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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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48화
148화
낄낄거리며 웃던 돈화파파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샐쭉한 눈으로 진용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용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어르신께는 무례하지 않았으면 싶군요.”
소서노인의 작은 눈이 가늘게 늘어졌다.
“컬컬! 정말 건방진 꼬마군. 우리가 누군지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광이 피식 웃었다.
“고 공자에게 건방진 꼬마라……. 지나가던 개가 다 웃겠군.”
그때, 믿어지지 않게도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컹컹컹!
“…….”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밖을 바라보았다. 개 두 마리가 뼈다귀 하나를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한 편의 웃기는 경극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서노인은 노화가 치미는지 손을 홱 뿌렸다.
캐갱!
꼬리를 만 두 마리 개가 도망갈 때는 사이좋게 도망갔다. 마치 서로를 걱정해 주듯이.
그걸 본 진용은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한 마인이라는 혼세십팔마 중 광소쌍마가 화나서 손을 썼으면서도 개를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다니.
‘뭔가 사연이 있는 것인가?’
때마침 소서노인이 홱 고개를 돌리고는 실처럼 가는 눈으로 진용을 노려보았다.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는 듯. 눈빛만으로 진용의 머리통에 구멍을 내버리겠다는 듯이!
진용도 무심한 눈으로 소서노인을 직시했다.
눈싸움이라면 정광도 한 수 꿇리고 들어가는 진용의 눈빛이다.
게다가 마안의 능력마저 익힌 진용의 눈빛은 마음만 먹으면 눈빛만으로도 어지간한 고수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던가.
숨을 두어 번 쉴 짧은 시간이 흐르자 소서노인의 가는 눈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칠십이 넘도록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누군데 눈싸움에 밀려! 그럴 순 없지!
그는 눈에 힘을 더 주었다. 자신의 모든 심기를 두 눈에 다 쏟아 부었다.
‘저런 새파란 놈의 눈조차 이기지 못하는 것은 치욕이다!’ 그런 생각으로.
어찌나 힘을 줬는지 그의 작은 눈동자가 시뻘겋게 충혈되고 눈 가장자리에 핏방울이 맺혔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마안의 능력을 익힌 진용과 눈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소서노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십여 번 정도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무력감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결국 몸을 부르르 떨며 눈길을 틀었다.
흥미로운 눈으로 두 사람의 눈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돈화파파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그때였다.
갑자기 돈화파파의 비대한 몸이 훌쩍 떠올라 진용을 향해 날아갔다.
이 장이 조금 넘는 거리가 찰나에 좁혀졌다.
그녀는 날아가던 그대로 아무런 말도 없이 진용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별다른 특징도 없어 보이는 손짓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진용은 거대한 기운이 뭉뚱그려져 자신의 몸을 쥐어짜듯이 덮어옴을 느끼고, 그 기운의 한가운데를 향해 일권을 비틀어 쳐냈다.
우르르릉!
진용을 덮어버릴 것 같던 비대한 돈화파파의 몸이 날아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졌다.
쿵! 쿵! 쿵!
“으음…….”
세 걸음을 물러선 채 가늘게 흘러나오는 돈화파파의 신음. 소서노인의 쥐눈 같던 조그만 눈이 강아지 눈만큼이나 커졌다.
“네놈이!”
“당신은 나서지 마!”
앞으로 나서려는 소서노인을 향해 돈화파파가 빽 소리쳤다. 소서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돈화파파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야.”
“그러는 당신은! 눈싸움에서도 진 주제에 왜 나서!”
이를 악다문 소서노인의 눈이 다시 가늘어졌다.
그가 서서히 시커멓게 물들기 시작한 두 손을 늘어뜨리고는 짓씹듯이 말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야.”
무엇을 느꼈는지 돈화파파의 안색이 창백하니 굳어졌다.
“설마? 그건 안 돼!”
소서노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돈화파파를 바라보았다.
“날 비참하게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놔둬.”
한편 진용은 시간이 갈수록 묘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저들은 뭔가를 망설이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서 저들은 자신들의 힘을 다 쓰지 않고 있다.
돈화파파의 일장에 실린 힘만 해도 그랬다. 그녀의 일장이 비록 강맹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결코 혼세십팔마가 지닌 힘이라 볼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저들은 자신들의 힘을 다 쓰지 않는 걸까?
개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뭐지?
<아무래도 저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네, 고 공자.>
마침 유태청의 전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과거의 광소쌍마는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들이었네. 이상하구만.>
사람도 가차없이 죽이던 자들이 자신을 화나게 한 개를 살려 보낸다? 그거야말로 웃기는 일이 아닌가.
분명 뭔가가 있다.
진용은 두 노인이 말싸움을 벌이고 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서자 두 노인이 말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진용이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과 일 장의 거리가 되자 걸음을 멈춘 진용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고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고가장의 고진용이 광소쌍마 노선배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소서노인과 돈화파파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냐?”
용서를 빌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눈앞의 젊은 놈은 믿을 수 없게도 자신들조차 쉽게 대할 수 없는 고수. 더구나 일수에 이득을 본 놈이 용서 운운하며 나설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 어디 건방진 말을 한마디만 해봐라! 바로 죽여 버릴 테니까!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닌데 일이 좀 우습게 되어버렸습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용서하시지요.”
젠장! 차라리 건방을 떨라니까!
소서노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두 손에 가득 끌어올린 기운이 흔들렸다. 아는지 모르는지 진용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저와 함께 계신 분을 위한다는 것이 그만 노선배들께 무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흥! 그게 어떤 놈인데? 저 늙은이?
무심결에 두 노인의 눈이 진용이 앉아 있는 탁자로 향했다.
“십절검존 어르신께서는 참으라 하셨는데, 제가 아직 젊다 보니 참지 못했지요.”
소서노인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가 진용을 바라보았다.
누구? 십절검존?
돈화파파도 커다란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
“더구나 저와 함께하는 분들은 유 어르신을 흠모하는 분들인지라, 그분들이 나서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진용은 말을 끌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두 노인은 고개를 돌려 밖을 빠르게 훑었다.
순간 두 노인의 안색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객잔 전체를 감싸고 있다. 흐르던 바람조차 비켜갈 정도다.
지나가는 행인들처럼 대수롭지 않은 눈빛으로 객잔 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다.
소서노인이 그들을 향해 싸늘하게 소리쳤다.
“웬 놈들…….”
그때 진용이 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시죠. 공연한 소란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진용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입구에서, 창문 쪽에서 고개를 삐죽거리던 사람들이 소리도 없이 바람처럼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 열한 명.
그들을 바라본 두 노인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표정은 점차 놀람으로 바뀌어갔다.
하나같이 절정의 경지를 오래전에 맛본 고수들이다. 개중에 몇 명은 자신들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진정한 고수.
그들을 바라보던 소서노인이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정말…… 십절검존이시오?”
유태청이 말했다.
“만나서 반갑소. 유태청이라 하오.”
‘젠장, 진짜잖아!’
소서노인은 놀람을 억누르고 유태청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십절검존 유태청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 이름에 걸맞은 강한 기운은커녕 평범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허깨비를 바라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더 기이한 것은, 눈이 마주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부드러움이 자신의 정신을 옥죄어온다는 것이다.
소서노인의 작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답답한 가슴.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대체 뭐지? 뭐기에 자신의 가슴을 이리도 한없이 작게 오그라뜨리는 것이지?
십절검존 유태청. 단지 그의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무공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이 보기에 유태청은 놀랍게도 무공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건… 무공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이게 십절검존?’
소서노인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무공을…… 잃었소?”
유태청이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삼 년의 목숨은 건졌소.”
“대체 누가……?”
유태청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듯 웃음마저 띤 채.
“그보다, 새로 온 손님도 있으니 음식을 더 내줬으면 싶소만.”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입가로 흘렀다.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그제야 소서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내 다른 것은 몰라도 포자 하나만은 누구 못지않소이다. 곧 내올 테니 좀 기다리시구려.”
그가 여전히 긴장해 있는 돈화파파를 돌아다보았다.
“임자도 가서 고기 좀 가져와.”
“내가 왜? 여기는 영감 집이잖아.”
“돈은 따로 계산해서 줄 테니 잔말 말고 가져와.”
“뭐, 그렇다면야…….”
돈화파파가 잔뜩 긴장한 채 밖으로 나가자 소서노인은 다시 한번 유태청을 바라보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다 멈칫,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거세게 떨었다.
‘설마…… 무상력?’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털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럴 리가 없어. 무공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열한 명마저 탁자를 차지하고 앉자 대포객잔이 거의 다 차다시피 했다.
그들은 진용 등이 앉아 있는 탁자를 바라보고는 말을 잊었다.
진용이고 유태청이고,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율천기는 그리 생각했다.
‘흠, 포자들을 아주 좋아하는군.’
포은상도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접시에 수북이 쌓인 포자가 나왔다. 어떤 것은 통에 그대로 담긴 것도 있었다. 역시 열 종류나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돈화파파가 은은한 향기가 나는 양육을 가지고 객잔으로 들어왔다.
소서노인은 돈화파파가 들어오자 객잔의 문을 걸어 잠그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진용이 있는 탁자로 다가왔다.
털썩, 옆쪽의 탁자에서 의자를 하나 빼 앉은 소서노인이 도저히 궁금해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유태청에게 물었다.
“무상력이었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유태청은 그가 왜 묻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조금 전에 보았던 소서노인의 떨리는 눈. 왠지 모르지만 그는 심한 충격을 받은 듯했었다.
아마 그 때문에 묻는 것일 터였다.
그런데 궁극(窮極)의 무공이라는 무상력이라니…….
유태청은 고개를 저었다.
“허허허, 내 무슨 재주가 있어 무상력을 익힐 수 있었겠소? 그냥 무공이 사라지다 보니 욕심도 사라져서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뿐이오.”
“하지만 무상력이 아니고서야 어찌 무공을 잃은 몸으로 이 늙은이의 정신을 제압할 수가 있단 말이오?”
유태청이 조용히 미소 짓는 표정으로 소서노인을 바라보더니 진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찌 생각하는가?”
“글쎄요. 무상력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유 어르신의 정신적 능력이 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응? 무얼 보고 그리 생각하는 건가?”
진용은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저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능력이 두어 가지 있습니다. 어르신도 아시겠지만.”
“그래, 그건 그렇지.”
유태청이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냈다.
“그중 정신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서, 그걸 이용하고 조절해 펼칠 수 있는 능력이 하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