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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91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91화

 

91화

 

 

 

 

 

 

 

“어제 어르신이 데려온 이후로는 비록 한기로 인해 몸이 많이 약해져 있기는 했어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보이던 얼굴의 그늘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어린아이 때의 모습처럼 너무도 밝아 보여서 도대체 꿈인지 싶을 정도입니다. 해서 묻는 것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어 이 아이의 표정이 이리도 밝아졌는지 알 수가 없어서요.”

 

유태청은 의아한 눈으로 은서령을 바라보았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단지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화인화를 안고 온 것뿐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때 옆에 있던 진용이 물었다.

 

“혼령이라 하셨습니까?”

 

“그래요, 공자.”

 

세르탄이 말했었다. 화인화의 몸에서 이상한 귀기가 느껴진다고. 본신의 기운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강한 귀신의 기운이. 

 

은서령의 말대로라면 세르탄이 잘못 느낀 것이 아니었다.

 

“그 무덤의 주인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습니까?”

 

은서령의 눈빛이 흔들렸다.

 

“미안해요, 공자. 그것은 본 곡의 비밀인지라 제 마음대로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비밀이라는데 윽박질러 물을 수도 없는 일. 진용은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은서령의 질문이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물었다.

 

“선자께서 보시기에, 화 낭자의 몸에서 화 낭자를 괴롭히던 혼령이 빠져나간 것 같습니까?”

 

은서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그녀였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아요, 공자. 그 때문에 어르신을 청한 것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잘된 일이군요. 그나마 좋은 소식인 것 같아 다행입니다.”

 

기뻐해야 하는 일임에도 기뻐하지 못하는 은서령을 향해 유태청이 물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소림에 가려던 일이 저절로 해결되었으니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는 없을 듯한데.”

 

“일단 곡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연락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릴까 합니다.”

 

“이곳에서? 놈들이 또 오면 위험할 텐데?”

 

“인화를 그냥 놔둔 걸로 봐서는 더 이상 저희를 공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어르신께선 놈들이 누군지 짚이는 것이 없는지요?”

 

“음, 그 정도의 고수들을 동원할 곳은 그리 많지 않네. 기껏해야 서너 군데에 불과하지. 사실 짚이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직 확신을 할 수가 없네. 너무 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야.”

 

사실 확신은 하고 있어도 확증이 없다. 소문이 돌면 오히려 꼬리를 끊을 기회만 줄 뿐.

 

은서령이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흘이면 곡에서 사람들이 도착할 테니 그때 가서 움직일 생각입니다. 놈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본 곡을 건드린 것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말을 맺는 그녀의 얼굴에선 싸늘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은서령에게 설봉선자라는 별호가 붙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상대가 삼존맹임을 아는 진용으로선 그녀의 한기가 허공에 스러질 덧없는 아지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진용이 냉정한 표정으로 은서령에게 말했다.

 

“어제 우리가 상대한 자들 중 절정에 이른 고수들만 열 명이 넘었습니다. 봉황곡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 말에 은서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도 적이 강하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진용의 말은 충격이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내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절정의 고수가 열 명이 넘을 정도면 그것만으로도 대문파 수준이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어느 문파이기에 그런 자들을 암습자로 쓴단 말인가.

 

그때 유태청이 침중한 표정으로 진용의 말을 거들었다.

 

“분명한 사실이네. 그들이 내 생각과 같은 자들이라면 결코 봉황곡만으로는 그들과 싸울 수 없을 것이네. 그래도 그들과 싸울 결심이 서거든, 곡주에게 언제 한 번 보잔다고 전해주게.”

 

순간 은서령의 얼굴에 희망이 떠올랐다.

 

십절검존의 도움이라면 천하의 어느 문파와도 싸울 수가 있다.

 

유태청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곡주께선 꼭 어르신을 뵙고 싶어하실 거예요.”

 

“글쎄…….”

 

말을 흐리는 유태청의 음성에는 세월을 거스른 씁쓸한 회상이 담겨 있었다.

 

진용은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나 말을 하지 않을 때에는 묻어두고 싶기 때문일 터.

 

결국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지기 전에 유태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보겠네. 쉬게나.”

 

진용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나오기 전 화인화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표정으로.

 

 

 

별원을 나온 즉시 진용은 세르탄을 불렀다.

 

‘세르탄!’

 

‘…….’

 

‘대답 안 할 거야?’

 

‘…왜?’

 

‘솔직히 불어.’

 

‘뭘?’

 

‘내 몸속에 있는 기운, 화 낭자의 몸속에 있던 혼령의 기운이 맞지?’

 

귀신같은 시르!

 

세르탄은 얼버무리며 자신의 생각을 우겨댔다.

 

‘글쎄, 정확히는 모르는데 맞을 거야. 어쨌든 덕분에 시르는 몸이 좋아졌고 저 계집아이는 혼령을 떨쳤으니 잘된 거잖아? 나는 거짓말 안 했어! 분명히 죽은 사람의 기운을 흡수했다고 했으니까!’

 

그건 그랬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임에는 분명했다. 

 

다만 사자의 혼령을 몸속에 받아들였다는 것이 기분 나쁠 뿐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설마 그 혼령이 날뛰지는 않겠지?’

 

‘걱정 마. 마계의 대전사인 내가 있잖아. 음하하!’

 

그래서 더 걱정이 되는 거다. 이 말썽꾸러기 최루탄아!

 

 

 

 

 

4

 

 

 

 

 

부상을 치료하며 하루를 더 객잔에서 보내기로 했다.

 

유태청과 진용의 내상도 내상이지만 정광의 외상이 생각보다 심했다. 하긴 뼈까지 보일 정도의 상처를 입었으니 하루아침에 낫기를 바란다는 것이 무리였다. 그나마 신경과 힘줄을 상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의원 말로는 보름은 정양해야 한다고 했지만 따로 혼자만 남으라 해서 남을 정광이 아니었다. 

 

다행히 봉황곡의 은서령이 효과가 뛰어난 금창약을 보내주어 저녁 무렵이 되자 정광의 상처는 별 탈 없이 달라붙었다.

 

그날 밤, 화인화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유태청과 진용이 차를 마시며 앞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찾아왔다.

 

“저 인화예요.”

 

“들어오너라.”

 

문이 열리고 그녀가 은서령과 함께 들어왔다.

 

창백한 가운데서도 붉은 기가 도는 그녀의 얼굴은 전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생기였다.

 

진용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세르탄마저 더듬거리며 말할 정도였다.

 

‘시르, 저 계집아이는 분명 사람이 아닐 거야.’

 

‘사람이 아니면, 여우야?’

 

‘여우는 무슨. 꼭 엘프 같아.’

 

‘엘프? 마계에서는 예쁜 여자를 보고 엘프라고 하나?’

 

‘케케케, 멍청하긴. 엘프는…….’

 

딱!

 

한 방에 세르탄이 조용해졌다.

 

‘멍청한 마족이 어디서.’

 

진용이 갑자기 자신의 뒤통수를 때리자 화인화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역시 눈은 초 소저가 나아.’

 

그런 생각을 알지 못하는 화인화는 진용이 빤히 바라보자 얼굴을 붉혔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어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많이 좋아졌어요. 열 살 이후로 이렇게 상쾌한 기분은 처음이에요.”

 

정말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대신 내가 걱정이라오. 세르탄 말대로 그 혼령이 조용히 있어야 하는데…….’

 

속마음은 그래도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군요. 한데 괴이한 혼령이 침습하셨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유태청도 궁금한지 화인화에게 물었다.

 

“서령에게 대충은 들었다. 비밀까지는 원치 않는다. 괜찮다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구나.”

 

유태청마저 청하자 화인화는 은서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은서령이 머뭇거리자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말씀드려도 될 분들이잖아요’라고 말하듯이.

 

그러고는 기억을 더듬어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봉황곡 옆에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황폐한 계곡이 하나 있어요. 그 너머로 구릉이 펼쳐져 있는데 옛날부터 귀신이 산다고 해서 봉황곡 사람들은 그곳에 발을 딛는 것조차 싫어했지요.”

 

“유령곡 말이구나.”

 

유태청은 그곳을 알고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지명을 내뱉었다.

 

그런데 기이하다. 화인화 역시 유태청이 그곳을 알고 있다는 데 아무런 의문도 표하지 않는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가까운 사이 같다.

 

진용이 골똘히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다. 화인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하지만 봉황곡의 아이들은 그곳을 놀이터 삼아 자주 놀러 가곤 했어요. 저는 그곳의 자그마한 동산에서 미끄럼 타며 노는 것을 아주 좋아했지요. 어머니는 자꾸 가지 못하게 했지만 저는 몰래 빠져나가 놀았어요.”

 

갑자기 화인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런데 유난히 비가 많이 온 그해, 동산이 반쯤 무너져 내렸어요. 그래도 별다른 생각 없이 무너지지 않은 쪽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고 있는데, 미끄러져 내려가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깜짝 놀랐죠!”

 

그녀는 정말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깨를 들썩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풋! 진용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스스로 도취된 화인화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급히 따라 내려갔는데 그만 발밑이 쑥 빠지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저는 무서워서 소리를 막 질렀죠. 그리고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어요. 주위는 깜깜했어요. 이상한 한기가 저를 꼼짝도 못하게 했어요. 한데 그때였어요.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거는 거예요. ‘나를 받아들이면 너는 살 수 있다. 나를 받아들여라. 그것만이 네가 살 수 있는 길이다!’라고 말이에요.”

 

그녀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실감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 어찌나 실감나게 이야기를 하는지, 유태청과 진용은 어느 순간부터 숨도 쉬지 않고 화인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는 살고 싶었어요. 어머니도 보고 싶고, 이모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말했죠. ‘정말 당신이 절 살려주실 수 있나요?’”

 

화인화는 열 살 때의 표정으로 그 말을 하고는 한참 동안 말을 멈췄다.

 

꿀꺽! 거의 동시에 진용과 유태청이 침을 삼켰다. 그게 신호라도 된 듯 그녀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제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정신을 잃었구요.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머니와 이모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었어요.”

 

갑자기 그녀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끔씩 이상한 꿈을 꾸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바로 어제까지…….”

 

이야기가 끝났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후 유태청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내밀어보거라.”

 

화인화가 손을 내밀었다.

 

유태청은 화인화의 손목을 잡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화인화의 내부를 살펴봤다. 정순한 기운이 느껴졌다. 제법 강한 기운이다. 

 

그러나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유태청이 물었다.

 

“봉황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더냐?”

 

화인화가 고개를 저었다.

 

“어떤 무공도 제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어머니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도 네 몸에는 제법 많은 공력이 쌓여 있구나.”

 

“그게 의문이었어요. 저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데 한 번씩 아프고 날 때마다 내공이 늘었거든요. 꼭 꿈속에서 무공을 익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신기한 일이었다.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용만은 아니었다. 세르탄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사는 그만큼은 대충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군가 화인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화인화를 괴롭혔다. 

 

아니, 어쩌면 괴롭힌 것이 아니라 무공을 가르쳤는지도 모른다. 화인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통은 그 부산물이었고 말이다.

 

그때 화인화가 말했다.

 

“한 번도 익혀보지 않은 초식을 쓰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놀랐었어요.”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문득 동병상련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머릿속에 세르탄을 집어넣고 사는 자신과 귀신의 혼령을 몸속에 넣고 살았던 여인.

 

‘이제 걱정 마시오, 화 소저. 당신의 몸속에 들었던 혼령을 내가 거두었으니.’

 

진용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화인화를 바라보고 있을 때다. 유태청이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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