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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2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2화

 제1장 기이현상 (2)

 

흥분된 어조로 소리치던 나는 곧바로 캡슐로 달려갔다. 판월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들어가는 건가?”

저번에 한 번 해보려다가 등록자 인식이 안 돼 좌절했던 기억을 살려 캡슐을 안으로 들어간 나는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현재 아무도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등록하겠습니까?]

 

“응.”

컴퓨터에게 존댓말 쓸 이유는 없겠지?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던 나는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했다.

 

[인식과정에 앞서, 장애가 있는 분은 증명서를 앞의 스크린에 대주시기 바랍니다. 10초 뒤 인식과정으로 넘어갑니다. 10, 9, 8…….]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만들었을 줄이야… 꽤 놀라운데?

 

[지문을 등록하겠습니다. 스크린에 손바닥을 내주십시오.]

 

“응.”

사실 이런 건 대답할 필요도 없었지만, 드디어 판월을 할 수 있다는 흥분감 때문인지 조용히 침묵하는 게 더 힘들었다.

 

[홍채 인식 중입니다. 3초간 눈을 크게 떠 주십시오.]

 

“흡!”

[삑-! 등록되었습니다.]

 

“휴~!”

단지 눈을 뜨고 있는 건데, 기합까지 지를 필요는 없었나? 아무렴 어떠랴.

 

[음성을 등록하겠습니다. 감기가 걸렸거나 목소리가 변조되었다면 이후 접속에 장애가 올 수 있으니, 다 나은 이후 등록하길 권장합니다. 등록하겠습니까?]

 

“당연하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소의 목소리로 본인의 성함을 말씀해주십시오.]

 

“이현중.”

 

[삑-! 재확인 과정입니다. 다시 한 번 본인의 성함을 말씀해주십시오.]

 

“이현중.”

 

[삑-! 2차 재확인 과정입니다. 다시 한 번 본인의 성함을 말씀해주십시오.]

 

“이현중.”

음성 등록 과정은 앞의 두 개보다 복잡해서인지 총 다섯 번 말하고 나서야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삑-! 모든 음성이 일치합니다. 지금 등록하신 인식과정 중 두 개 이상만 일치하면 접속이 가능하므로, 앞의 스크린을 통해 편하신 방법으로 설정해 주십시오.]

 

“오~ 그렇군.”

아무래도 감기가 걸릴 경우를 대비해 두 가지로 제한한 듯했다. 그게 아니라도 손이나 눈을 다칠 경우도 있을 테고.

아무튼, 손을 들어올리기 귀찮았던 나는 홍채와 음성 인식을 우선적으로 입력한 뒤 바뀌는 스크린을 주시하였다.

 

[회원가입에 따른 서비스 조항입니다. 읽어보시고 동의하시면 바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동의.”

솔직히 저런 걸 누가 읽어보겠는가? 어차피 게임회사도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서비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꼼꼼히 읽고 따질 필요 없다.

 

[캐릭터는 단 하나만 생성 가능하며, 다른 캐릭터를 만드시려면 기존의 캐릭터를 삭제해야 합니다. 현재 이현중 님은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로 만드시겠습니까?]

 

이미 접속하기 전에 인식과정을 거쳐서인지, 계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뭐, 따로 가입할 절차가 없으니 편하고 좋지 뭐.

“응.”

 

[스크린에 보이는 아바타를 원하는 방식으로 수정해 주십시오. 원활한 커뮤니티를 위해 수정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호오~ 신기한데?”

스크린에는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아바타가 서 있었다. 최근 운동을 많이 해서 보기에도 흐뭇한 근육들이 고스란히 표현되었지만, 반바지에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왠지 초라해 보였다.

“흐음… 머리색과 눈동자 색은 붉은색으로 하고, 머리카락 길이는… 허리까지 오는 걸로 할까?”

보아하니 피부를 제외한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은 임의로 조절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주름까지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고, 키와 근육 역시 수정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아바타를 통해 나이를 속이거나, 비매너 행위를 막기 위해 일부러 본래의 모습과 흡사하도록 설정해 둔 것 같았다.

“결국 머리와 눈동자 색을 제외하고는 수정이 불가능하잖아?”

생각보다 심한 제한에 투덜거리던 나는 30여 분이 흐르고 나서야 만족할 만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붉은 전사라… 흐흐흐.”

예전부터 게임을 하면 캐릭터의 머리와 눈동자는 붉은색으로 도배했기에 이번에도 과감히 붉은색으로 통일한 나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릿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캬~! 얼마나 해보고 싶던 스타일이더냐?”

헤어스타일과 색깔만 바뀌었을 뿐, 평소의 내 모습과 별반 차이 없는 아바타를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예전부터 머리를 길러보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여자 같다고 놀릴까봐 일부러 짧게 깎고 다녔었다.

그 이유는 내 생김새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긴 속눈썹. 그리고 오뚝한 콧날과 작은 입술이 마치 여인의 그것과 같아서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자’로 오해받으며 지내왔을 정도였다.

다행히 중학교 이후부터는 스포츠머리 덕분에 그런 오해에서 벗어났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점점 길어지는 내 머리스타일 때문인지 또다시 여자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할 수 없이 일정 길이 이상은 절대 기르지 않았다.

그 뒤로 운동까지 하면서 남자답게 멋진 근육도 만들었지만, 옷을 입으면 별 티도 안 났기에 결국 머리를 기르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비록 가상현실일지라도 그 바람이 이뤄지자 상당히 기뻐한 나는 스크린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생성.”

 

[캐릭터의 전신은 매주 자동적으로 재등록되며, 머리색과 눈동자색은 게임 상 판매되는 특수 마법약으로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헤어스타일은 디자이너 직업을 가진 유저나 NPC를 통해 변경하시기 바랍니다. 이대로 정하시겠습니까?]

 

“응.”

외형이 재등록이 되는 이유는, 다이어트로 살을 뺏는데도 자신의 캐릭터가 예전 뚱뚱했던 모습 그대로면 불평이 많기 때문에 도입된 시스템이라고 얼마 전 태현이가 말해줬었다.

뭐, 그 반대로 오히려 살이 찌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동으로 재등록된다는 것 때문이라도 판월을 즐기는 유저 대부분이 몸 관리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게임 하나 때문에 다이어트 붐이 일어날지도…….

 

[앞으로 판타지 월드에서 사용하실 아이디를 말씀해 주십시오.]

 

“카르미스.”

 

[중복 체크 중입니다. 삑-! ‘카르미스’는 사용 가능한 아이디입니다. 이대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캐릭터가 등록되었습니다. 처음 접속하시는 경우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날 수도 있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판타지 월드에 접속하겠습니까?]

 

“접속!”

[판타지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르미스님.]

 

딸칵!

마지막 메시지가 끝나자 곧바로 스크린이 꺼지며 내 얼굴에 고글 같은 기계가 씌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아앗~!

밝은 빛과 함께 내 몸이 어디론가 이동되는 느낌이 들었다.

“오옷! 재밌는데?”

그 신기함에 감탄하던 나는 이내 서서히 보이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쩍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것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생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내 몸은 어딘지 모를 마을 한가운데 서 있었고, 주변에는 유저나 NPC로 추측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한 건물 사이에는 많은 상인들이 자리 잡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고,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맑은 하늘에는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이 정도였단 말이야?”

그제야 태현이가 판월을 시작한 날 왜 그리 흥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단해!”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하던 나는 이내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생각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분명 처음 접속하면 튜토리얼 NPC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아닌 척 했지만, 사실 나도 예전부터 판월에 관심이 많았기에 태현이 거기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놓치지 않고 새겨들었었다.

그 덕분에 웬만큼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있었는데, 분명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로 페어리 NPC가 나타나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준 뒤 회복물약 10개를 준다고 했다.

초보에게 물약 10개는 엄청 중요했다. 특히 판월에서는 물약 가격이 엄청 비싸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많은 유저도 절대 상점에서 구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렙들은 트롤을 사냥해 연금술사 직업을 가진 유저에게 재료를 주며 만들어달라고 하지만, 저렙들은 퀘스트를 통해서 얻는 것이 전부였기에 처음 귀찮다고 튜토리얼을 넘기는 유저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왜 안 나오는 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태현이가 말한 페어리 NPC가 보이지 않자 짜증을 낸 나는 그대로 근처 벤치에 앉아 기본적인 창을 펼쳐보았다.

“상태 창 오픈.”

 

[카르미스] - 호칭 없음

 

[레벨] 1 [직업] 없음

[명성] 0 [성향] 무

 

[HP] 12/12 [MP] 5/5

 

[ 힘 ]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물리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방어]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체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H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민첩]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원거리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재주]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가 증가합니다.

[감각]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의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지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마법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지혜]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M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 운 ] 1 - 이 수치가 높을수록 크리티컬 확률이 증가합니다.

 

[Bonus Status] 10 - 레벨 업 시 1포인트씩 주어집니다.

 

역시 처음 시작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초라한 능력치였다.

여기서 판월만의 특이한 점이라면 공격력과 방어력 등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기에는 유저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오히려 더욱 현실감이 느껴졌기에 지금에 와서는 메리트로 적용될 정도였다.

명중률과 회피 역시 존재하지 않았는데, 가상현실게임이다 보니 직접 몸을 움직여 공격하거나 피해야 했기 때문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전직을 통해서 추가되는 스탯도 있었다.

모험가로 전직하면 스태미나라는 스탯이 새로 추가되어 오랜 시간 돌아다닐 수 있고, 상인으로 전직하면 흥정이라는 스탯이 추가되어 상점에서 남들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고 비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했기에 숨겨진 스탯의 종류만도 최소 수십 개가 넘는다고 봐야 했다.

또한 같은 힘을 올리더라도 전사 쪽 직업을 가졌을 경우, 더 많은 공격력이 상승했기에 직업에 맞춰 분배해야 했다.

“흐음… 나야 뭐, 검사로 전직할 거니까 힘에 몰아줘야겠지?”

초기 주어지는 보너스 스탯 10개를 전부 힘에 투자한 나는 그대로 상태 창을 닫고는 다른 창을 살펴보았다.

“스킬 창 오픈.”

 

[액티브 스킬]

연속 베기 Lv.1 - 빠른 속도로 검을 두 번 휘두른다. MP3소모

연속 찌르기 Lv.1 - 빠른 속도로 검을 두 번 찌른다. MP3소모

 

[패시브 스킬]

명상 Lv.1 - 앉아 있는 동안 HP/MP의 회복치가 상승한다.

천 장비 Lv.1 - 천 옷 장비가 가능하며, 장비 시 HP/MP 회복속도가 상승한다.

 

[스킬 포인트] 1 - 레벨 업 시 1포인트씩 주어집니다.

 

스킬이라고는 베고 찌르는 것밖에 없었다. 처음이니까 당연하지만, 그래도 베고 찌르는 것 정도야 굳이 스킬을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 나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연속 베기를 시전해 보았다.

“연속 베기!”

쉬쉭~!

“헛?”

단 두 번의 베기였지만, 그 속도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스스로 팔이 움직이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속도로 베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이거 괜찮은데?”

스킬레벨은 최대 20까지 존재하며, 오를수록 그 효과도 좋아졌다.

또한 전직이나 개인만의 전투방식에 따른 추가 스킬도 존재한다고 하였으니, 되도록 1차 전직 전에는 스킬 포인트를 모아두는 것이 기본이었다. 무슨 스킬이 생길 줄 모르는데, 무턱대고 처음스킬에 투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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