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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47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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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47화

 

147화

 

 

 

 

 

 

 

효정이 인상을 찡그리더니 천천히 생각을 더듬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제였지요. 다 무너진 사당이 보이기에 쉬어가려다 괴이한 자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다섯이었는데, 무너진 사당에서 제를 올리고 있더군요. 가끔 봐온 거라서 그러려니 하고 들어갔더니, 그들이 갑자기 덤벼들었습니다.”

 

효정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차마 못할 말을 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단의 커다란 항아리에 사람의 피로 보이는 붉은 선혈이 담겨 있었는데, 아마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다 들켰기 때문에 본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는 것 같았습니다.”

 

효정이 말을 맺자 청년승 원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들의 말로는 혈신께서 재림했으니 제물을 올린다나 뭐라나 했습니다. 효정 사숙께서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그들 중 한 사람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아마 소승들은 모두 죽었을지도…….”

 

효정이 몸을 던져 막은 덕분에 청년승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청년승은 그때의 광경이 생각나는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소림의 십팔나한 중 한 사람이자 진용이 보기에도 대단한 고수로 보이는 효정을 곤란하게 만든 사람. 소림승이 몸을 떨 정도의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자. 그자들이 누굴까?

 

진용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단한 무공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효정이 무명의 고수에게 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혈신!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그 이름 때문이었다.

 

혈신이라는 이름을 가로챈 서신에서 우연찮게 본 것이 한 달 전이었다. 그리고 오늘 또 혈신에 대한 말을 들었다.

 

“한번 알아보는 게 어떻겠나?”

 

유태청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진용을 보며 말했다.

 

“변수가 될지도 모르니 그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고, 햇빛은 따사롭기만 했다.

 

마차는 누렇게 익은 보릿대가 황금 물결을 일으키는 평원 사이의 관도를 종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만붕성의 외벽 중 하나인 적혈문을 봉문시킨 지 닷새가 지난 날이었다.

 

진용 일행과 세 소림승을 태운 마차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정양성에 들어설 수 있었다.

 

효정과 원 자 배의 두 청년승은 소림의 속가제자가 주인으로 있는 수경산장으로 가겠다며 정양에 들어서자마자 마차를 떠나갔다.

 

그리고 진용 일행은 사도굉의 안내로 대로를 피해서 허름한 집들이 밀집한 뒷골목을 찾아들어 갔다.

 

 

 

“전에 들은 말이 있는데, 한번 확인할 겸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네.”

 

 

 

사도굉이 오면서 꼭 확인해 보고 싶다는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결국 일행은 근 한 시진을 헤매고서야 원하던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워워!”

 

두충이 마차를 세우자 정광이 재빨리 내려왔다.

 

“이놈아, 뭔 마차를 그렇게 험하게 모냐?”

 

두충이 뚱한 눈으로 정광을 바라보았다.

 

“그럼 도장님이 몰아볼래요?”

 

“험, 나중에!”

 

간단하게 두충의 말을 뭉개 버린 정광은 바람에 휘날리는 객점의 깃발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정광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다른 곳으로 가지? 아! 저곳이 좋겠군.”

 

“예? 왜요?”

 

두충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정광의 시선을 따라 깃발을 바라보았다.

 

 

 

[포자 전문(包子專門) 대포객잔]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양육 전문(羊肉專門) 대양객잔]

 

 

 

마차에서 내린 진용이 말했다.

 

“설마 명색이 객잔인데 고기를 팔지 않겠습니까? 아마 포자를 유난히 잘 만들어서 저리 써 붙였겠지요.”

 

“흠, 하긴…….”

 

그제야 정광이 왜 다른 데로 가자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안 사람들이 모두 정광을 바라보았다.

 

“뭘 봐?”

 

결국 일행은 포자 전문 대포객점으로 들어갔다. 사도굉이 원했던 그곳으로.

 

끝까지 정광이 대양객잔으로 가려 했다면 아마 사도굉은 정광의 멱살을 잡고서라도 대포객잔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진짜 그가 있을까?’

 

 

 

객점은 겉보기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탁자라고 해봐야 여덟 개. 그중 입구 쪽 두 개의 탁자에만 손님이 앉아 있을 뿐 시간을 생각하면 의외로 한산했다.

 

일행은 허겁지겁 포자를 먹고 있는 손님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들을 지나쳐 빈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곧 점소이가 바쁜 걸음으로 다가오자 진용이 물었다.

 

“여기는 포자만 됩니까?”

 

점소이가 무슨 소리냐는 듯 수십 가지나 되는 음식의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진용의 말대로였다. 포자뿐만이 아니고 다른 음식도 얼마든지 됐다.

 

정광이 점소이의 말을 잘랐다.

 

“나는 회과육(回鍋肉)!”

 

점소이가 정광을 노려보고는 다시 음식 이름을 늘어놓으려 하자 진용이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밖을 보니 포자 전문이라 쓰여 있던데…….”

 

점소이가 씩 웃었다.

 

“포자도 종류가 여러 가지입죠. 저희 대포객점의 자랑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이번에는 운아영이 탁자에 쾅 소리가 나도록 검을 내려놓아 그의 입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꼭…… 그 미친 할망구만큼이나 덩치가 큰 계집이네.’

 

진용이 얼어붙은 그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생각해서 대충 가져와요.”

 

이각 후, 점소이가 세 차례에 걸쳐 포자를 가져왔다. 무려 열 종류나 되었다. 탁자가 온통 포자 접시로 뒤덮였다.

 

포자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사람들은 한참 동안 포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점소이의 힘찬 구령이 떨어졌는데도 누구도 포자에 손을 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두충이 슬그머니 넓적한 포자를 하나 집자 그제야 각기 다른 포자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포자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선 맛이 있었다. ‘전문’ 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하나를 마저 삼킨 사람들의 눈이 탁자 위로 일제히 집중되었다. 손을 뻗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유태청마저도 입속에 든 것을 다 삼키기 전에 다른 포자를 집어 들었다.

 

아직 회과육이 나오지 않아 손과 입을 놀리고 있던 정광도 보다 못해 하나를 먹어보더니, 회과육이 나왔는데도 회과육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맛있는 포자를 만드는 집에 왜 손님이 별로 없을까?

 

사람들은 의아했지만, 의문을 풀기 전에 일단 눈앞의 포자를 해치우는 일에 더 신경을 썼다. 오직 사도굉만이 간간이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을 뿐.

 

그런 사도굉에게 진용이 물었다.

 

“포자 맛 때문에 오신 겁니까?”

 

“응?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사도굉이 얼버무리며 다시 포자를 하나 집었다. 하지만 그는 손에 든 포자를 입에 가져가기도 전에 몸이 굳어버렸다.

 

“주인 나와!”

 

갑자기 칼날을 벼린 듯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입구 쪽에서 들려온 것이다.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허겁지겁 포자를 먹던 손님들이 일제히 일어서더니 주방으로 난 문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괴이한 광경에 진용 일행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나가야 하는 건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이미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닌 듯, 곧이어 누군가가 주방 쪽에서 대꾸했다. 굵고 무게감있는 목소리로.

 

“망할 할망구야! 왜 또 지랄이야!”

 

“오늘은 끝장을 내자, 이 꼬부랑 늙은이!”

 

“흥! 누가 마다할 줄 알고? 언제는 끝장낸다고 안 했나?”

 

주방에서 코웃음과 함께 바짝 마른 데다 잘해야 다섯 자나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왜소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에 입구 쪽에서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이 입구를 꽉 채운 채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몸집의 노파였다.

 

진용 일행은 입을 쩍 벌리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이럴 수가!

 

사람과 목소리가 완전 반대였다. 자신들이 잘못 듣지 않았나 귀를 후벼 파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 정도였다.

 

오직 한 사람만 빼고.

 

“진짜였어.”

 

일행의 고개가 일제히 사도굉을 향했다.

 

진용이 물었다.

 

“아시는 분들입니까?”

 

“나도 말만 들었다네.”

 

사도굉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하려는데, 다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객잔을 뒤흔들었다.

 

“꼬부랑 늙은이, 너 때문에 우리 가게가 장사가 안 되잖아!”

 

“내가 손님들을 이곳으로 오라고 했나? 웬 트집이야!”

 

“늙은이가 꼬시지 않았으면 저런 단체 손님이 이곳으로 올 리가 없잖아?”

 

“킁! 억지를 써도 정도껏 써, 이 덩치만 큰 망할 할망구야!”

 

“뭐야? 이 강아지 같은 영감이!”

 

“좌우간 덩치 큰 여자치고 속 빈 포자 아닌 여자가 없다니까. 상대를 하는 내가 미쳤…….”

 

그때였다.

 

쾅!

 

“뭐라구요? 이봐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노인과 노파의 고개가 번개처럼 진용 일행을 행했다.

 

운아영이 커다란 장검을 움켜쥐고 일어서 있었다.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제가 웬만하면 참겠는데, 왜 여자 덩치 큰 것 가지고 뭐라 하는 거죠?”

 

씩씩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두 노인의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뜩였다. 

 

덩치가 작은 노인이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운아영을 바라보는 반면, 노파는 몽롱한 눈빛으로 운아영의 전신을 훑어봤다.

 

유태청이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를 말렸다.

 

“아영아, 그만 앉아라.”

 

유태청의 말에 씩씩거리며 덩치가 작은 노인을 노려보던 운아영이 고개를 돌리고 입을 한 자는 내밀었다.

 

“할아버지, 저 생쥐처럼 쬐끄만 노인이…….”

 

갑자기 입구를 막고 있던 노파가 웃음을 터뜨렸다.

 

“오호호호! 정말 똑똑한 아이구나! 저 늙은이의 옛날 별명을 알다니 말이야!”

 

쬐끄만 노인, 소서(小鼠)노인은 그러잖아도 작은 눈을 더욱 작게 뜨고 운아영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돈화(豚花) 할망구보다는 낫군.”

 

비대한 노파, 돈화파파의 쭉 찢어진 눈이 더욱 길게 찢어졌다.

 

“이 쥐새끼 같은 늙은이가!”

 

갑자기 돈화파파의 곁에 있던 탁자가 뒤로 주욱 밀려났다.

 

소서노인의 곁에 있던 탁자도 한쪽으로 밀려났다.

 

차이라면 부서지며 물러난 것과 멀쩡히 물러났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도 객점을 완전히 부술 생각은 없는지 두 노인은 자신들의 일 장 반경 밖으로는 기운을 내뿜지 않았다.

 

두 노인의 말싸움을 듣고 있던 사도굉이 반쯤 목에 걸려 있던 말을 내뱉었다.

 

“진짜 광소쌍마(廣小雙魔)야.”

 

진용이 놀란 표정으로 사도굉에게 물었다.

 

“저 두 분이 혼세십팔마 중의 광소쌍마란 말입니까?”

 

“바로 그들이네. 죽었다 소문났는데, 이곳에 있었군.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설마 했었는데 말이야.”

 

“그럼 그걸 확인하려고 이곳에 오자고 하신 겁니까?”

 

“뭐 그런 셈이지. 하도 궁금해서…….”

 

진용이 대치하고 있는 광소쌍마를 다시 바라보았다.

 

“두 분이 부부라고 들었습니다만.”

 

“맞네. 부부는 부부지. 평생 싸우기만 해서 그렇지.”

 

진용과 사도굉의 대화가 이어지자 소서노인과 돈화파파가 홱 고개를 돌려 진용 일행을 바라보았다.

 

“너는 누군데 우릴 아는 거냐?”

 

소서노인이 물었다.

 

진용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저는 고진용이라 합니다.”

 

당연히 두 노인은 진용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두 노인의 눈이 사도굉에게 향했다. 와중에도 사도굉 옆에서 포자를 하나 집어먹으려던 정광이 뜨끔한 표정으로 불쑥 소리쳤다.

 

“뭘 보슈!”

 

소서노인이 어이없다는 듯 조그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봐야 그 눈이 그 눈이었지만.

 

“웃기는 놈이군. 너 도사 맞아?”

 

“사부님이 도사외다.”

 

정광의 퉁명한 대답에 돈화파파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킬킬킬! 그놈, 수모(水母:해파리) 같은 입으로 대답도 괴상하게 하는군.”

 

수모 같은 입?

 

정광이 굳은 얼굴로 돈화파파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사도굉에게 슬며시 물었다.

 

“수모가 뭐요?”

 

사도굉이 정광의 귀에 대고 뭐라 속삭였다. 그러자 정광이 벌떡 일어서더니 돈화파파를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래도 여도우가 사람 보는 눈은 있구려.”

 

객잔에 썰렁한 바람이 불었다.

 

사도굉이 뭐라 했기에 정광이 저러는 것일까? 

 

사람들이 사도굉을 바라보았다. 어깨만 으쓱한 사도굉이 실쭉 웃으며 나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소서노인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누군지 알고도 누구 하나 겁내는 사람이 없다. 그저 옆집 노인하고 농담 따먹기나 하는 것 같은 행동들이다.

 

감히 자신과 돈화파파의 말싸움에 끼어들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다니.

 

건방진 놈들!

 

그는 한여름에 얼음장이 허공에 둥둥 떠다닐 정도로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늙은 놈이나 젊은 놈이나 겁이 없기는 마찬가지군. 대가리에 구멍을 내고 골을 파먹어야 정신이 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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