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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60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60화

 

160화

 

 

 

 

 

 

 

남궁창평이 남궁후를 한 번 노려보고는 다시 정광을 향했다.

 

“도장은 어디서 온 분이시오?”

 

“태산에서 왔소.”

 

“태산이라…….”

 

“왜, 내가 태산에서 오면 안 될 일이라도 있소?”

 

“그건 아니오만……. 그래,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것이오?”

 

“그냥 지나가던 길이오.”

 

삐딱한 정광의 말투.

 

남궁창평이 정광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역시 수상해.’

 

“도명이 어찌 되시오?”

 

“정광이라고…….”

 

무심코 답하던 정광의 눈매가 실처럼 좁혀졌다.

 

“가만, 지금 나를 수상한 놈 취급 하는 거요?”

 

비스듬히 앉아 있던 남궁후가 툭 한마디를 내뱉었다.

 

“생긴 대로 마도의 잡졸이 틀림없다니까요.”

 

생긴 대로? 마도의 잡졸?

 

“에라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정광의 신형이 팽팽한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진용이 엽차 잔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술에 취한 남궁후가 다급히 몸을 비틀었고, 정광을 주시하고 있던 남궁창평이 옆구리로 손을 가져가며 정광의 옆을 덮쳤다.

 

따다당! 땅!

 

격한 금속성이 일더니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꽃이 튀었다.

 

어느새 뒤로 물러선 정광이 남궁창평을 노려보았다.

 

“그래, 부자간에 함께 덤벼보겠다, 이거지?”

 

그는 두 손에 든 쇠신발을 딱! 소리나게 마주치며 눈을 부라렸다.

 

“어디 와봐!”

 

남궁창평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자신의 쾌도 삼 초가 신발에 막히다니. 아무리 쇠신발이라도 그렇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삼 초를 펼치고 다시 도집으로 들어간 자신의 애도를 신중하게 잡아갔다. 화난 것은 화난 거고, 상대가 고수인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 미친 말코가…….”

 

땅!

 

“어디서…….”

 

따앙!

 

어디선가 낭궁창평의 말을 끊으며 맑은 청음이 울렸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청음이 울리자 자신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남궁창평은 소리의 진원지보다 자신의 목소리가 제지당했다는 것에 더 신경이 쓰였다. 와중에 은근히 오기가 솟았다. 그는 잔뜩 내공을 끌어올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감히 냄새나는 신발을…….”

 

따아앙!

 

이번에는 목소리만이 아니라 몸까지 떨렸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듯한 기분. 잔뜩 끌어올렸던 기운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흩어졌다.

 

그는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서생이 엽차 잔을 들고 있고, 그 옆에는 주담자가 놓여 있었다.

 

순간 남궁창평은 소리가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미처 고인이 계신 줄을 몰랐군.”

 

그는 짓씹듯 말을 내뱉고는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도병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굽혔다. 마치 먹이를 낚아채기 직전의 독수리가 일격에 상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웅크리는 것 같았다.

 

그 광경에 남궁후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남궁창평의 자세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버님!”

 

남궁후가 경악해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 가득하던 취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때였다.

 

티이잉!

 

멀리서 맑은 검명(劍鳴)이 종소리처럼 은은히 들려왔다.

 

일순간 진용은 머릿속에서 한 자루의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할 곳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그런 검이었다.

 

진용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시, 시르, 어떻게 된 거야? 누, 누가 절대음을 쓰는 거지?’

 

세르탄도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절대음이 아니야. 전에 이런 무공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음파를 이용한 무공인데, 음공이라 부른다던가? 절대음과 비슷하다면 비슷하겠지만, 결코 같은 것은 아니야.’

 

‘하여간 이 세상 인간들은 정말 알 수가 없다니까.’

 

세르탄이 질린다는 목소리로 말을 끌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진용은 잘게 흔들리는 눈을 가라앉히고, 시선을 조금 돌려 검명이 울린 곳을 향했다.

 

남궁창평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비록 정면은 아니었지만, 그도 검명이 밀려오는 동선에 있었다. 그로선 검명의 충격을 해소시키기에도 정신이 없을 것이었다.

 

반면에 일반인이나 남궁세가의 평무사들은 동선에서 완전히 벗어나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그래선지 그들은 오히려 남궁창평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후만이 조금 영향을 받은 듯 창백한 안색으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을 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진용은 검명의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엽차 잔을 든 손에 내력을 끌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티딩! 또다시 검명이 울렸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검명. 울림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진용도 기다렸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엽차 잔을 주담자의 옆구리에 가볍게 부딪쳤다.

 

따아아아앙!

 

도저히 엽차 잔과 주담자가 부딪쳐 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청음이 객잔을 휘돌았다.

 

순간!

 

촤라락!

 

주렴이 저절로 밀리며 한 사람이 들어섰다. 얼굴이 잘 익은 대춧빛처럼 붉고 통통한 노인이었다.

 

주름 하나 없는 노인의 손에는 가을 하늘처럼 파란 검이 하나 들려 있었다.

 

노인은 엽차 잔을 들고 있는 진용을 바라보고는, 오른손으로는 검병을 잡고 왼손으로는 손가락을 말아 검신을 두드릴 자세를 취했다.

 

어느 순간!

 

타다당!

 

따아앙!

 

진용과 노인이 동시에 주담자와 검신을 두드렸다.

 

일순간, 진용은 앉은 그대로 한 자가량 물러났다. 노인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때 가공할 광경이 펼쳐졌다. 두 사람 사이에 있던 하나의 탁자와 네 개의 의자가 모두 가루로 변해 스러지고 있었다.

 

만일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사람도 가루로 변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진정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넋을 잃었다.

 

한편 남궁창평은 이를 악물고 들끓는 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가, 들어선 사람을 보더니 찢어질 듯이 눈을 부릅떴다.

 

가공할 기운이 실린 음파였다. 대체 어떤 고수가 있어 저런 검명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십천존이라면 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경외심마저 품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들어선 사람은 그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사람.

 

“수, 숙부님이 어떻게……?”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음파가 다시 부딪치고, 탁자와 의자가 가루로 변해 스러지자 입조차 딱 벌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미쳤다고 소문나고, 자신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는 숙부였다. 그 세월이 무려 수십 년이다.

 

그런데 조금 전의 그 검명은 대체 뭐란 말인가?

 

미친 숙부의 검명에 주저앉을 뻔한 나는 또 뭐란 말인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겪은 게 사실일까? 세상에! 누가 이 사실을 믿어줄까? 세가의 사람들은 모두 눈뜬 봉사들이었단 말인가?’

 

노인은 그런 남궁창평은 바라보지도 않고 반쯤 뜬 눈으로 오직 진용만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눈이다.

 

진용은 노인의 눈을 보고 그렇게 느꼈다. 오욕칠정이 모두 사라진 눈. 잘은 모르지만, 도통한 도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까 싶은 그런 눈이다.

 

진용은 그제야 노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남궁창평에게서 숙부라 불리는 사람, 자신의 팔성이 담긴 절대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진용은 엽차 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일어서서 정중히 두 손을 맞잡았다.

 

“남궁환 어르신을 뵙습니다.”

 

노인의 해맑은 두 눈이 동그래졌다. 재미있어 못 견디겠다는 눈빛이다.

 

“자넨 누군가? 이름이 뭐지? 어디 사는가? 조금 전에 그 재주는 뭐라 하는 거지?”

 

한꺼번에 몇 개의 질문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세르탄만큼 말이 빠르군.’

 

진용은 그리 생각하며 조용히 답했다.

 

“고진용이라 합니다. 북경에 살지요. 절대음이라고 하는데,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아는 어르신께 노선배님의 검에 대해서 들은 것이 좀 있습니다. 하온데 듣던 것보다 더한 것 같군요.”

 

남궁환이 멍한 표정으로 진용을 빤히 바라보았다.

 

“말을 정말 잘하는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대답을 한 번에 다 할 수 있지?”

 

진용의 표정이 묘하게 구겨졌다.

 

‘물어본 사람이 누군데 그럽니까? 노인장도 머릿속에 떠버리 하나 넣고 살아보시죠! 그 정도는 우스우니까’. 진용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캬캬캬! 그 인간, 꽤나 웃기네.’

 

세르탄이 참지 못하고 대소를 터뜨렸다.

 

‘이건 순전히 세르탄 때문이야!’

 

‘내가 왜? 말싸움하면 만날 내가 지잖아!’

 

그랬나?

 

진용이 잠시 머뭇거리자 남궁환이 환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나하고 같이 가세. 내 보여줄 것이 있네. 어린 친구, 자네라면 좋아할지 모르겠어.”

 

“예?”

 

“가자니까? 얼마 안 멀어.”

 

남궁환이 진용을 재촉하자 겨우 몸을 추스른 남궁창평이 황급히 나섰다.

 

“숙부님, 숙부님이 계신 곳은 외인 금지 구역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러니 저 사람은…….”

 

“누가 거기 간데?”

 

“그럼 어딜 가려 하시는 겁니까?”

 

“천벽애(天壁崖).”

 

 

 

남궁환의 재촉은 집요했다. 따라가지 않으면 밤새도록 재촉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결국 진용이 남궁환의 고집에 두 손을 들어야만 했다. 그러자 세르탄이 또 좋아서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세상에! 시르의 고집을 꺾는 사람이 있다니!’

 

-그래, 어디 두고 보자, 세르탄! 마공지, 천공지, 마왕후. 하나도 잊어 먹지 않고 있으니까!

 

진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충 포자와 건포를 조금 챙겨서 남궁환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객잔을 나서며 자신에게 잔뜩 신경 쓰고 있는 남궁창평에게 전음을 보내 그를 반은 안심시켰다.

 

<전에 정천맹에서 남궁 맹주와 석 대협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 정체에 대해선 너무 걱정 마십시오.>

 

반신반의하는 남궁창평을 남겨두고 객잔을 나서자, 입이 한 자는 튀어나온 정광이 그 뒤를 졸래졸래 따라왔다.

 

정광은 남궁환을 따라가는 것이야 상관없지만, 또 건포와 포자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객잔에서 기다릴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천성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궁금한 것을 놔두면 잠도 오지 않는 그놈의 천성 때문에.

 

 

 

 

 

2

 

 

 

 

 

천벽애는 합비에서 남쪽으로 삼십 리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마치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하늘 도끼에 맞아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반쪽 난 달이 천공에 걸리자 황금빛 칼날이 그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진용은 서늘한 바람이 용솟음치는 천벽애의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래는 저 멀리 소호(巢湖)에서 밀려든 안개가 어둠의 바다를 흐르며 출렁이고 있었다.

 

남궁환이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와! 오늘따라 유난히 안개가 많은걸? 진짜 멋지군!”

 

“저…… 뭘 보여주시려고 오자고 한 겁니까?”

 

설마 멋있다 자랑하려고 오자고 한 건 아니겠지요?

 

그렇게 묻고 싶은 걸 꾹 참고 진용이 물었다.

 

“아참! 날 따라오게.”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남궁환이 손뼉을 치더니 훌쩍 몸을 날렸다. 안개가 포말처럼 부서지는 어둠의 바다를 향해.

 

진용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빠르게 내리꽂히는 남궁환의 뒷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저 영감,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구만.”

 

정광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진용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여기까지 온 마당, 진용도 신형을 날렸다.

 

정광이 고개를 저으며 계곡 아래로 몸을 던졌다.

 

“내가 미쳤지. 그냥 객잔에 있을걸. 고 공자, 같이 가자고!”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삼십 장 정도 내려가자 절벽 중간에 튀어나온 암반이 보였다.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 묘한 위치였다. 그곳에 남궁환이 서 있었다.

 

바람을 타고 미끄러져 암반 위에 내려서자 남궁환이 환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저걸 봐!”

 

진용은 남궁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어둠의 바다에 출렁이는 안개 사이로 건너편 절벽이 보였다. 매끈하게 깎인 절벽이.

 

한순간 진용의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안개 때문에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절벽에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한 사람이 검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어때, 멋있지?”

 

“예, 정말 멋지군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순간적으로 느껴진 어떤 미진함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으음…….”

 

뒤늦게 옆에 내려선 정광이 침음성을 흘렸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검무였다. 그것도 가공할 힘이 담긴 검무. 보는 것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는 그런 검무.

 

안개 때문인지 신비스럽기조차 했다.

 

“혹시 저걸 익히신 겁니까?”

 

진용이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남궁환이 이마를 찡그리며 투정하듯이 말했다.

 

“멋지긴 한데 익힐 수 없는 거야.”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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