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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98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98화

 

98화

 

 

 

 

 

 

 

[아직 고 학사에 대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네. 미안하군. 최선을 다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으니…….]

 

 

 

서신을 다 읽은 진용이 허탈한 표정으로 눈을 들었다.

 

어디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들을 길이 없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건지 짐작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흑도와 풍림당의 정보망을 동원해 놓았지만, 그들이 찾아낼 수 있을지 그도 자신할 수는 없었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모두 해보자. 그래도 찾지 못한다면…….’

 

진용은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하늘로 올라가지 않았거나 땅으로 꺼지지 않았다면 행적이 드러날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만일 찾지 못한다면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을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다. 자신조차도.

 

진용은 그것이 두려웠다.

 

어디까지 뻗을지 모르는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는 지금, 자신의 능력이 더 커졌을 때까지 아버지를 찾지 못하면 자신의 분노가 어떻게 발산될지…….

 

‘그러기 전에 찾아야 한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진용이 자신도 모르게 서신을 쥔 손을 움켜쥐었다.

 

스스스스…….

 

순간 기이한 기운이 방 안을 휘돌았다. 무의식중에 진용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었다.

 

“크윽!”

 

내공이 제일 약한 두충이 해쓱하니 질린 얼굴로 신음을 토했다. 그러자 그 기운의 주인이 진용임을 안 유태청이 경직된 목소리로 급히 소리쳤다.

 

“고 공자, 기운을 거둬들이게!”

 

그제야 진용은 자신의 실수를 알고 황급히 기운을 거둬들였다.

 

‘아차!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를…….”

 

기운을 거둬들인 진용이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사죄했지만 누구 하나 진용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라 하기는커녕 질린 안색으로 진용을 바라볼 뿐. 

 

특히 임진태는 멍하니 넋이 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런 임진태를 보고 진용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점심때가 된 것 같은데…….”

 

배알도 없는 정광이 즉시 나섰다.

 

“고기가 듬뿍 든 선육탕 맛있게 하는 데 없나?”

 

그 말에 두충이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꾹 참고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한 대 때리고 맞아 죽기에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도사란 작자가…… 으이그…….’

 

 

 

 

 

 

 

6장. 천 년 전의 고수들

 

 

 

 

 

1

 

 

 

 

 

정천무맹에는 다음 날 가기로 했다.

 

금의위의 정보를 모아놓은 곳에서 정천무맹에 대한 자료를 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자료들. 진용으로선 아무래도 최근의 상황을 보다 더 정확히 알고 가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공손각이 여주의 금의위 비처를 찾아가라 했을 때는 단순히 소식만 전하고자 함이 아닐 터.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진용은 임진태로부터 두툼한 책자를 두 권 건네받았다.

 

하나는 정천무맹에 대해 조사한 책자였고, 다른 하나는 천제성과 삼존맹을 비롯한 당금 무림의 판도를 좌우하는 문파들에 대한 간략한 요지였다.

 

진용은 우선적으로 내일 가게 될 정천무맹에 대한 책자를 펴 들었다.

 

책자에는 정천무맹의 건물 배치도부터 시작해서 각 건물들에 기거하는 사람들의 인명록까지, 백여 장에 빽빽이 적혀 있었다. 진용은 그 내용을 보고 임진태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 책자를 작성했는지 알 수 있었다.

 

“굉장하군. 왜 정천무맹이 정파무림의 총체라 불리는지 알 수 있겠군.”

 

한편으로는 책자를 봄으로써 정천무맹의 단점도 눈에 들어왔다.

 

정천무맹이 외적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안으로 파고들면 그렇지도 않았다. 분열이 너무 심해 보인 것이다. 아마도 거대함 때문에 거꾸로 그리될 수밖에 없는 필연을 안고 있는 듯했다.

 

그 원인은 진용이 볼 때 한 가지였다.

 

“중심축이 너무 약한 것 같군.”

 

진용이 책을 덮을 때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 공자, 들어가도 되겠는가?”

 

유태청이었다.

 

“들어오십시오, 노선배님.”

 

유태청은 방문을 열고 진용에게 다가오다가 탁자 위에 놓인 책자를 보고 말했다.

 

“정천무맹에 대해 조사한 책인 것 같군.”

 

“예, 맞습니다. 아무래도 모르고 가는 것보단 알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당연히 낫겠지. 하지만 하나만 더 알고 책을 보게나.”

 

유태청은 의자에 앉으며 진용을 바라보았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네. 정천무맹은 복마전이네. 결코 모든 것을 내보이지 않는 복마전 말이네.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담았는지는 모르지만, 절대 그 책에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하네.”

 

진용이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지 참고일 뿐이지요.”

 

“그리 생각한다니 괜한 염려였던 것 같구먼. 허허허.”

 

유태청이 조용히 웃음을 터뜨리자 진용이 웃음을 지우고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호에 십천존만큼 강한 고수들이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제가 어찌 기록에만 의존해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강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십은(十隱)이나 마도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혼세십팔마(混世十八魔)가 비록 십천존의 아래였다 하지만, 지난 세월이 있으니 그 또한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유태청의 표정도 굳어졌다.

 

“바로 그거네. 세상에는 십천존이 강호에서 제일 강한 열 명이라 하나, 다 쓸데없는 말이네.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십천존에 버금가거나 그 윗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열은 되네. 그들에 비하면 십은과 혼세십팔마는 한 수 아래라 할 수 있지. 물론 서너 명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진용의 눈이 조금 커졌다.

 

“열 명이나요? 휘유! 유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삼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많다는 말이 실감나는군요.”

 

“더 되면 더 됐지, 덜 되지는 않을 것이네.”

 

“그중 한 사람이 명옥의 주인 공야무릉이겠군요.”

 

유태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비처의 주인들이 모두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자네도 어렴풋이 알겠지만, 소림의 효망이 또한 그러하네.”

 

“효망 스님이 말입니까?”

 

“그는 요공의 진전을 전부 이었다고 봐야 하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 생각하지 않았지만, 요공의 말대로 그가 그녀의 아들이라면 분명 요공은 그에게 모든 것을 물려줬을 것이야.”

 

대체 그녀가 누굴까? 그녀가 누구이기에 십절검존 유태청과 천불성승 요공이 연루되어 있는 걸까?

 

궁금하긴 하지만 물을 수도 없었다. 진용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유태청이 씁쓸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하네. 그녀에 대한 것은 죽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기로 했으니 말해줄 수가 없구먼.”

 

“별말씀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제가 어찌 재촉하겠습니까.”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네. 어쨌든 그런 이유로 그 네 명은 십천존과 충분히 비교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그리고 또…… 자네도 있지.”

 

“제가요?”

 

진용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자신은 한 번도 자신이 십천존과 비교되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물론 당장은 어떨지 모르겠네만 근시일 안에 그리되리라 생각하네.”

 

그건 그럴 수도 있다, 진용 자신도 그리 생각하니까. 세르탄이 자신한 삼 년보다도 훨씬 빨리.

 

“천혈교주까지 빼고 나면 네 명 남았군요.”

 

진용의 말에 유태청이 고개를 저었다.

 

“천혈교주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네. 십천존 중에 하나일 수도 있고 내가 말한 열 명 중에 하나일 수도 있네. 그런 고수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바에야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봐야겠지.”

 

과연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유태청은 진용이 넘겨짚은 부분을 정확히 끄집어냈다.

 

“그럼 다섯이 남았다고 봐야겠군요.”

 

“우선 하나는 화산의 우양자네. 그가 검을 얻은 것은 이십 년 전, 그의 나이 사십이 조금 넘었을 때였네. 그런데도 밖으로 나오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지. 지금 화산이 성세를 이루는 것도 그가 뒤에 있기 때문이네.”

 

뜻밖의 말이었다. 우양자는 책자에 없던 인물이었다. 어쩌면 정천무맹에 있지 않고 본산에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진용이 조용히 듣고만 있자 유태청은 또 다른 이름을 하나 꺼내 들었다.

 

“치검(痴劍) 남궁환이라고 들어봤는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처음 들어보는군요. 남궁세가의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그러나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절대 그를 남궁세가의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네.”

 

기이한 일이었다. 유태청이 인정할 정도의 고수면 남궁세가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아예 그를 미치광이 취급 하고 있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하고 있다네.”

 

“예?”

 

진용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유태청이 회상에 잠긴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가 자신의 검을 펼친 것은 몇 번뿐이거든. 그 몇 번에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무릎을 꿇었다네. 하지만 천하에서 그 일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 나 역시 내 친구가 죽기 전에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걸세.”

 

“어떻게 그런 일이…….”

 

“그에게 패한 내 친구가 누군지 아나? 바로 비혼마검(飛魂魔劍) 구유격이라네.”

 

진용은 놀란 표정으로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비혼마검 구유격! 천하십검 중 하나. 금의위에서 강호인명록을 봤을 때 상위에 올라 있던 이름이다. 극쾌검의 달인. 빠르기로만 따진다면 천하에서 세 손가락에 들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고수.

 

“들어봤나 보군. 그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십천존의 이름 중 하나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네. 아니면 십일천존이 되었든지.”

 

참으로 놀라운 말이었다. 십절검존이 인정한 자가 단순히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있다니.

 

“후우, 정말 놀랍군요.”

 

유태청이 진용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천하에 대산은 많아도 그 깊이가 제각각이니 누가 있어 줄을 세울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나온 것이겠지.”

 

어쨌든 감탄은 나중에 해도 될 일, 진용은 나머지 세 사람에 대해서 먼저 듣고 싶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누군가요?”

 

진용이 묻자 유태청이 흥이 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중원 사람이 아니네.”

 

“중원 사람이 아니라구요?”

 

“그렇다네. 한 사람은 감숙의 기련산 일대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사람이지. 삼십 년 전 우연히 난주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네. 길 가다 만났는데, 서로가 서로의 무위에 감탄하며 신경전만 벌이다가 검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상태에서 내상만 입고 말았다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우리 둘은 웃고 말았지. 결국은 술 한잔만 나누고 헤어졌어.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때 당시 그의 무공은 나보다 못하지 않았을 것이네. 중원에선 그를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말이야.”

 

“그 정도 실력이면 꽤 유명했을 것 같은데…….”

 

“감숙에선 그를 기련신마(祁連神魔)라 부르지.”

 

삼십 년 전이라면 유태청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사십 즈음이었다. 비록 십천존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실력만큼은 절정기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런 그와 비슷했다면 유태청이 그를 자신과 동등하게 꼽는 것을 이해할 만했다.

 

“다른 한 사람은 나도 말만 들었네. 친구가 그러더군. 삼십대 때 요녕에서 어떤 노인을 만났는데, 그의 강함을 느끼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비무를 청했다고. 한데 그는 자신이 패했다고 했네. 그것도 맨손인 상대에게 말이야.”

 

맨손? 

 

진용이 눈을 빛내자 유태청이 진용을 쳐다보았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 노인은 동방의 성산에 산다고 했네. 그리고 그 노인의 무공은 무척이나 기기묘묘하고 변화가 끝이 없었는데, 그 동작이 너무 아름다워서 춤인지 무공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더군.”

 

진용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동방의 성산? 백두라 불린다는 장백? 춤 같은 무공? 그럼 그 노인이 혹시 구양 할아버지의 사부?’

 

그때 유태청이 마저 말을 이었다.

 

“그 당시 노인에게 졌다는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백리자천이라네. 그는 그 이후로 천제성에서 두문불출하며 자신을 가다듬었지. 허허허, 그 친구 말로는 그 노인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되었다고 하더군.”

 

천제성주 백리자천이라고?

 

진용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자 유태청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만약에라도 그 친구를 만나거든 조심하게. 어쩌면 그 친구가 자네를 보면 참지 못하고 달려들지 모르거든. 허허허허!”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하긴 벌써 몇 번의 격전을 같이 겪었다. 목숨까지 걸고서. 그런데도 유태청 같은 천하의 고수가 자신의 무공 특징을 간파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진용이 머쓱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왠지 겁나는군요. 저는 노인이 달려드는 것은 싫은데 말입니다.”

 

“허허허허!”

 

끝내 유태청이 대소를 터뜨리자 진용은 어색한 상황을 무마하려 재빨리 물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사람은 누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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