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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0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06화

 

106화

 

 

 

 

 

 

 

대경한 서문조양이 소리치며 번개처럼 창을 둘 사이로 들이밀었다. 창두가 매서운 휘파람 소리를 내며 휘돌더니 진용의 가슴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휘리리릭!

 

갈가리 찢겨지는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진용의 손바닥이 휘도는 창신을 감싸고 옆으로 끌어내렸다.

 

서문조양은 자신의 창이 강력한 흡입력에 말려든 것처럼 무력해지자 황급히 창법에 변화를 주며 창신을 진동시켰다.

 

후우우웅!

 

창이 더욱더 빠르게 휘돌았다.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파괴해 버리겠다는 듯 강력한 힘이 실린 채!

 

하지만 진용의 손은 조금도 머뭇거림없이 창신을 움켜쥐어 버렸다.

 

우우웅!

 

창신이 울음을 터뜨리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다.

 

철판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수 있는 창날도 창신이 잡히자 소용이 없었다. 어떤 방법도 진용의 푸르스름한 강기가 서린 손바닥을 떨치지 못했다.

 

서문조양은 그제야 비류명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순진한 서생?

 

어느 놈이 그런 말을 했는지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기가 질릴 정도로 무모한 괴물이었다.

 

‘젠장! 뭐 이런 자가……!’

 

이를 악문 서문조양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창신에 강기를 주입했다.

 

이판사판이다. 창을 빼앗길 수는 없다.

 

그건 죽음이나 다름없는 치욕!

 

그때, 진용의 신형이 창신을 타고 미끄러지더니 서문조양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일순간 강맹한 삼 권이 좌수에서 터져 나왔다.

 

커다란 주먹이 만근 바위도 부숴 버릴 것처럼 서문조양의 가슴에 떨어져 내린다.

 

그때였다. 옆에서 하얀 도광이 햇살을 가르며 번쩍였다.

 

비류명이 정신을 차리고 합공에 가세한 것이다.

 

서문조양의 가슴에서 한 자를 남겨놓은 주먹을 거둔 진용. 그의 신형이 믿을 수 없는 각도로 꺾어지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와 동시에 구수(拘手)로 변한 손이 들쥐의 머리를 낚아채는 솔개의 부리처럼 구유도의 중동을 내려쳤다.

 

따당!

 

파르르 떨리며 옆으로 밀리는 구유도!

 

밀리는 틈새로 진용의 손바닥이 비류명을 향해 내저어졌다.

 

대기가 비틀리며 작으면서도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기음이 울렸다.

 

꽈웅!

 

“크흡!”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튕겨지는 비류명.

 

그를 상관하지 않고 허공을 가득 메운 진용의 환영이 서문조양의 전신을 덮쳤다. 풍혼의 빠르기에 세르탄의 풍환법이 섞이며 일어난 환상이었다.

 

하얗게 질린 서문조양은 자유를 찾은 창에 혼신의 내력을 쏟아서 휘돌렸다. 신창십팔세 중 자신이 익힌 최고의 창, 진벽파천세(振劈破天勢)였다.

 

하늘이 수백, 수천의 창영에 찢겨지고, 허공을 가득 메운 진용의 환영도 잘게 부서져 버렸다. 하지만 그러한 창의 그물도 진용의 신수백타를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했다.

 

부서진 환영 사이에서 커다란 손 그림자 하나가 환상처럼 뻗쳤다. 동시에 안개처럼 서문조양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퍽! 모래 벽에 주먹이 파묻히는 소음.

 

훌훌 날아가는 서문조양의 신형.

 

털썩!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사위가 조용해졌다.

 

한바탕 멋진 춤사위가 끝났건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비류명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서문조양도 반쯤 무릎을 꿇은 상태로 몸을 세웠다.

 

사람들은 가끔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하고 나면 그 일의 당사자가 자신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두 사람이 지금 그러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자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문조양은 악착같이 놓치지 않은 자신의 창으로 땅을 짚고 무릎을 폈다. 충격을 받아 몸을 가누기가 힘들 뿐, 다행히 부상은 심하지 않은 듯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몽롱한 눈빛의 운아영이었다.

 

“정말 멋진… 춤을 본 것 같아요.”

 

그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까지도 조금 전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직 두 사람, 유태청과 정광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연할 뿐이다.

 

‘저 정도 가지고 놀라긴’. 정광은 꼭 그런 표정이다.

 

한참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던 서문조양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가슴을 내려다봤다.

 

네 개의 구멍이 보였다. 세 개는 한 자 앞까지 다가왔던 주먹의 여력으로 인해 옷이 가루로 변했기에 생긴 구멍. 다른 하나는 마지막 일수에 의해 뚫린 구멍이었다.

 

그의 눈이 그 구멍에 고정되었다.

 

작은 손바닥처럼 생긴 구멍 속으로 맨살이 보였다. 그리고 자그마한 붉은 손자국도. 

 

진용이 혈수에 대한 말을 듣고 흉내 내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로선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분명한 것은, 실전이었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이었다. 너무나 참담한 현실.

 

털썩! 그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서문조양은 오늘부로 죽었소.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진용이 차갑게 말을 받았다.

 

“나는 죽은 서문조양은 필요 없소. 살아 있는 사람이 필요할 뿐. 원하지 않으면 없던 걸로 합시다.”

 

서문조양의 전신이 태풍을 만난 소나무처럼 파르르 떨렸다.

 

“사문의 명예를 욕되게 할 수는 없소. 약속은 약속, 그러나 약속을 지킬 사정이 안 되니 차라리 죽겠소!”

 

비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문 서문조양이 소리쳤다.

 

진용은 그런 서문조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찌 보면 거만해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진용은 남들의 생각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시르, 놈들이 온다!’

 

세르탄이 머릿속에서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진용도 어렴풋이 흐르는 바람에 실린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하고 있던 터였다. 진용이 유태청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오는 것 같군요.”

 

“그런가?”

 

난데없는 선문답이었음에도 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또 있었다. 

 

정광이 눈을 빛내며 히죽 웃었다. 긴장이 스민 웃음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오는군.”

 

이곳으로 온 두 번째 목적. 그것은 어둠 속에 숨어 암습을 노리고 있는 자들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만 그 말을 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당연하게 모를 수밖에.

 

정광이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고 어리둥절해 있는 사도굉을 보고 말했다.

 

“이리 오슈. 당신은 나하고 같이 한쪽을 지킵시다. 죽기 싫으면 최선을 다해야 할 거유. 그리고 스무 냥, 잊지 마슈.”

 

바람이 좀 더 세진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진용이 왔다면 온 것이다. 굳이 불필요한 의구심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정광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도굉을 끌고 삼재의 나머지 한 곳에 가 섰다.

 

두충과 운아영, 비류명과 서문조양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삼재의 방위를 점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진용의 눈빛이 기이하게 빛을 발했다. 

 

그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중앙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허리에서 지팡이를 꺼내어 원을 그리며 바닥에 기이한 글자를 빠르게 새기기 시작했다.

 

룬어였다.

 

‘잘 될지 모르겠군.’

 

지면에서 석 자 떨어진 허공을 지팡이가 지나가자 두 치 깊이로 땅이 눌려 들어갔다.

 

‘틀리면 바로 말해, 세르탄.’

 

‘알았어.’

 

서너 번 숨 쉴 시간 만에 룬어가 모두 새겨졌다.

 

진용은 룬어의 마지막 글자를 새기고는, 지팡이에 내력을 불어넣고 원의 한가운데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순간, 기이한 빛이 마법진을 이룬 글자에서 뿜어지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드 마법진이었다. 강한 공격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완화는 시켜줄 수 있을 듯했다. 당장은 그 정도면 되었다.

 

다행히 틀리지는 않았는지 세르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기문진(奇門陣)인가?”

 

참지 못하고 사도굉이 물었다.

 

진용은 끄덕였다. 중원의 기문진과 비슷한 면이 있으니 굳이 아니라 할 필요는 없었다.

 

“방어를 위한 진입니다. 운 낭자와 두충은 중앙으로 들어가세요.”

 

진용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믿는 두충이었다. 더구나 운아영과 단둘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두충은 즉시 움직이며 운아영을 끌어당겼다.

 

“들어가자고. 공자님께서는 헛소리하시는 분이 아니시거든.”

 

운아영은 망설이며 마법진과 진용과 유태청을 번갈아 봤다. 유태청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고 공자의 말을 따르도록 해라.”

 

“예, 할아버지.”

 

유태청이 저리 말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운아영은 두충을 따라 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바람에 실린 기운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놈들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진용이 비류명과 서문조양을 향해 말했다.

 

“두 분은 중앙에서 저 두 사람을 지켜주시오.”

 

“무슨……?”

 

서문조양의 비장한 표정이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진용은 서문조양이 아닌 비류명을 향해 말했다.

 

“목숨을 걸어야 할 거요, 적은 강하니까.”

 

“……?”

 

의아한 것은 비류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묻는 대신에 도를 고쳐 잡았다. 

 

어렴풋이 진용이 왜 강수를 쓰지 않고 가벼운 충격만 줬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조양, 자네가 내 친구라면 일단 내 뜻을 따라줬으면 싶군.”

 

하는 수 없다 생각했는지 서문조양도 창을 잡고 일어섰다.

 

누가 뭐래도 비류명은 자신의 친구였으니까.

 

그때였다.

 

“왔군.”

 

진용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마디가 귀청을 울렸다. 

 

순간!

 

스스스스…….

 

수억 마리의 개미가 사방에서 몰려오는 듯한 느낌에 온몸이 간질거렸다.

 

솜털이 올올히 솟는다. 등줄기에서 일기 시작한 한기가 머리끝까지 오싹하게 만들었다.

 

가공할 살기!

 

야산의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고 고개를 파묻었다.

 

 

 

 

 

 

 

9장. 붉은 바람

 

 

 

 

 

1

 

 

 

 

 

암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용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었다. 삼십 년 살수행 중에 단 한 번의 실패였지만 그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살수에게 있어 한 번의 실패는 곧 죽음.

 

그것은 자신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죽이던가, 아니면 죽는 것이 살수인 것이다.

 

그런데 마침 놈이 정무관을 나서더니 외딴 곳으로 가고 있었다. 염탐하던 수하의 말에 의하면 비무를 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기회였다. 그는 급히 암혼단의 살귀들을 불러 모았다.

 

상관욱과 무영천귀 셋. 그리고 자신과 암혼단 이십.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다.

 

놈들이 극심한 부상을 당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성약을 먹었다 해도 완전히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실패는 죽음. 모든 것을 걸고 죽일 것이다.

 

맹에서 다른 사람이 오기 전에. 나 암군의 손으로!

 

놈들이 들어간 야산이 지척에 보였다. 사방이 암벽으로 막혀 있는 곳이었다. 빠져나갈 수 없는 지형.

 

암군의 입가로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놈들, 죽을 자리는 제대로 골랐군.’

 

강한 진기의 파동이 사라진 것으로 봐서 이미 비무는 끝난 것 같다.

 

삐리리리…….

 

앞서 놈들을 따라갔던 수하의 신호가 들려온다.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며 흔들었다. 순간 수하들이 안개처럼 흩어져 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결판을 낸다. 놈들이 죽든, 내가 죽든!

 

암군은 옆으로 다가온 상관욱과 무영천귀를 어둠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순간, 스산한 바람과 함께 그의 신형도 사라졌다.

 

그 뒤를 따라 상관욱과 엽시랑을 비롯한 무영천귀가 신형을 날렸다.

 

이제 돌아가는 자가 정해질 때다.

 

죽은 자는 남고 산 자만이 돌아갈 것이다! 

 

 

 

쏴아아아!

 

숲이 허리를 숙이고 흑의인과 회의인들을 뱉어냈다.

 

제일 먼저 적을 맞이한 사람은 유태청이었다.

 

유태청은 자신에게 쏘아오는 기운을 느끼고 천유를 잡아갔다. 그리고 연속된 그림이 천천히 지나가듯이 느리게 검이 뽑혔다.

 

쩌억!

 

백색 검강에 허공이 갈라졌다.

 

잔상이 허공을 맴돌다 스러졌다.

 

남은 것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듯한 한 명의 흑의인. 그리고 그에게서 피어나는 붉은 피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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