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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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1화
181화
난데없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군웅들 속에 숨어들었던 천혈교의 고수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밖에선 철시가, 안에선 적들이 공격한다.
누가 같은 편인지 분간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양수겸장, 내우외환. 최악의 상황!
순식간에 백여 명이 쓰러지자 탕마단과 천제성의 장로급 고수들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제자들은 뒤로 물러서서 철시를 막아라!”
“그들은 우리가 맡겠다!”
그들이 달려들자 안쪽의 혼란은 빠르게 진정되어 갔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철시는 계속 쏟아졌다.
비명도 끊이지 않았다.
혼란을 야기한 적들의 숫자는 불과 이십여 명. 광기에 젖은 놈들이 죽어가면서도 웃는다.
그걸 본 군웅들의 표정이 더욱 암울해졌다. 공포였다.
그렇게 반 각이 지났을 즈음, 철시의 공격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제 화살이 다 떨어진 건가?
공포에 질려 있던 탕마단과 천제성 무사들의 눈에 희망이 떠올랐다.
“화살이 다 떨어진 것이냐, 야율립! 흥!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네놈들을 죽여주마!”
“저놈들을 죽여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을 위로하자!”
“죽이자! 죽여!”
분노에 찬 함성이 둥글게 모여 있는 연무장 가운데서 폭발하듯 일었다.
그때다.
공야무릉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허공에 대고 외쳤다.
“분노는 힘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음이니! 지옥을 열어라!”
순간!
쩌저저적!
청석으로 된 바닥이 그물처럼 갈라지며 초겨울 강가의 살얼음이 꺼지듯 푹 꺼져 버렸다.
“뭐, 뭐야? 으아악!”
“바닥이 꺼진다!”
“으아아! 안 돼!”
처절한 비명!
우르르릉! 콰과과광! 콰광! 콰앙!
연무장의 청석과 돌기둥이 무너져 내렸다.
하늘에선 철시가 날고, 땅은 붕괴되고!
천혈교의 총단은 지옥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7장. 천망회회살관
1
“크윽!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씨발! 개 같은 새끼들! 오뉴월에 거시기 말라비틀어져 죽을 놈들!”
사도굉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와 쌍욕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되는 듯했다.
놈들의 경계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신들이 너무 심각하게 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괴상한 탑에 관심을 가진 것이 문제였다.
대체 왜 저렇게 많은 탑들이 서 있는 걸까? 이곳은 절도 아닌데.
궁금함을 참을 사도굉이 아니었다.
사도굉은 일행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탑에 접근했다. 그때만 해도 설마 탑을 지키는 사람이 따로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괴상한 탑에 접근해서 탑 안을 살펴보려는데 검이 불쑥 눈앞에 다가왔다.
깜짝 놀란 사도굉은 재빨리 검날을 낚아채고 검을 들이민 놈의 면상에 주먹을 선물했다. 그러고는 뒤로 넘어지는 놈은 보지도 않고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완전히 허탕을 친 것은 아니었다.
물레에 감긴 용도를 알 수 없는 쇠줄 수십 가닥. 그리고 어둠 속에 도사린 커다란 노(弩)가 스치듯 눈에 들어온 것이다.
사도굉은 탑의 용도를 깨달았다.
‘기관이다.’
일반 화살이라면 걱정할 것도 없다. 그러나 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철시를 쏘는 노라면 더욱 그렇다.
마흔아홉 개의 탑에서 일제히 쏘아지는 철시.
사도굉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행히 달려드는 놈들이 그리 강한 것 같지가 않다.
겁없이 달려드는 두 놈의 머리를 두들겨 쓰러뜨리고 나니 자신이 넘쳐흐른다.
‘놈들을 다 때려눕히고 기관을 부숴야겠어!’
사도굉은 이십여 장을 물러서다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북리종과 섬전쌍객 조씨 형제, 그리고 광호도 전후상이 뒤를 받쳐 주고 있었다.
사도굉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해! 우리가 해내는 거야!’
하지만 일각도 지나지 않아서 그딴 생각은 머릿속에 티끌만큼도 남지 않았다. 그저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온통 머리를 지배했다.
정말 지독한 놈들이다.
팔이 꺾여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놈. 이빨이 다 빠지도록 강한 일권을 맞고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놈. 하나같이 제정신인 놈이 없다.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마치 절대신의 부름이라도 받은 놈들처럼.
게다가 점점 더 강한 놈들이 달려든다.
고수다. 장난이 아니게 강한 놈들!
함께 일행이 되었던 다섯 명의 고수 중 전후상은 이미 목이 잘려 죽었다. 죽기 전에 열 놈 이상을 베었지만, 죽은 이상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섬전쌍객 조씨 형제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사도굉은 동백산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한 많은 인생을 꺾었을지도 몰랐다.
양손이 적들의 피로 벌겋게 물든 사도굉은 미칠 것만 같았다.
빨리 돌아가서 알려야 하는데… 놈들의 꿍꿍이를 알리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젠장! 정말 개 같은 경우다!
그때다. 어느 순간 물레 도는 소리가 들렸다.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희가 막겠습니다! 선배는 빠져나가서 유 노사께 이 사실을 알리세요!”
조관이 재빨리 말하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혼자 도망가라고?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함께 싸울 수도 없다.
사도굉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자 북리종이 버럭 소리쳤다.
“뭘 망설입니까! 어서 가요!”
잠시 망설인 시간은 촌각.
광장 쪽에서 허공이 갈가리 찢기는 소리가 났다. 화살이 쏘아지는 소리다. 그러더니 곧이어 비명과 고함 소리가 계곡을 뒤흔든다.
마침내 일이 터졌다, 그렇게 우려했던 일이.
“망할! 알았다구! 내 먼저 갈 테니 바로 뒤따라오게!”
“걱정 말고 먼저 가요!”
사도굉은 이를 악물고 뒤돌아섰다.
그때다. 한줄기 광풍이 사도굉의 앞을 쓸고 지나갔다.
2
연무장의 중앙이 동시에 바닥으로 함몰되고 있다.
진정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 수백 명이 무너져 내리는 청석을 박차며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수십 장을 단번에 날지 못하는 한 다시 바닥에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백리성과 적유와 흑의괴인들을 비롯한 천제성의 고수들, 남궁창훈과 정천무맹의 원로들 역시 신형을 날렸지만 함정을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함몰된 구덩이 주위를 피처럼 붉은 혈의를 입은 무사 수백 명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절정고수만도 수십 명이나 되었다. 허공에 뜬 채로 그들의 연수합격을 받으며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더구나 혈의인 뒤에서는 공야무릉과 야율립, 혼세십팔마 중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요우사 이무령조차 견디지 못하고 튕겨나거늘, 누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가장자리에 있던 자들이 석벽에 무기를 틀어박고 매달려서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그들의 신세는 더욱 비참했다. 구덩이 주위를 둘러싼 혈의무사들이 그들을 향해서 암기를 날린 것이다.
온갖 암기가 하늘을 새카맣게 메운 채 우박처럼 쏟아졌다.
심후한 공력이 실린 암기는 시위를 떠난 강전보다도 더 빠르고 강했다.
전신에 암기가 박힌 무사들이 한겨울 말라비틀어진 낙엽처럼 떨어져 내린다.
겨우 빠져나간 자들도 대부분이 도륙된 채 다시 함몰된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다.
하늘에서 피 비가 내렸다.
진용도 그들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혼자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그였다. 하지만 일행들을 놔둔 채 나 몰라라 혼자 빠져나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빠져나간다 해도 문제였다.
야율립과 공야무릉은 물론이고, 천혈교 무사 수백을 자신과 몇 명이 상대할 수는 없다.
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당장 죽지는 않을 상황. 어쩌면 뒷일을 기약하는 게 더 나을지 몰랐다.
바닥에 내려선 진용은 재빨리 상황을 살펴보았다.
수백 개의 돌기둥과 청석이 함께 무너지면서 연무장 아래에 처참지경이 펼쳐져 있었다.
함몰된 바닥의 깊이는 근 이십 장.
무너진 돌기둥에 깔리고, 떨어져 내린 청석에 얻어맞아 죽어간 자만도 수백이다.
돌더미 잔해 사이에 끼어 으깨진 시신과 부상자들. 그들의 비명과 신음이 통곡처럼 들려온다.
“으으으…… 살려줘!”
“끄악! 나 좀 꺼내줘!”
지옥이 따로 없다. 이곳이 바로 지옥이다.
“돌에 깔린 사람들을 구해줘!”
누군가가 소리쳤다.
무사한 사람들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인데다,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바위에 깔린 자들이 비명을 지르니 구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우박처럼 쏟아지던 암기가 멎은 게 다행이다.
깎아지른 듯한 석벽이지만, 올라가려면 못 올라갈 것도 없다. 수십 명 정도는 두세 번의 도약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방해만 없다면 말이다.
성질 급한 십여 명이 석벽을 차고 올라갔다. 그리고 몇 번의 격렬한 격돌음에 이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놈들이 죽은 자의 시신을 고의적으로 구덩이에 던져 넣는 것 같다. 올라와 봐야 죽을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정말 악독한 놈들이군! 이런 악독한 짓을 하다니!”
율천기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개 같은 놈들! 무인들이면 무공으로 겨뤄야지 이게 뭔 짓이야?”
정광이 위를 쳐다보며 욕을 해댔다.
진용도 굳은 얼굴로 위를 올려다봤다.
혈의인 수백 명이 빙 둘러서서 내려다본다.
공야무릉과 야율립은 여전히 단상 위에 서서 바라보고 있다.
진용이 올려다보자 공야무릉이 말했다.
“개파대전은 이제 시작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들 마시게!”
이게 시작이라고?
제갈민이 부르르 떨며 말했다.
“천망회회살관은 폐쇄된 곳에 설치하는 기관입니다. 지하가 가장 알맞다 할 수 있죠. 우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겨우 입구 앞에 섰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진용에게 다가오던 사조 조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않으랴. 지옥으로 가는 길이 이제 시작이라는데.
‘젠장! 기관이 있을 거라는 주장을 좀 더 강력히 폈어야 하는데! 가만? 그런데 실피나는 왜 안 오는 거지? 실피나! 너라도 제발 빨리 좀 와라!’
실피나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언제 위에서 뭐가 쏟아질지 몰랐다.
실피나만큼 그러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적임자는 천하 어디에도 없었다.
‘실피나!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냥 소리쳐 불러볼까? 정신없는 판에 누가 관심이나 있겠어? 거기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도 않잖아?
진용은 실피나를 소리쳐 부르기로 작정했다. 잘하면 실피나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바로 그때, 제갈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또 다른 공격이 있을 겁니다. 일단 이곳을 피해야 합니다.”
피한다고? 어디로?
“까짓것 암기를 던지면 무너진 돌 사이로 숨지 뭐.”
정광이 그까짓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제갈민은 고개를 저었다.
“독을 뿌려대면 소용없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지?”
정광이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제갈민이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저길 보십시오.”
커다란 동굴 세 개가 나란히 뚫려 있었다.
사람들이 그곳을 향해 새카맣게 몰려간다. 천제성의 무사도, 탕마단원도 부상당한 자신들의 동료들을 부축하고서.
개미 떼처럼 동굴 앞에 모여 있는 자는 무려 일천여 명. 하지만 모두 주춤거릴 뿐 막상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진용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저곳이 안전한 곳이라 생각합니까?”
“아닐 겁니다. 저 안쪽 역시 천망회회살관의 일부일 테니까요.”
“그런데 왜 저곳으로 들어가자는 거죠?”
그에 대한 대답은 위에서 들려왔다.
“던져라!”
번쩍 고개를 든 사람들의 눈에 혈의인들이 뭔가를 던지는 것이 보였다.
펑! 펑!
허공에서 터진 폭발음.
뒤이어 붉고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독이다!”
누군가가 경악에 찬 외침을 토해냈다.
제갈민이 빠르게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기름이라도 쏟아 붓고 불을 지른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하늘에선 독 가루가 쏟아지고, 이미 사조의 조원 중에도 동굴 입구로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 상황.
“갑시다.”
진용이 결정을 내렸다.
일행들이 일제히 동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