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0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2화
202화 황궁으로(3)
“이 새ㄲ…….”
“야 이 자식아! 양심이 있어 봐라! 두 시간 동안 이 쇳덩이를 전속력으로 달리게 했다. 이 상태로 마왕과 싸울 수 있을 거라고 보나?”
막 욕을 하려던 순간에 오히려 세인트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면서 화를 낸다.
“…미안.”
바로 꼬랑지를 내렸다.
탱크의 무게만 30톤이다. 그런 쇳덩이를 대략 시속 60Km의 속도로 두 시간이나 움직였다. 마나의 손실이 엄청났을 거라는 게 이제야 생각이 뻗친다.
내가 운전을 맡지 않은 것도 가슴에 위치한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바닥날까 봐서다. 마왕과 싸워야 하는데 드래곤 하트가 텅 비어서 강철 거인을 불러내지 못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래곤 하트의 용량이 워낙 커서 운공을 통해 마나를 보충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낭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몸에 자리 잡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별개의 존재.
내공을 운용해 대자연의 기운을 드래곤 하트에 집중해 줄 수는 있으나, 억지로 채워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효율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인트에게 탱크를 운전하게 한 것이다. 녀석의 엄청난 마나 보유량도 그렇고, 자신의 의지로 마나를 보충할 수 있으니 나보다 회복이 빠르리라 생각했던 까닭이다.
결정적으로 녀석에게 운전을 맡긴 것에는 노림수가 하나 더 있다.
“방해하지 말고 먼저 나가서 검둥이 자식들 해치워. 마나를 보충하면 나가겠다. 그리고 해골 놈!”
“네! 세인트 경!”
시안이 크게 대답했다.
목에 새겨진 해골 문신 때문에 세인트가 그를 ‘해골 놈’이라고 부른다.
“마나 보충이 끝날 때까지 대기.”
“알겠습니다.”
세인트가 나와 동격이라는 걸 알기에 시안이 군례까지 올리면서 대답한다.
“자! 그럼 나가도록 하지.”
덜컹!
세인트와 투덕거리는 사이, 듀카스 대공이 탱크의 출입문을 열었다.
“기도문을 외울 동안 잠시 보호를 부탁드립니다.”
밖으로 나오자 다이안 대신관이 두 손을 모으고서 말했다.
“제가 곁에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방패와 롱소드를 손에 쥐고서 옅은 웃음을 흘린다.
방어에 특화된 검술을 사용하는 그였기에 타당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귀찮은 일은 다른 사람이 하라는 의도가 뻔히 느껴진다.
별수 있나…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짬밥이 많으니 대우해주는 수밖에.
“그대의 충실한 종 다이안이 비옵니다. 헬리온님의 이름으로…….”
다이안 대신관이 기도문을 외우는 것을 신호로 나를 비롯한 휴멜로트 공작과 더글라스가 병기를 손에 쥐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흑기사들은 언데드처럼 마구 날뛰지 않고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말이 흑기사지, 그들이 입은 갑옷은 하얀색과 금색이 뒤섞인 호화로운 것이었다.
아마도 근위기사단이 흑마법의 힘으로 부활한 듯 보인다.
“꺼져라! 여기는 네놈들이 올 곳이 아니다!”
흑기사들 사이에서 한 놈이 걸어 나와 당당하게 소리친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황궁의 하늘.
시커먼 구름이 회오리 형태로 자리 잡은 곳 말이다. 시커멓게 뭉친 음습한 기운의 일부가 새어 나와 탱크를 향해 이동해 오고 있었다.
소모된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세인트가 어둠의 기운을 끌어오는 게 확실했다. 이게 바로 세인트에게 탱크를 몰게한 노림수 중에 하나다.
몽뒤스 요새에서 출발하기 전, 세인트가 검은 구름의 정체를 파악해 두었기에 가능한 일.
놈들이 모아둔 기운에 손실을 주려고 세인트가 자청해서 운전대를 잡은 거다. 비록 인상을 쓰면서 투덜거렸다는 건 좀 에러긴 해도 말이다.
어쨌거나 죽은 놈들 따위의 얘기를 들어 줄 마음은 없다. 디바인 소드에 검강을 담아 수편으로 휘둘렀다.
“이거나 먹어!”
쉬이잉!
맹렬하게 회전을 일으키면서 반월 형태로 날아가는 검강.
“오! 동생 장난 아닌데? 나도 질 수 없지! 흐아압!”
더글라스가 놀란 음성으로 말한다.
푸른 검강이 단순한 성질의 것이 아님을 눈치챈 게 틀림없다. 나의 검강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내놓은 더글라스가 양손에 쥐었던 메이스를 힘차게 휘둘렀다.
부아앙! 바앙!
그가 발사한 플라잉 오러는 검에서 생성된 오러 블레이드와 형태가 달랐다.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닮았다.
형태만 다른 게 아니라, 위력도 달랐다.
스가각!
내가 발사한 검강이 강력한 절삭력을 발휘하는 종류의 것이라면,
콰광! 쾅!
더글라스가 발사한 유성을 닮은 오러 블레이드는 폭발을 일으켰다.
“캬아아악!”
“크훠억!”
.
.
.
날카로운 검강에 일차로 썰리고 뒤따라서 더글라스의 플라잉 오러 가 이 차, 삼 차 폭발을 일으켰다.
황궁의 문을 지키던 근위기사 복장의 흑기사들이 대번에 초토화가 되었다. 더글라스가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녔다는 건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대단한 실력을 지녔을 줄이야…
솔직히 의외다.
살아남은 흑기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검강에 의한 피해보다는 더글라스의 플라잉 오러가 더 많은 피해를 주었다.
커다란 수박 크기의 오러 덩어리가 폭발하면서 수많은 파편이 사방에 뻗어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파편도 있었으나, 디바인 소드로 툭툭 건드려 튕겨 내었다.
하지만 흑기사들은 그러지 못했다. 파편이 그들의 몸을 뚫고 지나가면서 온몸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500명이나 되는 흑기사가 이처럼 어이없게 망가질 줄은 예상 밖이다.
“헬리온 님의 이름으로… 이름으로…….”
신성 마법을 준비하던 다이안 대신관이 기도문을 끝맺지 못하고 황당한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나름 멋진 모습을 보여 주려 했을 텐데, 좀 아쉽게 되었다. 그리고 또 아쉬워하는 존재가 있었다.
“크으윽… 대단하다만… 위대하신 마왕님들한테는 어림도 없을 거다.”
처음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던 그놈이다.
제법 그럴싸한 기운을 흘려 대던 근위기사 복장의 흑기사.
그래서 놈을 목표로 검강을 날렸던 거다. 용케 막아 내긴 한 모양인데, 전신에서 검은 핏물이 줄줄 새고 있다. 디바인 소드를 기반으로 생성된 검강을 막은 대가다.
“형님, 가시죠.”
흑기사 놈에게 대답하는 대신에 고개를 돌려 더글라스에게 말했다.
“좋지!”
더글라스가 한쪽 어깨에 메이스를 걸치고 다른 손에 쥔 메이스를 바닥에 질질 끌고 걷는다.
잠시 멍해 있던 휴멜로트 공작이 한차례 어깨를 으쓱하고는 바스타드 소드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서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크아악!”
그나마 멀쩡한 놈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놈들에게 포위당하거나 위협을 받기엔 백 년 내공을 완성한 경지가 아깝다.
너덜거리는 흑기사 따위가 위협된다면 마왕과 싸울 생각은 애초에 관두는 게 맞겠다.
스각! 서걱! 뻐걱! 쾅!
목을 쳐 내면서 가는 동안 옆에선 더글라스가 양손의 메이스로 흑기사의 머리통을 부순다.
“크아!”
“쿼어어!”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흑기사 두 놈이 방패를 앞세우고 달려든다.
츠가각!
검강을 덧씌운 디바인 소드로 간단하게 흑기사 두 놈을 상하로 나누어 버렸다.
“죽어라!”
두 흑기사의 상체가 검은 피를 뿜으면서 쓰러지는 순간, 시커먼 기운을 품은 롱소드가 들이닥쳤다.
철컹!
그러나 이미 예상 범주 안에서의 움직임이었기에 건틀릿을 착용한 왼손으로 놈의 롱소드를 잡아챘다.
그러고는 놈의 심장에 디바인 소드를 쑤셔 넣었다.
처걱!
“끄으으으…….”
괴로운 얼굴로 신음을 흘리는 흑기사.
부하들을 앞세워 기습을 시도한 것은 좋으나 상대를 잘못 만났다.
디바인 소드가 박힌 자리에서부터 빛이 흘러나와 녀석의 가슴이 부식되기 시작한다.
롱소드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크아아아아…….”
신성력에 의해 고통받는 흑기사의 머리통을 투구째 움켜쥐었다.
꽈직!
머리까지 신성력에 부식되기 전에 놈의 머리를 몸에서 떼어 냈다.
그러는 동안, 몇 남지 않았던 흑기사를 더글라스와 휴멜로트 공작의 손에 박살났다.
우두머리였던 기사단장의 머리를 뽑아낸 이유?
승리를 만끽하기 위함이 아니다. 황궁 안에 있을 마왕들을 도발하기 위함이다.
마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 안드라스가 고치 상태로 돌입했을 때 느꼈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슴에 장착된 드래곤 하트가 잠잠하다는 게 그 증거다. 그렇다는 것은 황궁 안에 존재하는 마왕이 본체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놈들에게 위기감을 좀 심어 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말이다.
본체가 아닌 상태로 싸우다가 고치처럼 변하면 쓸데없이 기운만 빼는 꼴이다. 차라리 본체 상태로 싸움을 시작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놈들이 뜻대로 응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손에 쥔 흑기사 우두머리의 머리통을 황궁 안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높이가 워낙 높아서 제대로 배달(?)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
굴러 온 머리통을 손으로 쥐고서 베리스가 황궁 너머를 노려보았다.
“귀찮게 됐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베리스 님.”
사브나크가 정색하면서 물었다.
황궁 밖에서 갑작스럽게 기운이 증폭했다가 사라졌다.
적어도 어중이떠중이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파괴적인 기운을 일시에 터트리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상공 떠 있는 구름에서 흘러든 기운이 황궁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고 있다.
엄청난 기운이 발생했기에 황궁 밖에 강력한 존재가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한두 놈이 아니다. 적어도 인간들이 말하는 소드 마스터급 능력자가 셋 이상, 확실한 것은 나가봐야 알겠지만.”
“나가는 겁니까?”
사브나크가 눈을 빛냈다.
하염없이 안에서 기다리는 건 지겨운 일이었다. 지루한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인간 따위가 감히 마계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다.
“인간 중에 안드라스를 역소환 시킨 놈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방심하지 말고 본체 상태로 나간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확실하게 놈들을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베리스의 단호한 명령에 사브나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힘을 개방했다.
“으으읍!”
명령을 내렸던 베리스 역시 전신에 부들부들 떨면서 내부의 힘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투둑! 툭! 투투툭!
둘의 몸을 감쌌던 갑옷이 육체가 커지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뜯겨나간다.
황궁 내부가 마계의 환경으로 바뀌어 가는 탓에 안드라스와 달리 고치의 과정이 생략되었다.
본체로 변신하는 두 마왕.
붉은 갑옷을 입은 거대한 기사의 모습으로 변신한 베리스가 지옥의 화염을 품은 대검을 손에 쥐고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사브나크 역시 거대한 몸집으로 변해서 머리를 마구 풀어헤친 근육질의 모습을 드러냈다. 베리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브나크는 전신 갑옷 대신에 가슴만 가리는 흉갑만 걸쳤다.
두 마왕이 본체를 드러내자 황궁의 상공에 자리 잡은 검은 구름의 일부가 그들에게 흘러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해치운다. 마계의 통로를 만들 기운을 낭비해서는 곤란하다.”
“알겠습니다. 베리스 님!”
사브나크가 모닝스타를 손에 쥐고서 크게 대답했다.
“건방진 인간 놈들은 우리의 모습만 봐도 놀라서 까무러칠 것이다. 사브나크.”
“물론입니…….”
맞장구를 치려던 사브나크가 말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황궁 밖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품은 검은 철탑이, 뇌전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뚫고 빠져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