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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2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25화

 

125화

 

 

 

 

 

 

 

* * *

 

 

 

백리양이 보고를 받은 것은 이각 전이었다.

 

 

 

“유 노사 어른과 고진용이라는 서생이 일행 일곱을 이끌고 무양에 들어섰습니다. 행로로 봐서는 곧바로 본 산장으로 오실 것 같습니다.”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들의 행적은 정천무맹을 떠나면서부터 하루에 두 번씩 보고를 받고 있었으니까.

 

보고를 받자마자 백리양은 직접 마중을 나왔다.

 

위지홍이 침 마르게 칭찬한 서생이 누군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를 대적할 사람이 천제성에서 다섯을 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때문이기도 했다.

 

‘흥! 일개 나이 어린 서생을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그는 천제성의 서열 구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가 직접 나온 것은, 그의 형님이자 천제성의 수장인 백리성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직접 이곳으로 모셔라. 다른 자가 접촉할 수 없게 말이다.”

 

 

 

일단 수하들에게는 그들이 산장에 도착할 때까지 놔두라고 하고 자신은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왔다.

 

그는 상황을 지켜봤다. 설사 저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도 상관은 없었다. 상대를 파악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테니까.

 

유태청이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을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멋도 모르고 정문을 지키던 무사들이 그들에게 대들었다.

 

백리양은 눈짓으로 무사 여섯을 더 내보냈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일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흥에 겨운 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놈들, 다! 이 도사님 거다! 다른 사람은 손 대지마!”

 

백리양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위지홍이 말한 사람 중 성질이 지랄 맞은 도사가 하나 있다고 했다. 정광이라고 했던가?

 

‘그냥 놔둘까? 수하들을 상하게 하면 그걸 빌미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후후후…….’

 

그때 전음이 들렸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부터 일어난 일은 책임 못 집니다.”

 

역시 알고 있었군. 나설 때가 된 건가?

 

그가 손을 저었다. 손짓에 수하들이 문을 열었다. 

 

도사가 보였다. 

 

그는 도사를 보며 점잖게 입을 열었다. 조금 비꼬아서. 이제 천제성의 고수들이 나왔으니 고개를 숙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다. 선불 맞은 멧돼지가 따로 없다.

 

‘대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안 와? 안 오면 내가 간다!”

 

정광의 신형이 빨랫줄처럼 죽 늘어졌다.

 

순간 백리양의 얼굴이 굳어졌다.

 

‘빠르다!’

 

미처 말대꾸할 시간도 없었다. 검을 빼 들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그는 급한 대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수하가 대경하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콰광!

 

굉음이 일었다. 정광이 튕겨지고, 손을 나눈 두 사람도 튕겨졌다.

 

그제야 사도굉과 비류명과 사마조양도 정광의 옆으로 달려갔다.

 

정광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막지 마! 막으면 그날로 나와 웬수 지는 거야!”

 

백리양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정광을 바라보았다.

 

뭐 저런 도사가 다 있어? 자신의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나?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제성 비천검단의 고수들. 자신의 수하긴 하지만 자신이라 해도 둘을 상대로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들이 바로 저들이다.

 

‘둘이 손을 쓰고도 밀려? 저따위 말코도사에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반쯤 미친 도사가 다시 달려들려 한다.

 

그는 싸늘히 굳은 표정으로 옆구리에 매달린 검을 잡아갔다. 비록 뽑지는 못했지만.

 

힘이 탁 풀리게 하는 음성. 진용이 절대음의 능력을 써서 입을 연 것이다.

 

“싸워도 나중에 싸우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백리양은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신체 반응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 뭐지? 왜 이렇게 힘이 빠지지? 저자가 독을 썼나?’

 

반면에 정광의 고개는 목이 부러지지 않나 걱정이 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갔다. 진용을 바라보는 눈빛에 불길을 담고서.

 

“저놈이 엉.덩.이.라고 했는데도?”

 

‘후, 괜히 그 말을 해서…….’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예,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요.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정광의 눈에 담긴 불길이 서서히 누그러졌다.

 

“나중에? 정말?”

 

진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리양을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나중에 이분 도장님과 비무를 약속해 주시면 조용히 마무리될 것 같은데요.”

 

백리양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일이 요상하게 꼬인다.

 

내가 상대하고 싶은 것은 바로 너야! 내가 왜 저 미친 도사하고 싸워야 되는데!

 

“아니면 그냥 지금 싸우시던가요.”

 

젠장, 그럴 수는 없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은 형님도 알고 계실지 모른다. 일이 잘못되면 욕만 배부르게 얻어먹을 게 분명하다. 물론 욕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끄응! 제기랄, 이게 무슨 꼴이야?’

 

“좋… 소. 그대 말대로 나중에 시간을 내지.”

 

그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광을 한 번 노려본 뒤, 유태청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숙부님 앞에서 못난 꼴을 보인 것 같습니다. 송구하옵니다.”

 

“됐다. 말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 같구나.”

 

제기랄, 예전에 뭐가 어땠는데요?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유태청 앞에서 표를 낼 수는 없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태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용을 바라보았다.

 

“가세. 저 아이가 말을 좀 꼬아서 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렇지, 본성은 나쁘지 않은 아이네.”

 

‘아, 아이? 저도 이제 사십이 넘었단 말입니다, 숙부님!’

 

백리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언뜻 자신 대신 정광과 손을 나누었던 비천검단의 두 사람이 웃는 듯 보인다.

 

게다가 뒤에서 들리는 말. 말. 말…….

 

“그러니까 알고 있었단 말이네?”

 

“알고도 장난 친 거죠, 뭐.”

 

“장난칠 말이 따로 있지, 도장님한테 엉… 소리를 하나 그래?”

 

“두.충!”

 

앞서가는 백리양의 눈빛이 새파랗게 빛났다.

 

‘건방진 놈들! 어디 두고 보자. 조금만 있으면 살려달라고 애원할 놈들이……!’

 

 

 

웅천산장은 겉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무려 백여 장을 걸어 들어가서야 겨우 중앙 본전으로 보이는 커다란 대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웅전]

 

 

 

거대한 대전은 단청을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그래선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건물이 차갑게 느껴졌다.

 

진용은 심각한 표정으로 전체적인 넓이를 가늠해 봤다. 아무리 웅천산장이 무양의 제일 거부라 해도 장원이 지나치게 컸다.

 

‘일개 지부를 이렇게 크게 만든 이유가 뭘까?’

 

삼백이 아니라 삼천 무사라 해도 기거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실제로 진용의 판단에 의하면, 이곳에 기거하고 있는 무사가 족히 일천은 되는 듯했다.

 

본래 기거하는 무사가 칠백이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정천무맹이 몰랐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결론은 간단했다. 삼백의 무사만 파견되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왜 그런 거짓 정보를 퍼뜨렸을까? 단순히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

 

진용의 눈이 깊어졌다.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사이 천웅전에 도착했다. 걸음을 멈춘 백리양이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정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유 숙부님과 고 공자, 두 분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정광과 사도굉이 눈을 부라렸다.

 

“뭐야? 우리는 왜 못 들어가는데?”

 

“그야 이곳의 주인이신 형님께서 그리 명령을 내리셨기 때문이지요.”

 

주인이 안 된다는 데 어쩌랴. 하지만 때로는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는 법.

 

“그럼, 주인을 만나 따져 봐야겠군.”

 

정광이 불퉁거리며 말했다. 백리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따진다? 지금 그 말씀, 천제성에 정식으로 따지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백리양의 옆에 있던 자들도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정광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노려보는 거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정광이다.

 

“못할 게 뭐 있는데?”

 

일촉즉발. 결국 또 진용이 나섰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었다.

 

“도장님, 다른 분들과 함께 가서 쉬고 계셔요.”

 

정광의 볼이 부풀어 올랐다. 진용이 재빨리 백리양에게 물었다.

 

“술과 음식을 준비해 주실 수 있습니까? 미처 식사를 하지 못하고 와서…….”

 

“물론이오. 이곳의 술과 음식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소. 더구나 술은…….”

 

백리양이 미처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정광이 말했다.

 

“뭐, 하는 수 없지. 그럼 우리는 가서 쉬고 있을 테니까 들어갔다 오게. 유 선배님도 오랜만에 조카 분들 만나 반가울 텐데 천천히 이야기 나누고 오시구려. 사도 선배, 갑시다. 뭐해? 너희들도 빨리 와.”

 

“어디로……?”

 

두충이 어물거리며 물었다. 정광이 한결 부드러워진 눈으로 백리양을 바라보았다.

 

“이봐, 백리 아무개, 어디로 가야 하지?”

 

백리양은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된다고 할 때는 그렇게 대들더니, 술과 음식이라는 말에 언제 그랬냐는 표정이다. 침까지 흘리면서.

 

자신의 말이 음식만도 못했던 걸까?

 

“이봐! 저분들 객방으로 모셔다 드려!”

 

백리양이 빽 소리쳤다.

 

 

 

거대한 천웅전 안으로 들어가자 한 사람이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전 안에는 오직 그만이 있었다.

 

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그것이 진용이 본 백리성의 첫인상이었다. 또한 그래서 더욱 무서운 사람으로 보였다.

 

‘저 사람이 천제성의 제검전주 백리성?’

 

키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진용이 지금까지 만난 람 중 유태청을 뺀다면 가장 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남궁창훈보다도. 

 

‘대단한 지군. 십천존만이 최강이 아니라는 유 어르신의 말씀은 틀린 게 아니었어.’

 

십천존을 정식으로 만나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태청을 보고 짐작할 수는 있었다.

 

저자. 결코 십천존에 뒤떨어지는 자가 아니다!

 

“숙부님과 고 공자를 모시고 왔습니다, 형님.”

 

“수고했다. 이제 나가서 볼일을 보거라.”

 

“예. 그럼 숙부님, 편안히 이야기 나누십시오.”

 

백리양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십천존 못지않은 자, 백리성이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조카가 숙부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군. 허허, 벌써 할아버지가 다 되었어.”

 

“얼마 전에 외손자가 태어났지요.”

 

백리성의 대꾸에 유태청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벌써 그렇게 되었어. 벌써…….”

 

그때 하늘거리는 백의궁장을 입은 여인이 실버들 같은 허리를 낭창거리며 들어왔다. 그녀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없이 찻잔을 내려놓더니 맑은 향기가 나는 차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그녀가 뒷걸음질로 나가고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 지 일각이 지났을 무렵, 백리성이 입가의 웃음을 지우며 조용히 말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들었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마침 이곳은 숙부님이 쉬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입니다.”

 

“음…….”

 

유태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언뜻 들으면 나이 먹은 숙부를 염려하는 조카의 따뜻한 말 같았다. 하지만 그 내면에 담긴 뜻은 결코 그런 뜻이 아닌 듯했다.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지 말고 조용히 쉬어라’라고 들린 것이다. 

 

유태청이 백리성의 말뜻을 음미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 진용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식은 찻잔에서 퍼지는 향기를 음미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빠르게 돌고 있었다.

 

‘벽, 천장……. 놀라운 자들이군. 세르탄?’

 

‘어.’

 

‘몇 명인지 알겠어?’

 

‘글쎄, 몇 명이 숨어 있긴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어.’

 

세르탄도 모른다?

 

진용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근접한 자들의 기운을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다니.

 

“실피나…….”

 

진용은 찻잔을 잡아가며 지나가듯이 실피나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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