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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83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3화

 

183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놈들이 두려워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에 있네. 분명 놈들은 모든 힘을 내부에 집중시켜 놓았을 게야. 그들만 제거하면 강호의 정파를 무너뜨리는 일도 여반장(如反掌)이라 생각할 테니까. 그러니 우선은 위험에 처한 북리종 등을 구하고 보세. 그러고 나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외부에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텐데요.”

 

서문조양의 말에 유태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굉, 자네와 아영은 지금 즉시 이곳을 떠나서 정천무맹과 천제성의 분타에 이 사실을 알리게.”

 

“할아버지.”

 

운아영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태청의 표정은 한 점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네가 한 걸음 늦추면 그사이 몇 사람이 죽어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야. 어서 가거라, 어서!”

 

운아영이 그렁거리는 눈으로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그녀라고 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단지 유태청의 몸이 걱정되어서 일 뿐.

 

사도굉이 운아영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말씀을 듣지 않았나? 어서 가세.”

 

운아영은 유태청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다녀올게요. 그동안 몸조심하세요, 할아버지.”

 

유태청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운아영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숲을 빠져나가다 말고 두충을 쳐다보았다.

 

“오라버니, 할아버지 부탁해.”

 

“어? 어. 그럼! 걱정 말고 빨리 가.”

 

두충은 막상 대답을 하긴 했지만 아무런 정신도 없었다.

 

멍하니 떠나가는 운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두충이 입술을 깨물고 입을 열었다.

 

“저는…… 어차피 고 공자와 함께 가지 못하면 죽은 목숨입죠. 제가 할 일을 말씀해 주십쇼.”

 

“자넨 비류명하고 서문조양과 함께 움직이게. 그리고 벽력탄은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네. 아주 중요하게 쓰일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요. 죽기 전까진 꼭 품고 있습죠.”

 

씨발, 내가 무슨 천하고수라고. 이놈의 주둥이가 방정이지……. 그냥 운 소저를 따라간다고 할 걸 그랬나?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5

 

 

 

 

 

“무운을 비네. 자네 말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던 일은 정말 미안했네.”

 

남궁창훈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고는 가운데 동굴로 들어갔다.

 

백리성이 먼저 진용을 한 번 쏘아보고 오른쪽 동굴로 들어간 후였다.

 

남은 동굴은 왼쪽 동굴뿐.

 

진용이 왼쪽 동굴로 발을 옮기자 사조의 대원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삼단의 단원들이 진용의 뒤를 따랐다.

 

조금 전에 보여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상자들을 구하던 진용 일행의 행동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넓이가 십여 장에 이르는 동굴 안은 제법 환했다. 사방에 꽂힌 횃불 때문이었다.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무너지면 어떡하지?”

 

동굴을 살펴보던 정광이 불안해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갈민이 동굴의 내부를 훑어보고는 제법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들으라는 듯이.

 

“보다시피 아주 튼튼한 석동입니다. 자연동을 개조한 곳도 있고, 인공적으로 더 넓힌 곳도 보입니다.”

 

그러더니 동굴의 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이곳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면 엄청난 폭약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한 곳도 아니고 세 곳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려면, 조금 과장해서 이 나라의 폭약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어설프게 무너뜨리려 했다가는 오히려 엄청난 돈을 들여서 설치한 기관만 고장 날 테니까요.”

 

제갈민이 말을 이으며 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폭약이라는 물건이지요. 천하에서 그 정도의 폭약이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황궁뿐입니다. 그러니 그 정도의 폭약이 움직였다면 나라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장주?”

 

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굴도 아닌 단단한 바위로 된 석동을 십 장 길이로 무너뜨리려면 천 근의 폭약이 필요하다. 백 장 길이면 만 근이 필요할 것이고. 

 

세 군데면 삼만 근, 이백 장의 길이면 육만 근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정도의 폭약이 움직였다면 황궁에서 모르고 있었을 리가 없다. 

 

아마 도독이라면, 삼왕의 반역을 눈치 챘을 때 폭약 반출에 관한 것을 제일 먼저 조사했을 것이 분명했다. 행여 황궁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진용은 장담할 수 있었다. 

 

대량의 폭약은 반출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곳에도 동굴이 무너질 정도의 폭약은 없다.

 

“무너질 것에 대해선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보다는 기관과 독을 더 조심해야 할 겁니다. 총관, 앞장서시오.”

 

제갈민이 진용을 향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섰다. 기관에 대해 그만큼 아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었다.

 

바로 뒤엔 진용이, 진용의 좌측엔 율천기와 포은상이, 우측엔 정광과 독고무종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백유현을 비롯한 세 사람이 그 뒤에서 대열을 이끌었다.

 

총 백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었다.

 

 

 

“정지!”

 

앞장서 가던 제갈민이 손을 들며 소리쳤다.

 

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스무 걸음 정도 앞에 십여 명이 쓰러져 있었다.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표정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독에 당한 것인가?”

 

정광이 물었다.

 

“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제갈민이 대답하고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쓰러진 사람에게서 대여섯 걸음 남겨둔 채 걸음을 멈춘 제갈민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바닥을 손바닥으로 쓸어가던 제갈민이 손가락으로 뭔가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팽팽히 당겨진 실이었다.

 

순간!

 

동굴 벽에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가느다란 침이 튀어나왔다.

 

“아!”

 

사람들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졌다.

 

제갈민이 뒤를 바라보고 말했다.

 

“평소였다면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모두가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니까요. 하지만 당황한데다가 빠져나가기에 급급하다 보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는데도 제갈민이 당시의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잊지 마십시오. 당황하거나 서두르면 눈먼 칼에도 당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이곳의 기관은 눈먼 칼보다 백배, 천배 무섭습니다. 보시지요. 이런 작은 침에도 독이 묻어 있지 않습니까?”

 

두려움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지 몰랐다. 

 

자칫하면 그런 사람 한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아마 이 시간 이후로는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이 최소한으로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제갈민은 몇 번 더 실을 잡아당기고는, 더 이상 침이 튀어나오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독이라 생각합니까?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죽은 걸로 봐서 지독한 극독인 것 같은데.”

 

진용이 물었다.

 

갑자기 동굴 안이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이 정도 독한 독은 많지 않습니다. 어떤 독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응혈독류(凝血毒類)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갈민이 신중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때부터는 누구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주위를 살피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쓰러져 죽은 사람은 모두 스물두 명. 진용 일행은 그들을 그대로 놔둔 채 동굴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그렇게 이십여 장을 들어가다 우측으로 꺾어졌을 때였다.

 

앞장서 걸어가던 제갈민이 주춤거리더니 창백한 표정으로 황급히 물러섰다.

 

동시에 천장이 덜컹 열리며 강전이 쏘아졌다.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 미처 소리 지를 틈도 없었다.

 

제갈민이 주춤거릴 때부터 이상함을 감지한 진용은 재빨리 두 손을 휘저었다.

 

따다다당!

 

콩 볶는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강전이 제갈민의 머리 한 자 위에서 사방으로 튕겨졌다.

 

바닥을 두어 바퀴 구른 제갈민은 해쓱하니 질린 표정으로 진용을 올려다보았다.

 

“괜찮습니까?”

 

“예? 예…….”

 

“뒤로 물러서세요. 이곳은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위험합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기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앞장서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진용이 조용히 말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정광을 비롯해 율천기와 포은상, 독고무종이 바짝 옆을 따랐다.

 

진용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물러서세요.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멈칫하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웃은 진용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제갈민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누르던가, 아니면 충격을 받아야 발동되는 기관 같습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럼 다 눌러 버리든지 부수면 되겠군요.”

 

“예?”

 

제갈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다. 진용이 어느새 시퍼렇게 물든 두 손을 떨쳤다.

 

수십 가닥의 뇌전이 바닥에 낮게 깔린 채 퍼져 나갔다.

 

콰르르릉…….

 

일순간 동굴 바닥이 들썩였다.

 

천장의 수십 군데가 덜컹거리면서 열렸다. 

 

쉬쉬쉬쉭! 슈슈슈슉!

 

쏴아아아아! 티디디딩!

 

수백, 수천 발의 강전이 한여름에 소나기 쏟아지듯이 새까맣게 쏟아졌다.

 

한참을 쏟아지던 강전이 모든 것을 토해내고 멈추자, 진용이 손을 거두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겁나게 쏟아졌군.”

 

정광이 질린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말조차 하지 못하고 진용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럴 만도 했다. 단 몇 번의 손짓에 동굴 바닥이 두 치 정도 두께로 완전히 뒤집어져 있었던 것이다.

 

독고무정이 도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더 강하군.”

 

율천기가 포은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전에 말이야, 정말 자네가 먼저 싸워보려고 날 말렸던 건가?”

 

포은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보고도 모르겠나?”

 

“그래, 그랬군. 그랬어……. 제기랄…….”

 

 

 

그 이후로도 죽어 있는 시신이 수십 구나 더 발견되었다.

 

어쩌다 아는 사람을 보면 고개를 숙여 죽은 자의 명복을 빌어주는 정도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기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진용이 나서서 기관을 해체시켰다. 아니, 아예 부숴 버렸다.

 

그러한 일이 세 번 네 번 계속되자, 사람들은 이제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기관을 부수는 진용을 지켜보았다.

 

두려웠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사람들의 눈엔 불구경, 싸움구경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눈빛이 떠올라 있었다.

 

“와! 굉장하군.”

 

“진짜 멋진데! 역시 천뢰서생이야!”

 

심지어 환호성을 올리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뿐이었다. 오십여 장을 들어가자 물에 잠긴 통로가 나타난 것이다.

 

물을 부숴 버릴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그리 깊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정광이 호수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해야 무릎 정도 닿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문젭니다. 분명 걸어서 건너가라고 물을 받아 놓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물에 잠긴 통로의 거리는 십 장이 조금 넘어 보였다. 

 

문제는 동굴의 높이가 일 장에 불과한지라 날아서 건널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날아가는 중에 공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물에다 뭔가 수상한 짓을 해놨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내가 먼저 건너가 보겠네.”

 

그때 정광이 굳은 표정으로 나섰다.

 

풍혼을 익힌 정광이라면 십 장 정도의 거리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설령 어떤 공격을 받는다 해도 물에 빠지지는 않을 터였다.

 

“제가 뒤를 받쳐드리겠습니다..”

 

진용이 뒤를 받쳐 주겠다고 하자 정광은 더욱 용기가 솟았다.

 

“알겠네. 그럼 자네 그거 있지? 그거더러 날 좀 밀어주라 하게나.”

 

그거?

 

‘실피나는 지금 없는데. 끄응…….’

 

“지금은 없는데요.”

 

“없…어? 그럼 할 수 없지 뭐.”

 

정광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진용은 다시 정광의 용기를 북돋아줬다.

 

“대신 제가 도와드리죠.”

 

그럼 좀 낫지.

 

정광의 표정이 다시 펴졌다.

 

“험, 알겠네. 아, 이 신발, 건너가면 던져주게나. 그럼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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