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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7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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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75화

 

175화

 

 

 

 

 

 

 

진용은 청의장삼노인을 바라보았다.

 

속인의 복장이다. 구파의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대단한 기운이 느껴진다.

 

진용이 흔들림없는 눈으로 바라보자 청의장삼노인이 진용을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이무령이라 하네. 자네의 말을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니니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게나.”

 

이무령?

 

진용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요우사(逍遙羽士) 이무령. 십천존의 일인.

 

세상일에 초탈한 데다 근거도 없이 돌아다녀서 십천존 중 가장 신비에 가려진 사람이 바로 이무령이었다. 

 

그런 이무령이 설마 이곳에 있을 줄이야. 어제 남궁창훈조차 이무령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었거늘.

 

진용의 생각을 읽었는지 남궁창훈이 전음을 보냈다.

 

<어제저녁 늦게 찾아오셨네. 본래 드러나기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단 상대가 이무령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진용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고진용이라 합니다. 이렇듯 소요우사를 뵙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허허허, 그저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필부일 뿐이네. 너무 마음 쓰지 말게나.”

 

소요우사의 이름은 삼태천과 함께 정파에서는 절대적인 이름이었다. 그가 나선 이상 진용의 손을 들어줄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설령 있어도 세에서 달릴 상황.

 

진용은 굳이 어려운 상황을 뒤집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계속 펼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해봐야 오히려 반감만 커질 뿐.

 

“어쩌면 소생의 말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원로들께서도 천혈교를 대할 때 한 번쯤은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용은 말을 마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완고함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원로들의 입가에 웃음이 일었다. 마치 말싸움에서 이긴 어린아이들 같은 표정이었다.

 

“그야 물론이지 않겠나? 너무 걱정 마시게.”

 

“당연한 말을 심각하게 하는군. 허허허허.”

 

“역시 젊은 패기가 좋기는 좋군. 하지만 젊다고 능사는 아니라네.”

 

“나설 자리에 나서야지. 커험! 유 노사가 너무 키워준 것 같구먼.”

 

고개를 드는 진용의 내심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정의의 협사라고……. 훗! 그저 아버지나 찾고 연향이나 찾아서 오순도순 살면 되지.’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공기가 가슴 가득 밀려들었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때 제갈민이 다가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진용은 걸어가면서 제갈민에게 간략히 안에서의 일을 말해주었다. 

 

제갈민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정천무맹의 고리타분함을 그만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제갈민이 말했다.

 

“어차피 그분들의 생각을 돌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차선책을 찾는 것이 낫지요.”

 

“차선책이라…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고 공자님의 힘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잖습니까? 그러니 한 세력은 안으로 들어가고, 한 세력은 바깥에 머물면서 저들의 꿍꿍이를 조사하는 겁니다. 물론 저들의 꿍꿍이를 조사할 사람들이 먼저 떠나야겠지요.”

 

“저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이야 각오해야지요.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하지 못할 거면 애초에 이 일에 뛰어들 생각도 말았어야 합니다.”

 

제갈민이 굳은 눈으로 강하게 말하고 진용을 직시했다.

 

어찌 들으면 비웃음조 같은 말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진용의 말에 따라 자신의 길도 정해질 것이다.

 

괜히 초조해졌다. 공연한 짓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성급했나?

 

그때다. 진용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빙그레 웃는다.

 

“옳은 말입니다. 제가 잠시 나약한 마음을 먹었나 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능히 고수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갈민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충심으로 따르겠습니다!”

 

“제갈 형?”

 

진용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공자님 곁에서 작은 날개라도 펼쳐 보고 싶습니다. 받아주십시오.”

 

진용이 말했다.

 

“제 옆에 있어서는 작은 날개도 펼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일만 끝나면 조용히 살기를 원하니까요.”

 

“잠시라도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면 족합니다. 받아주시지 않으면 일어서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 협박조였다. 강제로 일으킨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진용은 피식 웃었다.

 

“일어나세요.”

 

제갈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용이 조금 강하게 말했다.

 

“제 명령도 듣지 않을 사람이 어떻게 저와 함께한다고 하십니까?”

 

제갈민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예?”

 

후다닥 일어선 제갈민이 벙긋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진용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먹여 살릴 재주는 별로 없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제갈민이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돈 버는 재주는 제법 있습니다.”

 

잘하면 수하에게 얻어먹는 주인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좋은 친구를 얻은 기분이다. 방 안에서 쌓인 찌꺼기가 싹 쓸려 나간 기분이다.

 

“갑시다! 방 안의 노인네들은 노인네들끼리 놀라고 하고요.”

 

“크흐, 맞습니다.”

 

안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하고 있는 원로들이 들었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째 주인을 잘 선택한 것 같다.

 

‘옛말에, 주인을 잘 선택하는 것도 복이라고 했지 아마?’

 

진용도 괜찮은 수하를 거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랫사람을 잘 두면 굶을 걱정은 없다고 했지 아마?’

 

 

 

 

 

2

 

 

 

 

 

제갈민을 유태청에게 보내려는데 유태청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급히 오라는 전갈이었다. 비류명의 머리에 먼지가 수북한 걸 봐도 얼마나 급한 일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럴 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그가 깨어났다, 구양한이!

 

진용은 율천기와 포은상에게 지휘를 맡겨두고 신양으로 출발했다. 수경산장이 보이지 않자 비류명에게 알아서 오라고 해놓고 전력으로 달렸다.

 

비류명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자신도 전력으로 진용을 뒤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열 걸음도 옮기지 않아서 걸음을 멈춰 버렸다. 진용이 벌써 까마득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도대체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사람이면 저럴 수가 없었다.

 

그 생각을 하자 비류명의 냉막한 얼굴에 풀썩 웃음꽃이 피었다.

 

 

 

진용이 객잔의 이층, 닷새 사용료로 무려 백 냥이나 주고 얻은 별실로 들어가자 유태청이 손짓을 했다.

 

“조금 전에 잠들었네. 곧 또 깨어날 거야.”

 

방 안에서 은은히 약 냄새가 났다.

 

“의원이 뭐라 하던가요?”

 

“안정만 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더군.”

 

“다행이군요.”

 

“글쎄…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앞으로 무공을 익힐 수는 없을 것 같네.”

 

그럴 거라 짐작했던 일이었다.

 

“무공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잘만 사는데요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무공을 지녔던 사람이 무공을 잃으면 죽음보다 더한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 다반사다. 유태청처럼 그 모든 것을 아예 넘어서 버린 사람이라면 몰라도.

 

진용의 말에 유태청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자신도 아쉬움은 있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삼 년 남은 목숨이라는 말에 그마저도 떨쳐 버려서 그렇지.

 

유태청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진용이 조용히 물었다.

 

“뭐라 말은 했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유태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단편적인 말이라 정확하지는 않네만…… 괴물이 어떻고, 하더군.”

 

그러고는 진용을 바라보았다. 꼭 ‘자네가 바로 괴물인데 말이야’ 하는 눈빛이다.

 

“괴물요?”

 

“음, 붉은 장포를 걸친 덩치가 커다란 괴물이라나 뭐라나. 좀 더 들어보려는데 정신을 다시 잃더군.”

 

그렇다면 천제성의 괴인들을 말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들은 시커먼 흑의를 입고 있었으니까. 옷을 바꿔 입었다면 모르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진용이 고심을 하는 표정을 짓자 유태청이 구양한의 가슴 옷자락을 젖혔다.

 

“이걸 한번 보게나.”

 

옆구리 쪽에 벌건 손자국이 보였다.

 

“엇? 설마?”

 

뭘 생각하는지 안다는 듯 유태청이 고개를 저었다.

 

“혈수인은 아니네.”

 

혈수인은 어린아이의 손바닥처럼 작다고 했다. 하지만 구양한의 옆구리에 난 붉은 손자국은 어른의 손자국만큼이나 컸다. 아니, 그보다 훨씬 컸다. 진용의 손바닥이라면 모를까.

 

진용은 자신도 모르게 손자국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가져다 대봤다.

 

희한한 일이다. 남들이 보면 오해할 정도로 꼭 들어맞는다.

 

“누가 보면 제가 한 줄 알겠군요.”

 

진용이 고개를 내두르며 말했다. 유태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네. 당금 강호에 저 정도로 큰 손을 가진 고수가 몇이나 될까 싶구먼.”

 

그때였다. 진용의 뒤통수가 후끈 달아오른다.

 

‘왜 그래? 세르탄, 뭐 생각나는 것 있어?’

 

‘아니… 그게…….’

 

아는 것 같다. 항상 뭔가 알고 있으면서 말을 안 하려 할 때의 반응이다.

 

‘말해봐. 뭐라 안 할 테니까.’

 

세르탄이 망설이며 말했다.

 

‘손가락 끝을 봐. 꼭…… 환상타공지를 익힌 것 같지 않아?’

 

그 말에 진용의 눈이 손자국에서 손가락 끝을 향했다.

 

유난히 굵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회오리 자국이 희미하게 나 있었다.

 

‘지문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망설인 건데…….’

 

‘괜찮아. 뭐라 안 한다고 했잖아. 됐어.’

 

진용이 세르탄을 다독거리고 고개를 들려 할 때였다. 세르탄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살을 파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텐데…….’

 

뭐? 살을 파? 멀쩡한 사람 살을?

 

‘세르탄, 됐다니까.’

 

‘파서 안에도 그러면 지문이 아닐 거 아냐.’

 

‘됐다니까!’

 

진용이 강하게 말하자 세르탄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마침 구양한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정신이 드십니까?”

 

진용이 나직이 물었다. 비록 눈을 떴다지만 공허한 눈이었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 그런 눈. 초점이 잡혀 있지 않은 그런 눈.

 

유태청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것 같군. 조금 더 기다려 보세.”

 

‘마안을 써봐.’

 

세르탄이 다시 나섰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군!’

 

진용은 마안에 생각이 미치자 세르탄을 다시 다독였다.

 

‘알았어. 뭐…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

 

‘살을 파보면…….’

 

‘그거 말고!’

 

진용은 일갈로 세르탄을 침묵시키고 슬며시 마안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정.신.이. 드.십.니.까?”

 

“으으…… 누구…….”

 

“당신을 구한 사람입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으으음……. 구… 양… 한…….”

 

역시 자신들의 생각이 맞았다. 한구양은 구양한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신 겁니까?”

 

“흑의…… 괴인들……. 쫓기다……. 괴… 물……. 붉은… 괴…….”

 

“어디서 그 괴물을 만났습니까?”

 

“……동…백…….”

 

순간 진용이 눈을 부릅떴다.

 

동백? 동백산이다!

 

“동백산 말인가요?”

 

구양한의 고개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끄덕임이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구양한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더니 깊은 숨을 쉬며 혼수상태로 빠져들었다.

 

유태청이 의아한지 진용에게 물었다.

 

“왜 동백산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는가?”

 

아직 모르는가보다. 하긴 자신조차 조금 전에 들은 말이 아니던가. 

 

“천혈교의 총단이 동백산에 있다 합니다, 어르신.”

 

“뭐라고?”

 

유태청도 생각지 못한 듯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서야 정천무맹의 탕마단에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것도 천혈교가 직접 보낸 서신을 통해서요.”

 

“어떻게 그런 일이……. 허! 모두 감쪽같이 속았구먼.”

 

“그래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진용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수경산장에서 있었던 탕마단 원로들과의 대화까지.

 

유태청은 얼굴을 굳히고 탄식을 터뜨렸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

 

“그곳에 소요우사 이무령 어른도 계셨습니다.”

 

“뭐라? 이무령이?”

 

경악성을 내지른 유태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이무령은 결코 틀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늘……. 아무리 탕마단이라 해도 그의 마음을 붙잡을 수는 없었을 텐데 말이야.”

 

“어쨌든 그분으로 인해 탕마단에 상당한 힘이 실린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음, 그건 그렇지. 그래, 그가 뭐라던가?”

 

“기호지세라 생각하신 듯하더군요. 마도의 수작이 무서우면 뭐 하러 나서서 이곳까지 왔냐, 하시더군요.”

 

“그가?”

 

유태청의 이마에 진 주름이 더욱 굵어졌다.

 

“평상시라면 그 말이 잘못된 말도 아니지. 하나 지금 상황은 단순히 일개 마도 방파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야. 그 사람,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군.”

 

진용이 곧바로 제갈민의 제안을 꺼내놓았다.

 

“해서 우리의 움직임을 다소 조정할까 합니다.”

 

“차라리 아예 따로 가면 어떻겠나?”

 

“그리되면 갑작스런 경우를 당하게 되었을 때 대책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탕마단의 상황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적절히 움직이기가 힘들 테니까 말입니다. 일단은 그들의 곁에 있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하긴…….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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