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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80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0화

 

180화

 

 

 

 

 

 

 

남궁창훈의 얼굴이 딱딱하니 굳었다.

 

남궁세가는 십이 년 전 장강의 혈마방을 쳤다. 

 

이유는 하나, 안휘를 지나는 장강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오직 그 이유뿐이었다.

 

“그 일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오. 몇몇 사람들이 욕심에 젖어 저지른 일이었소.”

 

“하! 욕심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벌을 받았는가? 내가 알기로는 상을 받아 떵떵거리고 잘살았다던데?”

 

남궁창훈의 입이 꾹 다물렸다.

 

자신들은 저들을 쳤다. 저들도 자신들을 쳤다.

 

변명을 할 답이 없었다.

 

그때 공야무릉이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그 일에 대해선 더 논할 게 없을 것 같군.”

 

그는 남궁창훈을 흰자위가 거의 없는 눈으로 직시하고는 천천히 천제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리성, 그대 역시 우리를 칠 이유가 없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게야. 오히려 빚은 우리가 받아야 하지. 안 그런가?”

 

백리성이 어깨를 펴고 공야무릉을 노려보더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소. 우리는 마도의 힘을 결집시키려는 천혈교를 치러 왔을 뿐이니까.”

 

백리성의 말이 끝나자 천제성의 무사들이 물결처럼 좌우로 퍼졌다. 동시에 정천무맹의 무사들도 눈에 힘을 주고 단상을 쳐다보았다.

 

그렇다. 말싸움할 이유가 없다. 자신들은 천혈교의 개파대전을 막고 마도를 응징하면 그뿐!

 

“남궁 맹주, 저들과 말을 나눌 이유가 없을 것 같구먼.”

 

이무령이 조용히 말하며 나섰다.

 

남궁창훈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리고 끄덕였다.

 

“선배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무얼 망설이겠습니까?”

 

“으하하하하!”

 

갑자기 공야무릉이 대소를 터뜨렸다. 계곡 안이 공야무릉의 대소에 우르릉거리며 뒤흔들렸다.

 

공야무릉은 한바탕 대소를 터뜨리고는 이무령과 남궁창훈과 백리성을 차례로 응시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 나도 덜 미안하지! 아주 멋진 개파대전이 되겠어!”

 

진용의 예감이 극도의 불길함을 예지했다.

 

그때 실피나가 날아왔다. 왠지 당황한 표정이다.

 

―주인아! 주인하고 같이 다니던 인간들이 죽어가!”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들켰나 봐. 도망치고 있는데, 상처가 심해.

 

<실피나! 빨리 가서 도와줘! 나도 곧 갈 테니까!>

 

―알았어!

 

실피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슁 하니 날아간다.

 

진용은 황급히 율천기와 포은상에게 전음을 보냈다.

 

<아무래도 주위를 탐색하던 사람들이 들켜서 위험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가봐야…….>

 

진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우르르르르르…….

 

기이한 울음소리가 계곡을 뒤덮었다.

 

동시에 단상의 공야무릉이 야율립에게 말했다.

 

“이제 시간이 됐군. 시작해라, 숙야명! 손님들이 대부분 온 것 같구나!”

 

공야무릉의 뒤에서 실눈을 한 중년인이 걸어나왔다. 숙야명이었다. 

 

그가 짙은 웃음을 머금은 채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는 외쳤다.

 

“지금부터 천혈교의 개파대전을 시작하겠소! 수석장로께서 환영사를 해주시지요!”

 

느닷없는 선언에 사람들의 눈이 단상을 향했다.

 

뒤이어 야율립이 굉량한 목소리로 환영사를 읊었다.

 

“강호 동도들께서 본 교에 왕림하신 것을 환영하는 바외다!”

 

쿠르르르르…….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천제성과 정천무맹의 무사들도 느꼈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명자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야율립!”

 

“무슨 짓은! 개파대전을 시작하는 것이지! 대천혈교의 개파대전을 말이다! 우하하하하!”

 

“모두 조심하시오! 놈들이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주위를 경계하시오!”

 

석장진이 외치며 검을 빼 들자 다섯 명의 호법이 남궁창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천제성에서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백리성이 뒤로 빠지고, 비천검단이 앞으로 나섰다.

 

적유는 복면을 한 열두 명의 괴인을 이끌고 백리성을 따라 움직였다.

 

그때였다!

 

진용이 총단의 외곽에 우뚝 솟은 탑을 바라보았다.

 

탑이 돌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변화였다.

 

“서, 설마……? 맙소사……. 말도 안 돼!”

 

문득 곁에 있던 제갈민이 넋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눈도 돌고 있는 탑을 향해 있었다.

 

“제갈 형! 짐작 가는 바라도 있습니까?!”

 

진용이 다급한 마음에 총관이라 부르지 않는데도 제갈민은 그걸 따질 정신이 없었다.

 

제갈민이 갑자기 두 손을 모으더니 정천무원의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숙부님! 아무래도 천망회회살관(天網回回殺關) 같습니다!”

 

제갈세가에서 기관과 진세에 가장 정통하다는 천기수사 제갈운진이 홱 고개를 돌려 제갈민을 바라보았다. 

 

그런 제갈운진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거센 떨림이 일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곳은 지상이다!”

 

지상?

 

그럼 밖에 있는 인공 가산의 흙이 혹시……?

 

진용이 급히 제갈민에게 물었다.

 

“그 천망회회살관이라는 것이 지하에 설치하는 겁니까?”

 

“예, 장주. 그것은 지하에…….”

 

진용은 제갈민의 말을 들으며 남궁창훈을 향해 소리쳤다.

 

“맹주! 고진용입니다! 즉시 탕마단을 이곳에서 철수시키십시오!”

 

“무슨 소린가?”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쿠구구구…….

 

이제 울음소리뿐이 아니다. 은은히 느껴지는 진동.

 

남궁창훈도 진동을 느끼고는 주위를 향해 창룡후를 터뜨렸다.

 

“맹주령으로 명한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라!”

 

난데없는 명령에 사람들이 일제히 남궁창훈을 쳐다보았다.

 

“맹주! 그게 무슨 말씀이오? 놈들을 쳐도 모자랄 판에 후퇴라니요?”

 

“그렇습니다! 놈들의 건물로 쳐들어갑시다! 분명 안에 숨어 있을 겁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당가의 대표인 당상명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일단 내가 먼저 공야무릉이라는 늙은이를 상대하겠네!”

 

이무량도 물러설 수는 없다는 듯 짧고 뭉툭한 섭선(攝扇)을 꺼내 들었다.

 

그가 나서자, 그러잖아도 공야무릉의 기세에 눌려 수치감을 느끼고 있던 우명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남궁창훈을 노려보았다.

 

“맹주, 갑자기 무슨 소리요? 마도를 앞에 두고 물러서겠다는 거요?”

 

“일단 물러서야 할 것 같소. 놈들의 수작이 심상치 않소이다! 땅이 진동하고 있단 말이오!”

 

“정 그렇다면 맹주나 물러서시오! 우리는 싸울 테니까!”

 

우명자와 구대문파의 사람들이 남궁창훈의 눈치를 살피며 이무량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누구도 남궁창훈의 명에 따르는 자가 없었다. 석장진을 비롯한 다섯 명의 호법조차 의아한 얼굴로 남궁창훈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일그러진 남궁창훈이 석장진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제갈가의 아이가 한 말을 들었겠지?”

 

“맹주, 하나…….”

 

“일단 내 말을 따라주게. 바닥의 진동이 심해지고 있어!”

 

그제야 석장진의 얼굴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 

 

남궁창훈의 말을 듣고 보니 심상치가 않은 것이다.

 

한편, 탕마단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진용은 일단 주위 사람들부터 움직였다.

 

‘안 되겠어.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

 

“저를 따라오십시오!”

 

정광과 제갈민이 즉시 움직이고, 정광과 율천기, 포은상이 뒤를 따랐다.

 

망설이던 사조의 무사들도 뒤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든 말든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

 

경고를 발하고 결정을 하기까지, 숨을 열 번 쉴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지옥과 천당을 결정했다.

 

쿠르르릉!

 

진동이 급작스럽게 거세지는가 싶더니, 천천히 돌던 석탑이 갑자기 빠르게 돌았다.

 

그와 동시!

 

야율립의 입에서 터져 나온 계곡을 뒤흔드는 목소리!

 

“천혈교의 교도들이여! 지옥으로 가려는 자들을 위해 환영사를 시작하라!”

 

목소리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덜컹! 덜컹!

 

마흔아홉 개의 석탑이 수천 개의 구멍을 드러냈다.

 

“뒤로 물러서요!”

 

진용이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대경해 소리쳤다. 나아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물러서라니까요!”

 

진용이 그들 앞을 가로막으며 넓게 실드 마법을 펼쳤다. 그와 동시였다.

 

쐐쐐쐐쐐!

 

수천 발의 화살이 석탑에서 쏘아져 하늘을 까맣게 물들였다.

 

순간 가소롭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뭐야? 화살이잖아?”

 

“난 또 뭐라고. 기껏 화살로 우리를…….”

 

하지만 촌음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포에 찬 비명이 이어졌다.

 

화살은 철시(鐵矢)였다. 그것도 강력한 노(弩:쇠뇌)에서 쏘아진 철시!

 

철시의 위력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청석을 한 치가량 파고드는 철시라니!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철시가 날아들자 군웅들의 안색이 시꺼멓게 죽었다.

 

검으로 쳐내면 부러지지 않고 옆으로 날아간다.

 

자신이 쳐낸 화살이 동료의 몸에 박혀든다.

 

동료가 쳐낸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온다.

 

정신이 없었다.

 

“으악!”

 

“크억! 어디다 쳐내는 거야!”

 

멀리서 날아온 철시는 웬만하면 다 쳐낸다. 하지만 옆에서 꺾어져 날아온 철시는 피할 수가 없다. 기껏 피하면 또 다른 곳에서 날아온다.

 

앞에도 철시, 옆에도 철시, 뒤에도 철시. 피할 곳이 없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철시에 꿰인 채 바닥을 뒹굴었다.

 

“모두 한곳으로 모여 대응하라!”

 

적유가 대갈을 터뜨렸다.

 

천제성의 사람들이 각자의 뽑아 든 무기를 쳐들고 한곳으로 모였다.

 

“우리도 저들과 함께 뭉쳐라! 흩어지면 위험해! 뭉쳐서 날아드는 화살을 허공으로 쳐내라!”

 

탕마단의 간부들이 아우성을 쳐대며 제자들을, 사형제들을 독려했다.

 

쓰러진 자들은 어쩔 수 없었다. 쓰러진 몸에 철시가 날아와 꽂히는 것을 보면서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백리성이 계곡을 뒤흔들 정도로 내공을 담아 버럭 소리쳤다.

 

“야율립! 이 더러운 놈! 네놈이 어찌 강호인이란 말이냐!”

 

“당당히 겨루자, 이놈들!”

 

이무령이 웅혼한 내력이 담긴 쌍장으로 철시를 쳐내며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야율립과 공야무릉은 웃을 뿐, 묵묵부답이다.

 

애초에 강호의 법을 따지며 천혈교를 상대하려 한 것이 잘못이었다.

 

이천에 달하는 무사를 믿고 자만에 차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진용의 외침을 듣고도 기관을 무시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개 같은 놈들! 죽여 버리겠다!”

 

천제성과 탕마단에서 악에 받친 고수 몇 명이 철시를 쳐내며 단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일순간, 그들을 향해 수백 발의 철시가 한꺼번에 쏘아졌다.

 

절정의 고수들이라 해도 좌우 사방에서 날아오는 철시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몸을 날리면 허공을 향해, 몸을 굴리면 땅을 향해 철시가 날아들었다.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절정고수들조차 안색이 창백하게 굳은 채 나아가지 못했다. 그만큼 철시의 위력은 강했다.

 

결국 그들마저 호신강기가 흔들리면서 피를 토하고 물러서야만 했다.

 

그 와중에도 두어 명이 철시의 공격권을 뚫고 단상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화산의 우명자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야율립도, 공야무릉도 아닌 도열해 있던 혈의인들 몇 명이 달려들자 오 초도 견디지 못하고 우명자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사부!”

 

“사숙!”

 

화산의 제자들이 경악성을 토해내며 부르짖었다.

 

정신없이 철시를 쳐내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맙소사! 저 사십여 명의 혈의인이 모두 절정의 고수들이다!

 

십천존의 한 사람인 야율립, 신비의 공야무릉, 그리고 수십 명의 절정고수들.

 

설사 십천존이라는 이무령을 비롯해 백리성이나 남궁창훈이라 해도 단상에 올라가 몇 초를 버틸지 아무도 짐작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담장 위가 서서히 벌겋게 변하고 있었다.

 

지붕 위도 어느새 시뻘게진 상태였다.

 

몇 명인지도 모를 혈의인들로 인해서였다.

 

‘제기랄, 당장에는 방법이 없다.’

 

진용은 자신이 펼친 실드 마법에 튕겨져 나가는 철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모두 뒤로 물러서요, 빨리!”

 

빠져나가려 하던 중이었기에 남보다 가까웠다. 그만큼 철시에 의한 충격도 컸다.

 

실드 마법을 펼쳐 막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자신의 명령이 먹혔는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조의 조원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선다.

 

정광과 율천기와 포은상과 독고무종만이 좌우에서 견뎌내고 있을 뿐.

 

“물러섭시다!”

 

뒤에서 백유현이 소리쳤다.

 

진용도 앞으로 치고 나가려던 생각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치고 나가면 석탑은 부술 수 있다. 대신 그 시간에 사조의 조원 중 반 이상은 죽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안쪽에서 수십 명의 비명이 한꺼번에 터졌다.

 

“이놈들이! 커헉!”

 

“적이다!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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