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0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3화
203화 격돌(1)
철컹!
탱크의 뒷문이 열리고 세인트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다가온다.
녀석이 내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탱크가 움직였다.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 못하는 언데드에게 돌진을 감행하는데 운전 솜씨가 개판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교통경찰이 있는 것도 아닌 바에야 안전 운전 따윈 개나 줘버릴 일이다. 어차피 무면허인 바에야 오히려 거칠게 움직일수록 좋다. 언데드의 피해가 커질 테니까.
“저것 좀 빨리 처리할 수 있어?”
성벽에 새겨진 마법진을 가리켰다.
기어 올라가는 방법도 있으나, 퇴로 확보가 문제다. 게다가 뒤이어서 본진이 왔을 때, 방어 마법이 떡 하니 가로막고 있다면 곤란할 터.
“걱정하지 마라! 금세 처리해 주마. 그쪽 세상에선 마법으론 내가 최고다.”
세인트가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수인을 맺는다.
녀석이 말하는 ‘그쪽 세상’이란 게 마계를 뜻하는 게 분명하다. 마왕의 기운이 포함되어 있어서 방어 마법진이 특별해졌을 뿐, 마법의 원리는 인간계의 방어 마법과 똑같은 모양이다.
“……!”
녀석이 수인을 맺으면서 반어 마법진의 해제를 준비하는 사이, 가슴이 욱신거린다.
이런 느낌은…
마왕이 본체를 드러냈음을 의미한다. 지난번에 한 번 경험해 봤으니 아는 것이다. 마왕의 기운을 감지하면 가슴에 박힌 크로노스의 드래곤 하트가 반응을 일으킨다.
내키진 않지만…
“위대하신 세인트 님이시여. 힘을 주소서! 염병!”
“새꺄! ‘염병’은 왜 붙여?”
수인을 맺으면서도 세인트가 눈을 부라린다.
“닥치시지?”
기분 더러운 주문을 외우는 건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다.
쿠구구구구…
뒤에 욕을 했건 말건, 지난번과 똑같이 뇌전의 기운이 허공에서 생성되어 거대한 철탑이 공간을 뚫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난번 전투로 망가졌던 외부 장갑판은 어느새 말끔하게 수리된 상태다. 철탑에도 크로노스의 드래곤 하트가 장착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다리지 않는다!
지난번엔 너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강철 거인을 불러낼 자격이 되었을 당시 세인트의 주절거림이 듣기 싫어서 중간에 크로노스 갑옷을 해제한 탓이다.
제대로 된 작동 법을 알기 위해서 녀석의 끔찍한 수다를 ‘다시 듣기’ 기능 비스무레한 걸로 성질 죽여가면서 다 들어야만 했다.
“크로노스 탑승!”
철탑이 공간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소리쳤다.
기이잉! 철컹! 터덕! 터더덕! 철컹…
철탑이 강철 거인으로 외형을 변화시키면서 공간을 빠져나온다.
소환할 때만 괴랄한 주문이 필요할 뿐, 강철 거인과 하나가 되는 건 그나마 멀쩡한 주문이라서 다행이다.
이런 모습을 처음보게된 타국의 귀족들이 입을 떡 벌렸으나, 거기에 반응해줄 시간 따윈 없다.
화르륵!
가습에서 불길이 솟구치면서 인간형으로 변신한 철탑과 이어진다.
잠깐의 현기증과 함께 시야가 달라진다. 고개를 들고서 올려다보아야 했던 황궁의 성벽이 눈높이로 바뀐다.
그래서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체구의 마왕 두 명이 달려오는 모습을.
“마왕이 온다!”
강철 거인에 탑승한 채로 소리쳤다.
때를 같이해 성벽 전체에 음산한 느낌의 기운이 뒤덮는다.
“윌슨 해제했다! 다이안 대신관은 신성 마법을 준비하고 나머지 분들도 긴장하시오!”
세인트가 오랜만에 정색하고서 소리쳤다.
그만큼 녀석도 긴장했다는 의미가 되겠다. 짝퉁이라고는 해도 마왕은 마왕.
인간계에서의 능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와중에 다른 마왕처럼 거대화할 수 없으니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한 노릇.
일단!
콰과광! 콰광!
거추장스러운 성벽부터 마구 부쉈다.
방어 마법진이 사라진 이상 거칠 게 없었다. 공성 병기인 트레뷔셰로도 쉽게 부술 수 없는 두께의 성벽이 단순한 주먹질에 맥없이 부서진다.
<멈춰라!>
<빌어먹을 인간 놈!>
마왕 둘이 쿵쾅거리고 달려오면서 버럭 고함을 지른다.
나의 모습에도 별달리 놀라는 기색이 없다. 지난번에 역소환 시켰던 마왕 안드라스에게서 정보를 입수한 것이 틀림없다.
왼손을 뒤로 뻗어 등에 매달린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디바인 소드를 불러냈다.
츠즈즈즈즈!
왼손에 쥔 손잡이에서 날이 생성되고 오른손의 디바인 소드가 덩치를 키워 간다.
쿵, 쿵, 쿵!
무기를 손에 쥐면서 뒤로 물러났다.
두 마왕의 공격을 동시에 받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옵니다!”
나머지 사람들에게 경고해 주고서 자세를 낮췄다.
내가 상대할 놈은 이미 정해두었다. 갑옷을 입고서 화염이 남실대는 대검을 쥔 마왕이 내가 상대할 놈이다. 철퇴를 들고 사자처럼 머리가 삐죽삐죽 솟구친 놈보다 더 강해 보였기 때문에 선택했다.
세인트를 비롯한 실력자들이 좀 더 쉬운 상대와 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커헝!”
“죽인다!”
엄청난 포효와 함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두 마왕이 윌슨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윌슨의 예상이 틀어진 것은 아니다.
화르르륵! 쿠구구구…
거대한 뱀과 같은 화염 줄기가 철퇴를 든 사브나크를 향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망할 인간 놈들잇!”
적당히 무시하고 위협적인 강철 거인에 집중하기에는 위력이 무시무시하다.
엄청난 마나의 기운이 몸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익어 버리는 느낌.
머리가 판단하기보다 본능이 먼저 그의 몸을 움직였다. 강철 거인에게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거대한 모닝스타에 암흑의 기운을 잔뜩 담아 휘둘렀다.
콰앙!
“커헉! 으으윽! 뭐, 뭐냐! 이런 위력라니!”
사브나크가 비명을 질렀다.
인간의 마법 따위는 이번 반격에 산산이 흩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화염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덕분에 모닝스타에 더욱 암흑의 기운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이여업!”
“죽어라!”
“크하하하! 넓어서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맞겠구나!”
“…헬리온 님의 뜻이 여기에 임하길 바라옵나이다.”
화염을 막는 사이, 인간들이 지르는 기합성과 듣기 거북한 기도문이 그의 고막을 두들겼다.
“꺼져버려!”
사브나크가 모닝스타로 화염을 막아 내는 와중에도 한쪽 발을 들어 바닥을 힘차게 굴렀다.
꾸궁!
덤벼들던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그 서슬에 놀라 돌진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한 줄기 휘황찬란한 빛이 사브나크의 오른쪽 어깨에 쏟아졌다.
“끄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인간 놈드을!”
괴성을 지르면서 화염을 피해 옆으로 몸을 날리는 사브나크.
쿠구궁!
부서진 성벽을 완전히 망가뜨리면서 그의 거대한 몸이 바닥을 굴렀다.
“이 버러지 같은 것들 다 죽여 버리… 우와악!”
콧김을 뿜으면서 몸을 일으키려던 사브나크는 하늘에서 번개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몸을 굴려야만 했다.
그가 낭패한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베리스 역시 당혹감에 빠져 있었다.
“이런 젠장맞을 경우가! 염병할! 망할!”
베리스가 화염에 휩싸인 대검으로 두 자루의 검을 막아 내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두 자루의 검에 계속 밀리기만 했다.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육체를 노리는 상대의 공격은 집요하기 짝이 없었다.
“이럴 순 없다! 크아아악!”
비명을 닮은 기합성을 지르면서 대검의 손잡이와 검 끝을 잡은 양손으로 힘껏 밀었다.
“시끄러워 자식아!”
윌슨이 상대의 힘을 거부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쇳덩이를 믿고서 건방을 떠는구나! 가만두지 않겠다!”
이를 득득 갈면서 소리친 베리스가 화염의 대검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서 돌진을 감행했다.
단번에 강철 거인의 몸을 반으로 가르겠다는 듯 저돌적인 돌격이었다.
윌슨은 기다렸다는 듯 왼손의 검을 집어 던졌다. 내공을 사용해 검강을 만들어서 던진 탓에 베리스는 감히 몸으로 때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망할 인간 놈!”
터어엉!
욕설과 함께 화염의 대검으로 회전하면서 날아드는 검을 내리쳤다.
“하나 더!”
장난처럼 소리치면서 디바인 소드에 내공을 담아 던지는 윌슨.
“차아!”
베리스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두 손에 힘을 주어 재차 날아드는 윌슨의 무기를 쳐올렸다.
상대가 무모하게 무기를 던지는 비상식적인 공격을 하자, 당황한 중에도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
‘놈은 빈손! 후회하게 해 주마’
베리스는 전신의 힘을 모조리 화염의 대검에 쏟아 부었다.
“어어엇!”
두 자루의 검을 쳐내고서 그가 당혹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분명 상대가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강철 거인은 양팔을 좌우로 벌린 채로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잡혔지?”
윌슨이 베리스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안고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이 자식! 끄아아악!”
끼기긱…
당황한 베리스가 화염의 검으로 내리치려 했으나,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윌슨이 몸통 조르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압박이 들어와 베리스는 손아귀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서 허리를 조르던 윌슨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면서 더 힘을 주었다.
끼기기긱! 끼긱…
“으아아아악!”
베리스가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손에 쥐었던 화염의 대검까지 놓치고 말았을 정도였다. 갑옷이 구겨지면서 근육에 파고들었다. 그런 와중에 윌슨의 상체가 가슴을 밀어 대는 바람에 허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고통을 가중시킨다.
꽈직, 꽈드득, 우지직…
금속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마침내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조금만 더 조이면…….’
“염병!”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윌슨이 욕설을 흘렸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육체의 한계.
인간의 육체와 완전하게 똑같을 수는 없었다. 베리스의 허리를 조이고 꺾을 순 있었으나, 완전하게 부러뜨리기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으로 마무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몸의 이상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윌슨이 두 손의 깍지를 풀고 떨어졌다.
“디바인 소드!”
손아귀에 검 자루를 쥐기가 무섭게 그대로 내리쳤다.
내공을 담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었다. 베리스에게 쉴 틈 없이 곧바로 공격을 가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파캉!
그러나 베르스 역시 만만한 마왕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두 팔을 교차시켜 디바인 소드를 막았으니까 말이다.
“으응?”
건틀릿으로 뒤덮인 두 팔을 교차시켜서 공격을 막아낸 베리스가 허리의 통증도 잊어버릴 만큼 의문을 느꼈다.
두 팔에 전해진 충격이 너무나 가벼웠기 때문이다. 재빨리 시야를 가린 두 팔을 치우고 강철 거인을 바라본 순간,
“파이어 블레스트(Fire Blast)!”
윌슨이 낭랑한 음성으로 소리치면서 가슴의 금속판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좌우로 벌렸다.
“아, 안 돼!”
강철 거인의 가슴 중앙에 박힌 붉은 보석이 빛나는 것을 발견한 베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허리의 통증 때문에 다리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푸화하학!
다시 두 팔을 교차시켜 전면을 막은 베리스에게로 무시무시한 열기를 품은 화염이 쏟아졌다.
드래곤 브레스(Dragon Breath)!
강철 거인의 가슴에 장착한 드래곤 하트의 힘으로 인위적인 화염 브레스를 구현한 것이다.
“휘유! 대단해!”
윌슨이 자신이 한 짓의 결과물을 발견하곤 혀를 내둘렀다.
파이어 블래스트에 적중한 베리스의 몸은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하체만 남겨 두고서 상체는 새카맣게 타 버렸다.
스스스스…
전에 안드라스가 그랬듯이 검은 기운을 흩뿌리면서 베리스의 몸이 부스러져 갔다.
“베리스니임!”
그러자 세인트를 비롯한 네 명의 실력자들에게 고전 중이던 사브나크가 절규했다.
쿵쿵쿵쿵!
윌슨은 바스러져 가는 베리스를 지나쳐 사브나크를 향해 달려갔다.
세인트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윌슨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디바인 소드! 크로노스 소드!”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베리스에게 기습공격을 감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강철 거인에 탑승한 채 비룡보법으로 내공을 운용해 속도를 높인 것이다.
콰과과과광!
바닥을 짓밟으면서 달리는데 연속으로 폭발음이 일어난다.
그러자 사브나크가 모닝스타를 털이 숭숭 난 손으로 굳게 움켜쥐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궁 안으로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