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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3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35화

 

135화

 

 

 

 

 

 

 

진용은 풍림당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직언을 서슴지 않다가 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공손각에게 풍림당의 도움에 대해 적은 서신을 보낸 터였다. 어쩌면 지금쯤 적절한 조처가 취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용의 말에 추진상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며칠 전 북경에서 긴급으로 전해온 소식이 생각난 것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금의위에 갇혔던 동료들 중 죄상이 가벼운 사람들은 풀려났다네.”

 

 

 

“금의위에 갇혔던 동료들이 풀려난 일…… 혹시 고 천호와 관계있소?”

 

진용이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받은 것만큼 돌려주는 버릇이 있지요. 운 당주께 받은 도움이 적지 않으니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추진상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동료의 어려움을 해소해 준 사람에게 얼굴을 굳힐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도 돈 깎아준다는 말은 죽어도 하지 않았다. 

 

아까워서가 아니다. 이미 받은 돈은 다 써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올지 모르니 받아야 할 돈도 깎아줄 수가 없었다.

 

대신 더는 안 받기로 했다.

 

“험, 돈 문제야 개인적인 일이니 그만 하면 됐고……. 일단 고맙다는 말부터 하겠소. 그럼 말해보시오. 누구에게 무슨 연락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오?”

 

역시 강적이었다. 그 정도면 깎아준다는 말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말도 꺼내지 못하게 못을 박아버린다.

 

진용은 내심 혀를 내두르며 유태청이 써준 열네 장의 서신을 내밀었다.

 

“이 이름이 적힌 사람들을 찾아서 서신을 전해주면 됩니다.”

 

 

 

 

 

4

 

 

 

 

 

또다시 중원무림이 들썩였다.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충격파였다.

 

―남궁세가가 천혈교의 공격을 받았다.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치고, 전각은 밤새 불타올랐다. 천혈교의 마제 등우광이 선두에 서서 남궁세가를 유린했다!

 

충격파가 중원 전체로 퍼져 나가는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정천무맹의 총단에는 이틀 만에 알려졌다. 수백 마리의 전서구가 한꺼번에 날아들어 밀은전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남궁창훈은 제갈운문이 급히 들고 온 서신을 펴 든 채 눈을 감았다. 그의 눈 가장자리가 격정을 참지 못해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석장진이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봐서 알겠지만, 등우광이 나섰다고 하네.”

 

“마제 등우광…….”

 

“가봐야 하지 않겠나?”

 

“내가 간다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

 

“그래도…….”

 

남궁창훈이 떨림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눈을 떴다.

 

“탕마단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석장진의 눈도 가늘게 떨렸다. 남궁창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정무총련회의를 소집하겠네.”

 

“맹주.”

 

“비웃겠지? 그래도 상관없네. 후후후후, 천혈교, 무서운 놈들이야. 이제야 확실히 알겠네. 종남과 다른 두 곳을 공격한 놈들은 천혈교가 아니었어.”

 

석장진이 눈을 부릅떴다. 남궁창훈의 확신에 의아하다는 눈빛이다.

 

“놈들은 그 일로 인해 본 맹과 천제성의 공격을 받을 상황이 되었는데도 오히려 그 상황을 역이용해 버렸어.”

 

“무슨 말인가?”

 

옆에 있던 제갈운문이 말했다.

 

“본 맹을 격동시키려 했다면 처음부터 일을 크게 터뜨렸을 겁니다. 지금처럼. 하지만 종남을 친 자들은 그러지 않았지요. 그런데, 천혈교는 남궁세가를 쳤습니다. 보란 듯이. 자신들은 그따위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맹주께, 아니, 본 맹에 말을 남겼지요.”

 

그랬다. 등우광은 남궁세가의 현판에 한 장의 서신을 꽂아놓았다.

 

 

 

[우리는 정천무맹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명쓰는 것 또한 싫다. 분명히 말하지만, 종남을 비롯해 삼파와 얽힌 일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남궁세가의 본가를 친 자들이다. 굳이 변명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천혈교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또 다른 적이 있다는 말.

 

이번 일로 천혈교가 얻은 이익은 적지 않았다.

 

자신들의 강함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적이 있음을 알렸다. 게다가 정천무맹은 확인도 하지 않고 천혈교를 치려한 성질 급한 싸움꾼으로 전락했다.

 

물론 남궁세가가 당했으니 정천무맹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총공세를 펼칠 수는 없을 터. 천혈교는 남궁세가를 치고도 오히려 정천무맹의 입지를 약화시킨 것이다.

 

남궁창훈은 전의가 불타올랐다.

 

네놈들이 감히 본 가를 짓밟다니! 용서치 않으리라! 

 

 

 

 

 

6

 

 

 

 

 

남궁세가에 대한 소식은 방성에도 전해졌다. 진용 일행이 머무른 지 삼 일째 되던 날이었다.

 

“어찌 생각하나?”

 

유태청이 물었다.

 

“남궁 맹주가 어렵게 되었군요.”

 

진용이 곤혹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정광이 나섰다.

 

“뭐가 어렵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냥 놈들을 치면 되지!”

 

“세상사가 그렇게 쉽게만 되면 무슨 걱정이겠냐? 쯔쯔쯔……. 단순하기는…….”

 

사도굉이 말도 안 된다는 듯 혀를 찼다. 

 

정광이 눈을 부라리며 혀를 차는 사도굉을 노려보았다. 금방이라도 입을 꿰매 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뭘 봐? 얼씨구? 잘하면 치겠다.”

 

두 사람이 투닥거리자, 속으로 한숨을 쉰 진용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공격을 늦추자고 해왔는데, 이제 와서 공격하자고 하면 장로들이 비웃을 겁니다. 남들이 당했을 때는 기다리자고 하더니, 자신이 당하니 공격하자고 한다면서요. 더구나 상황을 이해한 자들은 뒤에 또 다른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테니 미적거리기까지 할 테고 말입니다.”

 

“젠장, 뭐 그리 복잡해? 그냥 싸우자고 하면 싸우면 되는 것이지.”

 

정광이 다시 툭 말을 내뱉고는 입을 닫았다. 자기의 머리로는 이해 불가능하다는 듯.

 

“어쨌든 남궁 맹주마저 나선 이상 탕마단의 결성은 더욱 빨라질 것이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아마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게 될 터, 장로들도 이제 그를 자신들 마음대로 어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야 될 거네.”

 

진용도 유태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천무맹주 남궁창훈. 자신이 본 그는 결코 구파의 장로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머리가 아픕니다. 이제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 감을 잡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상황이 급박해지면 정보라는 것도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정보를 받아봤을 때는 이미 상황이 변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어르신, 모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진용의 물음에 유태청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아마 열은 되지 않을까 하네.”

 

열 명으로 뭘 하겠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이는 사람들이 유태청이 인정한 사람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당백, 아니 일당천의 고수들이라면.

 

더구나 자신은 전면전을 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모이면 바로 움직일까 합니다.”

 

진용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제 내 차례다, 구양무경!

 

 

 

방을 나서자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이제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 그 아이가 바로 정광의 호적수, 추예상이었다.

 

지난 삼 일, 정광은 추예상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온갖 귀여운(?) 짓을 다했다.

 

이유는 하나, 할아버지라는 말을 아저씨로 바꾸기 위해서다.

 

수염도 싹 밀고, 옷도 빨아 입었다. 머리도 손질하고, 어디서 구했는지 도관은 아니어도 머리띠까지는 둘러맸다.

 

옛날이야기, 술래잡기는 보통이고, 엉덩이로 글씨 쓰는 놀이까지 하며 같이 놀아주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자 상아가 말을 바꾸었다.

 

“오! 우리 상아, 놀고 있었네?”

 

“어? 도사 할아… 아저씨다! 아저씨, 상아랑 놀자!”

 

“음하하! 그래, 뭐 하고 놀까?”

 

“목마 태워줘.”

 

“그럴까? 좋아! 이리 온!”

 

두충이 보기에는 꼭 호랑이 등에 올라탄 토끼 같았다. 

 

그래도 두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목을 잡고 토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고, 미친 도사가 정말로 미쳤나 보다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둘이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드리워졌다.

 

‘미친 도사가 제정신을 차려가는가 보군’ 하면서.

 

상아와 함께 있을 때면, 정광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눈빛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두충이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러고 있으니, 꼭 진짜 순진한 소처럼 보이네.”

 

정광이 홱 고개를 돌려 두충을 바라보았다.

 

두충이 절대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아닐 터.

 

뭐라? 나를 미련한 소라고?!

 

그때, 출렁!

 

갑자기 머리카락이 앞을 가리더니 상아의 귀여운 얼굴이 보인다.

 

목 위에서 고개를 숙인 상아가 말했다.

 

“맞아, 도사 아저씨는 소야! 상아는 소가 좋아. 헤헤헤…….”

 

“어? 어. 도사 아저씨는 이제부터 소다. 소! 우허허헝!”

 

상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광이 언제 눈을 부라렸냐는 듯 소 울음소리를 내며 껑충거린다.

 

두충은 재빨리 몸을 돌리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 저 도사가 미친 도사 정광 맞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용은 슬그머니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정광이 부드러워졌다. 화두를 붙잡고 씨름만 하던 그가 아니다. 그만큼 강해졌다는 말.

 

‘잘하면 진짜 도사가 될지도 모르겠군.’

 

 

 

 

 

7

 

 

 

 

 

추진상을 통해, 정확히는 풍림당을 통해 금의위에 연락이 취해진 지 닷새, 금의위에서 두 사람이 진용을 찾아왔다.

 

그중 한 사람은 송시명이었다. 

 

뜻밖의 사람이 찾아오자 진용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송시명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오, 수천호령사.”

 

“진무사(鎭無司)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동창의 움직임을 보고받고 도독께서 보내셨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나 보오.”

 

“도독께서는 안녕하십니까?”

 

“그 양반이야 여전히 대가 세다오.”

 

“동창이 저 때문에 움직였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물론이오. 그 때문에 도독께서 왕 태감에게 한마디 하셨소. 계속 수작질하면 왕효의 머리를 다 뽑아버리겠다고 말이오.”

 

문득 서신에 적혔던 대머리란 말이 생각나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정말 그리 말했단 말씀입니까?”

 

“도독께선 지금껏 한 번도 빈말을 한 적이 없다오. 그러니 왕효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송시명이 말을 끌었다. 진용은 의아한 눈으로 송시명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절대 말을 끄는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심각한 눈빛을 품은 채로는 더욱더.

 

그가 말했다.

 

“혹시 초연향이라는 여인을 잘 아시오?”

 

진용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어떻게 초연향을 알고 있는 것이지?

 

송시명이 초연향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진용은 다급한 마음을 억누르고 나직이 물었다.

 

“진무사께서 어떻게 그 이름을 아십니까?”

 

“북경에서 한밤중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소. 구룡상방에선 추밀단에 이어, 척살대라는 혈룡단까지 풀었소. 그들이 쫓는 사람은 둘. 한 사람은 구룡상방의 하군상, 또 하나는 초연향이라는 여인이라 하오. 육천호가 말하길 하군상과 초연향을 수천호령사가 잘 안다 들었소만…….”

 

그는 말을 하다말고 흠칫, 몸을 떨었다.

 

진용에게서 흘러나온 기운, 한기가 전신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오싹한 기분.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맙소사! 이 정도였단 말인가?’

 

솔직히 자신보다 강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 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항거할 수 없는 기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가 없다.

 

“수천… 호… 령사…….”

 

그가 가까스로 입을 열자, 그제야 진용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기운을 억눌렀다.

 

“죄송합니다, 진무사.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 수 있겠습니까? 초 소저는…… 제 여인입니다.”

 

말이 떨려 나왔다. 도저히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막상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분노에 휩싸였다.

 

‘하주령, 끝내 네가 나를 분노케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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