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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84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84화

 

84화

 

 

 

 

 

 

 

“예상외로군. 그래도 몇은 살아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구양무경이 움직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비밀리에 키웠다는 살귀들을 동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황금빛 수라탈의 눈구멍에서 묵광이 번뜩였다.

 

“재미있군. 어부지리를 노리겠다는 건가?”

 

“한 번 경고를 보내는 것이 어떨지…….”

 

“아니야, 그냥 놔둬. 그 역시 외나무다리에 올라선 놈일 뿐이야. 오히려 받아야 할 빚이 하나 생겼으니 우리에게 손해날 것은 없어. 혈혈구마를 모두 잃은 것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그자는 찾았나?”

 

“아직…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온데 꼭 그자를 찾아야만 하는지요? 그자가 아니라도 소군의 힘은 천하에 넘볼 자가 없을 것이온데…….”

 

“찾아. 그자는 무조건 찾아야 돼! 그래야 완벽한 혈천마신이 탄생할 수 있어. 곧 그 아이가 첫 번째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찾지 못하면 반쪽에 그칠 뿐이야.”

 

혈천마신(血天魔神)!

 

실눈 중년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전설이었다. 천수백 년 전 단신으로 만인을 죽여 천하를 피로 붉게 물들였다는 혈신의 전설. 

 

마계의 힘을 얻어 천하에 그 적수가 없었다는 천세제일마의 전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천수백 년 전의 그때가 아니다. 무림의 최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다. 그러하기에 비록 두려운 이름이긴 하나 실감을 할 수가 없었다.

 

‘주군께서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그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수라탈인은 주먹마저 움켜쥐며 광망을 쏟아냈다.

 

“명심해. 혈신의 아들임을 자처한다는 그 미친놈들이 눈치 채기 전에 먼저 발견해야 된다. 그래야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가 있어.”

 

그래서인지 집착처럼 느껴진다. 혈신의 아들이라는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그도, 그의 주군도 정확히는 모른다. 단지 전설로만 전해지는 자들.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하지만 그들이 누구든 자신들을 어찌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믿기가 힘들었다.

 

어쨌든 명령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명이 떨어진 이상 자신은 최선을 다하면 될 뿐.

 

“혈접(血蝶)과 혈조(血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우선으로 찾도록 하겠습니다.”

 

만족한 듯 황금 수라탈인의 입에서 묵직한 명령이 흘러나왔다.

 

“좋아. 숙야명, 그럼 이제 천혈이 세상에 나감을 알려라! 천제성을 끌어내고 정천무맹을 움직이게 만들어라! 천하가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수라탈인의 나직한 명령에 실눈을 한 중년인, 숙야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십 년을 기다려 왔는데, 드디어 시작인가?

 

“존명! 세상이 놀랄 것입니다, 주군.”

 

마침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달조차 가려진 밤에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붓을 놀려 서신 한 장을 작성했다. 서신에는 짤막한 글귀 한 줄만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천혈이 움직이기 시작했음. 지시 바람. 신혈의 세상을 위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 전서구가 암흑으로 물든 천공을 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4

 

 

 

 

 

엄청난 충격이 강호를 태풍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었다. 선혈보다 붉은 비단으로 된 초대장이 일으킨 바람이었다.

 

초대장은 일월 이십이일, 강호 일백 대문파에 일제히 전달되었다.

 

처음에 그 초대장을 접한 강호 대문파 주인들의 반응은 세 가지였다.

 

어디서 동네 무관이 생기냐며 코웃음 치는 사람,

 

건방진 문구에 격렬한 분노를 나타내며 이를 가는 사람,

 

마침내 때가 왔다며 주먹을 불끈 쥐는 사람.

 

그러나 맨 마지막의 서명을 본 순간, 그들의 반응은 모두가 하나로 통일되었다.

 

경악!

 

 

 

* * *

 

 

 

열하루째가 되던 날, 운가명이 유태청과 함께 진용을 찾아왔다.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수천호령사.”

 

무명의 초식을 들여다보며 세르탄과 함께 골머리를 쥐어짜고 있던 진용은 고개를 들어 운가명을 바라보았다.

 

“뭔데 그러십니까?”

 

대답은 유태청이 했다.

 

“천혈교가 오월 초하루 정식으로 강호동도들을 초청한다고 하네.”

 

“천혈교가요?”

 

확실히 놀라운 소식이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였을 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이미 각파에 그 소식이 전해진 것 같네. 상황으로 봐서는 한날한시에 초대장이 전해진 것 같더군. 작정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야. 장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네. 단지 신양(信陽)에서 사자들이 대기할 거라 적힌 걸 보니 신양 근처인 듯하네만…….”

 

“혈혈구마가 몰살당하자마자 초대장이라……. 무슨 뜻일까요?”

 

운가명이 말했다.

 

“바람을 일으켜 마도를 결집시키겠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천혈교도인 혈혈구마를 함정에 몰아넣고 죽인 천제성을 치겠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도는 바람에 이미 강호가 들썩거리고 있는 판입니다. 게다가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복수의 명분도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혈혈구마는 그저 사석(死石)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도망치던 세 사람을 죽인 곳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왜 그들을 치겠다는 소문은 흘리지 않은 걸까. 한꺼번에 두 군데는 힘들다 이건가? 아니면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생각에 방관?’

 

진용의 눈이 번뜩였다.

 

‘만일 그들과 천혈교가 암묵적인 합의로 동시에 천제성을 공격한다면? 그럼 과연 천제성이 견딜 수 있을까?’

 

그때 유태청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문제는 그들에게 충분히 그럴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네.”

 

진용의 눈이 유태청을 향했다.

 

“그 말씀은… 혹시 천혈교에 대해 밝혀진 것이 있단 말씀입니까?”

 

“초대장의 말미에 몇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네. 그중 몇 사람의 이름 때문에 지금 강호가 지진이라도 난 듯 술렁이고 있다네.”

 

“대체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기에……?”

 

유태청은 두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진용은 유태청의 우려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혈교 수석장로.

 

유령신마(幽靈神魔) 야율립!

 

마제(魔帝) 등우광!

 

“맙소사! 십천존 중에 두 사람이 장로란 말씀입니까?”

 

진용이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유태청은 그들의 이름보다 또 다른 이름 하나에 신경을 썼다. 

 

태상호법이라는 지위와 함께 적혀 있는 이름.

 

“공야무릉이란 이름을 들어봤나?”

 

“아뇨,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유태청은 당연히 그럴 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네. 강호에서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다섯도 채 되지 않을 것이야.”

 

“그 이름이 유 노선배님께서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이름입니까?”

 

“중요하냐고? 물론이네. 중요하지. 아주. 천외삼비처(天外三秘處)라는 말은 들어봤겠지?”

 

“천외삼비처요? 예, 들어봤습니다. 오래전부터 세상에 나타나지 않아 이제는 전설이 되어 사라진 곳 아닙니까? 신무곡(神武谷), 밀천궁(密天宮), 명옥(冥獄)이라고 알고 있는데……. 설마?”

 

유태청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바로 명옥의 주인이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그의 무공은 결코 나의 아래라 할 수 없다네.”

 

진용의 입이 떡 벌어졌다.

 

삼태천 중의 하나인 십절검존의 아래가 아닌 자!

 

삼비처 중 하나인 명옥의 주인!

 

정녕 믿을 수 없는 말이 유태청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태청의 말이 아니었다면 진용조차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체 천혈교의 교주가 누구기에 그런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단 말입니까?”

 

진용이 경악한 표정으로 묻자 유태청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곤혹함이었다.

 

앞선 두 명의 이름에 놀라고 세 번째 이름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맨 마지막에 적힌 천혈교주의 이름에 대해선 그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지간한 무림의 고수들 이름이 다 적힌 풍림당의 인명록에도 그러한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운가명이 그자의 이름을 말했다.

 

“동방휼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금 강호의 누구도 그 이름을 아는 자가 없습니다, 수천호령사.”

 

 

 

 

 

5

 

 

 

 

 

더 이상 머무를 여유가 없었다. 정보는 움직이면서 받아봐도 되었다.

 

떠날 준비를 한다며 정광과 두충이 밖으로 나가자, 차를 한 모금 마신 진용이 유태청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바로 여주로 갈까 합니다.”

 

뜻밖이었는지 유태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주로?”

 

“위지 대협에게는 우리가 그곳으로 간다는 것만 알려줘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들도 그곳으로 움직이게 될 테니까요.”

 

유태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리할 것이다. 아니, 그들의 마음도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는 여유가 없을 터, 어쩌면 그들이 먼저 움직였을지도 몰랐다.

 

정광이 차를 후르륵 마시고는 탁 소리가 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도 그렇군. 그 인간, 먼저 움직이지 않았을지나 모르겠는데?”

 

진용이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운가명을 바라보았다.

 

“운 당주님께 부탁 좀 해야 될 것 같군요. 서신을 적어드리겠습니다. 낙양의 성화객잔을 찾아가 위지홍 대협께 서신을 전해주었으면 합니다. 약속 날짜가 이월 초하루니 지금 전하면 하루이틀 정도는 빨리 전할 수 있을 겁니다. 잘하면 여주에서 바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운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신다면 위지홍이라는 분께 직접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풍림당의 당원들은 천하에 없는 곳이 거의 없다. 낙양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진용의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

 

“그러면 더 좋지요.”

 

 

 

이야기를 마치고 운가명 부자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그런데 정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익히 들어본 목소리였다.

 

문을 나서자 사 척 장검을 등에 멘 운아영이 두충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한발 먼저 나가 있던 정광은 그 옆에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구경만 하고 있고.

 

“위사면 문지기나 같잖아?”

 

“어떻게 감히 금의위의 위사를 문지기에 비교한단 말이야?”

 

“그 위사나 그 위사나, 위사는 위사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어쨌든 말단 졸병인 것은 마찬가지 아니야?”

 

“…….”

 

두충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지난 열흘, 기껏 생각해서―솔직히 잘못하면 맞을 것 같아서―받들어줬더니 대뜸 졸병 취급을 한다.

 

한 살 차이니 그냥 말 트자는 것도 순순히 응해줬는데.

 

한 살이면 어디야? 제기랄! 끝까지 오빠라 부르라고 버틸걸.

 

그때 구원군이 나섰다.

 

“두 위사는 돌아가면 백호장으로 승진할 사람이오. 그러니 너무 그렇게 면박 주지 마시오.”

 

진용이었다. 진용의 말에 두 사람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중 하나 정광이 말했다.

 

“그럼 나하고 같은 지위란 말이야, 저놈이?”

 

“도장님이야 돌아가면 그만둘 거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

 

또 한 사람, 놀란 두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요?”

 

“살아서 돌아간다면요. 도독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틀림없을 거요.”

 

두충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백호장이라니!

 

‘우흐흐흐, 돌아가면 나 팼던 놈들 다 죽었다!’

 

그건 나중의 일, 일단은 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고 봐야 했다.

 

“들었지? 나도 곧 백호장이 된다고!”

 

하지만 운아영에게 대들기에는 두충의 말발이 너무 약했다.

 

“흥! 살아서 돌아가야 된다며? 그러니 아직은 그냥 두 위사야!”

 

안 되겠는지 유태청이 나섰다.

 

“그런데 왜 이곳에 나와 있느냐?”

 

운아영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숙조부님을 따라가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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