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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90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90화

 

90화

 

 

 

 

 

 

 

“우히히, 이 계집아이에게 씌워 있는 귀혼은 보통이 아니야. 아마 생전에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었던 것 같아. 귀신이면서도 여전히 대단한 기운을 지니고 있거든. 그러니 이 계집아이에게 달라붙어 있는 귀혼의 기운을 흡수하면 시르의 몸도 빨리 나을 거야. 뭐, 좀 찝찝하긴 하지만 할 수 없잖아? 유태청이란 늙은이나 정광이란 말코의 기운을 흡수할 수도 없으니.”

 

중얼거리던 그는 화인화를 평평한 곳에 누이고는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붉은 눈으로 화인화의 감겨진 눈을 응시했다.

 

“얼마 전에 생각났는데 말이야… 건곤흡정진혼결과 비슷한 능력에 대해서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 뭔 줄 알아? 바로 마계의 십대능력 중 하나인 지옥제혼(地獄制魂)의 능력이야. 마계의 십대수호전사만이 익힐 수 있다는 최고위의 능력. 한데 이상하지? 어떻게 이런 고위 능력이 인간계에 있는 걸까? 이상해…….”

 

말을 하는 와중에도 그의 눈에서 쏟아지는 붉은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르르르…….

 

화인화의 머리에서 뿌연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새어 나왔다.

 

아지랑이 같은 기운은 마치 공포에 떠는 것처럼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으으으……. 어떤 놈이 감히!

 

“우히히히! 귀혼 따위가 감히 마계의 대전사 어른에게 대항하겠다는 건가? 건방진…… 꼭, 시.르. 같.은. 놈.이……. 크크크…….”

 

―너는 웬 놈이냐? 웬 놈이 감히 본 마존의 혼령을 무시하는…….

 

“마존?”

 

갑자기 그의 붉은 눈동자가 화르륵 타올랐다.

 

‘마존’이라는 단어가 그의 감정을 극한으로 자극한 것이다.

 

“건방진 놈! 마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고 있네. 네가 마존이면 나는 마신이다! 지랄 말고 네놈의 힘을 내놔!”

 

잡스런 소리를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그는 귀혼을 빨아들이는 힘을 배가했다.

 

―아, 안 돼! 끄아아아…….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급속도로 붉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들었다.

 

한순간이었다.

 

화인화의 머리에서 새어 나온 아지랑이는 순식간에 붉은 눈동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 한 가닥의 아지랑이까지 빨아들인 그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켈켈켈, 이거 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 헉!”

 

그런데 그렇게 웃던 그가 갑자기 부르르 몸을 떨더니, 화인화는 그대로 놔둔 채 부리나케 유태청과 정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너무 빨리 깨어나는 것 아냐? 저기 갈 때까지 깨어나면 안 되는데.”

 

진용의 정신이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만일 진용이 지금 벌어진 상황을 안다면?

 

“안 돼! 안 돼! 시르 성질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분명 그걸 핑계로 또 뭘 뺏으려고 할 거야. 헉, 헉!”

 

오십여 장의 거리는 멀고도 멀었다. 그래도 열심히 양발을 조종한 덕에 겨우 본래 있던 곳 가까이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간이 없었다.

 

털썩!

 

세르탄은 본래의 위치를 삼 장가량 남겨두고 진용의 몸을 쓰러뜨렸다.

 

“으음…….”

 

동시에 진용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2

 

 

 

 

 

진용은 정신을 차리자 기억을 떠올려 봤다.

 

화인화의 납치, 추적, 계곡에서의 격전,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흑의노인과 나눈 두 번의 격돌까지.

 

‘그 노인은 유 노선배님이 날아오자 도망을 갔지.’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바닥의 딱딱한 감촉, 은은히 콧속을 파고드는 혈향, 자신은 아직도 계곡 안에 있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자 유태청과 정광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운공조식을 하고 있는 듯했다.

 

진용은 누운 상태에서 제일 먼저 내부를 점검해 봤다.

 

쓰러지기 전 흑의노인에 의해 극심하게 흔들린 심맥이 걱정되어서였다. 다행히 생각보다 내상이 심하지는 않은 듯했다.

 

비록 공력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심맥이 끊기거나 특별하게 심각한 이상이 보이는 곳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온몸의 구석구석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건?’

 

세르탄이 다급히 말했다.

 

‘시르, 일단 운기를 해서 몸이나 추슬러 봐.’

 

옳은 말이었다. 자신의 몸속에 깃든 기운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때다.

 

진용은 의문을 접고 조금씩 내력을 돌리기 시작했다.

 

 

 

뿌연 기운이 진용의 몸을 감싼 채 천천히 휘돌 때쯤 유태청과 정광이 차례대로 운기를 마치고 눈을 떴다.

 

먼저 눈을 뜬 유태청이 기이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운기를 하고 있는 진용이 보였다. 그런데… 쓰러진 곳이 아니다.

 

조금 전에 뒤에서 진용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운기 중이라지만 주위의 기척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은 아닌 듯했다.

 

‘저기까지 기어갔나? 아닌데… 걸어갔던 것 같던데. 더 멀리…….’

 

때마침 정광도 눈을 뜨더니 진용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도 의아하다는 눈빛이 가득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 일은 당장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화인화를 찾아야 했다.

 

흑의노인이 떠나갈 때 화인화는 데려가지 않았다. 그러면 둘 중 하나다. 다른 곳에 숨기고 자신들을 이곳으로 유인했거나, 아니면 이곳 어딘가에 방치했을 것이다.

 

“화가 아이를 찾아봐야겠네.”

 

유태청이 일어나자 정광도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섰다.

 

두 사람은 적들이 튀어나온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유태청이 바위틈에서 꺼내져 있는 화인화를 발견했다.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한밤의 추위도 그녀의 평온함을 방해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유태청은 떨리는 손으로 화인화를 안아 들었다.

 

“아이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네 어미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늘.”

 

 

 

화인화를 발견한 유태청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들 때쯤, 진용도 운기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공력은 삼성도 채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몸은 움직일 만했다. 하긴 그 정도만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운기하기 전부터 들었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기운은 대체 뭐지?

 

덕분에 삼성의 공력을 찾기는 했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 기운은 어디서 생긴 기운일까? 왜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걸까?

 

어쩌면 세르탄은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르탄.’

 

‘…….’

 

‘세.르.탄!’

 

‘…왜.’

 

‘무슨 일이 있었지? 왜 내 몸속에 이상한 기운이 들어 있는 거지?’

 

‘…….’

 

‘세르탄은 알고 있지? 말 안 할 거야?’

 

세르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건…… 시르가… 건곤흡정진혼결로 근처에 있는 기운을 흡수했기 때문에 생긴 거야.’

 

세르탄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훌륭한 변명을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만족스런 변명이었다.

 

‘정말이야?’

 

‘그럼! 대전사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거 시르도 알잖아?’

 

‘그럼 내가 죽은 사람의 귀기를 흡수했다는 거야?’

 

‘바로 그거야!’

 

세르탄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진용은 오히려 그런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다. 그래도 귀기를 흡수했다는 말에 찝찝한 마음이 들어서 세르탄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좋아, 일단 믿어주지. 기운이 탁한 걸로 봐서 세르탄의 말이 사실인 것 같으니까.’

 

‘당연히 사실이지. 시르가 흡수한 것은 분명 귀신의 기운이거든! 단순한 귀기가 아니어서 그렇지! 켈켈켈!’

 

그때 계곡의 절벽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진용은 고개를 돌려서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유태청이 누군가를 안아 든 채 오고 있었다. 그 뒤에선 정광이 절뚝이며 따라온다.

 

진용은 유태청의 품에 안긴 사람이 화인화란 것을 알아보고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찾으셨군요! 화 낭자는 괜찮습니까?”

 

“다행히 놈들이 해치지 않고 그냥 갔더군.”

 

“놈들도 최후의 상황을 염두에 두었겠지요.”

 

그랬을 것이다. 암습이 실패하면 도주해야 하는데, 인질이 죽은 것과 산 것은 천양지차다. 인질이 죽어 있으면 바로 추적이 시작되지만 살아 있으면 일단 인질을 챙기기 위해서 추적이 늦춰지지 않겠는가.

 

그러한 목적이었든 아니든 어쨌든 간에 화인화가 살아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화인화마저 찾자 세 사람은 더 이상 혈향이 가득한 계곡에 있고 싶지가 않았다.

 

화인화의 상태도 그렇고 자신들의 부상도 기초적인 응급처치만 했을 뿐 엄중한 상태. 일단은 객잔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자신들에게 죽은 십여 구의 시신을 남겨 놓은 채 계곡을 떠나갔다.

 

그리고 계곡은 다시 정적에 잠겨 들었다.

 

 

 

 

 

3

 

 

 

 

 

아침 햇살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밝게 세상을 비쳤다. 그러나 별원의 분위기는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객잔의 사람들이 한밤의 소란을 확인하기 위해 수군거리며 별원으로 다가왔지만, 봉황곡의 여인들은 어느 누구도 근처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녀들의 표정이 어찌나 살벌한지 사람들은 함부로 접근을 못하고 근처만 배회하다 포기하고 돌아갔다.

 

간혹 배포를 자랑하는 자들이 그녀들을 무시하고 별원으로 들어가려는 경우도 있었지만, 두어 명이 반 죽도록 얻어맞고 돌아간 이후로는 별원 주위로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진용 등은 화인화를 별원에 데려다 준 이후 방에 틀어박혀서 아침나절까지 운기를 하며 몸을 추스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세 사람의 수발을 들기 위해 두충과 운아영은 새벽녘부터 동분서주했다.

 

두충은 진용에게는 따뜻한 물을, 정광에게는 따뜻한 물이 떨어졌다며 찬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나마 미운 정도 정이라고 따뜻한 물을 쪼끔 섞어서.

 

“정말 없냐?”

 

“떨어졌수. 지금 끓이고 있으니까 쫌만 기다리쇼.”

 

“옷도 좀 사 와라.”

 

“돈 주쇼.”

 

“니 돈 써.”

 

씨불, 그럼 그렇지.

 

그래도 운아영과 함께 옷을 사러 갈 때는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비록 들고 올 때는 혼자서 들고 왔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물론 정광의 도복은 제일 싼 걸로 샀다.

 

“왜 도장님 옷은 싼 걸로 산 거야?”

 

“그 양반은 옷을 험하게 입어서 비싼 것 사봐야 소용없어. 금방 또 찢어질 텐데 뭐.”

 

 

 

* * *

 

 

 

사시 무렵 소련이 찾아왔다. 그녀는 전날과 다르게 더할 수 없이 공손한 자세로 은서령이 뵙고자 한다는 말을 전했다.

 

상처가 심한 정광을 놔두고 진용과 유태청이 별원으로 찾아가자 은서령이 직접 두 사람을 맞이했다.

 

산공독을 몰아내기는 했지만 내상은 치유하지 못한 터라 그녀의 얼굴은 창백함이 완연했다.

 

“아이는 어떤가?”

 

“여전히 잠들어 있습니다, 어르신.”

 

“아직까지?”

 

“새벽에 잠깐 깼을 때 약을 먹였는데, 아마 약 기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음…….”

 

유태청은 은서령의 말을 들으며 침상의 화인화를 바라보았다. 잠들어 있는 화인화의 표정은 매우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은서령은 그것이 이상한지 유태청에게 물었다.

 

“혹시 인화를 데려오기 전에 무슨 일은 없었는지요?”

 

유태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말인가?”

 

“그게… 인화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계셨는지요?”

 

“어제 봤을 때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긴 했네만, 심각할 정도인가?”

 

은서령은 잠시 머뭇거렸다. 화인화의 몸에는 비밀이 있었다. 함부로 아무에게나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이.

 

그러나 의문을 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유태청에게 말하는 것이라면 화종경이라 해도 뭐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심을 굳힌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화가 열 살 무렵, 봉황곡 근처에서 고대의 무덤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놀던 중에 갈라진 틈에 빨려들면서 발견된 것이지요. 그 당시 인화도 함께 무덤에 빨려 들어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날 이후로 가끔씩 잠을 자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며 식은땀을 흘리곤 했지요.”

 

그녀는 차마 발작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돌려 말했다.

 

“그때마다 인화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져서 인화를 아끼는 저로선 차마 마주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최근에 인화를 본 어느 분의 말로는 매우 강력한 기운을 지닌 혼령이 인화의 몸에 스며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제가 인화와 곡을 나선 것은 바로 그분의 말을 듣고 소림의 요법선사를 만나려 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은서령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시선을 돌려서 화인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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