱉었다.

“아이템 확인.”

 

[장식용 장검] - 착용 불가능

공격력 0

내구력 21/50

예술가들이 만든 장식용 검.

손잡이에 달린 화려한 조형물이 돋보인다.

 

“하하…….”

설마 했지만 진짜 가능할 줄 몰랐다.

애초부터 판월의 시스템 일부가 작동된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아이템 확인까지 가능하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좀 더 실험해 봐야겠어.”

정확한 이유는 몰랐지만, 판월에서 가능한 것들이 이것 말고 또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

결심한 나는 곧바로 1층 홀로 내려왔다.

“아, 손님.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식사를…….”

“다음에 하지.”

“네? 아, 그럼. 지불하신 돈은…….”

“됐다. 팁이다.”

종업원의 말에 대충 대답해준 뒤 여관을 나선 나는 곧바로 근처 잡화점을 향하였다.

“어서 오세요~!”

잡화점 안으로 들어서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맞아주었지만, 지금은 그런 데 관심 둘 상황이 아니었다.

잡화점 안에 놓여 있는 여러 물건들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근처에 있는 것부터 차례대로 확인해 보았다.

“아이템 확인.”

 

[여행자 부츠]

방어력 1

내구력 5/5

초보 여행자들을 위한 부츠.

비가 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모포]

노숙의 필수품.

깔고 누울 수 있으며, 추운 날 덮고 잘 수도 있다.

 

[가죽 주머니]

돈이나 부피가 작은 귀중품을 보관하는 주머니.

허리띠에 끈으로 묶어 가지고 다닌다.

 

손에 잡히는 대로 확인해 본 나는 결국 판월처럼 모든 아이템이 확인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손님?”

아까부터 내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가졌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날 부른 잡화점 아가씨의 모습에 손에 들린 것을 보여주었다.

“이거, 얼마지?”

“아, 3, 3론입니다.”

“여기 있다.”

가죽주머니의 가격을 계산한 나는 재빨리 잡화점을 나왔다.

“인벤토리 창 오픈.”

내 눈앞에 생긴 인벤토리 창을 바라보며 손에 들린 가죽주머니를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비어 있는 공간에 집어넣어 보았다.

“역시…….”

가죽주머니는 자연스럽게 인벤토리 창의 한 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다음은… 몬스터다.”

존재하는 아이템의 확인이 가능하고, 그것들을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엄청 충격이었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꾹 참고 걸음을 옮겼다.

마을 밖으로 나온 내가 향하는 곳은, 불과 며칠 전 두 번이나 죽음을 경험한 오크들의 서식처였다.

그때의 그 고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공포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내 발걸음은 당당했다.

“훗! 지금의 나는 다르지.”

판월에서도 전직 퀘스트를 하기 위해 오크를 잡았던 나였다.

이곳의 오크가 판월의 오크와 같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1차 전직으로 스킬까지 추가된 내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확인해야 할 것도 있었고.

얼마나 걸어갔을까?

숲 깊숙이 들어온 나는 이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전신을 긴장하였다.

“취익~! 인간이다!”

“취익! 죽여라!”

저번보다 좀 더 깊숙이 들어와서야 만난 오크들은 전부 다섯 마리였다.

‘이길 수 있을까?’

판월의 오크와는 생김새도 약간 달랐고, 팔 다리의 근육과 힘줄 하나하나가 현실임을 강조하였기에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정신을 집중한 나는 가장 앞에 나와 있는 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돌격!”

두두두두!

새로 생긴 돌격 스킬을 사용한 나는 멧돼지처럼 무작정 목표로 한 오크를 향해 달려갔고, 이내 손에 들린 검으로 오크의 심장을 관통하였다.

푸욱!

“취익~! 끄르륵…….”

오크는 그대로 즉사했지만, 나는 몸은 검에 찔린 오크와 함께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두두두두!

“윽! 뭐야? 언제 멈춰?”

돌격 스킬을 처음 사용하는 것이었기에, 그 활용법을 모른 나는 오크들을 지나 한참 떨어진 곳의 나무와 부딪히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콰앙~!

“윽, 젠장!”

서둘러 오크의 심장에서 검을 뺀 나는 다른 오크들의 공격을 대비해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멀리 달려온 것이다.

“무슨 스킬이 이따구야?”

적어도 적을 친 이후에는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죽어버린 오크까지 매단 채 달려갔으니 다시 생각해도 황당했다.

“설마, 정지 명령어가 따로 있나? 스킬 창 오픈!”

좀 더 세부적인 것을 확인해 봐야겠다고 느낀 나는 그대로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에 손을 가져갔다.

“스킬 확인.”

 

[돌격] Lv.1 - 엑티스 스킬

소모MP 10

쿨 타임 10분

강력한 힘으로 적을 향해 돌진한다.

스킬레벨이 오를수록 공격력과 사거리가 증가한다.

특이사항 - 한손 검 착용 시 컨트롤 불가능.

 

“윽…….”

역시나 양손 무기 사용자를 위한 스킬답게 한손 검으로는 컨트롤 불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설명이 놓여 있었다.

“쓰레기 스킬이네.”

검사가 양손 검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각 직업에 걸맞은 무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공격력 감소, 공격속도 하향 등의 페널티가 존재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돌격 스킬은 버리는 수밖에…….

“취익~! 여기 있다! 취익!”

“인간! 도망 못 간다! 취익~!”

잠시 좌절하고 있던 난, 찾아온 나머지 네 마리 오크를 바라보며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다른 스킬을 실험해 봐야겠어.’

이미 돌격스킬로 이곳의 오크들도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두려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혼신의 일격!”

스윽!

또 다른 스킬을 발동한 나는 순간 내 허리가 반쯤 뒤로 돌려지는 것을 느꼈다.

“취익~! 도망가려고 한다!”

“공격~! 취익! 공격해라!”

“취이익~!”

오크들은 내가 또 도망(?)간다고 생각했는지, 다 같이 흉흉한 안광을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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