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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53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53화

 

153화

 

 

 

 

 

 

 

“직접 나서지는 않고 수하들만 보내더니, 이제는 적의 힘을 빌어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 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삼존맹의 대맹주라는 작자가 자꾸 잔머리만 굴리려 하니 실망할 수밖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차도살인에 말려들었다, 그 말 같은데,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진용이 아무런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입가에 배어 물었다.

 

“이미 만붕성에서도 고수들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 수십 명이나 죽었는데, 설마 그 이유를 모른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주위를 둘러싸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췄다. 경악과 의혹이 겹친 눈빛들이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선 잘 모르네. 그는 그저 우리가 고진용이라는 서생을 죽여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주겠다고 했지.”

 

“모른다라…….”

 

진용이 커다란 손을 앞으로 내밀며 쫙 펼치고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제 손이 얼마나 무정한가도 모르시겠군요.”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싸늘히 식는 것만 같았다.

 

염천마곡의 고수들도 진용에게서 흘러나오는 가공할 기운을 느꼈는지 자신들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섰다.

 

“건방진 놈! 네놈이 감히 우리를 놀리겠다는 거냐?”

 

참지 못하고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면이 넓은 대감도가 들려 있었다. 염천마곡의 십삼호법 중에 한 사람, 구황마도 조추궁이었다.

 

진용의 눈이 그를 향했다.

 

적은 정확히 열셋. 

 

언제나 그렇듯이 넓은 곳에서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속전속결뿐!

 

생각은 찰나, 행동은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이어졌다.

 

진용의 손이 들리고 시퍼런 뇌전이 검지에 맺혔다 싶은 순간, 번쩍! 대기를 찢으며 시퍼런 뇌전이 작렬했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정광도 두 손에 든 쇠 신발을 움켜쥐고 좌측을 향해 몸을 날렸다.

 

“피해!”

 

진용의 갑작스런 공격에 검을 멘 중년인이 대경해 소리쳤다. 하지만 조추궁은 물러서지 않고 눈을 부라리며 대감도를 내려쳤다.

 

쩌적! 쾅!

 

뭐가 어떻게 된지도 모르는 사이 중동이 부러진 대감도가 허공으로 튕겨나고, 서 있던 자리에 희미한 잔상만 남긴 진용이 조추궁의 면전에 모습을 보였다.

 

갈의의 초로인, 유구명이 두 자 길이의 짧은 검을 뽑아 들고 진용의 우측으로 짓쳐들었다. 진용은 그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조추궁을 향해 일장을 내쳤다.

 

반 토막 남은 도를 들어 진용의 팔을 향해 휘두르는 조추궁, 그의 안색이 썩은 땡감을 베어 문 듯 일그러졌다.

 

땅!

 

반 토막의 대감도가 다시 부러지며 조추궁의 손아귀가 찢어졌다. 그 사이를 비집고 진용의 우수가 작렬했다. 두 자의 간격을 두고 조추궁의 가슴을 파고드는 시퍼런 강기!

 

콰직!

 

“웩!”

 

움푹 파인 가슴, 조추궁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이놈!”

 

유구명이 노성을 지르며 진용의 어깨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홱 잡아채듯이 휘두른 진용의 손가락에 유구명의 검신이 잡혔다.

 

‘내 무정함을 탓하지 마라!’

 

검신을 통해 건곤천단심법의 기운이 스며들자 유구명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찰나간의 멈춤이었다. 그 찰나간이 생사를 갈랐다.

 

진용이 유구명의 몸을 연기처럼 타 넘었다.

 

우두두둑!

 

시퍼런 강기가 흐르는 곳마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흐르듯 유구명의 몸을 타 넘은 진용이 두 손을 늘어뜨리고서 다음 상대를 찾아간다.

 

멍청히 서 있던 자들이 분분히 물러섰다.

 

진용은 물러서는 자들을 향해 청색 장갑을 낀 듯 시퍼런 강기가 뭉뚱그려진 주먹을 내질렀다.

 

전신 구석구석에서 생성된 뇌전이 두 팔을 치달리더니 주먹을 통해 뿜어졌다.

 

일순간 주먹이 내질러지자 진용과 적 사이의 공간이 터져 나갔다.

 

쩌저저적!

 

처음으로 폭공지를 응용해 본 일격.

 

한여름 밤 폭풍우를 헤집고 떨어지듯 눈앞을 가득 메우고 뇌우(雷雨)가 폭사되었다.

 

뇌전폭류참(雷電瀑流斬)!

 

전방 삼 장이 뇌전의 폭류에 휩쓸어 버렸다.

 

콰과과과!!

 

피할 틈조차 없었다. 혼신을 다해 막아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크악!”

 

“아아악!”

 

“모두 피해!”

 

뇌전의 폭류는 무자비했다.

 

무기는 부서지고, 몸은 숭숭 뚫리고, 튕겨져 널브러진 자들은 일어설 줄을 몰랐다.

 

질펀한 핏물이 골을 따라 흘러내린다.

 

몸서리치며 공포에 질린 사람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류고수뿐만이 아니라 절정에 달한 고수들조차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속절없이 피구덩이에 몸을 눕힌 그들의 눈빛이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누가 있어 이 일을 믿을까.

 

산 자들은 산 자들대로 발을 떼지 못했다. 뗄 수가 없었다. 발을 떼면 지옥의 사신이 덮칠 것만 같았다.

 

진용은 우뚝 서서 그들을 직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떨리는 눈들이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돌려졌다. 그러면서도 물러서지는 않는다.

 

무인의 자존심인가?

 

진용은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참혹한 결과에 이를 악물면서도 내심 상대의 태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염천마곡이 왜 삼존맹의 하나로 군림하는지 그 이유를 알 만했다. 하지만 감탄은 감탄이고 적은 적이다.

 

물러설 수도, 놓아줄 수도 없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다.

 

질척거림은 그 무엇도 용납할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막는다면 모두 죽이는 수밖에!’

 

결심을 굳힌 진용은 옆에서 벌어지는 정광의 싸움을 무심한 눈으로 스쳐보고는 조용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정광은 예전에 비해 훨씬 안정된 모습으로 두 명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허공을 날아다니는 쇠 신발. 어이가 없는지 상대의 벌어진 입이 닫힐 줄을 몰랐다.

 

“뭐 이런 미친 말코가…….”

 

“에라이, 어리석은 도우들아! 차라리 이 도사 어르신에게 맞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고!”

 

그래도 입으로 펼치는 초식은 여전했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싶었다. 어차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여력도 없는 상황. 두 명이라면 정광 혼자서도 충분해 보였다.

 

정광에 대한 걱정마저 덜어지자 진용은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삼 할에 가까운 내력이 소진되었다. 신수백타나 일반적인 공격 때문이 아니다. 단 한 번, 신왕의 무공에 폭공지를 응용한 것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시 펼치기가 두려울 정도다.

 

하지만 잠시 멈추었을 뿐인데도 손실된 내력이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두어 번 숨을 몰아쉬는 사이 내력이 휘돌며 두 팔을 타고 치달렸다.

 

또다시 시퍼런 강기가 커다란 주먹을 따라 휘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깐 사이에 진용의 전신을 휘감았다.

 

전면에 서 있던 여섯 명의 표정이 생사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굳어졌다.

 

청의중년인이 비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검을 들고 죽는 것은 무인이 원하는 죽음! 후회하지 않겠다!”

 

“까짓것 저 정도 고수라면 죽어도 괜찮아! 한번 해보자고!”

 

두 명의 흑의장한이 각기 검과 도에서 강기를 뿜어내며 악쓰듯이 소리쳤다.

 

죽기를 각오한 자들. 그들의 눈에서 서서히 독기가 뿜어져 나온다.

 

“내가 먼저 붙어보겠다!”

 

황의를 입은 초로인이 한 쌍의 륜을 양손에 나눠 들고 앞으로 나섰다. 비천쌍륜 임수광이란 자였다.

 

진용의 무심한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무인으로서 죽고자 하는 건가? 좋다! 그렇다면 나도 그대들을 무인으로서 대해주겠다!’

 

마음을 굳힌 진용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염천마곡의 고수들이 진용을 노려보며 일제히 무기를 들어 올렸다.

 

모두 여섯. 진용이 그들 사이로 신형을 날렸다.

 

톱니처럼 날이 선 쌍륜이 허공을 가르고, 강기 서린 도검이 진용을 향해 겨누어졌다.

 

나아가던 진용의 신형이 팽이처럼 휘돌았다. 천수관음인 양 진용의 손이 수십 개로 불어나며 사방을 점했다 싶은 순간!

 

따다당!

 

쌍륜이 허공으로 튕겨지고 도검의 강기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러더니 찰나에 네 개로 나누어진 진용의 환영이 일제히 손을 떨쳤다.

 

쩌저적! 대낮에 시퍼런 벼락이 떨어지고,

 

“멸!!”

 

절대음이 산천초목을 뒤흔드는가 싶더니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일시간이나마 정지되어 버렸다.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린 염천마곡 여섯 고수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악다문 입에선 핏물이 배어 나온다.

 

평상시보다 두 배의 힘을 내도 모자랄 판에 몸이 굳어버리다니!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죽음이 떠올랐다.

 

젠장! 도대체 무슨 저따위 무공이 다 있어!

 

그래도 마지막 발악은 해봐야 했다. 죽든지 살든지.

 

여섯 명이 일제히 진용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진용이 염천마곡의 고수들을 만난 지 일각이 채 되기도 전이었다. 침묵이 혈향조차 짓누른 채 내려앉았다.

 

등뼈가 부러져 요상한 방향으로 꺾인 자, 벼락에 가슴이 타버린 자, 주먹에 가슴이 움푹 함몰된 자, 쇠 신발에 머리통이 깨진 자. 널따란 계곡의 관도에는 열두 명이 쓰러져 있었다. 그중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은 다섯 명. 그나마도 서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진용도 온전히 무사하지는 못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덤벼드는 자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절대음으로 상대의 기세를 누그러뜨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양패구상을 당할 뻔했다.

 

‘죽겠다고 덤비는 자들을 상대하면서 자만을 하다니. 진용아, 진용아, 아직 멀었구나.’

 

진용은 목구멍까지 끓어오른 내기를 누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청의중년인을 바라보았다. 부러진 검을 들고 서 있는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곤혹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왜…… 살려준 것이지?”

 

“당신의 검이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검뿐이 아니라 얼굴도 닮은 것 같군요.”

 

청의중년인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단순히 검이라는 쇠붙이를 말함이 아니다. 검이 가는 길을 말함이다. 게다가 얼굴이 닮았다?

 

그는 떠오르는 어떤 생각에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누구……?”

 

“혹시 이몽인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순간 청의중년인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나, 나는…… 그를…….”

 

“아시는군요.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분이 그러시더군요. 사람의 입은 거짓말을 할지 몰라도, 검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라고 말입니다.”

 

청의중년인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더니, 격정의 무게를 못 이기겠는지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검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목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목소리는 더욱 심하게 떨렸다.

 

“검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그랬던가? 이십 년 동안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건가? 크크크…….”

 

그는 털썩 무릎을 꿇고 흐느끼듯이 웃어댔다. 숙인 고개가 땅에 처박히는데도 웃기만 했다.

 

뭔가 깊은 사연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진용은 청의중년인을 그대로 놔둔 채 고개를 돌려 정광을 바라보았다.

 

정광은 주저앉아서 두 사람의 머리통을 박살 내느라 구부러진 신발을 펴고 있었다.

 

“가시죠.”

 

“어? 그래, 가자구. 아따, 그놈들, 머리 더럽게 단단하네. 한철이 우그러들다니…….”

 

진용은 정광의 넋두리를 들으며 몸을 돌리다가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쳐들었다.

 

실피나가 계곡 위의 소나무에 걸터앉아서 쀼루퉁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싸우는 데 자신을 끼워주지 않은 것이 불만인 듯했다.

 

‘이런, 깜박 잊었군. 삐친 것 같은데?’

 

‘좌우간 웃기는 정령인 것은 분명해. 어째 갈수록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 그렇지, 시르?’

 

‘설마 세르탄만 하려고.’

 

‘응? 무슨 뜻이야?’

 

‘별거 아냐. 그냥 세르탄보다 못하다는 소리야.’

 

‘우헤헤헤, 그거야 당연하지. 사실 저따위 미련퉁이 정령하고 마계의 대전사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뭐.’

 

-그래, 퍽이나 우습기도 하겠다. 그러니 내가 세르탄을 어린애 취급 하는 거야.

 

진용이 속으로 피식 웃으며 혈전의 장소를 벗어나려 할 때였다.

 

“우리 외에도 곡에서 나온 자들이 두 무리가 더 있소. 우리는 그저 선발대일 뿐,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오. 그대가 아무리 천외천의 무공을 지녔다 해도 조심해야 할 거요.”

 

청의중년인, 이경인이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나직이 말했다. 여전히 고개가 숙여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진용은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가지 궁금해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혹시 이번에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 현재의 곡주를 싫어하는 분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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