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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4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4화

 제2장 혼동 (1)

 

[판타지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르미스님.]

 

“후우…….”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도 다시 판월에 접속한 나는 갑자기 변한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긴 또 어디래…….”

내가 분명 로그아웃했던 곳은 초보마을 외곽지역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전혀 다른 마을 한복판이었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마을 안에는 검과 방어구를 착용한 채 돌아다니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었고, 머리 위에 당당히 ‘N’표시를 하고 있는 NPC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앞에 놓인 하나의 푯말.

 

-초보마을 ‘루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프리즈-

 

한마디로 이곳이 판월을 처음 시작할 때 등록되는 마을이라는 것. 그럼 아까 갔던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안녕하세요. 카르미스님~!”

“엥?”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갑자기 내 아이디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는 손바닥만 한 요정 페어리가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너는…….”

“저는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도와드리는 튜토리얼 NPC 아이리스예요. 반갑습니다.”

“어, 그, 그래.”

어째서 아까는 나오지 않던 튜토리얼 NPC가 이제 나오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아까는 이 마을이 아니었다. NPC와 유저들의 구분도 없었으며, 지금처럼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할 정도로 현실감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아! 퀘스트 창 오픈!”

혹시 몰라 아까 열리지 않았던 창들을 하나둘씩 오픈해 보았고, 하나도 빠짐없이 제대로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르미스님,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어요? 모두 마치실 경우 회복물약 10개를 선물로 드리지만, 그냥 넘기시면 아무런 아이템도 지급해 드릴 수 없어요.”

“아, 진행해야지.”

아직도 정신이 오락가락했지만, 그래도 튜토리얼을 해야 물약을 얻을 수 있었기에 서둘러 승낙한 나는 곧바로 어디론가 이동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긴…….”

“튜토리얼 초급 수련장이에요. 우선 걷기와 달리기, 아이템을 줍고 버리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아아.”

역시 초보자를 위한 튜토리얼답게 아주 간단한 것들만 몇 가지 알려주었고, 이윽고 중급 수련장에서는 상태 창이나 인벤토리 등, 그것들을 여는 방법과 명령어를 바꾸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고급 수련장이에요. 눈앞에 보이는 슬라임을 잡아보세요. 참고로, 가지고 계신 모든 엑티브 스킬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아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슬라임을 향해 연속 베기를 먹인 후, 소모된 MP를 채우고 다시 연속 찌르기로 마무리하였다.

“잘하셨어요! 이제 튜토리얼의 모든 과정을 끝마치셨어요. 선물로 초급 회복물약 10개와 약간의 경험치를 드리겠어요.”

 

[튜토리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보상으로 초급 회복물약 10개가 인벤토리에 추가되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보상으로 경험치 100을 얻으셨습니다.]

 

파아앗~!

 

[레벨 업 하였습니다. 상태 창과 스킬 창에서 보너스 포인트를 확인하세요.]

 

퀘스트를 완료함과 동시에 레벨 업을 알리는 빛이 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흐음.”

다른 유저였다면 자신의 몸이 빛나는 순간 감탄사를 내뱉겠지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아까 갔던 곳. 그곳과 지금 이곳이 다른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은 가상게임이라는 것을 인지할 정도로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만, 아까 경함했던 세계는 실제와 다름없을 정도의 현실감이 있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몸에서 빛이 나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도대체 뭐지? 진짜 꿈이라도 꾼 건가?’

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일부지만 능력 창을 오픈할 수 있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며 로그아웃까지 가능한 걸로 봐서는 가상현실세계가 분명한데, 그때 느꼈던 엄청난 현실감이 본능적으로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아~! 몰라. 사냥이나 가야지.”

더 고민해 봤자 소용없음을 느낀 나는 곧바로 마을 밖으로 향하였다.

우글우글.

“역시…….”

마을 주변에는 수백 마리의 토끼와 사슴들이 초원의 풀을 뜯고 있었고, 그것을 사냥하는 유저들 역시 수십 명이 눈에 들어왔다.

“으윽! 사냥하자! 사냥!”

또다시 아까의 세계와 혼동이 온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린 뒤 주변에 널린 토끼와 사슴들을 잡기 시작했다.

“연속 베기!”

쉬쉭~!

“연속 찌르기~!”

파팟!

단 두 개의 스킬이었지만, 난 MP가 차는 데로 계속 사용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스킬 포인트를 찍어야 레벨이 오른다지만, 익숙해져야 그만큼 스킬을 사용함에 있어 그 활용도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었는지, 한 시간 정도 사냥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연속 베기는 스킬 명을 외쳤을 때, 곧바로 검을 든 오른팔만 움직여 빠르게 베는 반면, 연속 찌르기는 몸을 뒤로 잠시 젖혔다가 앞으로 내밀며 찔러간다는 점이다.

팔만 휘두르는 베기의 경우 어떤 자세에서든 활용이 가능하지만, 찌르기는 몸을 뒤로 젖힐 수 있게 자세를 잡아주지 않으면 발동되지 않았다.

대신, 그 속도 면에서는 베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공격력 역시 베기보다 강했기에 그만큼 두 스킬 간의 장단점이 존재했다.

둘 중 어떤 곳에 스킬을 투자할까 고민하던 나는 결국 한쪽만 선택할 수 없어서 둘 다 균등하게 포인트를 분배했다.

“어디보다… 상태 창 오픈!”

 

[카르미스] - 호칭 없음

 

[레벨] 10 [직업] 없음

[명성] 0 [성향] 무

 

[HP] 52/52 [MP] 13/13

 

[ 힘 ] 20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물리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방어] 9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체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H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민첩]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원거리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재주]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가 증가합니다.

[감각]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의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지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마법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지혜]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M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 운 ] 1 - 이 수치가 높을수록 크리티컬 확률이 증가합니다.

 

[Bonus Status] 0 - 레벨 업 시 1포인트씩 주어집니다.

 

한 시간 동안 사냥에만 열중해서인지 벌써 1차 전직이 가능한 10레벨이 되어 있었다.

보너스 스탯은 대부분 힘에 투자하였고, 방어도 조금 찍어주었다. 가끔 사슴이 머리에 난 뿔로 들이받는데, 그게 의외로 HP가 많이 깎였기 때문이다.

HP는 굳이 체력을 찍지 않아도 레벨 업 시 조금씩 상승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듣기로는 체력이 높으면 레벨 업 시 상승하는 HP량도 많아진다는데, 어차피 처음부터 힘을 찍었으니 이제 와 HP를 찍기도 뭐했기에 앞으로도 찍지 않을 생각이다.

솔직히 HP 500이나 1,000이나 회복물약 한두 개면 똑같은 거 아닌가? PK때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나야 몬스터 사냥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일이니 별 상관없었다.

“스킬창 오픈!”

 

[액티브 스킬]

연속 베기 Lv.5 - 빠른 속도로 검을 세 번 휘두른다. MP3소모

연속 찌르기 Lv.5 - 빠른 속도로 검을 세 번 찌른다. MP3소모

 

[패시브 스킬]

명상 Lv.1 - 앉아 있는 동안 HP/MP의 회복치가 상승한다.

천 장비 Lv.1 - 천 옷 장비가 가능하며, 장비 시 HP/MP 회복속도가 상승한다.

 

[스킬 포인트] - 1

 

역시 오랜 고민 끝에 두 엑티브 스킬을 균등하게 5레벨씩 투자하였고, 스킬레벨이 상승해서인지 두 번씩 베고 찌르던 것이 이제는 세 번으로 증가하였다.

남은 1포인트는 남겨두었다. 전직하면 새로운 스킬이 생길 테니, 거기에 찍을 생각이었다.

태현은 1차 전직까지 스킬 포인트를 남겨두었다가, 새로 생긴 스킬들 중 최대한 범위공격 스킬에 모든 스킬 포인트를 몰아주라고 들었지만, 나한테는 하등 상관없었다.

예전부터 온라인 게임을 할 때마다 정석 스탯, 정석 스킬트리라는 것이 있었지만, 거기에 맞춰 찍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잡다한 스킬과 스탯을 보유한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었지만, 덕분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캐릭이 되었으니 나름 만족하며 즐겨왔다.

“전직소가… 저쪽이군.”

지도를 보며 전직하는 곳을 알아낸 나는 그대로 웅장한 기사 동상이 세워져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끼이익!

“어서 오세요. 루펜 전사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전직소는 총 다섯 군데가 있었다.

전사 길드, 마법사 길드, 도둑 길드, 상인 길드, 모험가 길드로 나뉘어져 있었고, 각 길드마다 수십 종류의 직업 선택이 가능했다.

“전직하러 왔는데요.”

“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안내원으로 보이는 여성 NPC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2층에 놓인 방으로 데려갔다.

“이곳에서 자격을 테스트 받으시면 됩니다.”

“아, 네.”

이미 적진 과정에 대해서도 전부 들었기 때문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음? 전직하러 왔는가?”

“네.”

방 안에는 턱수염이 멋들어지게 나있는 중년남성 NPC가 날 맞이했다.

“음… 좋아. 자격은 충분하군. 이 서류에 자네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있으니 읽어보고, 거기에 맞는 테스트를 거치면…….”

“검사로 하겠습니다.”

“내 말 안 끝났네.”

“그냥 검사 할래요.”

어차피 힘 위주로 찍었기 때문에 서류에도 당연히 검사가 있을 것이다. 애초부터 검사 말고 그 어떤 직업도 관심 없었기에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알았네. 그럼, 내가 주는 테스트를 끝마치면 바로 전직할 수 있네.”

“네.”

“테스트는 근처 숲에 서식하는 오크를 잡아 그것을 증명하는 이빨을 가져오는 것이네. 하겠나?”

 

[1차 전직 퀘스트 ‘검사의 길’이 발동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NPC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직 퀘스트가 추가되었다. 당연히 해야겠지.

“네.”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 창을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받은 나는 곧바로 전사 길드를 나와 내용을 살펴보았다.

 

[1차 전직 퀘스트 - 검사의 길]

검사로 전직하기 위한 전사 길드장 보모스의 테스트.

마을 근처 숲에 서식하는 오크들을 사냥하여 ‘오크의 이빨’을 획득하라.

오크의 이빨 0/1

퀘스트 보상 : 1차 전직(검사)

 

“휴우… 왜 하필 오크야?”

꿈인지, 다른 마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곳에서 오크와의 끔찍한 추억이 떠오르자 자연스레 몸이 떨려왔다.

“오늘은 전직까지만 하고 쉬어야겠어.”

열심히 사냥하며 혼란스러운 머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판월을 계속 해나갈수록 점점 두 세계가 비교되었기에 서둘러 전직한 뒤 잘 생각이었다.

이윽고 토끼와 사슴을 지나쳐 숲속 깊은 곳에 도착한 나는 한 마리의 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취익~! 인간! 죽인다!”

“젠장!”

오크에게 두 번 죽었던 기억 때문인지, 그 공포에 두 다리가 떨렸지만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연속 베기!”

쉬쉬쉭~!

“꾸에엑~!”

오크가 달려드는 것을 옆으로 피하며 스킬을 사용한 나는 너무 쉽게 쓰러지는 오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 뭐야? 오크가 이렇게 약했나?”

실제 오크를 공격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다소 억울한 감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전직은 해야 했기에 서둘러 오크 시체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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