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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89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89화

 

89화

 

 

 

 

 

 

 

진용을 향해 달려들던 다섯 명이 철벽에 부딪친 쇠구슬처럼 사정없이 튕겨졌다.

 

진용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절정에 이른 고수가 다섯. 그들을 동시에 상대했다. 멀쩡하면 도리어 이상할 것이었다.

 

지상에 내려선 진용은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핏물을 억지로 눌러 넣고는 비칠거리며 일어서는 적들을 향해 쇄도했다.

 

입에서 덩어리진 핏덩이가 뭉클거리며 흘러나오는 자도 있고, 뻥 뚫린 옆구리를 움켜쥐고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자도 있다.

 

그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는 자는 모두 셋!

 

진용은 쇄도하며 이를 악물고 세맥에 잠들어 있는 내력까지 모조리 끌어 모았다. 이어서 신수백타가 펼쳐졌다.

 

일 수에 한 명! 일 권에 한 명!

 

막아내면 제치고, 쳐오면 맞부딪치면서.

 

머리를 부수고 심장을 터뜨려 버렸다.

 

뇌전과 건곤의 기운이 실린 춤사위, 두 명이 무너져 내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진용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꾸러지는 그들을 외면하고 상관욱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흙빛으로 물든 얼굴, 두려움에 질린 상관욱의 눈빛이 난파선처럼 흔들린다.

 

억지로 검을 드는 그를 보며 진용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무명의 초식 중 첫 번째 초식이었다.

 

회오리치는 대기로 진용의 장력이 빨려 들어갔다.

 

과아아아!

 

바로 그때였다!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분이 느껴졌다.

 

형체도 없고 기세도 없는 막대한 뭔가가 밀려오고 있었다.

 

본능이 위험신호를 보낸다. 온몸의 털이 올올이 곤두섰다!

 

세르탄도 느꼈는지 대경해서 소리쳤다.

 

‘시르! 암습이야! 조심해!’

 

진용은 손해를 감수하고 내치던 공력을 급히 회수했다. 동시에 몸을 허공으로 튕기며 홱 몸을 돌려 일장을 내질렀다.

 

순간, 어느새 코앞까지 밀려온 기운과 진용의 일장이 일성 굉음을 일으키며 부딪쳤다.

 

쾅!

 

“크읍!”

 

가공할 충격이 전신을 치달렸다.

 

훌훌 날아간 진용의 입에서 억눌러 놓았던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웩!”

 

벌떡 일어선 진용은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집중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삼 장 앞에는 아무런 특징도 보이지 않는 흑의노인이 유령처럼 서 있었다. 그가 얼굴을 찡그린 채 감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린놈이 대단하구나. 그런 상황에서도 암천무흔장(暗天無痕掌)을 눈치 채다니.”

 

암군이었다.

 

상관욱이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자 마침내 그가 직접 손을 쓴 것이다. 미끼 역할을 다한 화인화는 한쪽 구석에 처박아두고.

 

“정말 굉장했어. 설마 척천단 둘과 무영천귀 다섯의 합공을 혼자서 물리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야. 하나 거기까지다.”

 

“당신은……?”

 

진용이 물었다. 암군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죽을 놈이 그건 알아서 뭐 하겠느냐? 후후후…….”

 

그의 손에서 십성 내력이 실린 암천무흔장이 다시 진용을 향해 펼쳐졌다.

 

역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에 동화된 무형의 장력!

 

그러나 진용은 그 장력에서 가공할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무형의 장력에 담긴 엄청난 위력으로 인해 대기가 진저리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진용은 남은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제나의 지팡이에 밀어 넣었다.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면 단 한 번의 기회일지 몰랐다.

 

눈앞의 노인이 부상당한 자신을 얕보고 있는 지금!

 

진용은 해일처럼 밀려오는 거력을 향해 지팡이를 내밀었다.

 

동시에 뇌전의 능력을 최대치로 펼쳐 냈다.

 

“뇌전의 폭풍! 가라!”

 

번쩌저적!

 

지팡이 끝에 뭉친 수십 가닥의 뇌전이 폭풍처럼 터져 나갔다.

 

뇌전은 암천무흔장을 한입에 삼킬 듯이 덮쳐 버렸다.

 

“헛!”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암군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일순간! 강력하기 그지없는 두 줄기 기운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아아앙!

 

절곡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뒤로 튕겨졌다.

 

그제야 상대하던 적들을 쓰러뜨린 유태청이 진용을 향해 날아왔다.

 

“고 공자, 괜찮나!”

 

당연히 괜찮을 리가 없었다. 이미 모든 심맥이 뒤틀려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벌떡 몸을 일으킨 진용은 입에 든 핏물을 침 뱉듯 뱉어내곤 씩 웃었다.

 

“저는 걱정 마시고 저 노인네나 처리하십시오.”

 

유태청이 노한 눈으로 암군을 노려보았다.

 

“네놈들이 감히 봉황곡의 아이를 납치하다니, 간덩이가 부은 놈들이로구나!”

 

그는 소리치며 천유를 치켜들었다. 백색 검강이 천유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오더니 석 자에 이르렀다.

 

천하에 십절검존의 이름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록 그가 부상으로 인해 그 능력을 다 쓸 수 없는 처지라 할지라도.

 

어둠의 제왕이라는 암군 역시도 그러했다. 진용과의 격돌로 내부가 흔들린 그는 십절검존의 검강에 부딪쳐 가는 모험을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더구나 자신의 느낌대로라면 목표했던 놈은 심맥이 뒤틀리고 내부가 부서진 것이 분명했다. 단시일 내에 정상을 회복할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러면 됐다. 이빨에 발톱까지 빠진 호랑이 새끼는 두려울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을 테니까.

 

그는 유태청이 노성을 지르며 검을 치켜들자 유령 같은 몸놀림으로 거리를 넓혔다. 그러더니 죽 허공으로 빨리듯 떠올랐다.

 

“흐흐흐……. 유태청, 다음에는 네놈 차례다.”

 

갑자기 암군이 어둠 속으로 멀어지자 유태청이 소리치며 천유를 내던졌다.

 

“이놈! 감히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쐐에엑!

 

천유가 백색 검강을 뿜어내며 어둠을 갈랐다.

 

그러나 유태청이 전력으로 펼쳐 낸 이기어검은 허공만 가르고 되돌아왔다.

 

되돌아온 천유를 거머쥔 유태청은 재빨리 사방을 둘러보았다.

 

진용과 자신과 정광에 의해 죽은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흑의인들과 갈의인들 중 보이는 자는 죽은 자들뿐이었다.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암군이 사라짐과 동시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계곡에선 정광이 숨을 헐떡이며 씩씩거리고 있는 소리만이 울렸다.

 

“개 같은 놈들! 어딜 도망가! 이리 안 와!”

 

마음에도 없는 소리. 다시 올 것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었다.

 

정광은 한참을 씩씩거리다 혈도를 찍어 지혈을 하고, 그래도 피가 많이 나오는 곳은 도복을 찢어 동여맸다. 그의 도복은 걸레쪽처럼 찢어진 데다 몸에서 배어 나온 핏물로 벌써부터 혈의가 되어 있었다.

 

“씨불! 산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걸레가 됐네.”

 

그래도 하는 수 없었다.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의 상처만 해도 두어 군데, 잔상처는 십여 군데가 넘을 정도다. 출혈로 죽기 전에 지혈부터 하고 봐야 했다.

 

“쿨럭! 쿨럭!”

 

유태청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기침을 토해낸 것은 그때였다.

 

기침을 토해낸 유태청의 입에서 선혈이 가늘게 흘러나왔다. 엄중한 내상으로 인한 선홍빛 선혈이. 

 

그에 비하면 도검에 의해 난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암군에게 시위를 하기 위해 무리하게 이기어검을 펼친 때문이었다. 비록 그로 인해 암군은 다시 오지 않을 테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유태청이 선홍빛 선혈을 흘리자 정광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습니까?”

 

유태청은 고개를 저으며 진용을 가리켰다.

 

“나보다… 고 공자가…….”

 

“예? 저 친구야 멀쩡히 웃고 서 있…….”

 

정광이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진용을 돌아볼 때다.

 

쿵!

 

진용이 씩 웃는 표정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멍청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광은 뒤늦게 놀라 소리쳤다.

 

“아니! 이봐! 고…….”

 

유태청이 황급히 손을 저으며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쉿! 소리 지르지 말게. 아직 놈들이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게야.”

 

밤에 울리는 소리는 십 리도 더 간다. 더구나 정광의 목소리라면 이십 리 밖에서도 들릴 판이었다.

 

그제야 정광은 목소리를 죽이고 절뚝거리며 진용에게 다가갔다.

 

“고 공자. 이보게, 정신 차려.”

 

사실 진용은 암군이 사라지고 유태청이 이기어검을 날린 순간부터 정신을 잃고 있었다. 

 

‘시르! 이 멍청아! 정신 차려! 그 따위 놈에게 당하고 정신을 잃으면 어떡해!’

 

머릿속에서는 세르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진용의 정신을 깨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앞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뒤로 쓰러졌다면 세르탄까지 정신을 잃었을 텐데…….

 

정광은 일단 진용의 맥을 짚어봤다.

 

맥은 비록 약하지만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휴, 약해서 그렇지 맥은 정상입니다.”

 

“우선은 그냥 놔두게. 공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계속된 충격으로 심맥이 흔들려 정신을 잃은 것 같네. 당장 내력을 집어넣어 줘봐야 오히려 흔들린 심맥에 충격만 줄 뿐이야. 고 공자 정도의 내력이라면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니 우리가 먼저 공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네.”

 

차분한 유태청의 말에 정광은 걱정스런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유태청이 선홍빛 선혈을 흘렸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급히 물었다.

 

“선배님도 내상이 심하신 것 같은데.”

 

“선천진기를 조금 손상당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듯싶네. 걱정 말고 내력을 다스리게나.”

 

“알겠습니다.”

 

결코 괜찮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번에 걸쳐 선천진기가 손상되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말해야 정광이 안심하고 운기할 것 같았던 것이다.

 

유태청은 정광이 운기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주천에 들어간 듯싶자 조용히 눈을 감고 내력을 휘돌렸다.

 

‘아무래도 이번 내상은 쉽지 않을 것 같군.’

 

 

 

 

 

 

 

3장. 된다, 돼!

 

 

 

 

 

1

 

 

 

 

 

쓰러진 진용을 그대로 놔둔 채 유태청과 정광이 운기를 시작한 지 이각이 지났다.

 

두 사람은 이각이 지났어도 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심각한 공력의 손실을 입었다는 뜻이었다.

 

다시 일각이 지났을 즈음이었다. 짙은 혈향만이 가득한 계곡의 고요가 난데없이 들려온 기이한 소리에 의해 깨어졌다.

 

“흐으으으…… 읍. 흐으으으…….”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결코 운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숨소리는 아니었다.

 

놀랍게도 숨소리의 주인은 쓰러져 있던 진용이었다. 진용의 입에서 거칠면서도 흐느끼는 듯한 괴이한 숨소리가 길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괴이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 반 각 정도 지났을 때다.

 

번쩍! 진용의 눈이 떠졌다.

 

순간, 붉은 빛이 진용의 눈동자에서 쏟아졌다.

 

눈에서 붉은 빛을 쏟아내던 진용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더니 어느 순간 힘겹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축 늘어진 어깨, 힘없이 늘어뜨린 두 팔. 마치 제 몸이 아닌 것처럼 진용의 몸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세운 진용은 시뻘건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아서 앉아 있는 유태청과 정광은 운기에 열중해 있었다. 그래선지 자신들의 뒤에서 그가 일어선 것을 미처 느끼지 못한 듯했다. 그의 입가에 희열에 찬 기이한 웃음이 맺힌 것은 그때였다.

 

“된다, 돼! 우히히……. 시르, 내가 도와줄게. 이 마계의 대전사님이 도와주면 시르도 곧 나을 거야.”

 

시르? 설마……?

 

맙소사! 믿을 수 없게도 세르탄이 진용의 몸을 자신의 의지로 움직인 것이다.

 

세르탄은 진용의 몸을 움직여서 진용이 무영천귀와 척천단을 맞아 싸웠던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진용이 죽인 여섯 명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는 시신들을 한 번 훑어봤을 뿐, 그들을 지나쳐서 어느 한 곳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흐느적흐느적, 걸어가는 모습은 괴이했지만 용케 넘어지지는 않았다.

 

오십여 장을 걸어가자 높이가 삼 장에 달하는 바위가 앞을 가로막았다. 

 

바위를 돌아간 그는 느릿하게 좌우를 훑어보았다.

 

‘여기 어디에서 느껴졌는데…….’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던 붉은 눈동자가 어느 한곳에서 멈추었다. 

 

원하던 것을 발견한 듯 그의 입술 끝이 실쭉 올라갔다.

 

‘저기 있군.’

 

붉은 눈동자가 멈춘 곳은 바위와 바위 사이에 난, 다섯 자 정도 되는 작은 틈바구니였다. 그곳에 화인화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는 화인화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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